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보고 눈살 찌푸리는 당신은 아저씨!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다. 노출의 계절은, 다른 말로 하면 문신(타투)이 빛을 발하는 시기다. 지금 젊은층이 몰리는 카페나 수영장을 가보면 크고 작은 문신을 한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수영장에서 가슴골이나 허리 부분에 앙증맞은 타투를 한 여성이 지나간다면 남성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쪽에 쏠린다. 타투를 하지 않은 입장에서 보면 ‘왜 갑자기 타투를 한 사람들이 많아졌지’ 하는 의문이 든다. 2014년 여름은 문신의 대중화 선언 원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젊은층의 우스개 하나. ‘문신’이라고 하면 아저씨고 ‘타투(tattoo)’라고 하면 오빠로 불린다. 타투라고 하면 어딘가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듯한 어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타투의 대중화는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이 선도했다. 케이블TV와 종편을 틀면 연예오락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크고 작은 타투를 하고 있다.
프로야구 타자 중 누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시청자들은 긴장할까. 열에 아홉은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를 꼽을 것이다. 박병호는 현재 홈런 30개로 1위.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올 시즌도 홈런왕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그가 타석에 서면 야구캐스터는 긴장하고 중계를 보는 야구팬들은 숨을 죽인다. 중계카메라는 박병호의 왼쪽 프로파일을 훑는다. 무서운 자신감이 표정에서 뿜어져 나온다. 카메라 렌즈가 배트를 움켜쥔 손 쪽으로 내려온다. 팔꿈치보호대와 손목보호대 사이의 팔뚝에 초점이 맞춰지면 시청자들은 순간 움찔한다. 문신이 근육질 팔뚝 위에서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박병호의 팔뚝 문신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전사 문양(紋樣)이다. 박병호가 백스크린을 맞히는 대형 홈런을 쏘아올릴 때마다 야구팬들은 그 파워의 원천을 마오리족 문신과 오버랩한다.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다. 노출의 계절은, 다른 말로 하면 문신(타투)이 빛을 발하는 시기다. 지금 젊은층이 몰리는 카페나 수영장을 가보면 크고 작은 문신을 한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수영장에서 가슴골이나 허리 부분에 앙증맞은 타투를 한 여성이 지나간다면 남성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쪽에 쏠린다. 타투를 하지 않은 입장에서 보면 ‘왜 갑자기 타투를 한 사람들이 많아졌지’ 하는 의문이 든다. 2014년 여름은 문신의 대중화 선언 원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젊은층의 우스개 하나. ‘문신’이라고 하면 아저씨고 ‘타투(tattoo)’라고 하면 오빠로 불린다. 타투라고 하면 어딘가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듯한 어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타투의 대중화는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이 선도했다. 케이블TV와 종편을 틀면 연예오락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크고 작은 타투를 하고 있다.
프로야구 타자 중 누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시청자들은 긴장할까. 열에 아홉은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를 꼽을 것이다. 박병호는 현재 홈런 30개로 1위.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올 시즌도 홈런왕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그가 타석에 서면 야구캐스터는 긴장하고 중계를 보는 야구팬들은 숨을 죽인다. 중계카메라는 박병호의 왼쪽 프로파일을 훑는다. 무서운 자신감이 표정에서 뿜어져 나온다. 카메라 렌즈가 배트를 움켜쥔 손 쪽으로 내려온다. 팔꿈치보호대와 손목보호대 사이의 팔뚝에 초점이 맞춰지면 시청자들은 순간 움찔한다. 문신이 근육질 팔뚝 위에서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박병호의 팔뚝 문신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전사 문양(紋樣)이다. 박병호가 백스크린을 맞히는 대형 홈런을 쏘아올릴 때마다 야구팬들은 그 파워의 원천을 마오리족 문신과 오버랩한다.
- 프로야구 넥센 타자 박병호의 왼팔 문신
스포츠스타 중 문신의 제왕은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하지만 베컴이 현역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베컴의 문신을 녹색 그라운드에서 볼 수는 없다. 미끈한 몸매의 소유자인 베컴은 등에 예수상을 비롯해 양팔과 가슴에 화려한 문신을 수놓았다. 베컴의 문신은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세계적 속옷 회사들은 그를 모델로 기용하곤 했다.
