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鷹)
명나라 말기 홍자성이 지은 인생에 필요한 지혜를 담아 읽을수록 칡뿌리처럼 깊은 단맛이 난다 해서
<채근담> 으로 명명된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응립여수 호행사병' 이라는 말이 나온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든 듯이 걷는다는 뜻이다.
육지와 하늘의 최상위 포식자인 매와 호랑이는 사냥감의 경게를 풀기 위하여 이와같은 행동을 한다.
매는 시속 300km 가 넘는 속도로 먹이를 향해 돌진한다.
급속 낙하를 하다가 먹이 앞에서 급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매는 땅에 부딪혀 죽고 말 것이다.
빠른 주행을 하는 차는 브레이크가 좋은 법이다.
매의 비행은 '속速' 보다 어쩌면 '지止'가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쳐 준다.
늘 바쁘고 분주한 사람은 큰일을 하지 못한다.
매를 의미하는 '응鷹' 자는 a와 b를 잇는 '응應'과 새 '조鳥'자로 이루어져 있다.
매가 날카롭게 바라보는 것을 '응시鷹視' 라고 한다.
남한 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 떳다 봐라
민요에 나오는 길 들인 매는 수手지니 이고, 야생매는 날지니는 야생 매이다.
우리 전통 매는 해동청과 보라매이고 매 사냥꾼을 '수할치'라고 부른다.
야생매을 길들여 매의 발목에 주인 이름을 걸어 둔 것이 시치미다.
학(鶴)
영어로 '크레인 crane'이라고 부르는 학은 먹이를 집어 올리는 모습에서 따온 말이다.
애타게 기다리는 것을 '학수고대'라고 한다.
제갈량의 자는 '공명'이다. '공자처럼 똑똑하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적벽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제갈량은 '학우선' 이라는 부채를 부치며 동남풍을 부른다.
기러기(雁)
늦가을 한반도에 왔다가 날씨가 풀리면 고향인 시베리아로 떠나는 기러기를 보면 마음에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남는다.
공空으로 채워졌던 창공은 기러기가 날아간 후에는 공보다 깊은 허虛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기러기가 떠나간 창공을 보고 허전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신인 박목월은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로
시작하는 <이별의 노래> 라는 시를 썻고 김성태가 곡을 붙였다.
수절할 정도로 암수의 사이가 좋다고 하여 전통 혼례에서는 나무로 된 기러기를 빨간 보자기에 싸서
신부의 어머니에게 전하는 '전안례'라는 의식이 있었다.
중국에는 경국지색으로 꼽는 네 명의 여인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한나라 때 왕소군인데 기러기가 하늘을 날다 왕소군을 보고 날개짓하는 것 까지
잊어버려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하여 만들어진 말이 '낙안 落雁'이다.
첫댓글 응시,는 몰랐던 거라 기억해두겠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낙안 落雁
왕소군의 생김이 궁금해 지네요.
매의 비행은 速 보다 止 가 더 중요하다.
인생도 그런것 같아요.
멈출때 제대로 멈춤을 아는거.....
만득님 글 올라오믄
신년 인사할라고 기둘리고 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