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바의 감성이 그립다면 라커스 (Rockers)
종로2가를 10년째 지켜온 정통 록 바. 롤링 스톤즈의 숭배자이자 록과 블루스 음악 애호가인 사장이 확고한 취향에 근거해 직접 판을 틀어준다. 물론 신청곡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의하자. 이곳은 본조비나 윤도현 밴드가 아니라 신중현과 밥 딜런이 어울리는 그런 곳이니 말이다. 문을 열고 좁고 기다란 통로를 따라 들어서면 LP와 CD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에는 늘 혼자서 맥주병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있으니, 만약 이곳에 덜컥 혼자 들러본다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만히 앉아 좋은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마음 편하게 나 홀로 바 기행을 시작할 수 있다. 병맥주와 칵테일이 주 메뉴.
위치 종로2가 사거리 미스터도넛 옆 건물
영업시간 18:00~02:00(금·토요일 04:00까지)
문의 blog.naver.com/lowspark
곱창전골의 양음악 버전 코스모스홍대에서 좀 놀아본 사람이라면 ‘곱창전골’을 모르지 않을 터. 곱창전골이 옛음악 전문 바라면, 코스모스는 양음악 전문 LP바다. 60, 70년대 로큰롤이나 소울을 주로 틀어주는데, 음악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작년에 확장 이전하면서 간간이 흥미로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손님들 대부분이 홍대 밴드 멤버들이거나 음악 애호가라서, 개나 소나 막 오는 홍대 메인 골목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편안한 장소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면 신청곡을 넣으면서 슬쩍 얘기를 건네기에 부담이 없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기분 좋게 몸을 흔들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그런 곳.
위치 홍대 정문에서 신촌 방향으로 가다 커피프린스 건물 맞은편 지하 1층
영업시간 19:00~04:00(평일), 05:00(주말)
문의 02-332-1727
모히토와 요리가 어우러진 레스토랑 바 쿠바 (CuBar)애주가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모히토는 꼭 라 보데기타(La Bodeguita)에서만 마셨다고 했다. 쿠바가 모히토의 원산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신사동 가로수길 안쪽의 ‘쿠바’에서 마시는 모히토는 좀 다르다. 상큼한 민트 잎과 아삭하게 간 얼음을 듬뿍 넣어 제대로 만든 이 모히토를 쿠바의 방바닥 자리에 기대어 앉아 마신다면 참 별거 아닌 걸로 좀 행복해지는 듯한 기분이다. 가격은 1만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오너가 직접 꾸민 실내는 쿠바 풍물시장에서라도 건진 듯한 손때 묻은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종종 DJ 파티를 열기도 하는데, 평소에도 편안하게 흐트러질 수 있는 라운지용 음악을 틀어준다. 아, 이곳은 음식도 예술이니, 식사시간을 놓친 사람이라면 스마일 서비스가 제대로인 셰프의 손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매콤한 토마토소스의 쿠바 파스타와 생토마토를 듬뿍 넣은 홍합찜 요리가 추천 메뉴.
위치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 스쿨푸드 옆 골목
영업시간 17:00~02:00
문의 02-3444-1121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호텔 바 피에르 바 (Pierre’s Bar)
피에르 갸니에르 레스토랑과 더불어 오픈한 롯데호텔의 피에르 바. 호텔 바는 비싸거나 아저씨들 천지이지 않냐고? 이 힙하고도 핫한 바는 좀 다르다. 여자들의 취향을 한껏 배려한 인테리어도 그렇거니와 멋쟁이 DJ 총각들이 틀어주는 젊은 취향의 라운지 음악 덕에 고루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게다가 호텔 바는 원래 혼자 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곳. 분위기 좋고 전망 좋고 서비스는 더더욱 끝내주는 곳에서 가볍게 향긋한 칵테일 한잔 홀짝이고 싶은 날이면 꼭 찾아가볼 것. 프랑스 유명 모델 출신인 간지남 바 매니저 프레데릭 하트윅이 직접 디제잉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곳만의 독특한 메뉴인 아이스큐브 칵테일을 꼭 맛보자. 5가지 맛의 보드카와 6가지 과일주스와 7가지 과일얼음 중 각각 한 가지 맛을 골라 섞어 마시기도 하고 따로 마실 수도 있는데, 보드카에 흠뻑 젖은 과일얼음을 살살 녹여 먹는 맛이 참 별미다. 가격은 1만5000원.
위치 명동 롯데호텔 신관 35층
영업시간 월~토 18:00~02:00(일요일, 공휴일 휴무)
문의 02-317-7184
손님 기분에 따라 맞춤 서비스 마이 송 바 (my song Bar)
이태원에서 태국 요리 전문점 ‘마이타이’를 운영하는 홍석천이 지하에 바를 차렸다. 홍석천의 인맥 덕인지, 이곳은 연예인(그것도 장동건, 이병헌급이다!)들의 출입이 잦아, 덜컥 톱스타와 화장실 입구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귀여운 바 매니저는 손님의 기분에 따라 각기 다른 위스키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실연의 아픔을 잔뜩 안고 홀로 바를 찾은 여자 손님에게는 불이 붙을 정도로 독한 술이 딱이라고 한다. 실연에는 독주도 명약이지만, 불쇼를 보다보면 놀라움에 슬픔을 잊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니, 마음씀씀이가 예사롭지 않다. 마이 송 바의 장점은 미리 얘기만 해두면 마이타이의 요리를 안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가끔씩 ‘절이에요?’라며 시비를 거는 손님도 있지만, 부다바 느낌으로 꾸민 내부 인테리어 덕에 신성한 곳에서 나쁜 짓 하는 것만 같은 짜릿함도 느껴진다.
위치 이태원 해밀턴호텔 오른쪽 골목 마이타이 지하 1층
영업시간 19:00부터
문의 02-794-8177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은 단골 바를 만드는 법
1 집이나 회사 주변의 바를 공략한다
갑자기 술 한잔 당길 때는 머나먼 곳의 휘황찬란한 바보다는 행동반경 내의 고즈넉한 바가 제격이다.
2 사람들을 몰고 두어 번 들러본다
술집에 혼자 간다는 것이 영 어색하다면, 두어 번 정도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함께 들러 얼굴 도장을 찍는다. 어느 날 혼자 들러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혼자 와봤어요”라고 웃으며 말을 꺼내기에도 좋고, 바 스태프들도 더 신경 써서 챙겨주게 된다.
3 가게의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환영 받는다
가게마다 오래도록 고수해온 콘셉트들이 있기 마련. 재즈바에서 댄스가요를 신청하면 피차 괴로운 건 마찬가지란 얘기다. 물론 이 정도로 눈치 없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가게마다 스태프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다르니, 처음 한두 번은 가만히 지켜보며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눈치가 황이라 영 모르겠다면 물어보면 된다.
4 바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사인을 알아두자
오자마자 책을 펼치면(혼자 잘 노는 사람들은 바에서 책도 곧잘 읽는다) ‘건드리지 마시오’, 두리번거리다 수첩을 꺼내 끼적대면 ‘좀 심심해요’, 한곳만 응시하며 조용히 잔을 기울이는 사람은 ‘뭔가 정리 중’이라니, 만약 ‘뻘쭘하니 날 좀 어떻게 해달라’를 어필하고 싶을 때는 두리번거리다 눈이 마주치면 멋쩍은 미소를 지어주면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