베컴의 영향인지 몰라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잉글랜드 대표팀 주전들 중에도 문신을 한 선수가 여러 명 있었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AFP통신은 세르히오 라모스, 다리오 스르나, 라베시 등을 5대 문신 스타를 꼽기도 했다.
- 양팔, 가슴, 등에 문신을 한 데이비드 베컴. 사진은 속옷 모델로 선 베컴/AP
박병호는 2012년부터 문신을 했다. 매년 조금씩 문신을 추가하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스타 중 문신을 한 선수는 강민호(롯데 자이언츠), 오재원(두산 베어스), 정근우·이용규(이상 한화 이글스), 양현종(기아 타이거즈) 등이다. 아이가 셋인 정근우는 아내와 아이들 이름의 영문 첫 글자를 새겼다. 문신은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다. 그 결과 우타석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왼쪽 팔뚝이나 어깨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새긴다. 반대로 좌타석에 서는 오재원과 이용규는 오른팔에 문신을 했다.
서울에서 타투 전문숍은 서울 서교동과 강남 신사동, 이태원동에 주로 몰려 있다. 이곳에서 타투이스트들은 바늘로 진피(眞皮)에 잉크를 넣어 문양을 만든다. 한번 문신을 새겨넣으면 여간해선 지워지지 않는다.
타투는 상당 부분 음성적으로 이뤄진다. 인터넷에서 ‘타투 관심’을 입력하면 먼저 업소 이름과 함께 위치 정보가 뜬다. 전화를 걸면 상대방은 대개는 무척 조심스러운 말투로 대응한다. “타투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면 그제서야 홍대앞 어느 곳으로 오라고 한다. 전화에서 말한대로 주차장 골목으로 가보았다. 5층 건물 앞에 ‘타투숍’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전화에서는 타투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건물 ○층으로 오라고 했다. ○층으로 올라가니 타투와 상관 없어 보이는 상호가 붙어있다. 초인종을 누르면 또다시 안에서 진짜 타투 수요자인지,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 서울 홍대앞의 타투숍에서 타투이스트가 팔에 그림을 새기고 있다.
타투 업계에 따르면 타투를 한 사람이 최소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타투이스트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한조’ ‘린진’ 등이다. 타투는 피부과에서 행해지면 문제가 없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하는 것은 불법이다. 가로수길에서는 당당하게 ‘TATTOO’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타투이스트들은 타투가 터부시되던 20여년 전부터 주로 홍대앞에서 암암리에 활동을 해왔다. 젊은 뮤지션과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타투숍 역시 번성해 왔다. 클럽문화의 중심지인 홍대앞은 타투문화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전국의 대도시까지 확장했다. 타투가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음악가나 예술가의 자기 표현방식에서 일반에게 패션의 하나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투이스트 중에는 여성의 수도 상당하다. 여성 중에 타투를 한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타투 시술을 받아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홍대앞에서 여성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유주(가명·32)씨. 타투이스트는 일반적으로 언론 접촉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와 안면이 있는 사람을 통해 인터뷰를 했다. 그는 타투 경력 10년이다. 그는 “타투를 왜 하냐고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타투는 인류문명과 함께 있어온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 즉 본능의 하나”라고 말한다.
“제가 여성스러운 타투를 하니까 여자분의 비율이 더 높다. 여자라고 남자와 특별히 다른 이유로 타투를 하지는 않는다.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 작은 타투를 선호하고 눈에 띄는 부위에 시술하기를 원한다. 잘 보이는 부위 중에서는 손가락이 제일 많다. 그런데 손가락은 쉽게 흐려지거나 번질 수 있는 부위라 추천하지는 않는다.”
타투를 욕망한다고 모든 사람이 타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타투를 망설이게 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직업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타투를 즐긴다. 여전히 보수적인 조직문화에서는 타투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주씨의 말을 더 들어보자.
“아직 직업을 결정하지 못한 손님의 경우 부위를 선택할 때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권유한다. 보수적인 조직에서 일할 수도 있는데, 괜히 드러나는 곳에 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교동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여성 타투이스트 A씨는 미국에서 면허증을 받은 경우다. A씨는 “보기 싫은 걸 가리기 위해서라면 타투를 함으로써 오히려 더 눈에 띌 수 있다”면서 “성급하게 해놓고 후회하는 분들이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라고 했다.
