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오만 살랄라 1일
어제 그 난리를 당하고 9시경 잠 들었더니 오전 5시 30분에 잠이 깼다. 까마귀들이 우는 소리 속에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아예 한 8~9시까지 자려고 했는데 습관은 무섭다.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 어제였고,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아침이 밝는다. 오만 살랄라항 도착. 거의 봉변에 가깝다.
미리 연락했던 에이전트는 통화도 안 되고, 포트 컨트롤은 에이전트 없다고, 12해리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해경의 핸드폰 데이터 쉐어링으로 간신히 연락했던 메일을 열어 에이전트 회사에 연락하니, 비자된다 곧 된다. 말만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사라졌다. 새로 소개받은 에이전트는 SIM 카드 가지고 온다더니, 사람 보낸다. 라고 안보내고, 자신이 직접 30분 만에 온다고 하고 안 온다. 그러더니 에이전트 피는 1,200 달라 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결국 수많은 거짓말 속에 하나도 해결된 일은 없다. 나는 인도적 차원의 임시 입항되었다. 그것도 오만주재 한국영사님의 도움으로 된 거다. 오늘 아침 10시엔 인도적 차원에서 디젤과 물을 공급받고 떠날 수 있도록 오만 해경과 포트 컨트롤에 전화를 해 주신단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내겐 아직 기댈 곳이 하나 남아 있다.
오늘 아침엔 어제 포기한 회사와 다시 한 번 연락을 해보고 SIM 카드 가지고 오라고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오만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내 일을 해야 한다. 나는 레이더 플로터를 고치고, 엔진을 점검하며 소중한 하루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들과 내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오전 6시 30분 대강 주변이 환하게 보인다. 나는 레이마린 C-80플로터를 분해한다. 분해는 어렵지 않다. 방수 씰을 위한 작은 나사가 20개쯤 된다. 이걸 매번 풀고 조이고 하는 게 일이다. 다 풀고 마더(전자)보드를 찬찬히 살핀다. 스위치가 한 개씩 고장 나는 게 아니라 꼭 2~3개가 동시에 고장 난다. 그러면 이건 스위치 개별 고장이 아니다. 이건 신호를 모아주는 커넥터 문제다. 커넥터를 살핀다. 겉으로는 별 문제 없다. 고정 장치를 풀어본다. 이런, 뒤에 소금덩이가 뭉쳐져 있다. WD-40을 뿌리고 면봉으로 찬찬히 닦아낸다. 이게 문제였나? 가 조립 후 동작해보니 잘 동작한다. 이게 문제였구만. 그런데 다 조립하고 전원을 켜니 똑같은 스위치가 다시 안 들어온다. 다시 분해한다.
원인 부분을 알았으니 이번엔 바로 커넥터로 간다 커넥터를 완전히 빼보니 안쪽 슬롯에 푸른 녹이 보인다. 다시 잘 낚아내고 조립한다. 반쯤 조립하고 시험해 보니 다 잘된다. 완전조립하고 다시 전원 켜니 또 똑같은 증상이다. 뭐지? 다시 분해한다. 커넥터를 완전히 빼고 다시 청소하고 단단히 조립한다. 이번엔 한 단계씩 조립할 때마다 시험해 본다. 결국 완전 조립할 때까지 다 잘된다. 문제는 이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다. 항해 중에 또 고장 나도 원인을 아니 중간에 파도 잔잔한 날 분해 조립해도 된다. 어쨌든 하나 또 해결이다. 출항 직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떠나자. 문제는 여기서 기름채우고 떠날 수 있을까? 다. 그러나 너무 걱정말자. 오늘 10부터 오만주재 한국영사관님이 인도적 차원의 디젤 구매를 진행 하실 거고, 나도 코스트가드에 읍소해 볼 예정이다. 일단 밥이나 먹자.
식사를 마치고 배를 점검한다. 엔진룸의 바닥을 잘 닦는다. 그래야, 이상이 생기면 바로 체크 가능하다. 냉각수 체크, 기어오일 체크, 엔진오일 체크(싱가포르가면 갈자) 전체적인 점검을 하고 있을 때, 어제의 두 번째 에이전트 Roxoh 에게 연락이 온다. 도대체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영어다. 몇 번씩 다시 물어가며 대화한다. 살랄라 항에서는 진행이 어려우니 19마일 떨어진 Hawana salalah 마리나로 이동 하잔다. 나는 일단 네가 여기로 와라. 와서 에이전트 피랑, 디젤 값을 알려 달라. 그것이 확인되면 나는 바로 이동할거다. 그런데 에이전트피 1,200 달라는 지독하게 비싸다. 전 세계에 어디도 그런 에이전트 피는 없다. 라고 하자. 자신이 에이전트 피는 300달라란다. 엉? 나는 여기서 녹음을 시작한다. 다른 비용까지 합쳐서 그 정도라는 거다. 그러니 SIM 카드를 가지고 네가 와라. 와서 서로 확실하게 이야기 하자. 자기는 살랄라항에 들어 갈 수 없단다. 도대체 뭐지? 어째서 에이전트가 항에 들어 올 수 없나? 기괴하다. 말을 어디서부터 믿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 나를 일단 다른 곳으로 빼버리려는 속셈인가? 왜?
