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을 너무나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의 안타까운 죽음.
묘사가 무지 섬세하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죽음은 대극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고 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할머니를 E 교수 댁 승강기에 태웠고 잠시 후 의사가 우리에게 오더니 진찰실로 안내했다. 하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일단 진찰실에 들어가자 습관의 힘이 얼마나 컸던지 의사는 그 거만한 태도를 바꿨다. 의사는 환자에게 친절했고 게다가 쾌활하게 대하는 습관까지 있었다. 그는 할머니가 매우 문학적 소양이 깊은 분임을 알았으며 또 그 자신도 그러했으므로, 이삼 분 동안 그날 날씨처럼 찬란한 여름날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을 인용했다. 그는 할머니를 팔걸이의자에 앉히고, 할머니를 잘 볼 수 있도록 빛을 등지고 앉았다.(p.15)
-“당신 할머니는 가망이 없소” 하고 그가 말했다. “요독증으로 인한 발작이오. 요독증 자체는 그렇게 치명저인 병이 아니지만, 그러나 이 경우엔 아주 절망적이오. 물론 내가 잘못 판단한 거라면 좋겠소. 게다가 코타르가 보살피고 있으니 대단히 유능한 분의 손에 맡겨진 셈이오. 실례하오.” 하고 교수는 하녀가 검정 연미복을 팔에 들고 들어오는 걸 보면서 말했다. “알다시피 나는 상공부 장관 댁 만찬에 가야 하고, 그 전에 다른 한 곳을 방문해야 하오. 아! 당신 나이에 생각하듯이 우리 삶에는 장미꽃만 있는 게 아니라오.”(p.17)
-“아니에요, 사랑하는 엄마. 엄마가 이렇게 아파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뭔가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참으세요. 엄마가 누워 있는 그대로 키스해도 괜찮죠?”
그러고는 침대에 몸을 기울이며 다리를 굽혀 반쯤 무릎을 꿇었는데, 그렇게 겸손하게 행동하다 보면 하느님께서 자신의 열렬한 선물을 받아 줄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는 듯, 자신의 모든 삶을 담은 얼굴을, 입맞춤인지 흐느낌인지 또는 미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어떤 끌로 파인, 열정적이고 비탄에 잠긴 부드러운 보조개와 주름살이 도드라진 얼굴을, 마치 성체 그릇에 담아 바치듯이 할머니에게로 기울였다.(p.26)
-내가 할머니의 입술에 닿자 할머니의 두 손이 움찔하면서 온몸에 경련이 일었는데 반사 작용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애정은 지나치게 예민하여 거의 감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무의식의 베일을 통해 인식했기 때문인지, 갑자기 할머니가 몸을 반쯤 일으키더니 자기 목숨을 지키려던 사람처럼 격렬한 노력을 했다. 프랑수아즈는 이 광경을 더 이상 참고 볼 수 없었던지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의사의 말이 생각나 프랑수아즈를 방 밖으로 나가게 하고 싶었다. 그 순간 할머니가 눈을 떴다. 부모님이 환자에게 말하는 동안, 나는 프랑수아즈의 울음을 감추려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산소의 쉬익거리는 소리가 그쳤고 의사는 침대에서 멀어졌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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