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장, 이제 김 여인의 건강이 조금씩 호전된다. 김 여인은 다시 무언가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다. 자식들을 모두 모이게 한 것이다. 이제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오후가 되자 엄마의 호출을 받은 자식들이 하나씩 모여든다. “엄마! 몸도 좋지 않으시면서 쉬시지 왜 불렀어요?“ “어머님! 건강이 좋아지셨어요?“ 모두들 한마디씩 묻는다. 선미는 형제들을 위해서 하루 종일 성경화를 도와서 주방을 떠나지 않고 일을 돕는다. “언제나 무슨 일만 있으면 작은 형님이 고생을 하셔서 어떻게 해요?” 성경화는 많은 형제들 가운데 선미를 제일 좋아한다. 항상 말이 없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형제들의 일을 도와주곤 하는 사람이다. 작은 며느리가 주방을 들어다본다. “맛있는 것 많이 했어요?” “응!” 그러나 작은 며느리인 이정숙은 다시 주방을 나간다. 언제나 손에 물을 묻히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거실에 상이 차려지고 다들 둘러앉아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모이기만 하면 김 여인은 자식들을 무엇이라도 배불리 먹여 보내야만 마음이 흡족해진다. 모두들 입으로는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한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어머니의 건강을 챙기려는 자식들이 없다. 음식을 대충 다 먹어갈 무렵이 되어서야 김 여인이 방에서 나온다. 김 여인은 방에서 남편의 식사시중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천천히 먹으면서 내 말을 들어라!” 다들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 집 말고 또 한 채의 집이 있었지?” “네!” “그 집을 처분했다.” “네? 무엇 때문에요?“ 선경이의 반응이다. “우선 큰 아들네를 내 보낼 생각이다. 이제 아버지가 시끄러운 것을 너무 못 참아 하신다. 그리고 영빈어멈이 식구가 많아서 너무 힘이든다. 두 번째는 종원이 결혼문제다.“ “그 애하고 결혼을 시키려고요?” 못마땅하다는 큰 딸의 반응이다. “저희들끼리 서로 사랑하는데 더 이상 문제를 삼지 말자! 그래서 집을 처분했다. 우선 영빈이네 전셋집을 얻어주고 종원이 살림집도 마련해야하고 그리고 선영아!“ 선영이는 뜻밖에 자신의 이름이 불러지자 엄마를 바라본다. “너도 이참에 따로 나가서 독립을 해라!” “엄마!” 선영이는 놀란다. “지금 네 나이도 사십이 가깝다. 언제까지 내가 너를 뒷바라지 할 힘도 없고 나나 형제들을 의지해서 살려는 마음을 이번 기회에 버리거라! 어차피 결혼을 한다면 부모가 되어서 혼수를 마련해 주어야 하니까 그 돈으로 방을 얻어 주겠다.“ “엄마! 나 나가기 싫어요.“ “싫어도 어쩔 수가 없다. 수현이하고 둘이서 나가 살면 될 것이 아니냐?“ 김 여인은 자식들을 둘러본다. “이 집에서 나오는 월세 금으로 아버지하고 둘이서 살아가겠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살아갈 것이니까 우리 걱정을 하지 마라!“ “어머님!” 둘째인 이정숙의 음성이다. “둘째야! 할 말이 있다면 말을 해라!“ “그럼 이 집을 팔으셔서 그렇게만 나눠주시면 되시는 건가요?” “그럼 또 어떻게 해야 하니?” “왜 저희는 빼놓으시는 겁니까?” “너희도 무슨 문제가 있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형님 댁은 결혼하실 때 이미 주셨는데 지금 또 다시 전셋집을 얻어 주신다고 하시니까 작은아들인 저희도 다만 얼마라도 주시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네 형네는 당장에 살 집이 없지 않니?” “그거야 당사자들이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리고 큰 형님께서도 어머님께 삼천만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가셔서 갚지 않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저희만 빼놓습니까?“ “올케! 그건 내가 돈이 생기면 엄마한테 갚을 것이야!“ “형님! 형님 댁에 그만한 돈이 없어서 못 갚으십니까? 예전 같지 않고 이제 형님 댁은 사실만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정숙은 억울하다는 듯이 물고 늘어진다. “둘째야! 어떻튼 너희는 그래도 집도 샀고 그 중에서 제일 낫게 살고 있지 않니? 이유야 어떻튼 큰 애네는 아직 전셋집도 없으니 부모가 되어서 못 본 척을 할 수가 있니?“ “여보!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둘째 아들 종찬이가 아내의 말을 막고 나선다. “당신이 바보 같으니까 당하고 있는 것을 몰라요?” 이정숙의 성격은 매우 까시랑지다. 모든 매사에 따지기를 좋아하고 자신이 조금도 손해 본다 싶으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지금 내가 재산 분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재산을 분배해줄 정도로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든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자식들 앞날을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만일 둘째가 정 억울하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이 집이 남아 있으니 그때는 너희 몫을 더 줄 테니까 기다려 줄 수 없니?“ 김 여인은 깊은 한숨을 쉰다. “그래! 기왕에 말이 났으니 하자! 상미 애미야! 너도 올케들에게 그런 소리를 듣지 말고 삼천만원을 갚아라! 한 번에 힘이 든다면 몇 번에 나누어서라도 가지고 오너라!“ 선경이는 이정숙을 노려본다. 그러나 이정숙은 아랑곳도 하지를 않는다. 선경이는 그만한 돈이 없어서 갚지 않는 것이 아니다. 눈치를 보아가면서 요령껏 갚지 않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의외로 식당이 장사가 무척 잘 되었다. 지금 그 식당의 건물도 완전히 사고 집도 늘려서 이사를 했다. 식당은 나날이 손님이 몰려들고 있어서 성황을 이룬다. 