타투에 대한 인식은 30여년 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타투의 쓰임새가 매우 다양해졌다. 먼저 미용의 영역에서 타투는 각광을 받은 지 오래다. 눈썹이 흐릿한 사람들은 진한 눈썹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2012년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현 경남지사)가 눈썹 문신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흐릿한 눈썹을 콤플렉스로 여기는 홍준표 대표는 과감한 눈썹 문신으로 얼굴 윤곽을 살리고자 했다. 홍준표 대표는 눈썹 문신을 한 직후에 언론으로부터 한동안 홍준표와 앵그리버드의 합성어인 ‘홍그리버드’로 불렸다. 눈썹 문신 이외도 두피 문신이 있다. 두피 문신은 주로 대머리인 사람들이 머리숱처럼 보이게 한다.
타투에 대한 인식은 20~30대와 60대 이상에서 확연한 세대차이를 보인다. 노년층에서 문신은 여전히 ‘암흑세계’의 기호다. 그들에게 ‘문신한 사람’은 과거의 행적이 미심쩍은 사람이다. 노년층의 사고방식에는 여전히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유교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에 그려넣는 것을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
서양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서양에서 타투는 피어싱, 보디페인팅, 헤나와 함께 신체예술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스페인에서 타투엑스포가 열리는 것만 봐도 타투에 대한 서양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겨울 체코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 블라디미르 프란츠(54)는 전신 문신을 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다. 비록 결선투표에 오르진 못했지만 오페라 작곡가인 프란츠는 “문신은 육체예술이며 자유의지의 표현이고 어느 누구의 자유도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투에 대한 터부를 공고히 하는 데는 조직폭력배가 일정 부분 기여했다. 경찰이 조직폭력배를 검거할 때마다 미디어에 공개하는 장면이 있다. 검거한 폭력배들의 상의를 벗겨 문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직폭력배들의 등짝에는 대개 용이나 호랑이 그림이 전신을 감싼다. 그래서 한동안 대중목욕탕에는 ‘문신한 사람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은 적도 있다. 노년층에게 문신은 곧 깡패의 상징이다.
40~50대 중장년층은 노년층처럼 완고하지는 않다. 중장년층은 1970~198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다. 중장년층은 유신과 5공이라는 시대상황에 짓눌려 자유롭게 놀아보지 못한 채 직업전선에 뛰어든 세대다. 중장년층은 타투를 무조건 터부시하지 않는다.
지난 5월 말 서울 시내의 한 옥상정원에서 사립명문대 동기들의 와인파티가 열렸다. 와인모임을 주최한 인사는 여성 참가자들에게 스티커 타투를 의무적으로 할 것을 공지했다. 스티커 문신 이벤트는 폭발적 반응을 보이며 대성공했다. 드레스를 입고 온 여성들은 팔뚝에 고양이, 나비, 거미 등의 스티커 문신을 붙였다. 긴팔 옷을 입고 온 여성들은 뺨에 스티커 문신을 붙였다. 참가자들은 스티커 문신을 붙이는 순간 분위기가 180도 바뀌는 경험을 했다. 와인파티의 참가자 연령은 1964년생이 주류를 이뤘다. 막 50세에 접어든 이들이 왜 스티커 문신 이벤트를 시도했을까. 더 늙기 전에 20대들이 하는 타투를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진피에 새기는 타투는 부담스러우니 일주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없어지는 스티커 타투를 선택한 것이다.
- 유주씨의 타투 작품
사람의 얼굴과 직업이 다양한 것처럼 타투로 새겨넣는 것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나뭇잎 띠 모양이나 장미에서부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집어넣는 사람도 있다. 큐피드의 화살을 새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그림 도안과 함께 글자만을 새겨넣는 레터링이 인기다. ‘밝게 빛나라’는 뜻의 라틴어 ‘Lucete’도 선호도가 높다.
타투가 대중화된 만큼 한편에서는 타투를 지우려는 사람들의 수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피부과에는 문신 제거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레이저 장비로 진피 아래에 박힌 색소를 파괴해 흡수하는 방법이다. 사람의 생각이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 것처럼 타투를 후회하는 사람도 많다는 뜻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