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일행은, 저녁 식사가 끝나자 곤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조영은 사비우와 함께 자리에 누웠으나 낮에 선상에서 나눈 이영월과의 대화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누가 들어보아도 온당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이 결혼해 당나라와 후고려, 양국 백성이 전쟁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설사 동족으로부터 온갖 욕을 얻어먹는다 하더라도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설소라는 이름의 남편이 있고, 그를 통해 자식들도 낳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설소와 태평공주 두 사람 사이가 이미 남남이나 다름없고, 또 태평공주가 자신과의 결혼을 위해 이혼을 작심하고 있다 손치더라도, 순박한 청년 조영으로서는 아무래도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조영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은 다른 데 있었다. 여미아와 이루하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조영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 곤한 잠을 자고 있을 때,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에 좀 놀란 조영은 잠결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불이야!”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조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혔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핥았다. 밖은 깜깜하고 사위는 고요하다.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꿈을 꾸었나? 아니면 환청을 들었나?’
조영은 문을 닫고 사비우를 보니, 곤하게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를 깨워 물어보려다 너무 달게 자고 있는 것 같아, 다시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이 불안했다.
‘혹시 멀리서 불이 난 게 아닐까?’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옷을 챙겨 입으려다 말고 다시 드러누웠다. 하지만 한 번 깨고 나니,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뒤숭숭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맘이 안정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고요히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기도를 시작했다. 호흡기도는 어렸을 때 신교神敎(배달겨레의 하나님신앙) 전통에서 배웠으나, 고양원 대덕이 가르쳐준 방식에 따라, 숨을 들이마실 때는 주 예수의 이름을 부르고, 내쉴 때는 ‘임하소서’라고 기도해 보았다.
신교전통에서는 단순히 하나님을 부르며 우주에 충만한 하나님의 영기를 호흡한다는 일념으로 조식調息을 했으나, 고양원 대덕이 가르쳐준 경교의 호흡기도법은 좀 달랐다.
심장에 의식을 집중한 채, 들숨과 날숨에 맞추어 “뀌리에, 엘레에손 메!(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하거나, 아니면 “주 예수님, 제게 임하소서!” 또는 “주 예수님, 사모합니다”라고 기도하라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었다.
조영은 여미아가 습관적으로 호흡기도하던 것을 머리에 떠올리며 호흡으로 우주에 가득 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현묘한 바람玄風, 즉 거룩한 영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서 머릿속에는 시원한 기운이 감돌고 왼편 가슴의 심장에서는 따스하며 얼얼한 기운이 느껴졌다.
잡념을 계속해서 물리치며 마음을 집중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니, 이상하게도 심장에 어떤 유쾌하고 달콤한 기운이 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코에서 매캐한 기운이 느껴지고 가슴이 약간 답답해졌다.
다소 놀란 조영은 눈을 뜨고 코를 킁킁거렸다.
‘어디서 갑자기 연기 냄새가 나는가?’
연기냄새는 그치지 않았다. 불길한 느낌에 확 사로잡힌 조영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주워 입고 소리 없이 방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을 열다가 조영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매캐한 연기가 사정없이 밀려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가 뛰어나와 보니 그들 일행이 머물고 있는 집 한쪽에 불이 붙어서 타고 있었는데, 보초로 세워둔 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조영은 냅다 고함을 질렀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수차례 고함을 지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간 조영은 본능적으로 어디론가 내달렸다. 바로 이루하와 여미아가 자고 있는 방이다. 그는 사정없이 방문을 두들기며 소리를 질렀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방마다 돌아다니는 동안 이해고가 어느 사이에 일어나 화섭자에 불을 붙여 들고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실내의 연기는 점점 짙어졌다.
“모두 호흡을 멈추시오! 연기 속에 독이 들어 있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조영은 무태후와 태평공주, 이루하와 여미아, 극시아 등 여인들이 옷도 제대로 차려입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뛰어 나갔다. 밖으로 나와 보니, 여관의 사환들이 일어나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조영은 무 태후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그녀를 호위했다.
기세 찬 북서풍에 불길이 거세가 타오르고 있었다. 누가 기와지붕 위에 기름을 끼얹은 듯 불길은 삽시간에 건물의 지붕 전체로 옮겨 붙고 자칫 다른 건물로 번질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물, 모래, 흙 등을 닥치는 대로 끼얹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 때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음 속에서 어떤 여인의 날카로운 음성이 조영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너, 교만한 불길아! 하늘의 임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즉시 멈출지어다! 바람아! 그칠지어다!”
같은 소리가 연달아 세 번씩이나 들려왔다. 경황 중에서도 조영은 그 목소리가 다름 아닌, 여미아의 음성임을 분간할 수 있었다.
조영이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여미아가 바른 손을 치켜들고 불타는 건물을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 자태는 마치 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천군을 호령하는 것 같았다.
