주민 참여 통한 실질적 민관 거버넌스 필요
우리고장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는 무엇일까? 지역주민들과 외지인들은 옥천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콘텐츠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옥천군은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적극적으로 정책화하고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여덟 번째 풀뿌리사회지표위원회가 6일 오후 1시 다목적회관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옥천의 문화관광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옥천군 문화관광 정책 부재와 이를 보여주는 부실한 통계자료, 문화관광 정책의 비전을 찾을 수 없다는 우려와 이를 개선해나갈 방법에 대한 모색이 이어졌다. 한편, 풀뿌리 사회지표 조사사업은 옥천순환경제공동체가 아름다운재단이 실시하는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에 선정돼 진행되고 있다. |
■ 문화관광 정책 없는 문향의 고장
지금까지 진행된 인구, 경제, 교육, 대청호와 달리 문화관광 분야는 우선 객관적으로 지표화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부족했다. 자료의 부족은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가 부실함을 보여준다. 실제 옥천군의 문화관광 전략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하승우 연구위원은 "문화관광 분야를 지표화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옥천군은 문화와 관광이 한 카테고리 안에 잘 안 묶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자료는 관광지식정보시스템(http://www.tour.go.kr)에 올라있는 옥천군 관광지 입장객 통계다. <그림2>를 보면 옥천군의 누적 관광객은 금강유원지와 서화천을 합할 경우 2012년 400만명에 이른다. 옥천 인구의 80배가 넘는 관광객이 우리고장을 찾는다는 통계는 믿을만할까? 금강유원지는 금강휴게소를 말한다. 금강휴게소를 찾은 단순 방문객을 관광지 입장객으로 계산한 것이다. 서화천의 경우는 정확히 어디를 말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옥천군 문화관광과조차 해당 시스템에 올라있는 서화천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았다. 서화천이 군서면에 있는 것으로 미루어 금천계곡을 찾는 사람들을 추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하지 않다. 이 경우에도 한해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통계는 현실적으로 믿기 어렵다. 정진국 위원은 "서화천은 지금까지 변한 게 거의 없는데 2012년 130만명 넘게 다녀갔다는 수치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okinews.com%2Fnews%2Fphoto%2F201510%2F96635_42970_2019.jpg)
옥천군을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관광객(또는 입장객) 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육영수 생가 △정지용 생가 및 문학관 △장령산 자연휴양림 정도다. △장계관광지의 경우에는 대청비치랜드가 철수한 이후 관광지 내 향토전시관 입장객 수를 통해 간접 측정한다. 결국 우리고장 곳곳에 산재해있는 관광지를 찾는 이들에 대한 분석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면밀한 분석 없이 좋은 정책과 발전 방향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나마 4개 주요 관광지의 입장객 수를 보면 최근들어 전체적으로 줄어들거나 정체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문화관광지로서 옥천군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볼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1>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okinews.com%2Fnews%2Fphoto%2F201510%2F96635_42969_2018.jpg)
■ 무료공연 많이 하면 문화 수준 높아지나?
관광객의 머리수가 아닌 문화관광 정책 분야로 들어가면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지표는 △지역문화정책 △지역문화자원 △지역문화활동 △지역문화향유라는 네 개 큰 주제 아래 37개 세부지표를 통해 전국의 문화 수준을 비교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옥천군은 △지역문화정책과 △지역문화자원 △지역문화활동은 전국 평균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다만 △지역문화향유 부문에서만 전국 평균 이상으로 나오는데 '군' 단위만 놓고 비교해보면 충남 금산군, 경기 양평군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온다.
