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종주기
동해안 해파랑길은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인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고성군 군사분계선 내에 ‘통일전망대’까지 770km의 걷기 길이다. 문화체육부의 지원을 받아 4개 광역단체, 19개 기초단체, ‘(사)한국의 길과 문화’가 함께 조성한 이 길은 부산,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의 10개 구간에 총 50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2009년 12월에 조성을 시작하여 2014년 12월 개통예정이었으나 일부 구간이 다소 늦어졌다.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바다를 동무삼아 함께 걷는 ‘해파랑길’의 “해는 순수말 ”해“와 바다 해(海)를, ”파“는 파란 바다와 파도를 ”랑“은 ‘누구누구란’ ‘무엇무엇이랑’ 함께 할 때의 ”랑“을 의미한다고 한다.
‘부산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부산갈맷길’, ‘울산솔마루길’, ‘경주주상절리길‘, ’포항감사나눔길‘, ’영덕블루로드길‘, ’울진관동팔경길’, ‘삼척수로부인길’, ‘강릉바우길’, ‘고성갈래길’, 등 동해안의 좋은 길들과 하나의 길로 이어져 해안과 어촌의 길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내륙으로 들어가 산과 강과 들, 시골마을을 돌아 나오는 걷기 길이다. 해파랑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장거리 트레일로 백두대간(690km), 제주올레길(425km), 지리산둘레길(269km) 등이 유명하였으나 해파랑길은 국내에서 최장거리 트레킹 코스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하며 역사적, 문화적, 인문사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한국인이 죽기 전에 꼭 걸어봐야 할 길 100선’에 선정되어 많은 여행자들에게 뜨거운 각광을 받고 있다.
인간에게 ‘걷기’는 지극히 당연한 기본이지만 현대인에게 새롭게 부각된 “걷기”를 체계적으로 알려야겠다는 뜻에서 걷기와 여행을 접목하여 출발한 ‘워킹여행클럽’이 인구 50만의 소도시 천안에서의 출발은 엄청난 실험정신이었다. 이 클럽의 리더가 되어 운영해 온지 8년이 되어가는 해에 멀리 유럽 땅 “순례의 길”을 걸어보자고 계획하면서 그 전초전으로 우리나라 장거리 트레킹 코스인 ‘지리산둘레길’을 2018년 6월 시작으로 하여 장거리 트레킹 코스를 매달 1~2회씩 걷자는 각오아래, 2019년 12월 8일 부산구간 1코스를 시작으로 장대한 꿈을 간직한 40여명의 회원들이 ‘해파랑길’ 첫발을 띄기 시작하였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걸어가는 해파랑길 걷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길에는 높은고개를 비롯해 산으로 넘어가는 숲길, 전 국토의 80%가 산지라는 우리나라의 산을 관리하기 위하여 조성한 임도길, 예부터 조상들이 걸어 다니고 산꾼들이 만들어 놓은 오솔길과 바닷가를 걷는 해안길, 인간의 편리성을 위해 만든 차도와 마을길,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길들이 존재하는 걷는 길을 수많은 시련을 격으면서 걷는 순례의 길로 생각하고 50개 코스의 여정을 남기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1. 부산구간(1~4코스) 74.1km
‘가마솥을 닮은 산이 많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부산(釜山)은 살기 좋은 고장이며 억세고 거친 대명사 ‘자갈치아지매’를 연상시키는 부산은 인구 450여 만 명의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제1일 무역항이다. ‘해파랑길’의 부산구간은 동해 최남단이자 한반도의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분기점인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여 동해남부선 철도가 지나가는 기장군 월내역까지 14.1km로 조성되어 있으나 약간의 변형구간에 따라 거리는 유동적이나 공식적으로 74.1km로 안내되고 있다.