아름답기 짝이 없는 여미아가 우뚝 서서 고함을 지르니, 조영이 보기에 한편으로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나워 보이기까지 했다. 조영은 어이가 없어서 그녀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혹시 갑작스런 사태에 미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되었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바람이 잤다! 천우신조다! 더 이상 바람이 불지 않아! 힘을 내서 불을 끕시다!”
과연 조영이 눈을 둘러보니 요란하던 북서풍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기는 고요했다. 지붕의 불길도 이상하리만큼 신속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용기백배한 사람들은 소화재료들을 건물에 연거푸 끼얹었다. 불길이 거의 잡혀갈 즈음 누군가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멈춰라! 이 쥐새끼 같은 놈들아!”
조영이 놀라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어느 샌가 신창 이해고가 내달리고 있었는데, 그의 앞에서는 어떤 검은 그림자들이 부리나케 달아나고 있었다. 그들은 삽시간에 여관의 담장을 넘어 밤빛 속으로 사라졌다. 이해고도 곧 그들을 따라 담장을 뛰어 넘었다.
사비우 역시 뒤질세라 이해고의 뒤를 따라 내닫기 시작했다. 조영은 사태를 훑어보다가 의복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떨고 서 있는 무 태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마님! 이제는 안심하십시오. 불길은 완전하게 잡혔습니다. 하지만, 소인들의 불찰이 크니, 그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이루하와 여미아, 그리고 무태후 곁에 붙어 서 있는 회의대사에게 말했다.
“잠시 마님을 부탁합니다. 제가 집 안으로 좀 들어가 보겠습니다.”
“위험해요, 기다리세요.”
“괜찮습니다. 불길이 완전히 잡히고, 안에서도 다 꺼진 것 같습니다.”
조영이 여관의 사환들과 함께 횃불을 켜 들고 실내로 들어갔다. 연기가 어느 정도 걷힌 내부는 처참하리만큼 엉클어져 있었다. 지붕 한쪽이 무너져 기왓장과 돌, 흙, 모래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모든 문을 개방해 잔여 연기를 방출시키며 조영은 각방마다 돌아다녀 보았다.
불행 중 다행히도 방안에 놓아둔 물건들은 불에 타지 않은 것 같았다. 조영은 사환들과 함께 소지품들을 모조리 꺼내왔다.
무 태후 일행은 여관 측에서 새로 마련해준 방으로 짐을 옮기고 방안에 불을 켠 채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얼마 있지 아니해 이해고와 사비우가 함께 돌아왔다.
“이형! 어떻게 된 거요?”
조영이 근심스런 빛으로 이해고에게 물었다.
“그 쥐새끼 같은 놈들이 그렇게 달음박질을 잘할 줄은 꿈에도 몰랐소.”
“아니, 그럼 놓쳤단 말인가?”
회의가 추궁하듯 물었다.
“면목 없습니다. 대사님. 전 달음박질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는데, 강호에 나온 이후, 그토록 비호처럼 달리는 이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사비우가 숨을 가다듬으며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비삭飛索까지 던졌으나 그들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해고의 변명이다. 이해고의 비삭술은 아직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훗날 그의 비삭술은 사해에 위명을 떨치며, 당나라 장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솔직히 말하건대, 그들은 달린다기보다 날아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합니다. 길로만 내닫지 않고 건물들의 담장과 지붕을 거침없이 뛰어 오르며 도망가니 저희들은 도저히 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해고가 한숨을 내쉬었다.
“강호는 넓고, 숨은 고수는 많은 법이오. 너무 자책하지 마시오.”
조영이 두 사람을 안위하며 덧붙여 물었다.
“그들이 방화범일까요?”
“십중팔구 그럴 가능성이 높소.”
“그들이 왜······?”
회의가 물었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그들은 마마를 노린 것 같습니다.”
조영이 대답했다.
“선상에서 우리를 해치려던 작자들과 이들은 아마도 한 패거리인 것 같소.”
이해고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건, 같은 패거리들이 우리를 미행해 왔다는 소리 아니오?”
“그런 것 같소.”
“대문 밖에 세워둔 보초들은 어떻게 되었소?”
“그들은 그 쥐새끼 같은 놈들에게 이미 제압을 당해 기절해 있었소.”
보초들은 회의가 데려온 그의 수하들로서, 무술 꽤나 하는 백마사의 승려들이었다.
“혹시 이 여관이 그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요? 여관도 수상해요.”
태평공주 이영월이 물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오. 만에 하나, 이 여관이 그들 패거리들의 사업체라면, 우린 용담호혈로 뛰어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요.”
회의가 대답했다.
“잠을 자지 말고, 식사도 하지 말고, 날이 새는 대로 즉시 이곳을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바깥에 초병은 몇 명이나 세웠소?”
회의가 이해고에게 물었다.
“대사님의 휘하 스님들이 모두 자청해서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습니다.”
