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차가운 공기가 사물의 경계를 더 뚜렷하게 만드는 겨울! 높은 봉우리들과 파란 물길이 어우러지는 장쾌한 풍경을 눈에 오롯이 담을 수 있다면, 얼굴을 에일 것처럼 불어오는 북풍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제천 청풍호반 백봉에 우뚝 선 청풍호전망대를 겨울에 찾는 이유다.
청풍호, 내륙의 바다
청풍호는 1985년에 준공된 충주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다. 면적 67.5㎢, 평균 수심 97.5m, 길이 464m이며, 저수량은 27억 5000톤이다. 이중 제천시의 담수 면적은 발간 서적마다 수치상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48㎢로서 호수 전체 면적의 약 51%를 차지하고 있다.
제천에서는 청풍호, 충주에서는 충주호라 불리는 청풍호는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담수량이 크다. 청풍호가 자리한 곳에 흐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은 파수(巴水)였다. 청풍 사람들은 이 파수를 청풍강이라 불렀다. 따라서 이곳에 조성된 호수를 자연스럽게 청풍호라 불렀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헌상에도 청풍호라는 지명은 충주댐 수몰 이전인 1982년부터 나타나고 있다.
청풍호자드락길, 청풍호반을 끼고 도는 58km 길이의 산길
청풍호의 장쾌한 풍광과 금수산 자락의 수려한 산세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청풍호 자드락길은 청풍면 교리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해 수산면 상천리, 옥순대교, 괴곡리, 다불리, 지곡리를 거쳐 청풍호반 뱃길을 따라 옥순대교로 이어지는 총 58km의 길이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일컫는 말로, 청풍호 주변 산간마을을 이어주는 길이라 자드락길의 앞에 청풍호란 수식어가 붙었다. 쉬지 않고 걸어도 2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장쾌하게 펼쳐진 산하를 발아래 두다! 청풍호 자드락길 6코스 <청풍호전망대>
청풍호전망대는 청풍호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에 있다. 6코스는 옥순봉쉼터에서 출발해 괴곡리, 다불암을 거쳐 고수골에 이르는 9.9km 길이로 4시간 남짓 소요된다. 자드락길 7개 코스 가운데 난이도가 가장 높을 정도로 힘든 길이지만, 발아래로 산과 계곡을 가르는 청풍호의 유려한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어 걷기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나무데크 쉼터에서는 옥순대교와 옥순봉이 한 눈에 들어오고, 새롭게 만든 청풍호전망대에서는 청풍면 쪽의 거대한 물줄기와 옥순봉의 수려한 풍광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나무데크 쉼터>
<청풍호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옥순대교와 옥순봉>
<다불암의 불상>
<다불리마을이 1977년에 받은 우수새마을 특별지원금 기념비>
걷는 것이 싫다면 차를 가져 갈 수도 있다. 수산면소재지에서 수산중학교를 지나 다불리로 오르는 소로를 이용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으로는 <다불암>이나 <수산면 다불리 100번지>를 찍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단 길이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가파른 곳이 많으므로 눈이 왔을 때는 언감생심 꿈도 꾸면 안된다.
작은 암자인 다불암을 지나면 농가 몇 채가 있는 작은 산촌마을이 나온다. 가급적 이 곳에 차를 두고 청풍호전망대까지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거리는 대략 1km 남짓, 평지에 가까운 능선길이라 걸어도 크게 부담이 없다. 대략 30분 정도 소요된다. 자동차가 4륜구동이고, 눈이 오지 않았다면 조금 더 들어가 산마루주막 앞에 주차해도 된다.
<청풍호전망대>
산마루주막을 지나 산길을 조금 더 오르면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나무 벤치가 나온다. 나무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옥순대교와 옥순봉의 풍경도 운치가 있다. 조금 더 오르면 솟대들이 서 있는 나무데크 쉼터가 나온다. 옥순대교 건너 옥순봉은 물론 겹겹이 펼쳐진 봉우리 너머로 소백산의 장쾌한 마루금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새롭게 만들진 청풍호전망대가 있다. 흔히 전망대가 있는 백봉의 이름을 따서 백봉전망대라 부르기도 하나, 공식적인 이름은 청풍호전망대다. 나선형으로 되어 있는 청풍호전망대에 오르면 발아래로 장쾌하게 뻗어 있는 청풍호의 유려한 물줄기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산마루주막의 부침개>
청풍호전망대에서 내려와 산마루주막에 들러 직접 담갔다는 동동주 한잔으로 갈증을 달래는 것도 좋다. 안주로는 손두부와 김치를 넣고 만든 부침개가 있다. 걸어서 올라왔다면 다불암에서 괴곡나루를 거쳐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방법과 고수골로 가는 방법이 있다. 소요시간은 양쪽 길 모두 2시간 남짓으로 비슷하다. 고수골 방향으로 내려가면 지곡리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옥순대교 나루터로 이동할 수 있다.(배 이용에는 편도 20분이 소요되고,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 김진양 010-8830-5836, 이승종 010-3756-5035)
추사의 세한도를 현실에서 만나다! 청풍호 북쪽 532번 지방도
금성면 소재지에서 시작해 대덕산과 수름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청풍호 북쪽의 도로는 청풍호의 또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비포장 흙길이다. 시작지점을 포함해 일부 구간이 포장되어 있고, 또 일부 구간에서는 포장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흙길로 남아 있다.
