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오피스시장에 갈 곳 잃은 시중 뭉칫돈이 대거 몰리면서 건설업체들도 오피스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신영에셋 홍순만 팀장은 “올 들어 건설업체로부터 오피스시장 관련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수요 증가 등과 맞물려 건설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익원 창출을 위해 오피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오피스 시장 호황세
서울지역 오피스의 공실률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매매가와 임대료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영에셋의 2·4분기 오피스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0.2%포인트 하락, 지난 2006년 1·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강남지역은 삼성생명 서초타워(11만698㎡), 한신인터밸리24(8만374㎡) 등 연면적 25만㎡ 이상이 신규 공급됐는 데도 공실률은 벤처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 공실률(1.3%)보다 낮은 1.2%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오피스빌딩 매매가격은 강남지역이 ㎡당 429만1000원을 기록, 지난해 286만2000원보다 무려 50%까지 급등했다. 임대료 역시 전 분기보다 2.4%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앞으로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오피스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피스 전문업체 유베스트컨설팅 김정한 팀장은 “최근 증시 불안이 이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뭉칫돈이 오피스시장으로 흘러들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 오피스시장에 '눈독'
오피스시장이 호황세를 구가하자 건설업체들도 오피스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수익구조가 점차 악화될 것으로 판단, 이를 대체하기 위해 오피스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오피스 수요가 한몫했고, 일부 주택전문건설업체들이 서울 강남에 사옥을 마련하면서 최근 가치가 급등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초 서울 여의도의 셋방살이를 접고 역삼동 강남대로변 지하 4층,지상 7층짜리 천지빌딩(교보생명 4거리)으로 이사를 하는 월드건설의 경우 3개월여 만에 이미 15∼20%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지난 5월 매입가격이 500억원이었지만 지금은 빌딩 가치가 크게 올라 6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 역시 많이 올라 3.3㎡당 2층은 900만원선, 3층은 600만원선이다.
우림건설 역시 내년 2월 서울 강남 교대역 인근 W빌딩(지상 7층)을 지난 4월 380억원에 매입했지만 현재는 50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타운 효과 등으로 오피스 수요가 크게 늘어 매입 당시보다 20%가량 가격이 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림건설은 내부적으로 오피스시장을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보고 앞으로 오피스 개발 및 임대 등의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형 건설업체도 앞으로 오피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대형 건설업체들은 개별 오피스 건물에 대한 투자보다는 대단위 개발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건물만 가지고는 수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심재개발이나 신도시 상업용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피스 공급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