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유월 말에 이르면, 장마전선이 어김없이 제주를 뒤덮어, 섬 전체가 물에
흠뻑 젖으면서, 북적대던 관광객이 잠시 한산해진다 하더군요.
그래서, 아무래도 손님 귀할 때 손님 대접 제대로 한 번 받아보자 하는 기대로,
온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숙소는 늘 하던 대로 자연휴양림, 이번에는 중산간의 붉은오름 휴양림입니다.
이 휴양림의 안내문에, 주위에 곰솔(흑송 또는 해송으로도 불림)과 일본 사람이
스기(杉)라 부르는 삼나무 숲이 우거졌다니 며칠 조용히 쉬기에 좋겠더군요.
그래서 일찌감치 예약 해 두고는 6월 둘째 주부터 일기예보를 보기 시작합니다.
우선 기상청 페이지에 들어가, 동네예보 중기예보(10일 예보)는 열흘도 더 남은
일정 때문에 젖혀두고, 주간 단위로 보여주는 장기예보를 봅니다.
장기예보에는, 예상대로 6월 마지막 주에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비가 올 거라는 비관적인 예보가 실려 있더군요.
하는 수 없이, 해외여행 때 참고하는 노르웨이의 Time and Date로 들어갑니다.
아시다시피 timeanddate.com 에는 2-Week Forecast 라는 것이 있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머나먼 나라에서 어떻게 예측하는지 몰라도, 꽤 잘 맞추거든요.
그런데 timeanddate.com 에는, 6월 말에 제주도에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이날부터 하루에 두 세 차례씩 기상청 홈 페이지
와 timeanddate.com 에 들어가, 6월 말의 예보를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매일 몇 차례씩 일기예보를 주시해보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일기예보가
기상청, timeanddate.com, 일본 気象庁 할 것 없이 모두 매일 매일 바뀌더군요.
물론 대기의 상태가 미리 예측한대로 가지 않고, 제멋대로 마구 바뀌고 있으니,
예보하는 사람도 뭐 어쩔 수 없기는 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매일 바뀌니, 솔직히 말해서 사흘이 넘는 예보는, 도무지
믿을 게 못 된다는 이야기가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구나 요즘의 모든 예보에는, 강수 확률 (Precipitation Chance)이라는 해괴한
책임회피 방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수 확률이라는 게 뭔지 아시지요?
반짝반짝 빛나는 해를 그려 놓고 강수확률 20 %라 써 두면, 날이 맑을 가능성이
8 이고, 비가 올 확률이 2 이니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우산을 그려놓고는 강수확률 60 % 라면, 비 올 가능성 6, 안 올 가능성 4 지요.
비가 오면 예보가 제대로 맞은 것이고, 안 와도 뭐 그런대로 맞은 겁니다.
출발 날짜가 드디어 사흘 앞으로 다가오자, 이제부터는 아예 시간대별로 나오는
기상청의 동네예보와 timeanddate.com의 Hour-by-hour Forecast를 비교합니다.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기간 예보니 잘 맞을 것 같지요?
기상청의 “가끔씩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나흘이라는 기간
내내 쨍쨍 맑은 날씨에, 가져간 비옷과 우산은 펴보지도 못했답니다.
하기야, 이렇게 불평을 하면서도 기상청이 없으면 그나마 누가 당장 1시간 후의
날씨인들 알 수 있겠습니까?
첫댓글 어떤 때는 날씨가 예보를 따라가는 느낌이었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아 안타갑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