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경 제4권
[항상 선정(禪定)에 있다]
선남자야, 보살에게 다시 열 가지 법이 있으면 항상 선정(禪定)에 있다고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몸과 몸의 염처(念處)를 관하는 것,
느낌과 느낌의 염처를 관하는 것,
마음과 마음의 염처를 관하는 것,
법과 법의 염처를 관하는 것,
아련야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하는 것,
오욕을 관해 마음을 거두어 행하는 것,
시골과 도시의 마을과 국토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하는 것,
명예와 이익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하는 것,
여래가 제정한 금계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하는 것,
온갖 번뇌로 노여움을 일으키는 곳과 아첨하고 왜곡된 마음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하는 것이다.
[몸의 염처를 관해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
몸의 염처를 관해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른 지혜로 모든 악을 가려내어 선하지 않은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발에서 정수리, 나아가 뇌막(腦膜)에 이르기까지 어떤 부분에도 나와 나의 것이 없음을 관찰하고, 이런 생각 생각도 머물지 않으니 이는 파괴되는 법이다.
근육과 심줄이 얽힌 것이고, 냄새나고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이며, 순전히 악한 물질만 모인 것이라고 관찰한다.
이렇게 관찰하고도 내 몸이라는 생각과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인연과 이러한 모양으로써 몸의 모양을 자세히 관하면 마음이 자재하게 된다.
[느낌의 염처를 관한다]
느낌의 염처를 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이와 같이 생각하고 관찰한다.
‘일체 모든 느낌은 모두 다 괴로움인데 범부나 어리석은 이들은 거꾸로 즐겁다는 생각을 한다.
어리석고 지혜가 없는 이들은 괴로움과 즐거움을 알지 못한지만 현성들은 다들 이것이 괴로움임을 안다.
그들은 열심히 방편을 닦아 이 괴로움을 끊어 없애고 또한 다른 중생들도 가르친다.’
이와 같이 느낌을 관찰하고는 미워하지도 않고 애착하지도 않아 모든 느낌을 끊는다.
[마음과 뜻이 사라지는 것을 관한다]
마음과 뜻이 사라지는 것을 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괴로움을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나[我]가 없는데 나라는 생각을 하고, 깨끗하지 못한데 깨끗하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은 매우 변화무쌍해 마치 바람처럼 흔들리니, 생각 생각이 머물지 않고 빠르게 변화한다.
이는 번뇌의 근본이고 악도의 근원이며, 항상 아첨하여 번뇌의 주인이 되며, 또한 이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인연이 된다.
마음은 모든 법의 주인이며 기술자이니, 모든 법에 있어서 마음이 길잡이가 되며, 마음은 연을 따라 일어나 모든 법을 다 안다.
마음은 화가와 같이 모든 상(像)을 그리나 마음이 이를 알지 못하며,
마음은 선과 악의 모든 업을 모으며 마음을 순환하니 마치 불을 돌려 생기는 불 바퀴와 같으며,
마음은 불씨와 같아 3유(有)의 섶나무를 태운다.
마음은 만물을 낳으니 마치 큰 바다와 같다.’
이렇게 관찰하는 이는 당연히 마음의 모습이 곧 큰 근심의 근본인 줄을 알므로 이 마음으로 하여금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한다.
만약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법에 대해서도 역시 자재하게 된다.
[법의 염처를 관한다]
법의 염처를 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선하지 않은 법을 사실대로 알아서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그것에 의지해 일어나는 모든 악법을 다스리고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 선하지 않은 법들을 끊어 없앤다.
모든 선법을 관하여 마음으로 기쁘게 따르고, 마음을 집중하고 전념해 모든 선을 따라 행한다.
또한 자기가 관한 것을 남들에게도 가르치는 것이다.
[오욕을 관해 마음을 거두어 수행한다]
오욕을 관해 마음을 거두어 수행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오욕에 대해 기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고 또 미워하거나 싫어하지도 않으며,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에 대해서도 역시 애착하지 않고 증오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렇게 관찰하라.
이 체상이 없는 법에 대해 미워하거나 애착하는 마음을 낸다면 곧 어리석은 범부나 어린아이나 선하지 못한 사람과 같다.
