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0,17-22
예수님의 죽음을 포함하여 초기 교회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 신앙은 끊임없이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2,000년 그리스도 교회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라고도 합니다.
그 역사 속에 오늘 우리 한국교회가 머리 숙여 깊이 경축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계십니다.
1845년 8월 17일, 중국 상하이의 김가항 성당에서
한국교회의 최초 사제로 서품을 받으시고,
사제가 되신 지 1년 30일, 1846년 9월 16일,
향년 26세 꽃다운 나이에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십니다.
[순교]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 혹은, 색깔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 몸으로 실천하고 [증언하기 위하여
피를 흘리며 죽은 [적색 순교],
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등진 철저한 금욕적 수도생활을 하는 [백색 순교],
그리고, 세상을 등지지는 않았지만,
순교의 영성으로 감옥에 갇히고, 고통과 박해를 견뎌내는 [녹색 순교]가 있습니다.
교회로부터 아무런 사례금도 받지 않고, 스스로 천막을 짜며 생활비를 벌어 쓰면서
평생을 선교에 바치신 사도 바오로야 말로
[매일 죽는 사람]91고린 15,31) 곧, [녹색 순교자] 이시겠습니다.
한국어 [순교]라는 단어에서 [순]의 한자는 [따라죽을 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원래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로 마르띠리움(martyrium)으로,
평소에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던 [죽음]의 의미 보다는
[증언, 증거, 증인]이라는 뜻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순교자 혹은 증거자]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눈으로 보이도록 드러내는 이콘(ICON)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저 너머에 시선을 두고 살아가고 있다면
그만큼 더 여유롭고 초연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 시선이, 그런 믿음이, 그런 생각이 다 우리의 삶,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증거됩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탄생 200주년 희년을 선포하면서
한국교회가 내건 표어 입니다.
우리의 지쳐 잠든 영혼을 깨우는
우뢰와도 같은 말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마태 10,39)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