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 관객]'Hello'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 |||||||||||||||||||||
영화비평소모임 '숨은영화찾기'와 함께 본 김씨 표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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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주(인) : 톰 행크스가 나온 <캐스트 어웨이>를 코믹 버전으로 바꾼 느낌이었어요. 밤섬에 표류한 김씨의 친구 '오뚜기'는 <캐스트 어웨이>에 나온 척 놀랜드의 절친 '윌슨'(손바닥을 찍어 얼굴 모양을 낸 배구공)을 닮았어요. 척이 '윌슨'을, 김씨가 '오뚜기'를 떠나보내는 과정까지 비슷했어요. △박현주(현) : 포털 사이트에서 배우 연기나 내용 등을 극찬한 기사, 광고를 보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조금 더딘 느낌이 있었어요. △인 : 위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잔잔하게 오래 끌어가는 느낌? 강렬한 인상은 없었죠. 소재에선 시선을 끌었어요. 많은 돈을 들이는 SF나 액션 장르가 성공하기 수월할 텐데…. 공간은 한강 밤섬 일대, 물론 지역에 사는 사람은 해당되지 않지만 서울에 사는, 가까운 데 사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현실을 바탕으로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놓잖아요. 특이하면서도 일상적인 부분에 많은 사람이 흥미롭다고 느끼나 봐요. △현 : 소품도 아기자기하게 담아냈어요. 여자 김씨가 잠드는 곳에 있던, 눌러서 터뜨리는 '뾱뾱이'는 왠지 '자기만의 물건'이란 느낌이 들지 않나요? 특히, 포장할 때 짐을 보호하기 위한 특성도 있잖아요. 이렇게 소품 하나하나 남다른 의미를 담은 것 같아요. △인 : 소품들은 남녀 김씨의 각자 개성까지 잡아놓은 듯해요. 소통·소통 의지의 중요성 색상·소품으로 잘 표현돼 △이동욱(이) : 영화 속 간접광고(PPL)가 제일 눈에 거슬렸어요. 그것만 빼면, 괜찮은 영화였다고 봅니다. 결국,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현 : 생수 '에비앙'이 우리나라 제품이 아니라고 아는데, 괴리가 오는 부분이었어요. 다만, 배우가 '새우깡'을 먹는다 치면, 단순히 광고한다고 느끼지 않고 '추억의 과자'라는 그만의 느낌이 들기도 하잖아요. 자주 나오던 '올리브 짜파게티'나 '오뚜기'도 어찌 보면 유사한 제품보다 먼저 나온 '원조'라 할 수 있고요. △황 : 느낌이 비슷한 걸 보니 감독의 의도, 생각하는 바가 잘 나타난 것 같아요. 남자 김씨는 사회와 소통 못 하는 사람이고, 여자 김씨는 사회로 뛰어들지 못하는 사람이고. 색상이나 화면 등에 잘 표현해 놨어요. 내면이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클로즈업이 많이 쓰였고요. 전달력이 있었어요. △인 : 감독의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처럼 잔잔하고 비슷한 형식이었어요. <천하장사 마돈나>가 조금 더 밝았고, <김씨 표류기>는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시작하는 게 다르죠. △현 : <천하장사 마돈나>는 성적 소수자 문제를 다루면서 진짜 웃겼어요. 김씨 표류기는 그것보단 실망이에요. △현 : 장면 하나씩 따지면, 이미지들 속엔 의미가 수없이 있죠. 남녀 김씨가 주고받는 리플도 그렇고요. 그리 대사가 많지 않은 데에도 함축적인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황 : 은둔형 외톨이, 사회에서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현 : 남녀 김씨가 주고받는 펜팔이나 남자가 처음 받은 종이엔 빼곡히 적어놨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Hello' 같은 짧은 문장만 적혔어요. 이걸 보고 깨달았는데, 간단하게 해도 될 말이나 글을 우리가 길게 해서 오히려 그 의미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요. 짧아도 충분히 감동을 주는데도 말이죠. △인 : 남자 김씨가 우연히 발견한 '사루비아(샐비어)', 여자 김씨는 남자가 보낸 '자장면'에서 희망을 찾잖아요. 그렇게 보면 시간 차이는 있었고, 서로 영향이 크진 않았어요. △황 : 제목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줘요. 영어 제목인 'Castaway On The Moon'도 여자 김씨의 카메라로 달 찍는 취미와 관련돼 있고요. △인 : 마지막에 여자 김씨가 대낮에 뛰는데, 그 옆에 낮 달이 떠 있었잖아요. 어두운 밤에 아무도 없는 달을 쳐다보다가 이젠 무대가 전환된 거죠. 강렬함 없이 더디게 진행 편안한 느낌 속에 재미도 △이 : 여자가 남자를 쫓아가다가 포기하고 뒤돌아 걸어가는데, 약속한 듯 민방위 사이렌이 울린다든지, 자장면을 배달해준다든지…. 작품의 맥락 안에서 관객이 예상하지 못하고, 약간 놀라게 하는 부분들도 있었어요. △현 : 남자가 눈물 흘리면서 먹는 자장면 맛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러고 보면, 남자는 여자에게 철저히 사생활을 침해당한 거 아닐까요? (웃음) △이 : '진짜루'가 나올 때 가장 웃겼어요. 별점이랑 짧은 평을 남긴다면? △인 : 5개 만점에 3.5~ 짜파게티를 만들어요! 희망을 품고 삽시다! 단순해졌으면 좋겠다! △현 : 나도 3.5~ 간단하게 말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자장면이 그렇게 소중한지 몰랐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처럼 이해준 감독은 사람들 속에서 소수자의 아픔을 끄집어내는 걸 좋아하는 듯해요. △황 : 별 4개를 주고 싶어요. 농사짓고 살고 싶다! 단순하지만, 우리가 잊고 사는 수확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는 말이에요. 다르게 표현하면, 지금 당장 보람이 될 씨앗을 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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