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마실길 걸으며 행복했던 서해랑길 하루(#48~47)
2023. 2. 26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영하 5도~영상 7도
거리 : 18km 6시간 동행 : 귀연 32명
새만금 홍보관-패총-변산해수욕장-전망대-적벽강-수성당-격포해변
<진실을 찾아서>
지난해 7월, 한 뉴스 기사가 인터넷 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중국에서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나무가 자연 발화했다는 내용이었다.
가로수에서 흰 연기가 피어나는 영상과 함께 텔레비전 뉴스로까지 보도되었다.
이 기사는 사실일까? 정말 무더위로 인해 나무가 스스로 불에 탄 걸까?
한양대학교 국어 교육과 교수 조병영은 진실을 가리기 위해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이야기하는가?’, ‘근거는 무엇인가?’, ‘다른 자료는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지금부터 세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해당 뉴스의 진위를 함께 가려 보자.
먼저 이 뉴스는 국내 주요 언론사가 보도했다. 현지 특파원을 통해 전한 기사인 만큼 내용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근거가 부족하다.
폭염 때문에 나무가 자연 발화 했다고만 전할 뿐, 그 인과관계를 전문가의 소견이나 검증된 자료를 통해 설명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자료는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확인해 보자. 대부분의 언론사가 동일한 내용으로 보도했으나 한 언론사에서 반박 기사를 냈다.
국립 소방 연구원과의 인터뷰와 한국 화재 소방 학회의 논문을 통해 목재의 발화 온도가 섭씨 400도 안팎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
즉, 아무리 폭염이라 해도 나무가 자연 발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49년 만의 폭염이 이어져 현지에 특파원을 보냈는데, 나무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을 현지인의 이야기만 듣고 잘못된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를 눈으로 대강 훑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단지 읽는 걸 넘어 스스로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꾸준히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 나갈 때,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테다.
(참고 : 읽었다는 착각, EBS)-남도연 기자 좋은 생각
새만금 홍보관에서 기념 촬영
<해안 초소를 지키던 길을 걷는 마실길>
새만금이란 명칭은 김제, 만경 방조제를 더 크게, 새롭게 확장한다는 뜻에서 예부터 김제, 만경 평야를 ‘김만 평야’로 일컬어 왔던 ‘금만’이라는 말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오래전부터 옥토로 유명한 만경, 김제평야와 같은 옥토를 새로이 일궈 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순간을 사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몰입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정체성을 쌓아 간다거나 일련의 사회관계나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주된 삶은 모든 순간을 마치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껴안고 사는 일이라고 ‘노만 피셔’는 말했다.
새만금 홍보관에서 출발하는 마실길 걷기의 참맛은 바닷가의 흙길을 지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둘레길은 아스팔트와 시멘트 포장으로 덮여 흙길을 만나기 어려운데 이곳 마실길은 예전 군 초소와 순찰하던 길을 개방하여 만들어져 밟고 걷기 좋다.
새만금 방조제
새만금 홍보관을 지나 소나무와 갈대밭을 지나며 조개미 아치교를 만난 후 길은 잠시 도로를 따라 걷다가 이내 물이 빠진 바닷가를 걷는다.
조개미교
무장공비 침투를 막았던 해안 초소와 순찰길
대항갯벌체험장
군산대 해양연구센터를 지나면 대항리 패총을 만나는데 변산반도 북쪽 해안지역에 위치하는 구릉 사면의 만곡 부분에 있으며, 서북쪽으로는 비안도와 고산군도를 마주 보고 있다.
1967년 조사할 때 유적은 밭으로 경작되어 패각(貝殼: 조개껍데기) 일부가 노출되어 있었으나 이후 주변 지역이 관광 시설과 해수욕장 부대시설로 조성되면서 크게 훼손된 상태이다.
현재는 조가비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방파제가 설치되어 있다. 조개더미의 범위는 남북 약 100m, 동서 40m 정도이고 패각층 두께는 50~60㎝ 정도이다.
출토유물은 처음 조사에서 즐문토기 편 2점과 반암제(班岩製) 타제석기(打製石器: 뗀석기) 5점, 원삼국시대 토기 조각 2점이 확인되었다.
이후 1998년 지표조사에서 무문토기, 적색마연토기(赤色磨硏土器: 붉은간토기) 편과 고석(敲石)이 채집되었다.
대항리 패총
변산 해변
고군산군도는 무녀도와 선유도, 신시도, 방축도 등 6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16개가 유인도이다.