1코스는 오륙도해맞이공원 앞에서 시작하여 ‘이기대해안길’을 지나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동백섬, 해운대해변을 지나 미포에 이르는 아름다운 길이다. 2코스는 ‘해운대3포’라고 불리는 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지나 문테로드와 달맞이길을 지나고 해동용궁사, 오랑대를 만나고 멸치의 집산지인 대변항에 이르는 길이다. 3코스는 해안을 벗어나 내륙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코스로 황학대와 기장군청을 거쳐 울산 서생면으로 넘어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을 지나 진하해변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부산구간의 해파랑길은 갈맷길과 대부분이 겹치는데 3코스는 갈맷길 1코스 1구간과 겹치고, 2코스는 갈맷길 2코스와 반대방향으로 겹친다. 임랑해변에는 ‘갈맷길 시작점’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유난히도 갈매기를 좋아하는 부산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듯 해파랑길 부산구간은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라는 노래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1코스(오륙도해맞이공원~미포) 17.7km
오륙도해맞이공원-동성말-광안리해변-ADEC하우스-해운대해변-미포 구간으로 시작하는 해파랑길 1코스를 걷기위해 출발한 2019년 12월 8일은 나에게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다. 아내를 만나 백년을 해로한 ‘결혼기념일’이다. 저녁에 아이들까지 오겠다는 것을 마다하고 전날 저녁에 가볍게 축하를 해주고 아침 5시30분 40여명의 클럽 회원을 모시고 5시간여의 장거리 운행으로 오륙도해맞이공원에 도착하니 오전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동해해파랑길 종주 안전기원제’ 라고 쓴 현수막을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설치하고 간단하게 준비해 온 과일과 떡, 주(酒)와 포(脯)를 진설하고 무사히 종주를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안전기원제’를 올리고 해파랑길 첫발을 내딛었다.
바다가 파도에 부딪쳐 하얀 거품을 내는 오륙도가 보이는 곳에 동해와 남해가 갈라지는 분기점 북위 35도 1분에 위치해서 기념촬영도 하고, 오륙도스카이전망대에서 남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동해에게 감사를 드리며 이기대해안길로 들어선다. 입구에는 갈맷길 2-2구간을 알리는 표지판이 길을 안내한다, 기암괴석의 깎아지른 벼랑위로 난 길에는 위험구간에 목책이 설치되어 있다, 오랫동안 출입을 통제하던 곳으로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어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해안 절벽길을 따라간다, 편안한 흙길과 데크길, 괴기한 형상의 바위인 농바위와 치마바위를 바라보며 길을 걷는다, ‘이기대해안길’은 여러번 회원들과 이곳을 찾아왔었다, 하지만 해파랑길 종주에서 걷는 길은 다소 조급감이 있어 그런지 빠르게 걸어 나간다.
이기대는 임진왜란 당시 외군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주연을 베풀 때 ‘수영성’에서 살던 두 기생이 자청해서 왜군의 잔치에 나와 시중을 들다가 술에 취한 왜장을 껴안고 함께 바다에 빠져 숨졌다, 하여 ‘이기대 또는 의기대’라 하였다. 조국을 위해 이름없이 죽어간 의녀를 생각하며 걷다보니 진주성 촉석루 아래 바위애서 똑같이 바다로 뛰어든 ‘논개’의 충절을 기리고 있건만 이곳 두 의녀는 이름도 없이 전해오는 전설로만 지나지 않는 것에 아쉬움이 말려온다.
이기대해안길이 끝나는 지점에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전망대에서 인원을 점검하면서 전망좋은 동성말에서 추억의 사진도 남겨보고 해안선을 따라 바다를 가로질러 7,42m나 되는 장엄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민락어패류시장’을 지나고 광안리해변을 걷는다, 민락교를 건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마린시티를 거쳐 동백섬에 다다른다, 동백과 해송 숲에 둘러싸인 동백섬을 들어서서 누리마루(ADEC) 하우스를 지나 전망대에서 푸른바다를 바라본다.
동백섬 정상의 ‘최치원기념공원’과 최치원 선생이 직접 자신의 호를 따서 지었다는 ‘해운대’라 새긴 석각을 지나 파도치는 바다가 바위에 앉아있는 인어상을 바라본다, 이 인어상은 인도의 황옥공주가 가락국의 수로왕에게 시집와 먼 바다건너 고향과 가족을 그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의 최초의 조상! ‘김해김씨의 시조 김수로왕‘ 왕비의 역사가 시작된 전설이 담겨있다. 동백섬을 빠져나와 겨울임에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난다. 관광안내센터에서 1코스 스템프 인증을 찍고 머지않은 1코스 종점 미포를 향해 걷는 길에는 겨울날씨답지 않은 찬란한 태양이 저녁노을을 붉게 물들이며 끝가지 따라온다.
첫댓글 시작이 반이라 어느듯 끝이 보이네요
시작 때는 두렵지만 끝을 맞이 할때는찬란한 기쁨일 것입니다
완주 안전 기원제 사진을 보니
제주를 하면서 호주머니가 텅비어 당황했던 모습이 떠 오름니다.
그리고 트레킹을 하면서 아는 분이 한사람도 없어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걷던 내 모습이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