금성면 월굴리에서 시작되어 청풍면 황석리, 후산리, 사오리를 거쳐 부산리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호반도로에서 비포장 구간은 9km이다. 금성면 갈림길에서 비포장 도로까지는 3km 남짓 거리이다.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서쪽과 남쪽 청풍호반에 비해 외지인은 물론 제천 사람들에게 조차 잊힌 길이다보니 지나는 이 드문 호젓함을 간직하게 되었다. 청풍호 조망하는 최고의 포인트로 꼽히는 청풍호 활공장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실처럼 이어진 길이 바로 이 532번 지방도다.
호반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흙길을 따라가면서 드물게 찾아올 강태공을 기다리는 작은 낚시터들을 지나친다. 주변의 산하를 모두 투영하고 있는 잔잔한 호수 아래에는 잉어, 붕어, 쏘가리, 꺽지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고기들에게 삶을 이어가고 있을 터, 호젓함에 아름다운 풍광까지 갖추고 있으니 강태공들이 찾지 않을 리 만무하단 생각을 해본다.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머리를 스칠 즈음 황석리에 도착한다. 황석리 안쪽으로 휘어 들어온 청풍호와 나지막한 산자락이 만나는 곳에 추사의 세한도에 나오는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소나무들이 호숫가의 돌무더기 위에 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앙상하게 서 있다. 세한도에서처럼 모두 네그루다. 켜켜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바위무더기 위에서 우직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 싶었는데, 가까지 가보니 모두 생명을 다한 나무들이다. 물살에 돌들이 무너지며 뿌리가 모두 밖으로 들어나 생명을 다한 듯 했다. 인근에 살고 있는 김수영 씨의 말에 의하면 물이 나무 끝까지 차 있어도 잘 버티던 나무들이 남한강 하류인 여주 지역의 공사로 인해 1년 이상 물이 차게 되면서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멀리서 볼 때 그리도 애처로워 보였던 것인가! 아쉬운 일이다.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모두 다 쓰러지겠지. 오래 지속되지 않을 이 풍광을 눈으로 담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황석리를 지나 후산리, 사오리를 거치면 길은 다시 아스팔트 포장길로 바뀐다. 부산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이어지는 532번 지방도는 포장이 끝나고 다시 흙길이 되어 흰서덕돌, 시계골, 벼락골, 웃오미, 진목치를 지나 충주시 동량면으로 이어진다.
산책하고 싶은 낭만적 풍경, 의림지
명승 제20호 지정된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 등과 함께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다. 신라 진흥황 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둑으로 막아 만든 것이 의림지의 시작이라 전하는데, 실제로 의림지 호반에는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고 전해지는 자리에 우륵정이란 정자가 세워져 있다.
의림지에는 공어라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가 산다. 실제로는 빙어이지만 의림지의 빙어는 다른 저수지의 빙어에 비해 투명할 정도로 맑다고 해서 예부터 공어라 불리고 있다. 의림지가 꽝꽝 얼어붙는 한 겨울에는 얼음낚시로 공어를 잡으려는 강태공들이 몰린다.
의림지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는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 버드나무 등이 잘 가꿔져 있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나무데크를 비롯해 운치 있는 장소에 정자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눈이 소담스럽게 내린 겨울, 연인과 함께 오순도순 걷기에 좋은 낭만로드다.
제천 맛집
청풍호 주변의 맛집으로는 울금을 넣어 만든 떡갈비가 맛있는 황금가든(청풍면 북진리 317, 043-647-6303)을 비롯해 매운탕을 칼칼하게 잘 끓여내는 교리가든(청풍면 교리 30, 043-648-0077), 백숙을 잘하는 잠박골가든(청풍면 학현리 270, 043-647-3510)이 있다.
제천 중앙시장 앞의 빨간오뎅은 제천의 명물인 빨간오뎅(4개, 1천원)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고, 숯불구이전문점인 장군집(명동 8-5, 043-643-8292)은 점심메뉴인 만둣국이 일품이다. 봉양읍에 있는 산아래(봉양읍 장평리 949-2, 043-646-3233)는 친환경 유기농쌈밥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렁쌈밥이 가장 맛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금가든 2호점의 울금떡갈비>
<교리가든의 민물매운탕>
<제천의 명물, 빨간오뎅>
<산아래의 우렁쌈밥>
출처 : 리에또웹진
첫댓글 90년대 초반 청풍호 충주댐 선착장을 찾다가
이산 가족이 된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