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 14산악회 100차 산행 '만땅'참가... 기쁨 ‘가득’
지난 11월 11일은 대구고 14산악회의 100차 등반대회가 있는 날이다. 어떤 일이나 모임에 의미를 새기고 기념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어제 밤 늦게부터 내리는 비가 새벽에는 더욱 요란하게 내린다. 날씨가 야외행사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 오늘 100차 산행대회가 궂은 날씨로 난감할 것 같았다. 인터넷을 통해 새벽부터 일기예보를 알아본다. 비오면 비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게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순리이다.
산같이 묵직하고 듬직한 조진호 산악회총무에게 동부인해서 참가약속을 알리는 문자는 어제 보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보다가 6시 40분경 나는 아내를 깨워 밥 한술 뜨고 진호부부와 도킹을 했다. 오늘 가는 사불산 대승사와 윤필암은 상당히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불교신자인 조진호의 부인에게 다녀온 곳이냐고 물으니 108사찰 순례 때 다녀온 곳이라고 했다. 내가 그동안 등산을 하며 가본 명산대찰을 얘기하니 거의 대부분를 알고 있다.
굳이 불교의 깊은 뜻을 몰라도 좋다. 그저 대자대비한 부처님을 생각하며 사찰순례를 하며 대자연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건강하고 삶에 활력을 얻는다. 불교종단 학교의 교장인 양근식 교장이 사불산 대승사를 섭외하여 1박2일로 템플스테이로 다녀오자고 했던 곳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1박은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나는 수원에서 대구 집으로 내려와 아내와 함께 가고자 한다. 내 아내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이지만 이 종교 저 종교를 비난하거나 경계를 두지 않는 점이 무척 다행하고 좋은 자세라 여겨진다.
예상 참석인원을 물으니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 한다. 우중이니 25인승 버스에 기본 12명을 채우고 가면 성공인 것 같다. 어쩌면 그게 한계일까? 아니면 무언가 2%로가 부족해서 일까? 나는 닉네임을 ‘호산인’으로 정하여 산을 닮고자 한사람이지만 발치까지만 가고 있어 스스로 부끄럽다.
강긍원 동기회회장, 차한욱부부, 강효석, 양근식을 승차하고, 차는 더 이상 여기서 승차할 사람은 없다며 차는 출발했다. 대구은행 본점 앞을 경유하여 이상영부부와 이재용을 픽업하기 위해 가는데... 8시13분인데 배성광이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버스출발 시간이 7시 59분이었다고 증언을 한다. 물어볼 필요가 없는 우리의 명백한 잘못이다. 회차를 할까하다가 택시를 타고 오라고 부탁을 했다. 배성광이가 오면 모임은 그의 화끈한 유머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살리고 활력을 만드는 재주가 탁월한 친구이다.
차는 성서 홈플러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12명, 대구에서 34명, 문경에서 채양호부부, 인원 오버에 2대의 RV차량까지 동원하여 목적지 대신 진남휴게소 진남교반의 고모산성과 토끼비리를 향해 달렸다.
단풍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온다. 만산홍엽의 끝자락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주룩주룩 온다. 구미 장천을 통과하며 서정보를 태웠다. 우리차는 좌석을 가득 태운 만땅이고 다른 차도 만땅이다.
회장 총무 산행대장 박상원이가 얼굴에 오늘은 대만족의 웃음으로 싱글벙글이다. 그래 비가 오면 어떠냐?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 많이 왔는데...
100차 산행을 하기까지 제일 실망하고 좌절한 기억은 사람들이 안 오는 게 아닐까? 그건 내가 초대 회장을 할 때 나와 정기율 총무만 참가하여 괜히 만들었다 싶기도 했던 적이 많아서 하는 소리다. 2대에 구회룡, 3대에 김해규, 손석수, 구승영, 이재용, 이상영, 신동국, 김태식이 회장을 역임했으며 양근식이가 100회를 진행하며 때로는 공갈협박과 선물로 유혹하고 꼬셔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고난이 큰 성공은 기쁨이 큰 법. 우리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대자연의 호연지기와 자연의 섭리로 어울려 사는 법과 파릇한 희망의 신록과 무성한 나뭇잎과 수많은 나무가 어울려 숲이 되고 자연이 되는 이치를 몸소 체득하고, 해마다 경건하게 산신제를 지내고 고수레를 한다. 아마도 공자님의 ‘和而不同’의 철학도 자연에서 깨우친 게 아닐까? 같지 않지만 화목하다는 조화의 큰 가르침은 자연세계의 생명체들의 모습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박상원 등반대장의 헌신적인 노력과 안내로 전국의 명산을 다니며 인생의 즐거움을 요산요수하며 삶의 의미를 맛본다. 정말 고맙고 감사의 큰 박수를 보낸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이기에 대자연 앞에 겸손과 시간의 엄정함을 알기에 스스로 있는 그대로 있는 자연에 경탄과 묵계의 가르침에 낮아진다.
