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전야(上陸前夜)
에스메랄다! 당신은
인고를 배우며 억겁을 출렁이는
험한 물결의 질곡 속에서도 힘써 버텨
양각으로 조각된 영원한 이념의 상징탑
노틀담 사원의 종각 만큼이나 높은 브릿지에
젊은 깃발을 달고 야망의 불을 지펴
항구를 떠났다 되돌아 오니 여든 하고도 세살
이제 우리는 이름없는 포구에 닻을 내린다
기인 여정의 막장을 접고
망각의 저편 우유빛 물결 속에
회한의 편린을 띄우니
전율의 몸짓으로 뿌리는 조각들이 고운 무리지고
회억과 상념의 프리즘에 반사되는 숱한 나날들이
적하목록처럼 빼곡히 굴절해 오는데
감격과 배신은 짙은 그림자로 교차하며
하선자의 흉금을 자멱질 한다
에스메랄다! 당신은 우리의 짐배가
곧 1억 톤이 될 날의 감회와
세계 5위 G-5 해운대국 오늘의
벅찬 환희를 나와 함께 기억할 수 있는가?
그리고
황천의 어둡던 밤 죽을 힘으로
로프를 당기던 콰지모도와 부두의 침묵과
뱃길마다 숨어우는 새벽별의 흐느낌을?
전체가 부분의 집합보다 큰 인생 적화법
정의가 아니면 닿기를 거부하는 낡은 선원수첩
하얗게 세월이 묻어나는 흰머리 서릿발을
전설의 실타래 처럼 풀며
되돌아 뵈는 밤바다에 은빛 융단을 깔고
이제 등굽은 항해사와 기관사는 손 저으며
내일이면 엔진을 끄고 항해를 멈춘다
이젠 마지막 단 한 번만의 출항마저 힘들어진
우리는 숨을 고르며 뭍으로 오른다
지난 삶을 엮어 높이 매단다
추억만이라도 접어 높이 곱게 쌓는다.
(바다와의 인연을 접고 뭍에 오르며)
첫댓글
한 발은 뭍에 아직 다른 한 발은 놓았다 들었다
바다에 담고 양 발을 다 올려놓진 못하고 있답니다.
그 가슴에 에메랄드 훈장을 달아 드릴께요...
기꺼이 뭍에 오르소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은숙님!
마음으로 전하는 훈장에 감사드립니다.
평생을 바다와 배와 회물과 선원과 부두와 항만에 발 딛고 몸담아 짝퉁 해기사와 마도로스로
해운계에 살아왔으나 이젠 닻을 내리고 뭍에 오르려고 망설이며 상륙작전을 펴는 중이랍니다.
샌드페플님, 마도로스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군요. 이제는 추억이 아름답지요. ㅎㅎ
오늘도 뱃사람들이 모여 바다살리기운동에 유익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경기도 지부장 이쁘더이다.
소개좀 해주실라우 샌드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