좋다. 그러면 너의 에이전트 피는 300 달라 동의한다. 나머지 디젤 값을 알아봐 달라. 전화번호를 준다고 한다. 아니아니! 네가 내 에이전트 아니냐? 그러니 디젤 값과 마리나 사용료를 확인해 달라. 그게 확인되면 나는 Hawana salalah 마리나로 가겠다. 오케이, 확인하고 연락 줄게. 그래서 지금 기다리는 중이다. 뭔가 불확실하면서도 상황이 확확 변한다. 양자역학인가?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확인할 수 없는. 참 별 세상이다. 나이 60은 애송이구나. 세상에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9시 30분. 기적이 시작되다. 그 신호는 아침에 오만 영사관에 연락한 후 왔다. 지금 상황을 대충 설명하니 구 영사관님이, 아직 SIM 카드 못 구했어요? 묻는다. 네. 하 참 그 사람들, 어제 코스트가드에 SIM 카드 좀 구해 주라고 하니 그런다고 하두만. 나는 몇 가지 더 물어보고 곧장 텐더를 몰고 해양 경찰서로 간다. 중간에 만난 기술자들에게 인사하니 너무나 반갑게 화답해 준다. 어디나 민간인들은 다 순박하고 성실하다. 잘 못된 공무원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다 망친다. 도착하니 입구에 경찰들이 막 나온다. 엇! 어제 만난 경찰이 있다. 너 나 알지? 어제 온 요트. 그들이 아는 체를 한다. 나는 과장되게 반가워하며 SIM 카드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다들 손가락으로 차에 탄 경찰 압둘라! 를 가리킨다. 아, 어제 친절하던 그 경찰이다.
압둘라는 내게 차에 타라고 한다. 바로 가까이에 마트가 있다고 한다. 거기서 SIM카드를 사면 된단다. 마트? 그럼 식품을 좀 사도되나? 물으니 그게 왜 안 돼? 하는 표정이다. 앗! 하나 해결. 500미터 정도, 경찰서와 마트 가운데 제네시스가 있었다. 길이 50미터쯤 되는 깔끔한 마트다. 8기가 일주일 사용 SIM이 25달러란다. 오케이. 이 SIM 카드는 통화도 되고 인터넷도 된다. 굿이다. 이것저것 음료수와 야채, 과자류, 계란을 산다. 마트에 타이완 젊은이들이 있다. 아! 어제 타이완 군함을 본 것 같다. 약 88,660원 어치 장을 보고 압둘라와 함께 텐더를 둔 곳으로 왔다. 정이 많은 친구다. 같이 짐을 들어주고 내가 배로 갈 때까지 바라보고 있다. 혹시 감시한 건 아니겠지? SIM 카드와 식품이 동시에 해결됐다. Hawana 마리나로 가면 디젤유까지 한 번에 해결이다.
Roxoh 에게 연락이 온다. 비용을 쭉 이야기 한다. 리저너블하다. 나는 오케이! 하고 Hawana 마리나에서 만나기로 한다. 12번 채널로 포트 컨트롤에 출항 신고하니, Stand by 란다. 도대체 이놈들은 Stand by 말고 아는 말이 없나? 30분 정도 기다렸다. 다시 확인하니 또 Stand by! 한 10분 뒤에 출항해도 좋다는 연락이 온다. Hawana 마리나까지 4시간, 오후 3시 30분 도착이다. 중간에 Hawana 마리나 관리자에게 전화가 왔다.
3시 20분 도착이다. 아니 이럴 수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여기는 천국인가. 마리나 입구에 중년 부부가 멋진 모자를 쓰고 벤치에 앉아 휴식을 즐긴다. 마리나 안으로 들어가니, 멋진 호텔과 리조트, 인공 해수욕장도 보인다. 지금까지 보아 온 어떤 마리나 보다 멋지다. 이탈리아 스베바마리나는 댈 것도 아니다. 해변에 작은 리조트 마을을 만들어 놨다. 호텔이 3개라고 한다. 입구에서 3명의 마리나 인원이 보트를 타고 온다. 그중 책임자인 아하무드가 타고 파일럿을 해 준다.
마리나에 들어가 우측으로 꺾으니 마리나 주유소다. 디젤 1리터당 0.258 리알, 한국 돈 877원이다. 지금까지의 어느 마리나 보다 싸다. 기름을 모두 꽉꽉 채우니 786.680 리터다. 총 725,985원이다. 은행수수료까지 디젤 1리터당 922원이다. 정말 좋다. 오만의 인상이 싹 바뀐다. 어제는 지옥 오늘은 천국이다. 인생살이 정말 신기하다. 오만상이 펴진다.