때로는 맑고 깨끗한 계곡에서 삶의 환희와 순간의 즐거움을 느끼고, 같이 살아있음으로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때로는 오래된 거목을 만지며 고개가 숙여지고 더 오래 살아주기를 기원한다. 거대한 바위를 만나면 헐떡거리며 오르기에는 무리라는 걸 저절로 알며 돌아서 가는 법을 배운다. 징그럽고 무서운 뱀을 만나면 이제 피해간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생명체의 신비를 느끼고 조화로운 어울림을 생각한다. 명산대첩에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고 남아있다. 사전에 대상지를 알고 가면 아는 만큼 보이고 더 재미가 있어 감동을 받는다.
대구 서울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니 총 48명이다. 오늘 빗길에 비옷을 입고 간 고모산성은 견훤의 어버지 아자개가 지킨 산성으로 삼국이 치열한 싸움을 한 천혜의 요새이다. 산성아래에는 제법 큰 계곡에 풍부한 물이 흐르고 범여울이 형성되어 있다. 함부로 산성을 쳐들어올 수 없으며 수성하기에 좋은 위치다.
왕건이 견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자 도망갈 곳을 살피던 왕건이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산토끼 한 마리가 쏜살같이 도망간 길을 따라 왕건은 추격자를 따돌리고 생명을 부지했다는 ‘토끼비리’는 아마도 전설로 만들었다.
실제 이 길은 영남대로로 영남의 사대부 자제들이 과거 길로써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다는 聞慶의 지명이 유래된 곳이다. ‘장원급제’를 소식을 듣는 게 큰 경사가 아닐까? 쭉쭉 미끄러지는 ‘죽령’과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추풍령’을 피하고픈 심정이야 예나지금이나 인지상정이다.
고모산성과 토끼비리를 우중에 답사를 하고 우린 곧 바로 예약된 할매한우약돌식당으로 갔다. 우중에 사진을 찍으니 렌즈에 빗방울이 맺히고 제대로 되질 안는다. 습기가 차서 오리무중으로 희뿌였다.
인천에서 온 김종도부부를 만나 손으로 통하는 변함없는 우정을 느끼고 짧게나마 아내들끼리 만나도록 종도차에 합승토록 권했다.
유명한 식당은 우중에도 손님으로 만원사례였다. 앉자마자 오미자 술로 “됐나? 됐다!”로 건배를 하고 ‘빳빳하게 세우자!’로 건배를 하고 따뜻하게 여행길을 나서라고 포근한 담요를 선물로 받고 대구팀은 고급모자를 선물로 받았다.
강한 긍지를 가진 강긍원 대구회장과 군출신인 정동현의 일사천리 인사와 신동의 나라 신동국의 사회로 테이블 마다 오미자 막걸리에 취기와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익었다.
오늘 이 행사가 있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한 박상원 산행대장과 어딜가나 언제나 커피를 끓여온 다정이 엄마에게 감사선물을 하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그리고 딸을 세일한다는 배성광의 딸 자랑에 요절복통하게 만들었다.
우리네 삶은 매순간의 집합이 바로 인생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언제나 만나면서 삶이 이루어진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모이면 멋진 인생이 될 테고... 대구고 14산악회는 만남의 기쁨으로 얘기꽃을 피우고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성광이는 이 나이에 비아그라는 어디다 써먹을려고 그러는지 비아그라 타령으로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시베리아에는 춥고 강한 칼바람이 부는데 배성광이가 말하는 시베리아는 남녀에게 마음이 안들면 나오는 죠크이자 꾸지람이었다.
마지막 헤어지기 전에는 우중에 교가재창으로 대구고의 기백과 혼은 메아리가 되어 문경새재를 흔들었다.
방태조 고문은 2년후 2014년 졸업 40주년 모임을 소백산으로 잠정기약하며 헤어져야만 했다.
"방갑다 칭구들아! 마카 고생했데이. 다음에 또 만나자!" 대구고 14산악회 파이팅!
호산인 박익희 두손모음
첫댓글 박기자! 산행후기 너무 고맙소. 역시 글쟁이 다운 글에 그저 탄복만 합니다.
100차산행의 진한감동을 다시한번 느껴보게 해주어 너무 감사하오
산행후기에 올려진 사진은 화면에 나타나지 않으니 무슨조화인고?
볼수있는 방법을 아시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소
아 이게 왜이러나. 네이버 자유인의 블로그(biog.naver.com/pih8509) 여행후기에 후다닥 글을 쓰면서 먼저 올리고 그것을 카피하여 붙여드니 족보가 달라서 그러나 안되는 군요. 처음 확인했을땐 이상없었는데.....
자네 사진 갖고 와서 산행후기에 올렸네.
잘했다.
호산인의 글을 읽으면 뭔가 푸짐한 느낌과 삶의 정취가 담겨 있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