또 세존께서는 말씀하시기를,
‘법에 대해 애착하거나 즐거워하면 역시 염착하게 되고, 염착하므로 곧 어리석게 되며, 어리석은 마음을 내므로 곧 선악을 알지 못하게 되니, 이런 인연으로 악도에 떨어진다.’고 하셨다.
따라서 이 공한 법을 증오해선 안 된다.
증오를 곧 참고 견디지 못하는 것이라 하니, 참고 견디지 못하면 성내는 마음이 점점 커져 아사리의 꾸짖음을 받게 되고 또한 함께 범행을 닦는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게 된다.’
이와 같이 오욕을 관찰하고 정념(正念)을 수행해 염착하는 마음도 없고 또 증오하는 마음도 없게 되며,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관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아련야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
무엇을 아련야처(阿練若處)라고 하는가?
마음을 거두고 어지러움을 떠나 법대로 수행하는 곳을 아련야처라 하고, 다툼 없이 머무는 곳이라고 하고, 또 조용히 머무는 곳이라고도 한다.
‘이 아련야처에는 모든 천ㆍ용이나 귀신 같은 남의 마음을 아는 자들이 있어 내 마음을 잘 아니,
나는 지금 선하지 않은 생각을 일으키면 안 된다.
선하지 않은 생각을 없애고 부지런히 선한 생각을 닦아 선한 생각이 항상 늘어나도록 해야겠다’고 하는 것이다.
[시골과 도시의 마을과 국토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
보살은 시골과 도시의 마을과 국토에서 어떻게 가고 머물고 앉고 눕고 하는가?
보살은 좋지 않은 곳과 출가한 곳과 가서는 안 될 곳을 모두 다 멀리 피해야 한다.
어떤 곳이 가면 안 될 곳인가?
술파는 집과 음녀의 집과 왕의 집과 노름하는 곳과 술 취한 손님이 있는 곳과 노래하고 춤추는 곳이다.
이와 같은 장소들은 곧 출가한 사람이 가면 안 되는 곳이므로 모두 다 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시골과 도시의 마을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
[명예와 이익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
명예와 이익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이익을 얻게 되면 단월에게 복업을 더해 주고자 할 뿐 탐착하지 않으며,
얻은 재물을 자기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모든 고통 받는 중생과 모두 다 함께 나누니,
이렇게 베푼 인연으로 명예와 찬탄을 얻는다.
그러나 비록 명예와 찬탄을 얻더라도 스스로 자기를 높이지 않고 교만하지 않으며 제멋대로 하지 않는다.
보살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와 같은 명예와 찬탄은 오래지 않아 없어지는 것이다.
신속하게 변하여 머물지 않는 법이어서 믿을 수 없는데, 지혜로운 이라면 누가 그 속에서 애착과 증오하는 마음을 내겠는가?
또 어떤 지혜로운 이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제멋대로 하려는 마음을 내겠는가?’
이를 보살이 명예와 이익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하는 것이라 한다.
[여래가 제정한 금계에서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
보살이 여래가 제정하신 금계를 항상 생각하고 수행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금계를 이행해 성불하고 나아가 열반에 이르셨으며,
미래의 모든 부처님들 역시 금계를 이행해 성불하고 나아가 열반에 이르실 것이다.
현재의 모든 부처님들 역시 금계를 이행해 성불하고 나아가 열반에 이르신다.’고 관찰하여,
하지 말라는 금계를 지키며 끝내 범하지 않으니, 이를 잘 닦는 것이라 하고, 이를 잘 지키는 것이라 한다.
[모든 번뇌와 먼지와 때와 장애를 잘 수습하고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
보살이 모든 번뇌와 먼지와 때와 장애를 잘 수습하고 마음을 거두어 행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번뇌와 결사(結使)와 먼지와 때와 모든 장애를 잘 알고 그 원인을 잘 알고, 원인이 일어난 곳과 이 원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잘 안다.
보살은 결사와 모든 장애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마음을 거두어, 이와 같이 수행한다.
선남자야, 이러한 열 가지를 갖추면, 이를 보살이 항상 선정에 있는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