이제는 살랄라 마리나에 가지 않고 Hawana 마리나에서 모든 입국 절차를 할 수 있단다. 여기 연락처만 알았어도 어제 그 고생은 안하는 건데. 젠장이다. 폰툰에 정박하니 에이전트와 검역관이 온다. 여권 보여주고 간단한 서류에 사인하고 끝이다. 그런데 비용이 정말 사악하다. 어제 쫒겨 났다가 간신히 들어간 포트 비용까지 다 들어 있다. C.I.Q. 비용이 무려 203만원이다. 오만에 3일 있으니, 하루 67만원 꼴이다. 이러니 정신 제대로 박힌 선장이라면 누가 여길 오겠나? 나는 5월에 사이클론 피해서 인도양을 건너려니 할 수 없이 왔지만, 9월에 지부티 출항하면 여기 안 들리고 바로 스리랑카로 갈 수 있다.
또 2박 3일간 정박료가 무려 545,000 원이다. 하루 180,000원. 이러니 내배에서 자면서 고급호텔 보다 더 비싼 비용을 낸다. 보통 1리터당 1.5 달라인 기름 값 156만원에서 72.5만원으로 83.5만원을 절약했다 해도 총 330만원 사용이다. 기름 값 이익 분을 빼도 총 246.5만원. 오만에서 살랄라 1일, Hawana 2일 총 3일이니 하루에 82.1만원이다. 흠. 오만 절대 오지마라. Hawana에서 가족과 함께 며칠 진짜 파라다이스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오만 올 이유가 1도 없다. 어허! 나는 진짜 어쩔 수 없이 온 거라니깐.
Hawana 마리나에 오니 진짜 내가 무슨 동화 속 여행 같다. 바다에서 죽을 고비 넘기고, 갑자기 오아시스 파라다이스 같은 곳에 오고. 인생이 롤러코스터다. 내가 들렀다 온 수단은 지금 쿠테타가 일어나서 전쟁 중이라고 미국 선장 라일리가 알려준다. 여기서는 수에즈부터 아덴만, 지부티, 살랄라 까지의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다. 사람 마음 간사하다. 당장 기름만 채우면 떠난다고 하더니, 여기서 하루 쉬어 가기로 한다. 멋진 레스토랑이 많다. 오늘 저녁은 작은 아일랜드 레스토랑에 B.B.Q.따위를 좀 섭취 해보자. 모레 아침에 출항하기로 하고 내일은 하루 쉬어 갈란다. 3월 12일 이집트 포트사이드 도착, 수에즈부터 여기까지 1달 10일 동안 제대로 된 곳은 딱 하나 여기뿐이다. 그리고 다시 스리랑카 Galle 까지 가야 하니 하루만 쉬어가자. 하루 만에 인도양에 사이클론이 오지는 않겠지. 제발~
오만 Hawana 마리나 책임자 아하무드, Ahmed Hussain +968 9639 6127
디젤 1리터 0.258리알 0.6798 달러(922원) 외엔, 모든 게 말이 안 되게 비쌈.
오만 살랄라 에이전트 Roxoh +968 7151 0865
먼저 지부티의 짠물을 다 빼고 깨끗한 수돗물을 넣는다. 물맛을 보니 깔끔하다. 행복하다. 물탱크 필터도 청소하고 제대로 된 물을 앞 뒤 탱크에 가득 넣는다. 오늘 저녁 샤워하고 빨래하고, 모레 아침에 다시 가득 깨끗한 물을 넣어 스리랑카로 떠나자. 자 슬슬 씻고 저녁 먹으러 가볼까?
아일랜드 레스토랑까지 걷는 길은 전형 적인 리조트다. 사막에 인위적인 관광단지를 꾸몄다. 걷다보니 중국인들이 많다. 종업원도 중국인들이 있다. 어쩌면 중국인이나 화교 자본이 만든 별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오만은 한국인들에게 그냥 출국권고 국가다. 하지만 내부는 이렇게 멋진 휴양지다. 우리 외교부의 시야가 좀 더 벌어야 우리도 이런데 자본을 들여 휴양지를 꾸지고 관광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주제넘은 생각을 해본다.
이들의 크리마스마스 라더니, 라마단의 마지막 축제 시즌이다. 가수가 노래하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목적지 아일랜드 레스토랑에 간다. 멋지다. 종업원들이 현지인, 백인, 흑인, 중국인 다 섞여 있다. 맆아이 200그람을 시키고, 디저트로 바닐라 아이스크림.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고기 맛을 좀 봤다. 맛나다. 이제 스리랑카에서 랑카위까지 근 한 달여 잊고 살아야 할 맛이다. 어늘은 제대로 허리 펴고 자보자. 내일 아침 또 배 점검을 하자. 인도양 장거리 항해가 기다리고 있다,
첫댓글 CIQ 비용을 모든 나라에서 받는 것인가요? 공항 이용료라는 것은 알아도 일반 요트에 CIQ 비용이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CIQ 없는 항로를 택해야하는 것인지??
네 점점 더 엄청나게 오르는 추세 입니다. 이제는 억대 가져야 세게일주 항해 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진짜 세계일주 요티들은 보급할 때 빼곤, 다 앵커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