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_울트라
클래식이 흐르는 울트라 여행
마이웨이 울트라의 세계(44)
#베토벤 교향곡 6번 F장조 Op.68 <전원>
#시크릿가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피아노_가이즈 Story of My Life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추억>
<전원>교향곡은 폭풍우치는 격렬한 음악이다?
적어도 내 아내에게는 아마도 평생 그러할 것이다.
신혼여행을 설악산으로 갔다.
해외는 물론 제주도에 갈 형편도 아닌 나는
평소 산을 좋아했던지라 신혼여행지는 당연 설악산으로....
워낙 낭만이 무언지도 몰랐던 나는
마치 등산하듯이 이곳저곳 가보고 싶은 곳을 들르다 보니
금강굴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은 밤길이 되고 말았다.
평소처럼 그 날도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함께 들으며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때 들은 음악이 <전원> 교향곡이었고
마침 4악장 '폭풍우 장면'을 듣게 된 것이다.
그렇찮아도 하루종일 설악산을 오르내리느라 지친 데다
깜깜한 밤중에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길은 힘들 수밖에 없었는데
하필 그때의 음악조차 '폭풍우'라니~~
아내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생생한지
지금도 바가지 긁기 레퍼토리에서 빠지지 않는 해프닝이다.
*
나는 매년 한번은 설악산을 찾았었다.
신혼여행의 추억도 남아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설악산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3년째 설악의 언저리에도 가지 못했는데
드디어(?) 올해 설악여행을 다시 다녀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설악여행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지난 주 딸애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빠, 설악산 다녀오지 않을래?"
불감청 고소원~~!!
그런데 식사는 물론 약도 챙겨야 하는 할머니는?
대전에 사는 막내 여동생에게 SOS를 쳤다.
흔쾌한 답변에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설악을 향해 가자~~
그런데 출발부터 세차게 비가 내리고
중간에 늘 들르곤 하는 오대산 가는 동안에도 간간히 비가 내린다.
'천년의 숲'은 비가 좀 그치고 나면 들르기로 하고
오랜만에 상원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는데
수없이 다녔던 오대산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단풍을 만끽한다.
현란하지 않고 은은하면서 전나무 숲과 어울리는 오대산 단풍
내년을 다시 기약하고 '천년의 숲'에 들어서니
아직도 비는 간간히 내리고 '맨발족'을 심심찮게 만난다.
요즘 '맨발걷기'의 열풍을 오대산에서도 실감한다.
올 때마다 반겨주는 전나무 숲 끝자락에서 인증샷 남기고 드디어 설악으로~~~
처음 가보는 소노문 리조트
체크인하는 프런트에서 울산바위가 잘 보이는 전망좋은 방이라는 말에
방에 들르자마자 커튼을 젖혀 보았으나 사위가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대산 산채식당에서 남은 반찬을 챙겨와 저녁을 해결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꿀잠을 잔다.
평소 수영가는 시간보다 느긋하게 6시 기상하여 창밖을 보니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울산바위 전경
이런 멋진 전망은 처음이다.
부지런히 서둘렀는데도 8시 넘어 숙소를 나선다.
그래도 좀 이른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며 설악동으로 향하는데
이런 낭패가.......
차가 엄청나게 밀려있고 움직이질 않는다.
아내가 걸어가겠다고 차에서 내린다.
차를 돌려 주차를 하니 설악동 입구까지는 30여분 거리라고 한다.
아내가 과일 등 먹거리를 잔뜩 챙겨 넣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부지런히 걸어 매표소를 지나 한숨 돌리며 느긋하게 걷는다.
표를 팔지 않는 매표소의 흔적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
공짜는 늘 좋은 것인가?
아니면 청명한 가을하늘이 좋은 것인가?
어제 내린 비로 공기조차 맑고 산뜻한 설악을 간다.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 계곡을 더 오르고 싶지만
금강굴 가는 길로 접어든다.
올 때마다 감탄케하는 장쾌한 설악의 파노라마~~!!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대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음이
곧 행복이 아닌가~~
이제는 늘 찾곤 하던 천불동 계곡의 전망바위로 향하는데
따뜻한 양지에서 우선 점심을 해결하자는 아내의 제안으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서니 바로 머리 위로 금강굴이 보인다.
아직도 남은 오대산 산채나물들
오대산 산채로 네 끼를 해결한 셈이니
아내는 흡족한 표정이다.
당초에는 속초에서 점심으로 곰치국을 먹고 싶었는데
차가 밀리는 바람에 천불동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나니
이후 일정에 고민이 생긴다.
그렇다고 신혼여행의 추억이 서린 오색을 들르지 않을 수도 없다.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천불동 계곡을 내려간다.
평소와 달리 매표소부터 주차장까지 30여분을 더 내려가야 한다.
갑자기 울트라러너의 본색이 드러난 내가 제안을 한다.
"내가 뛰어 내려가 차를 가져 올 테니 천천히 따라 와~~"
나는 조금 무거운 배낭을 바짝 조여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를 추월해갔던 군인들의 행렬도 다시 추월하며 우쭐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아직도 주차행렬은 끝이 없다.
주차된 차를 끌고 설악동으로 향하는데 뛰어내려오는 아내가 보인다.