선경이의 장사 수단과 재료를 아끼지 않는 음식 맛이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경이는 욕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은 너희들끼리 서로 으르렁대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아껴주고 도닥거려주면서 우애를 다지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애미의 소원이란다. 내가 살아 있는 한은 그런 일이 없기를 부탁한다.“ 김 여인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듯이 안방으로 들어간다. 선경이는 이정옥이 못마땅스러웠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제일 윗사람으로 올케를 가지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없는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속을 꿰뚫어보았다고 말을 할 수도 없다. 선경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 버린다. “동서! 왜 그런 말을 해서 형님이 화가 나서 가버리시게 해?“ “왜요? 제가 못할 말이라고 했어요?“ 이정옥은 성경화의 말에 오히려 화를 낸다. “당신 정말 어디를 가나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고 있어?” 종찬이 아내를 나무란다. “집에 가서 얘기해요.” 둘째네 역시 기분이 좋지 않게 돌아간다. 성경화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안방으로 슬며시 들어가 시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어머님! 저희들 그냥 월세 방이나 하나 얻어 주세요.“ “넌 아무소리 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라! 아이들이 하나도 아니고 셋씩이나 되는데 월세 방에서 못산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너는 우리 집의 맏며느리다. 이제 또 다시 아래동서가 들어오면 그래도 번듯한 전셋집이라도 있어야 윗사람 대접을 받는 것이다.“ “동서가 저희 때문에 기분이 나빠서 돌아갔어요.” “그냥 내버려 두어라! 그 아이의 성질을 누가 맞추어 줄 것이냐? 내일부터 일억을 예산하고 살 만한 집을 알아 보거라!“ “어머님! 정말 죄송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래! 그동안 네가 고생이 많았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마음을 변치 말고 살자! 응?“ “네!” 성경화는 시어머님의 깊은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가 생긴 것이다. 이제 김 여인은 자식들을 내보내고 선미하고 남편만을 모시고 조용하게 살고 싶다. 성경화가 나가자 선영이 들어온다. “엄마! 정말 나를 나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 언제까지 내가 네 시중을 들면서 공짜 밥을 먹여줄지 알았니? 너도 이제 내일모래면 사십이다. 가라는 시집도 가지 않고 그렇다고 직업이 있어서 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가지 내 앞에서 공주로 살아갈 생각이었니?“ “엄마!” “따로 나가야만 너도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 그런다.” “엄마! 돈 벌게요. 내일부터 열심히 돈을 벌게요.“ “그러니까 돈을 벌어서 네 앞가림을 하고 살란 말이다. 더구나 수현이까지 내가 뒤치다꺼리를 하게 만드는 네가 정말 싫다.“ 김 여인은 정말 수현이에게 정이 가지를 않는다. 항상 입을 꾹 다물고 묻는 말에나 겨우 대답을 할 뿐인 수현의 성격이다. 여전히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누가 뭐라고 하던 자신이 우선인 사람이다. 어쩌다 영애가 그 방엘 들어가서 제 물건이라도 손을 대는 날이면 있는 대로 짜증을 낸다. 단 한 번도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간식거리를 사도 아이들을 주지도 않고 그 누구도 먹어보라는 말도 없이 혼자서 식탁에 앉아서 먹곤 한다. 김 여인은 선영이하고 수현이가 똑같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둘 다 똑같이 결혼을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사십에 가까운 나이들이 되었어도 여전히 철부지고 생각들이 없는 사람들이다. 선영이는 집을 보러 열심히 다닌다. 선영이가 보러 다니는 집은 둘이 살기에는 너무 크고 좋은 집이다. 방이 세 칸에 넓은 거실과 주방이 있은 오 육천이상이 되는 집들이다. 김 여인은 결단코 선영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 버려두지를 않는다. “선영아! 너 혼자서 살아가려면 그렇게 넓은 집이 뭐가 필요하냐?“ “왜 혼자에요? 수현이하고 둘이서 살아가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하지 않아요?“ “그건 네가 돈을 벌어서 해! 삼천만원 정도에서 방을 얻어 줄 거니까!“ “엄마! 나 결혼을 한다면 그 정도밖에 안 해줄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그 정도면 너무 많지 않니? 네가 벌어놓은 돈도 하나도 없이 순전히 부모 힘만으로 결혼을 하려고 해?“ 선영이는 매일 떼를 쓰다시피 한다. 김 여인은 선영이에게 삼천 오백짜리 전세를 얻어주고 냉장고에 tv 세탁기 등 모든 살림들을 마련해 주고 아들네보다 먼저 내 보냈다. 이제 당신이 끼고 살아서는 안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집안일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것이고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스스로 감당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독립을 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선영이하고 종엽이네를 내 보내고 나자 집안이 훤하고 넓어 보인다. 숨통이 트일 것만 같고 조용하다. 싫다고 하는 선미에게 승용차도 한대 사 주었다. 그리고 종원이도 결혼을 해서 살도록 해 주었던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
첫댓글 고향설 시인님의 좋은글 "자식들(20회)"와 아름다운 영상 즐감하고 갑니다.
비가 오는 오늘은 그리움을 가득담고 행복하고 즐거운 주일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즐감 하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