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 (16편)
/ 모네타
그 여자는 가게에서
한가롭게 신문을 보고 있다
어제 9시 메인 뉴스와
12시 마감 뉴스까지 보았는데
밤새 무슨 사고와 사건이
그렇게 많이 일어났는지
뉴스에서 못 보던 기사도 있다
뉴스와 신문 읽기는
현대인의 필수 불가결한
양식이라 생각하는 그 여자는
빼곡이 적혀있는 기사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이야기 거리가 될만한 것들은
숫제 암기할려고 노력한다
그 여자의 암기 실력은
현재 보통수준이지만
과거에는 지나는 시내버스
번호판 정도는
한번 봄으로 저절로 기억되었다
세월이 기억력을 빼앗아 가
자꾸만 흐리멍텅해지지만
기사를 보다보니
가십거리에 ‘무인도 표류기’란
재미있는 글이 있다
‘어느 날 탄 배가 해초에
파산되고 홀로 표류하다
무인도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면
어찌 살 것인가?‘
란 표제가 붙어 있고
재미있는 전문가의 조언들이 있다
무인도에서는 패션이 필요없다
- 디자이너
무인도에서는 속옷이 필요없다
- 브라 팬티 디자이너
무인도에서는 동물원이 필요없다
- 동물원 매니져
무인도에서는 경범죄가 없다
- 자칭 경찰
무인도에서는 도둑이 없다
- 방범 전문가
무인도에서는 음식점이 필요없다
- 요리 전문가
무인도에서는 모든게 꽁짜이다
- 자유를 찾는 사람들
무인도에서 달력이 없어 늙지 않는다
- 역술인
무인도에서 꼭 필요한 것은 짝이다
- 저 출산 대책위원회
무인도에서는 피임기구가 필요없다
- 인류를 걱정하는 사람들
그 여자는 기사를 읽어보다
참 많은 넌센스들이 있어
입에 웃음을 머금는다
만약 내가 무인도에 혼자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떨까
그 여자는 머리를 좌로 우로
한바퀴 ‘뱅뱅’ 돌려
생각의 끈을 늘어 놓는다
우선 찌근찌근한 세상살이를
벗어날 수 있어 좋고
무지하게 오랫동안 쭈욱 다리를 뻗어
몇날 며칠이고 잘 수 있어 좋고
미운 년들 나쁜 놈들
보지 않아서 좋고
모든 게 자유이어 아주 좋다
그 여자의 의지대로
먹고 싶으면 과일 따서 먹고
자고 싶으면
야자수 잎으로 얼키설키 지은
집안에서 뒹글면서 코풍선 불며 자고
그러다 목마르면 물 마시고
오후가 되어 더워지면
맨몸으로 바다로 뛰어들어
멋지고 우아하게 인어처럼
헤엄을 친다
그러다 깍은 대나무 꼬챙이로 잡은
물고기를 나무에 꿰어
구워 먹고 펄에서 낙지를 잡아
산채로 우걱우걱 씹어 먹고
그늘 찾아 다시 잠을 잔다
그 여자는 너무 좋아 상상이
현실로 도래하여
그 여자를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
보이는 건 모두 구질구질한 것들이다
그 여자는 생각한다
어느 날 자연식을 즐기던 자신이
싫증이 나서
추어탕이 먹고 싶으면 어떡하지
그릇도 없는데
또 라면이 먹고 싶으면 어떡하지
거기는 라면도 미꾸라지도
없는 무인도이잖아
언젠가 설날 때 티비에서 보았던
‘김씨 표류기’가 생각난다
한강 조그만 섬에서 혼자 살던
김씨가 짜파게티가 너무 먹고 싶어
하늘에 기도하던 중
홍수가 나서 떠내려온 짜파게티
소스를 귀중하게 보관
다음해에 떠내려온 씨앗을 뿌려
밀을 수확하고 면을 만들어
불에 삶아 소스를 뿌려 먹는 장면
그 여자는 생각한다
모든 난관은 스스로 극복해
낼 수 있다
그 여자의 성품으로 보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자찬한다
하지만 매일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운 것 아니야
그 많은 시간을 언제까지 홀로
있어야 되지
지금도 이렇게 외로움을 타는데
홀로 무인도에 남게 되면
더욱 더 외로움이 커져 우울증으로
이어지면 어떡하지
거기는 연락할 핸드펀도 없잖아
그 여자는 생각하다 ‘번쩍’
허벅지를 있는 힘대로 친다
참 내 머리는 좋지만
회전이 이렇게 느려서야
스스로를 꾸짖은 다음
‘그 남자와 함께 무인도에 가는거야
그러면 가만있어도
그 남자가 알아서 다 할거니
자기는 공주대접만 받으면 그만이다
지금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
보내는 언행들을 볼 때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여자는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
주변 사물둘이 너무 정겹게 다가선다
다음에 그 남자의 기분을 보아
말해야지
코먹은 목소리로 애교있게 말해야지
‘저기요! 우리 무인도에서
같이 살면 안 되나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
우리가 만든 무인도에서
우리 둘이만요‘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다고요
그럼 우리 가까운 섬이라도 놀러가요
이 가을이 다 가기전에요‘
‘꼭이에요
손가락 걸고 찜 찍었어요
사랑은 요
마음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요
확인도 필요하데요
잊으면 안되요
우리 가을여행 가는 것 말이에요
사랑해요
아이 러브 유 쪽쪽쪽‘
그 여자는 혼자 말하며
즐거워 기분이 유쾌 상쾌 통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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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오늘도 조은 날로 이어가소서
상상력에 더하기 경험도 가미 한듯해 쬬금은 요상해! 그지.ㅎㅎㅎ,, 그도 자유니까......^*^
고맙습니다
쬐금은 요상하기도 하지요
ㅋㅋㅋㅋㅋㅋ
즐감하고 갑니다~~ㅎㅎㅎ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자주 오셔서 웃고 가시길요
해피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