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혜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게 현대요가의 실태를 묻다.
요가란 무엇인가.
원론적인 질문이다.
그렇지만 또 다시 이 질문을 꺼내드는 건,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현대 요가는 대부분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의 범위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디 요가의 정의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가 경전에서 요가의 어원에 대해 '묶다', '결합하다'로 밝히고 있음을 한번씩은 들어봤음직하다.
결국 고대의 요가란 몸과 마음과 영혼의 통합을 추구하는, 영성을 깨우기 위한 하나의 수행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요가를 보급하기 위해 무언가를 배우다 보면,
결국 끝없는 육체적 수련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섭렵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거기서 멈춰서 스스로 질문한다.
나는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가...?
나는 멋진 아사나를 하기 위해 요가를 선택했는가, 아니면 영성을 추구하고자 선택한 것인가.
모두는 아닐지라도, 아마도 많은 요가 교사들이 이런 현실의 벽에 부닥치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이런 의구심을 품고 참석했던 한국요가학회의 열 번째 학술대회에서
'현대요가에서 스와미 사띠아난다의 공헌' 이라는 주제의 논문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그 논문의 주인은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의 서정혜 교수. 바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서정혜 교수의 논문 ' 현대요가에서 스와미 사띠아난다의 공헌'을 읽고서
그라면 현대 요가의 세계적 흐름과 한국 요가의 미래를 짚어볼 수 있으리란 판단에서다.
기자 : 교수님의 논문을 매우 흥미롭게 읽어보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식 학회가 한국요가학회 한 곳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를 비롯하여 요가 선진국에서
는 요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다는 것 같은데요. 교수님 논문에서 보면, 현대인들에게 유용한 기술적 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발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요가 현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서교수 : 지난 수십년에 걸쳐 한국 요가는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요가 인구의 양적확산에 이어 요가계의 질적 성숙과 학문적 정
착, 그리고 요가인들의 관심과 요구의 다양화가 현저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몸의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으로만 대중적
으로 알려졌던 요가에서, 요가의 보다 다양한 측면들에 대해서도 대중적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국내 여러 대학에 요가관련학과들이 정착되고, 요가학회가 활성화되면서
요가의 과학적, 학문적 연구와 요가치료라는 새로운 전문 영역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십여 전에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고 모두 선배 요가인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죠.
제 논문에서 설명하였지만, 동양의 심리영성기술인 요가는 오랜 역사 속에서 그 사회의 철학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면서 계속
변화하고 발전되어 왔습니다. 현대요가 역시 시대적인 특성을 반영하면서 각 나라에서 그 사회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요
가문화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요가 문화도 상당히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예를 들어 정규 대학과정 내에 학위코스로 요가학이 정착되어 있는 나라는 아주 드물지요.
기자 : 요가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서양은 어떠한가요. 학회나 대학교 과정이 없는 대신 어떻게 발전하는지요.
서교수 : 요가관련 단체나 협회, 학회나 연구기관의 형태도 나라마다 다양합니다. 50~80년대에 요가가 본격적으로 서양에 소개되면서 의
학, 심리학, 체육학이나 교육학등 많은 학문영역에서 요가를 과학적으로 연구해서 학문 내에 통합해 내었지만, 대학 내에 요가학
과가 유지되는 경우는 더물지요. 인도 비하르 요가대학이 세계 최초로 국가가 공인하는 석박사 과정에 다양한 요가 관련학과들
을 시도했어요. 서양에서는 오히려 요가연구소나 센터들, 또는 전문 요가인들의 모임들이 중심이 되어 연구와 훈련과정이 조직
되고 각종 세미나나 컨퍼런스등이 열리고 있다고 봅니다. 학자들이 중심이 된 학회보다는 전문가들 중심의 실용적인 모임들이
주로 눈에 띄는데 최근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국제 요가 치료사 연합회(IAYT)'라든가 한국에도 잘 알려진 '홍콩 요가 컨퍼런
스'등도 그런 형태이지요. 여러 나라에서 발행되고 있는 다양한 전문적 또는 대중적 요가저널들도 현대 요가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자 :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단체나 세미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서교수 : 세계 곳곳에 다양한 요가관련 학회와 요가 단체들이 있지만, 무엇이 가장 권위 있다고 확정짓긴 어려워요. 그보다는 먼저 어떤 사
람들이 모여 무슨 목표를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를 먼저 살펴보고 자신이 원하는 단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전통적인 요가수행을 강조하는 영적 단체들도 있고, 하타 요가의 실용적인 면을 위주로 하거나 요가의 치료적 응용에 관심을 두
는 단체들, 또는 요가를 과학적, 의학적으로 연구하는데 관심이 있는 모임 등 다양합니다.
