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병 휴가를 노가다 판에서 보낸 군인
아픈 할머니만 남겨두고 입대했던 이준호 이병이
지난 20일 소속 부대의 배려로 특별외출을 나와
서울 보광동 월셋방에서 할머니를 돌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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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5만원을 벌어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갔다.
영양실조와 감기몸살 진단을 내린 의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도록 놔뒀냐”고 혀를 찼다.
휴가 마지막 날 밀린 가스비를 내고 남은 돈을 할머니 손에 쥐어준
준호씨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준호씨는 고교 때부터 가장역할을 했다.
엄마는 준호씨가 9살 때 이혼한 뒤 소식이 끊겼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3년 전쯤 집을 나갔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패스트푸드점에서 밤 12시까지 청소를 한 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렸다.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일식집에서 하루 12시간씩 음식을 날랐다.
2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준호씨는 119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에서 혼자 상을 치렀다.
그는
“할아버지께 외식 한번 못 시켜드린 게
가슴 아파 그때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돼 군에 입대하게 된 준호씨는
홀로 남을 할머니를 위해
몇 달간 한푼도 안 쓰고 모은 300만원을 입대하는 날 건넸다.
그 돈을 소식도 없던 아버지가 찾아와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할머니가 난방이 끊긴 방에서 자다 앓아 누운 것이었다.
훈련소에서 훈련 받는 동안에도
그는 할머니 걱정으로 몰래 울다
동기들에게 들켜 놀림을 받기도 했다.
백일휴가를 마친 뒤
‘나 없는 새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더 심해진 준호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소속된
1포병여단 예하 쌍호부대(경기도 파주시) 생활관 분대장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다.
본부 행정보급관 박종건 상사는
“궂은 일 도맡아 하고 예의바른 준호에게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랐다”고 말했다.
상황이 알려지자 부대 전체가 준호씨를 돕는 데 적극 나섰다.
대대장의 지시로 박 상사와 무선반장은
준호씨 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보살폈고,
아버지 주민등록을 말소해
할머니에게 매월 15만원의 정부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를 만나
할머니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부대의 배려로 준호씨가 특별외출을 나와
할머니를 몇 시간이나마 돌볼 수도 있었다.
같은 부대 350명의 장병들이 월급을
쪼개 150만원을 모금해 줬지만,
준호씨가 제대할 때까지 할머니의
월세와 생활비로는 부족했다.
그러다 박 상사가 조선일보·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벌이는
‘우리이웃―62일간의 행복나눔’ 기사를 보고
사연을 적어 보냈다.
이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담당 사회복지사와 연계해
20개월간 월세·생활비 등 총 840여만원을
할머니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준호씨는 예전에는 남의 도움 받는 것이 싫어
학교 선생님이 용돈을 챙겨줘도 받지 않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제가 어려울 때 받은 사랑을
나중에 더 어려운 이들에게 보답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재 부대에서는 의가사제대(依家事除隊) 등
준호씨를 위한 조치를 강구 중이지만,
준호씨는 되도록 만기 제대를 할 생각이다.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언제 제대를 하든 남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군생활을 할 거예요
.” 준호씨는
“일식요리를 밑바닥부터 착실히 배워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첫댓글
그런 정도의 사정이라면
의가사 제대가 가능할텐데...
못된 아버지와는 다른 인성의
준호씨 앞날을 응원합니다.
하늘등대님 방갑습니다..
잘 게시지요?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고
나날이 행보기하고 동행 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보기 드문 준호씨이네요..
저런 사람은 군 면제해주면 안되나요?
아직도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지요.
감동 적인 글 잘 보고 갑니다,,
추천드리고 갑니다,,
주말 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