변산해수욕장
변산반도는 삼림·계곡·폭포·사찰·해안 절경이 한데 어우러져 천연의 관광지를 이루며, 1971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변산해수욕장은 백사청송(白沙靑松)을 자랑하는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희고 고운 모래로 된 2㎞에 이르는 긴 사빈(砂濱)과 배후의 푸른 소나무 숲과 더불어 천혜의 절경을 이룬다.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으며, 수온도 적당해 가족 단위 피서지로 적합하다.
송포항은 변산해수욕장의 남단에 움푹 들어간 곳에 있는 작은 어항이다.
어업 인구는 30여 명, 어선 10여 척이 조업하며 지역 특산물로는 노랑 조개, 도다리, 오징어 등이 있다.
작은 어선을 정박해 놓는 항구이며 주로 변산 마실길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다.
송포항은 변산 마실길 2코스인 노루목 상사화길(송포항 → 선비마을 → 상사화 군락지 → 노루목 → 고사포 → 성천 포구까지의 시작점이다.
봄에는 송포항 앞 야산 언덕에 하얀 샤스타데이지꽃(붉노랑상사화)이 만발한다.
군락을 이룬 하얀 꽃밭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는 순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변산해수욕장
서해랑길 47코스
마실길
송포는 ‘지지포’라는 곳에서 사는 선비가 이곳 소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을 연찬했는데 그때부터 ‘솔 송(松)’ 자에 갯 포(浦)를 써서 ‘송포마을’로 부르게 되었다.
마삭의 어원과 유래 : 식물의 줄기를 삼으로 만든 밧줄에 비유하여 마삭(麻索) 줄이라 하고 열매가 말의 얼굴 형상이라 하여 마삭 줄로 유래했다.
고사포 야영장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에 있는 고사포 해수욕장은 약 2km에 이르는 백사장과 방풍림으로 심어 놓은 송림이 장관을 이룬다.
주변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맑고 깨끗하며 모래도 곱고 부드럽다.
해수욕장 앞에는 웅크리고 있는 새우 모습을 닮은 하섬(蝦島)이 있는데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쯤에는 모세의 기적처럼 2km의 바닷길이 열리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고사포 해수욕장
송림이 우거진 고사포 해수욕장을 지나는 일행들은 모두 신나서 어쩔 줄 모른다.
모래사장을 걷거나 송림 숲을 지나며 피톤치드를 마시는 모습도 보인다.
바로 옆에 하섬이 있는데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약 2km 떨어져 있으며, 바다에 떠 있는 연꽃 같다고 연꽃 하(荷)자를 써서 하섬이라 부른다.
새우가 웅크리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 새우 하(鰕)자를 쓰는 하섬으로 부르기도 한다.
매월 초하루와 보름 무렵 썰물 때가 되면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고사포란 ‘옥녀탄금(玉女彈琴) 혈의 풍수지리’에서 나온 것으로 ‘옥녀가 장고치고 거문고를 탄다.’라는 뜻으로 ‘북 고(鼓)’ 자에 ‘실사(絲)’ 자, 개 포(浦) 자로 고사포라 불렸다.
노루목은 거문고의 중심부로 생겼다고 하여 노래목으로 불러왔던 곳으로 2km에 달하는 송림과 하얀 모래의 백사장이 유명하다.
고사포 송림
적벽강과 하섬
해수욕장 끝에는 성천항(城川港)이 있는데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에 있는 어항이다. 지방 어항으로 지정되었으며 모래의 성이 하늘까지 쌓인다는 설이 있는 항구다.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서해의 모습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 변산 해변에 밀려드는 하얀 파도가 여기가 동해인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백사장이 보이고 파도와 송림이 어울리는 고사포를 바라보며 너무도 쾌청한 날씨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는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햇빛 드는 전망대에서 이른 점심을 먹으며 느긋함을 뽐내본다.
서해랑길 코스에서 지난번과 이번 구간이 가장 아름답고 걷기 좋다.
오히려 해 질 무렵이 아닌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언덕 펜션 단지를 지나니 이내 고사포 해변의 아름다운 경치가 탄성을 자아낸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을 끼고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마실길은 12개 코스 중 3코스 적벽강 노을길에서 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생성된 적벽강, 채석강 등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만날 수 있다.
한적하고 평화로우며 서해를 뜨겁게 불태우는 눈부신 석양이 멋지다.
성천항 끝에서 도로 밑과 산기슭으로 향하는 적벽강 노을길은 약간의 오르막과 숨이 차오르는 해안 철책을 따라 걷는 포근한 숲길을 지난다.
한 달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는 하섬은 노란 모래톱이 선명한데 걷는 동안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이른 시간이어서 낙조를 찍을 수 없어 아쉽다.