최근 한국 요가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다양하고 효과적인 하타요가의 지도법이나 요가치료사 같은 실용적인 부분인
것 같습니다.
1975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요가저널[Yoga Journal]’은 최근 세계적으로 100만 독자층을 확보하면서 대표적인 세계적 건강 저
널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서 매년 다양한 요가컨퍼런스들을 개최하고 있지요.
IAYT에서도 [International Journal of Yoga Therapy], [Yoga Studies]등의 저널들을 발간하면서 다양한 세미나나 연구들을 지
원하고 있고요.
기자 : 인도와 선진국에서는 주로 어떤 요가를 하는가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요가 프로그램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들이 있다면요.
서교수 : 제 논문에서 밝혔듯이 현대 인도요가에는 북부전통과 남부전통이 있어요.
북부전통은 주로 고전적인 영적 수행이 중심이 된다면 남부전통은 주로 하타요가를 중심으로 발전하였지요.
대표적인 전통들에 대해서는 제 논문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요.
하타 요가든 고전적 요가든, 여전히 현대요가의 수행과 교육은 인도에 본부를 둔 여러 아쉬람이나 요가대학 또는 요가센터들의
훌륭하신 요가 스승들의 가르침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요가의 다양한 실용적 응용은 서양에서 주도하면서 새로운 현대요가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양에는 이미 요가를 아주 다양하게 활용한 많은 심리영성 프로그램들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전통의 하타요가도 여러 가지 형태로 가르쳐지고 있고요.
요가와 체육학, 의학 등을 통합하여 만든 새로운 종류의 육체적 수련법들도 있고,
서양 심리학과 심리치료기법에 동양의 철학과 요가 수행법들, 호흡, 이완, 명상법등을 접목시켜 만든 프로그램들도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탄트릭의 원리나 수련법들을 현대적으로 변형하여 상품화한 것도 많이 있지요.
이러한 다양한 접목과 응용을 모두 요가라고 할 수 있는가는 요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관련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양에서도 아사나 같은 육체적 운동만을 요가로 협소하게 이해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요가인의 입장에서 요가를 육체적인 것으로 협소하게 정의하는 것은
지도자이자 전문가로서의 요가인의 많은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적 인간관과 건강관에 입각한 심리영성기술로 요가를 정의할 때,
현대인을 위한 요가의 무한한 잠재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는 대학 내에 요가학과가 만들어져 교육과 연구의 질적 기반이 만들어졌고,
특히 원광디지털대학교(이하 원디대)는 4년 동안 요가의 다양한 이론적인 부분을 공부하면서, 현장에서 요가를 지도하는 학생들
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4년간 전문적으로 요가의 다양한 측면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원디대는 한국의 요가문화
를 주도해 갈 수 있는 질 좋은 요가 지도자를 양산하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위: (왼쪽부터) 스와미 니란자난다, 사띠아난다 아쉬람(출처: 제이딥 요가), 사띠아난다 공식대사 스와미 사띠아다르마
아래 : 인도 델리의 시바난다 센터. 정신적인 요가 수행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타 요가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생활 저변에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가의 정신(마음)수행 측면에 대해서는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가가 다이어트 및 건강에
좋다고 하는 측면만 지나치게 부각되어 요가의 주요 측면인 심리. 영성수련이 알려지는 데 방해요소가 되지는 않을까요.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서교수 : 음... 이미 많은 노력의 결과로 일단 운동으로서 정착했지요.
원래 하타 요가는 부분적이고, 목적이 아닌 것이라고 하죠.
신체의 정렬에 대한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든 인도 요가의 대가 아엥가조차도
'정렬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으니까요.
그러나 서양의 기독교적인 이념과 요가의 영성 추구의 부분이 충돌하면서 온전한 요가의 이념과 분리되었어요.
이 충돌은 각자의 세계관인 것이기 때문에 현재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문화적인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한편 기술적인 측면만을 가지고는 금방 한계에 부딪치게 되지요.
이는 모든 요가 전공자들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지요.