차를 돌려 물어보니 자기도 천천히 뛰어왔단다.
못말리는 울트라러너의 아내.....ㅎ
(그런데 나중에 둘 다 이 달리기의 후유증을 앓는다.)
늘 들르곤하는 오색의 남설악 식당이 문을 닫아
건너편의 오색식당 앞에 주차를 하고 오색이 반기는 주전골로 향한다.
용소폭포까지 다녀오기에는 조금 빠듯한 시간이라 아내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천불동 계곡과는 달리 오밀조밀 정겨운 오색 주전골
가을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오색의 골짜기를 거슬러
추억의 용소폭포에 들른다.
부지런히 걷느라 좀 지쳤는지 한쪽에 앉아 다리를 주무르는 아내를 불러
동영상 한 컷 찍으며 오늘 여행의 소감을 물어본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빡세~~"
빡 센 설악여행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집으로 가는 길
길고 끝없이 터널이 이어지는 양양 고속도로
나는 이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약간 현기증을 느낀다.
그래도 다른 길에 비해 30여분 빠른 길이니 이 길을 외면할 수도 없다.
서울에 가까워지면서 역시 차가 밀린다.
평일에도 이 정도이니 단풍철을 실감한다.
그래도 기대하지 않았던 설악여행 아닌가?
이만하면 충분하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번 설악여행은 전적으로 딸애와 막내 여동생 덕분이다.
고마워!!!~~
*
<not Pastoral, It is Cosmic!>
<전원> 교향곡의 5악장은 '목동의 찬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베토벤 음악 중에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다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불안과 공포와 떨림과 고통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평화로운 천국에 도달한 음악이다.
1, 2악장의 악상이 출몰하면서 다시 우리는 평화의 전당으로 인도된다.
하나의 물결, 두 개의 물결, 세 개의 물결이 몰려오고
마침내 거대한 환희의 파도가 귀로 들어와 뇌에 퍼져.....
마침내 온 몸에서 가쁨의 불이 점멸하고
잠시 동안 완전한 기쁨과 편안함으로 온 몸을 방전시킨다.
이 기분 느껴야 한다.
이 느낌이 바로 당시에 베토벤이 다달았던 열락의 순간이다.
마침내 나와 너가 사라지고 자연과 인간의 장벽이 무너져 마침내.....
자연의 아들로서의 인간, 인간정신의 발현으로서 자연이 되어
잠시나마 둘이 아닌 하나로서의 일체를 느낀다.
베토벤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그 순간, 그 경지, 그 느낌이다.
이것이 절대로 다른 작곡가들이 다다를 수 없었던 - 아쉽게도 바그너가
관념이라는 샛길로 샜고, 시벨리우스가 자연을 경외했으되 하나가 되지 못한 -
베토벤 음악만의 최고의 순간, 유일의 경지이다.
그래서 이 교향곡의 부제는 잘못되었다.
Guardian 평자의 표현대로 not Pastoral, It is Cosmic!
[출처] 블로그 <취음향>
Beethoven - Symphony No. 6 in F major op. 68 "Pastorale"
Wiener Philharmoniker
Karl Böhm
https://youtu.be/jIN-ACs_Fos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내게는 시크릿 가든을 대표하는 곡이 <녹턴>이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바리톤 김동규가 불러 유명해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일종의 리메이크인 이 노래의 원곡은
시크릿 가든의 Serenade To Spring이다.
작곡가는 봄을 노래하는데
리메이크인 이 곡은 가을을 노래하고 있지만
바리톤 음색으로 채색된 이 곡은 가을에 썩 잘 어울린다.
그런데 첼로 버전의 연주를 들어보니 이 또한 잘 어울린다.
작곡가의 의도와는 달리 이 곡의 정서는 가을이 아닐까?
첼로 연주를 듣다가 내친 김에
근래 접한 레이어스 클래식의 피아노 트리오 버전으로 들으며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내 인생의 '시크릿 가든'에 새겨둔다.
김동규 & 조수미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Secret Garden - Serenade To Spring)
https://youtu.be/PHiY1p3TpAE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첼로 + 피아노) / CelloDeck
https://youtu.be/58caqix3wsg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을냄새 가득나는 첼로, 바이올린&피아노 연주🍁 김동규
https://youtu.be/rq0yrP6Qp84
<Story of My Life>
이 음악이 들려온 것은 내 삶의 짧은 한 순간이었다.
뭔가 그리움을 담은 듯한 첼로와 피아노의 멋진 앙상블에 이끌려
이 리메이크 곡의 원곡도 찾아 들어보게 되었는데
내게는 이 리메이크 곡이 더 와닿았다.
그래서 나는 The Piano Guys의 앙상블에 파묻혀
나만의 '나의 인생 스토리'를 회상하며 이 곡을 듣곤 한다.
Story of My Life (One Direction - Piano/Cello Cover) - The Piano Guys
https://youtu.be/yET4p-r2TI8
#베토벤_교향곡_6번_전원
#크로스오버
#장석주
#다시_첫사랑의_시절로_돌아갈_수_있다면
#울트라의_매력포인트_2023
#시크릿가든으로의_여행
#일상의_울트라
#쉐덴가족여행
#설악산
<추억의 사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