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면 열대지방 사람들도 상당수가 긴팔 옷을 입고 다닌다. 심지어 스웨터 차림도 간간히 눈에 띈다. 추동(秋冬)이래 봤자 어차피 우리네 초가을 수준의 기온일 텐데 그렇다.
최근 방콕에서 만난 동포 윤정희(40. 여)씨는 그 계절 아니면 긴 옷을 입어볼 기회가 없으니 다소 덥게 느껴지더라도 한층 멋을 부리기 위해 ‘계절옷’을 선호한다고 귀뜸했다.
몇 년 전 마닐라에서 봤던 필리핀 중년 여성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물론 더운 나라의 대다수 서민들은 여름 옷 한 두 벌로 사시사철 수년을 나기도 한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지다 보니 옷도 다양한 목적으로 선택받는다.
신체를 보온하거나 가리기 위한 수단에서, 몸을 치장해주거나 타인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세련된 패션으로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멋지고 예쁜 옷을 입고들 싶어 한다.
최근 캄보디아가 한국산 중고 의류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캄보디아는 올해 1~9월 한국으로부터 헌옷‧ 운동화 등 중고 잡화품을 4156만 달러 어치를 수입, 2008년보다 100% 가까이 늘렸다. 이중 대부분이 중고 의류다.
KOTRA에 따르면 수도 프놈펜을 중심으로 중고 의류상점이 100곳 있는데 판매 품목 중 한국산이 57%다. 태국(8.5%), 중국(7.5), 일본(7%)에 비에 훨씬 많다. 이유는 한국 옷이 더 세련되고 멋있어서.
프놈펜 매장의 중고의류 구매자 대부분은 대학생이나 젊은 회사원 등 청년층이다.
이들은 세련된 스타일 말고도 실용적이고 값이 싸서 한국산 헌옷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고객들이 죄다 남성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여성들은 자신의 아름다운 살결을 남(헌 옷)에게 허락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여성들이 헌옷 가게를 기웃 거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아무튼 한국산 중고 의류가 캄보디아에서 호강하고 있다니 반갑다.
재활용 통에 넣어 둔 티셔츠며 힙합바지가 아프리카서 선행하는 것은 생각해봤으나 물 건너 남쪽 나라에서 호사를 누리며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니.
대뜸 옷이 중얼거린다. 주인 잘 못 만나 버림받으면 외국 가서 새출발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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