기자 : 현재 한국에서는 서양에서 들어온 (혹은 서양을 거쳐 들어온) 유행 위주의 요가가 성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 요가의 특징은 다이어트 효과가 있고 다이내믹한 경향이 있어서
일반인 수련자들이 재미있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들 요가가 유행하는 것의 장.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서교수 : 음....10년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요가가 대중적인 건강법 또는 운동으로서 정착한 것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지요.
앞으로 요가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도 대중적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니까요.
많은 요가지도자들이 꾸준히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면서 전문가, 수행자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고
또 대중들의 요구도 점차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여전히 다이어트용 다이나믹한 요가가 인기를 끌고 있고, 문화센터 등에서 운동으로 요가를 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대중요가 지도의 형태도 보다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20~30명이 지도자를 따라 같이 운동하는 방식 뿐 아니라, 오래 요가를 배운 10명 내외의 소수를 지도자가 개인적 수준
과 요구를 감안하여 지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요.
오랫동안 요가를 수련하는 인구들이 많아지면서 호흡이나 명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마음을 쉬게 하는 이완휴식요가나, 요가이완법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임산부 요가나,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요가, 어린이요가, 노인요가 등 다양한 대상별 요가도 개발되고 있으며, 전문영역으
로서의 요가치료에 대한 모색도 활발하기 때문에 점차 한국의 요가문화도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영적수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증가할수록 영적 수행으로서의 요가도 더욱 많이 소개되리라고 봅니다.
기자 : 현대요가 흐름에 대한 연구의 선구자로서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서교수 : 제가 어떤 연구를 해야 할까요?(웃음)
저는 원래 건강한 사회를 화두로 삼는 사회과학인 여성학을 전공하다가,
행복이 인간의 마음 관리에 있다는 생각에 동양심리학과 수행법에 관심을 갖고 인도로 가서 요가심리학을 공부했어요.
특히 요가적 삶(Yogic Life)과 비파사나 명상수행이 어떻게 사람을 치유하고 성장시키는가가 제 관심영역이었지요.
여전히 제 가장 큰 관심사는 명상의 원리와 방법, 다양한 명상법의 치유적 잠재력과 성장에의 활용에 관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처음 인도에 갔을 때 같은 동양문화권임에도 인도가 한국과 문화적인 차이가 너무 많아서 참 놀랐어요.
그리고 서양학문인 심리학적 관점에서 동양수행 전통인 요가와 불교명상의 원리를 해석하는 것의 한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요.
물론 전통적인 동양세계관과 수행법들이 어떻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도 중요한 화두이구요.
그러다보니 동서양의 세계관 비교, 그리고 동서양이 통합되고 서양심리학과 동양심리학이 만나는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현대요가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요가의 고전 문헌들을 통한 철학적 연구나 구체적인 요가행법이나
프로그램의 효과를 밝히는 과학적 연구이외에도, 역사를 통해 사람과 사회의 구체적 요구나 필요와 함께 지속적으로 진화. 발전
되어온 살아있는 요가에 대한 역사적, 사회문화적 접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현재 각 나라에서의 요가문화와 그 교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우리의 자리를 찾고
또 우리 요가문화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글쎄 그런데 아직은 문제의식 수준이니까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요.(웃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연구할 많은 요가인들이 원디대에서 나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 좋은 말씀들 저희 후학들에게는 귀중한 정보입니다.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위 : 인도 아쉬탕가 요가의 창시자 파타비 초이스의 손자 샤라스의 일본 워크샵과 한국의 아쉬탕가 요가 정모 모습.
아래 : 아엥가 요가 수련 모습, 인도의 아엥가 요가 센터(출처 : 김이현님 블로그), 한국 아엥가 요가 센터 모습(출처 : 한국 아엥가 요가 센터).
사회문화적으로 발전하는 요가.
요가는 죽은 것이 아니다. 살아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역사와 같은 것이라고.
그리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요가의 학문과 수행, 산업이 서로 균형있게 발전하길 바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그 속에서 내가 맡은 바 역할은 무엇인가.... 고민해본다.
꾸준한 자기 성찰과 미래를 위한 투자, 그리고 한 우물을 파는 집중력.
바로 거기에 그 해답이 있지 않을까.
웹진기자 요가명상학과 김연진
[출처] 서정혜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게 현대 요가의 실태를 묻다 |작성자 원이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