결과만 보면 우리고장의 문화향유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가깝다. 문화향유를 평가하는 세부항목은 △무료공연 진행 건수 △문화예술교육강좌 건수 △다문화지원센터 설립 유무 등이다. 옥천군은 옥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무료공연 건수가 많아 이 같은 분석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화'라고 하는 분야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양적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무료공연 건수가 많다는 것만으로 그 지역의 문화향유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이는 참여 주민들의 만족도와는 별개라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문화 정책, 자원, 활동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화 향유만 높다는 것 역시 평가 내용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승우 연구위원은 "문화를 관광으로 활성화 시키려면 그에 맞는 정책과 활동이 있어야 하는데 옥천군은 그렇지 못하다"며 "문화 향유 부문만 높다는 것은 우리고장 자체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공연 등) 외부 사업 위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문화지표 역시 자료 자체를 신뢰하기 힘든 부분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역문화자원의 세부지표 중 하나인 작은도서관 수의 경우 우리고장은 '미건립'으로 나온다. (2013년 분석기준). 하지만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의 경우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았다. 행정상의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국가통계 자료에 등록되는 옥천군의 수치가 부정확하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 종합계획 따로 역점시책 따로... 갈지자 문화관광 정책
이처럼 부정확한 통계 자료와 부족한 문화관광 자원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는 옥천군은 정책적인 면에서도 매우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관광' 분야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민관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옥천군 제2차 종합개발계획(2009~2020)의 문화예술정책 분야에서는 △독특한 문화권으로의 이미지가 없고 △특히, 나제접경지였다는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다. 또 언론인 송건호, 동요작가 정순철 등 문화자원화가 가능한 인물이 상당수 존재하나 지역의 대표인물로 상품화 하는 수준이 미흡하고 △지용문학도시로서의 위상 정립이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2015년 옥천군 20대 역점시책 중 문화관광 분야를 추려보면 △옥천군 휴-포레스트 조성 △전통문화체험관 조성 △옥천묘목공원 및 묘목유통단지 조성 △대청호 생태습지 조성 △서대2 근린공원 및 금구 1 어린이공원 조성 △옻문화단지 조성 △사회인 야구장 기반조성 등 전혀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 문화관광 분야가 큰 흐름과 일관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문화관광 분야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의 정책 대응에 한계가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영웅 위원은 "외부 전문가들에게 용역 맡기면 기존 계획은 일단 캐비넷 속에 넣어 놓고 시작한다"며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배제되고 군수 입맛에 맞는 보고서가 나오고 계획은 (현실에 맞지 않게) 겉돌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만재 위원 역시 "용역을 하더라도 우리 주민들의 생각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며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진국 위원은 "어떤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좋은 의견을 내고 '옥천 사람 중에 뭐 똑똑한 사람이 있겠어?' 하면서 주민들을 무시한다"며 "주민들 역시 '공무원들이 뭘 알어?' 하면서 무시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양쪽에서 모두) 전문가 의견만 듣게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 민관·전문가 아우르는 거버넌스 필요
정순영 위원은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시행된 장계관광지 내 멋진 신세계 사업의 실패를 언급하며 민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지역이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멋진 신세계는 2008년 신활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당시 지역 안팎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옥천의 대외 이미지 홍보에도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사업을 맡은 디자인 로커스는 1단계(2008년~2009년) 시문학 아트벨트 조성과 2단계(2010년~2011년) 시스템화를 거쳐 3단계(2012년~2013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수 있도록 옥천군과 논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정순영 위원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디자인 로커스가 지역과 함께 멋진 신세계를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디자인 로커스는 현재 (다른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옥천과 좀 더 좋은 관계를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관광이 잘 된다는 지역을 찾아가 보면 대부분 전문성이 있는 민간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내부 공무원들이 잘 하는 경우에도 외부 전문기관이 거의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영웅 위원은 "외부 전문가가 와도 결국은 우리 지역의 리더가 없으면 안된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람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에 투자를 해야 한다. 주민자치대학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위원들은 안남면 등주봉, 동이면 안터 여름(반딧불이)·겨울문화(대청호 빙어) 축제, 청산면 동학 유적지, 군북면 부소담악과 같은 비지정 관광자원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민간 시설(안남면 화인수목원, 군북면 수생식물원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관광 분야는 공공영역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관 거버넌스는 단순히 민간인과 공무원이 만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 자원, 시설, 아이디어가 거버넌스의 틀 안에서 만날 때 빛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