하섬
언덕을 오르는 쉼터에서 낭만적인 나그네를 만나 굴도 얻어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풍성한 삶을 사는 모습에 부러움도 느꼈다.
파란 바다와 하섬이 근사하고 멀리 고군산군도와 새만금 방조제가 풍광을 가득 채운다.
적벽강
깎아지른 적벽강을 바라보며 바닷가 화산암들이 반기는 물이 빠진 길을 걸으며 서해랑 길의 아름다운 여정에 기쁨이 크다.
점차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되어 바닷가 화산암 지대를 걷기를 중단하고 수성당으로 향했다.
수성당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8호. 수성당(水城堂)은 건평 4평의 단칸 기와집으로 해신(海神)을 모신 신당이다.
최초의 건립연대는 19세기 중엽 1864년경으로 추정되지만, 옛 원형은 없어지고 지금의 것은 1972년에 신축한 것이다.
당내에는 무신도가 있었다고 전하나 현재는 불타 없어졌다.
이곳에 얽힌 전설은 수백 년 전부터 서해를 다스리던 여해신(女海神)이 있었다.
그의 딸 8자매를 데리고 와서 전국의 각 도에 하나씩 시집을 보낸 뒤 오직 막내딸만을 데리고 이곳 서해에서 깊이를 재고 어부들의 생명을 보호했다고 전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에 감사드리고 보호를 기원하기 위하여 여해신과 그의 딸 8자매를 모시는 제당을 건립하였다.
매년 정월 초사흗날 주·과·포를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 풍어와 어부들의 무사고를 빈다.
이때 제주는 그해 생기복덕(生氣福德)을 맞추어서 궂은일이 없는 사람으로 선출하며, 제주는 목욕재계(沐浴齋戒)한 뒤, 정성껏 제를 모신다.
수성당을 지나는 길에 오션 플레이 리조트가 멋진 뷰로 다가오고, 유채를 심은 곳을 지나니 후박나무 군락이 반긴다.
격포리 후박나무 군락은 해안 절벽에 자라고 있는데, 약 60년 전의 기록을 보면 그때 10그루의 후박나무가 있었다.
그중 뿌리목 줄기 지름이 30㎝, 나무의 높이가 4m에 이르는 큰 나무가 있었으나 현재에는 나무들의 높이는 4m 정도로 약 200m 거리에 132그루의 후박나무가 자라고 있다.
후박나무 군락
식물분포학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주변에는 대나무가 많고 사철나무, 송악 등이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그 안쪽에 있는 밭을 보호하는 방풍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격포리의 후박나무 군락은 육지에서 자랄 수 있는 가장 북쪽 지역이다.
채석강은 약 7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부터 바닷물의 침식을 받으면서 쌓인 이 퇴적암은 격포리 층으로 역암 위에 역암과 사암, 사암과 이암의 교대 층, 셰일, 화산회로 이루어졌다.
이런 퇴적 환경은 과거 이곳이 깊은 호수였고, 호수 밑바닥에 화산분출물이 퇴적되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절벽에서 단층과 습곡, 관입 구조, 파식대 등도 쉽게 관찰할 수 있어 지형과 지질학습에 좋다.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해식애, 평평한 파식대, 해식동굴도 발달했다.
채석강 바닥에는 지각과 파도의 합작품인 돌개구멍이 발달했는데,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이 고여서 생긴 조수웅덩이도 곳곳에 있다.
격포해수욕장
격포해수욕장은 채석강을 끼고 있어 일명 '채석강 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다.
해수욕장의 명성보다 채석강과 서해안의 일몰을 보기 위해 연중 관람객이 많이 오는 곳인데, 여름이면 주변 경치를 관람하고 해변에서 해수욕과 여름 레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많다.
백사장 길이 약 500m로,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고 물이 맑으며, 경사가 완만해 해수욕장으로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얕은 수심과 파도가 거칠지 않아 아이에서 어른까지 가족 동반 해수욕을 즐기기에 천혜의 장소이며 백사장 너머의 솔숲은 울창하고 아늑하다.
닭이봉 꼭대기에는 팔각정의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보면 멀리 위도와 칠산(七山)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닭이봉을 돌아 격포항 주차장에서 맛난 음식과 싱싱한 회 그리고 몇 잔의 술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낭만이 가득하고 흙길을 걸었으며 파란 바다와 하얀 파도를 온종일 눈에 넣었던 2023년 2월의 멋진 하루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부안 마실길이 정말로 아름답고 편안하며 누구나 한 번쯤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서해랑길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