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 59인의 공부 산책>
- 옛 조상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담담한 필체로 씌어진 책 -
왕, 선비, 여성, 평민 등, 조선 시대를 살았던 옛사람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담담한 필체로 기술한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일반 자기관리법 서적처럼, 독서자에게 공부를 하도록 강하게 촉구하는 강렬한 구절이나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선동적인 내용이나, 또는 옛사람들의 구체적인 공부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글을 읽었지만, 막상 책을 읽다보니 내가 예상했던 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도 어서 공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즉, 다 읽고 나서도 바로 공부를 못해 안절부절 못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얻을 수도 없다.
그 이유로는 우리 나라 사료가 부족한 탓도 있을 터이고, 지은이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없는 말을 보태는 것을 그다지 탐탁치 않아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가감 없이 사료에 적혀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보여주어야겠다는 사전 생각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옛사람들의 공부에 대한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에 대해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여 담백하게 기술해 놓았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 없이 담담히 읽을 수 있다. 어쩌면 담담히 읽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견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은 금방 식상하고 질려버리지만, 담백하고 단순한 것은 그 맛을 음미할수록 그 전에는 알지 못했던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듯이, 이 책도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보면, 논어를 몇 천 번 읽었네, 맹자를 몇 천 번 읽었네, 하는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온다. 책을 한 번 읽는 것은 안 읽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그 내용에 대해 조금이나마 아는 척 할 수 있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몇 천 번 그리고 가끔씩 만 번 넘게 책을 읽었다는 기록들에, 담담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동사강목의 저자인 안정복의 동문인 상사 신후담에 대한 내용이다.
"하빈노인(신후담)이 5, 6세 때부터 글을 일기 시작하였는데 이제 60세가 되어 병들어서 죽게 되었다. 그래서 평생에 읽은 글의 횟수를 기록해서 어린 손자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중용]을 가장 많이 읽었는데, 만 번을 읽은 뒤로는 숫자를 세지 않았으나 아마 수천 번을 밑돌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은 5천 번을 읽은 뒤로는 숫자를 세지 않았으나 만 번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서경]과 [주역]은 각각 수천 번을 읽었고, [시경], [논어], [맹자]는 각각 천여 번을 읽었고, [소학]은 백여 번을 읽었고, [예기]와 [춘추좌씨전]은 각각 오십 번을 읽었고, [삼전]은 그 반, [주례], [의례], [효경]은 각각 수십 번을 읽었다. [이정전서], [주자대전], [심경], [근사록], [성리대전]은 종신토록 읽었다. 그 중에서 백 번 혹은 오십 번씩 초독(抄讀)한 것이 있다. 심씨가 편찬한 [백가유찬]은 수십 번을 읽었는데, 그 중 [도덕경], [음부경], [남화경], [참동계]는 수백 번까지 읽었으며, [한위총서] 중에서 [대대례], [왕씨역례], 초씨와 경씨의 [역문], [신공시설] 같은 종류는 각각 수십 번을 읽었으며, 태사공의 [사기]와 한문공의 [창려집]은 백 번 혹은 수십 번을 초독했다.
그 밖에 읽은 횟수가 수십 번에 못 미치는 것은 기록하지 않으며, 많이 읽었더라도 단편과 짧은 글도 기록하지 않는다. 손이떨려서 글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억지로 써서 너에게 주니, 너는 부디 이 유업을 잘 잇기 바란다."
예전에 엠씨스퀘어 광고 중에서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말을 듣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또 공부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공부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정말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라고 깨닫게 해 준 글귀였다.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遍 意自現)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 외에도 공부는 공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라는 내용이나 공부는 온 몸과 온 마음을 다해서 해야한다는 등의 내용 등이, 각 선비들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되고 있다.
http://cafe.daum.net/readingnomad/4j6b/59?docid=4026605053&q=%BF%BE%20%C1%B6%BB%F3%B5%E9%C0%C7%20%B0%F8%BA%CE%B9%FD
첫댓글 읽어야 할 책만 쌓여가네요. 좋은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읽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요, 책을 읽으면서도 다른 책 읽을 걱정을 하는,,미련한 일을 반복한다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