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내맡기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다
09
하느님이 우리에게 쏟아 부어 주시는 사랑을 우리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분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뒤바꾸어 주신다
우리가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완전히 내맡겨 드리기만 한다면,
그분은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거두어 가시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훨씬 더 좋은 것을 보내주십니다.
그분은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 줄 것처럼 여겨지는
힘과 지혜와 모든 것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십니다.
그렇지만 그때 그분은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을 베풀어 주십니다.
이 사랑은 우리 안에서 초자연적인 불처럼 타오릅니다.
자연계에서 만물은 그것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꽃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고,
모든 동물들은 고유한 본능을 지니고 있기에 실제로 모든 피조물은
존재(存在)가 필요로 하는 독특한 적합성을 지니고 있다 하겠습니다.
은총의 세계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즉 우리는 제각기 특별한 은총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세우신 상태대로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우리 모두에게 베푸시는 하나의 상급입니다.
영혼은 하느님께로 향해 가는 그 순간부터 그분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되는데,
이 영향은 영혼이 위탁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아포기의 전체 업무는 바로 사랑하는 일이며,
이 사랑은 모든 것을 완성으로 이끕니다.
사랑은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어떻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랑의 모든 행위를 지배하는 영혼에 대해
어찌 하느님의 사랑이 그 무엇을 거절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하느님만을 위해 살아가는 영혼이 어떻게 그분께 무얼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이 원하는 것을 사랑은 거절할 수 없고, 사랑이 거절한 것을 사랑은
원할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선한 의지만을 염려해 주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다른 어떤 소질이라든가 부족한 자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원하고 계시는 것은
정직하고 솔직하며 단순하고 순종적이며 성실한 마음뿐입니다.
그분이 그러한 마음을 보시게 되면, 그 마음을 차지하고 영혼의 모든 응답을
조종해 주시므로 영혼이 성성(聖性)의 길로 나아가는 도중에
모든 것 안에서 아주 귀중한 것을 발견하도록 영혼을 다루어주십니다.
실상 영혼을 파고들어 그것을 파괴시키는 요소들도 있지만,
선의로 가득 찬 영혼은 그러한 난입을 허용할 수도, 문제로 삼지도 안습니다.
만일 그러한 영혼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면,
하느님은 그 영혼을 안전하게 인도해주실 것이고, 혹시 그 영혼이 거기서
떨어지게 될 경우에는 하느님이 그를 붙잡아 구해 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그러한 과실은 단순히 인간의 약점이어서
좀처럼 알아채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하느님의 사랑은 영혼이 그러한 것들로써 선익을 얻도록
허락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은 미묘하고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충동으로
영혼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바른 것을 말하고 행하도록 설득하십니다.
이러한 충동들은 신적 지혜에서 나오는 섬광으로
영혼들이 그 단순성으로 말미암아 너무나 쉽사리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까닭에
그 길을 잃지 않도록 막아 주는 빛입니다.
이 영혼들이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영혼들이 그런 것들에게서 다치지 않고 빠져 나올 수 있게끔
해주실 것입니다.
번번이 사람들이 이 영혼들에 대항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지만,
하느님의 섭리는 영혼들을 도우러 오셔서 모든 올무에서 그들을 구해주시고
사람들이 그렇듯 조심스럽게 꾸며 낸 구렁텅이 속으로 그들 스스로 빠져들도록
모든 음모를 처리해 주십니다.
이 영혼들은 하느님의 가르침에 의해 어리석은 짓을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원수들이 그들을 위해 세워 놓았던 모든 난관으로부터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해방시켜 주심으로써 이러한 일들은
종지부를 찍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이토록 선한 의지의 친교 안에는
얼마나 위대한 찬란함이 존재하고 있는지!
또 진실한 단순성 안에는 얼마나 큰 분별력이 자리하고 있는지요!
그러한 순진한 자유 안에 자리한 덕행들과 그 올곧음 속의 비밀들이여!
젊은이 토비아를 보세요.
그는 겨우 어린 아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천사 라파엘이 그의 곁에 있어주고
또 대천사의 안내를 받아 아무것도 두려워하질 않고 필요한 모든 것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를 공격하던 괴물들조차도 그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그를 도와 병을
치료해 줍니다. 불시에 그를 습격하던 것은 그에게 훌륭한 음식이 되어 줍니다.
그는 파티와 혼인잔치에만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섭리의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건들도 수없이 많지만 하느님은 이런 잔치에만
마음을 쏟도록 하셨습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축복이고 번영이었으므로
잘되지 않는 일이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할 것으로 믿고 몹시 흐느끼고 있었으나
그의 아버지의 믿음은 결코 꺾이질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의 아들은 집에 안전하게 돌아와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