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문예대학 송영숙님 낭송 작품

[김신중]

만추를 생각하며

                송 영 숙

영화 필름처럼 화면이 지나가고

비 내린 날의 일정은

한 페이지 낭만이었다

9월의 태양은 다시 내리쬐어

수숫대 위에는 탐스런 수수가

수탉처럼 올라 앉아

풍요의 활개를 치고 있다

길가 은행나무엔 은행이

알알이 영글어 행복의 가을 물결을

넘실대며 손짓하는 듯하다

살아있다는 것이 그리움이고

그리움은 또 다른 그리움을 열어

결실의 포도 넝쿨이 되어

새로운 결실을 낳는다.

나뭇가지마다 주렁주렁

낯익은 붉은 과일들

탐스럽기보다 그리움이 앞서고

그리움은 쌓이고 쌓여

더욱 두툼한 그리움으로 살아난다.

휑하니 추위를 몰고

내 뒤를 돌아나가는 바람소리는

회오리처럼 빠르게 금을 긋고 떠나지만

언젠가 그들은 다시 돌아와

내 살아가는 오늘을 엿볼 것이다

다 떠나고 없는 앙상한 가지 위에는

밤이 되면 둥근 달과 별빛들이

열매처럼 열리고

내일이면 새로 오는 봄을 장식할 것이다.

우리의 영원한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