조영과 사비우는 여관의 주인을 만나려 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이 밤의 사태를 사환들에게 물었으나 그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여관의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아무런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여관의 대문을 나서서 여관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으나, 생쥐 하나, 들고양이 한 마리 발견할 수 없었다. 불이 언제 일어났었냐는 듯, 사위는 정적에 감싸여 있었다.
방안으로 돌아온 조영이 입을 열었다.
“바깥에서는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지만, 만일을 위해, 우리 남자들이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여관 사환들과 함께 새벽까지 여관 경내와 집 주변을 순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영과 사비우, 회의와 이해고가 짝을 이루어 만락객잔 안팎을 교대로 순찰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일행은 아직 동이 트기 전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문이 열리기보다 먼저 집 밖으로 나설 참이었다. 무 태후, 태평공주 이영월, 이루하, 여미아, 극시아 등 여러 여인을 보호하며 조영 일행은 짐을 정리하고 대문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아뿔싸! 그들이 여관 사환의 배웅을 받으며 대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그들을 맞이한 건, 대문 밖에 포진한 시커먼 그림자들이었다. 도대체 언제 귀신같이 나타났단 말인가?
바깥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이들은 회의와 이해고였다. 그들이 돌아볼 때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방안에 들어와 잠시 휴대품을 정리하고 일행과 함께 나와 보니, 새까만 무리들이 그곳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신출귀몰한 작태에 간담이 서늘해진 이해고가 소리를 꽥 질렀다.
“웬 도적놈들이냐?”
상대방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두목인 듯한 자가 갑자기 오른 팔을 높이 치켜들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자, 한결같이 복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무리들은 조영 일행을 포위한 채 각자 손에 든 활의 시위에 화살을 잰 다음 일제히 조영 일행을 겨누었다.
조영이 얼추 헤아려보니, 괴한들의 수는 대략 사십여 명이 넘는 것 같았다.
이쪽은 여인들까지 포함해 스무 명 남짓이었다. 더구나 무 태후와 몇몇 시녀는 남성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입장이다.
“고슴도치가 되고 싶지 않거든 모두 무기를 꺼내 땅 바닥에 내려놓으라!”
괴한들의 두목이 조영의 상상을 자르며 소리를 질렀다.
그 때 뒤에서 쿵! 소리가 나며 대문이 닫힌다. 대문 밖에 나온 무 태후 일행은 괴한들의 화살에 포위를 당하고 말았다. 만락객잔의 사환들은, 대문을 굳게 잠그고 안으로 사라진 듯, 누군가가 대문을 세차게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앞에는 불길이요, 뒤에는 철벽이다.
조영 일행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괴한들의 두목은 버럭 음성을 높였다.
“셋을 셀 동안 내려놓으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의 염통을 꿰뚫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잠깐!”
누군가가 그의 셈을 끊었다.
“잠깐 기다리세요. 무기는 모두 내려놓겠어요.”
그건 다름 아닌 여미아의 목소리였다. 여미아는 이 말을 함과 동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러분, 무기를 모두 꺼내 내려놓으랍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만나자 일개 비자인 여미아는 무슨 배짱인지, 태후와 뭇 영웅들을 뒤에 두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며 감히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항거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실려 있는지, 사람들은 일제히 무기를 땅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때 여미아는 발걸음을 옮겨 앞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거기 멈추라!”
괴한의 두목이 여미아에게 소리쳤다. 여미아는 제자리에 정지해, 일행의 맨 앞에 서서 두목인 듯한 자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들은 누구며, 우리의 길을 막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죠?”
“그런 건 묻지 말고, 내 그대에게 명하니, 무기들을 모두 회수해 이리 가져오라!”
“내가 왜 당신의 명령을 들어야 하죠?”
두목은 어이가 없었는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곁의 괴한에게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여인을 즉시 포박하라!”
명령을 받은 괴한은 자신의 활과 화살을 거두어 내리고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여미아도 그에게 마주 걸어가며 말했다.
“당신들은 어서 화살을 거두세요. 당신들은 지금 천인공노할 무서운 죄악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기가 막힌 두목은, 잠시 그녀를 눈여겨 쏘아보다가 되받았다.
“천인공노할 죄악은 저 무가武家 년이 저지르고 있다. 누가 누구에게 큰 소리 치는가?”
그들은 조영의 무리 가운데 무 태후가 있음을 환히 알고 있는 듯했다. 그 사이 괴한이 여미아에게 다가와 손으로 그녀의 팔을 낚아채려 했다. 여미아는 가벼운 신법으로 그의 손길을 피하며 번개 같은 동작으로 두목에게 바짝 접근해 그의 코앞에 섰다.
두 사람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상대의 몸이 닿을 정도였다. 두목은 몹시 놀란 듯 둥그런 눈으로 여미아를 쳐다보았다.
“어서 빨리, 부하들더러 활을 거두라고 명하세요.”
근접거리에서 여미아가 조용히 이르자, 두목은 여인의 향취가 물씬 풍겨오는지 코로 몇 차례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가 엉겁결에 물었다.
(다음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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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4. 5. 10.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