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급등세, 지난해 하락세, 올해는 지역별 양극화?’. 지난해 초부터 하락 장세를 지속하다 뚜렷한 반등 없이 2007년을 마무리했던 수도권 1기 신도시. 지역을 막론하고 최근까지 아파트 매매시장이 맥을 못췄다. 매수세가 줄면서 가격도 약세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시장이 따로 논다. 분당ㆍ일산ㆍ평촌 등 5개 신도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던 양상에서 벗어나 지역별로 가격 등락이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산ㆍ중동ㆍ산본신도시는 최근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특히 중동신도시는 올 들어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호가가 아닌 거래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등 아파트 매매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분당ㆍ평촌ㆍ산본신도시는 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산ㆍ중동ㆍ산본, 상승세 반전
일산ㆍ중동ㆍ산본신도시는 최근 들어 거래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집값도 상승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물론 상승 대세로 방향을 굳혔다고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부동산 정책이 빛을 발하면서 한풀 꺾였던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권 교체와 함께 봄 이사철을 맞아 중동과 산본, 일산신도시 일대에 중소형 위주의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고 말한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일산신도시 아파트값은 최근 한달 새 0.29% 올랐다. 3월 들어서도 0.08% 상승했다. 산본신도시도 올 들어 0.31% 올랐다. 중동신도시는 상승 폭이 더 크다. 한달 새 아파트값이 0.56% 뛰었다. 이달 들어서만 0.31% 올랐다.
중동 집값이 강세 보이는 이유는?
중동신도시 중흥마을 중흥주공 52㎡는 1억500만~1억2500만원으로 일주일 새 500만원 가량이 올랐다. 상동 신경기공인(032-324-8888) 임재선 사장은 “리모델링 추진과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형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중흥신동아 122㎡는 최고 시세가 5억200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보름 전보다 2000만원 가량 상승한 것이다. 무지개마을 무지개동신 105㎡도 이달 들어 500만~1000만원 정도 올라 3억5000만~4억원을 호가한다.
부천시 원미구 상동 상일공인(032-322-5220) 윤재홍 사장은 “‘집값 바닥론’과 함께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가장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되면서 호가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 문의도 활발하다.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다. 정상 매물도 가격만 맞으면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일산,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 나왔나
일산신도시도 최근 불황의 터널을 지나 상승세로 돌아섰다. 매물 부족 속 실제 거래가도 오름세다. 마두동 강촌마을 강촌한양 49㎡는 8900만~1억원으로 이달 들어 500만원 가량 올랐다.
중형아파트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마두공 백마마을 백마삼성 122㎡는 6억2000만~7억4000만원 선이다. 보름 전보다 최고 2000만원 가량 올랐다. 마두동 현대공인(031-919-8888) 조순기 사장은 “지난해와 올 초까지 가격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수요자들이 매입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일산동 후곡마을 후곡금호4단지 105㎡는 최고 시세가 4억7000만원으로 보름 새 1000만원 이상 올랐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총선까지 좀더 지켜봐야겠다’며 매물을 걷어 갔다”며 “일부는 총선 이후 가격이 좀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 때문에 호가를 높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두동 탑공인(031-904-2311) 최영일 사장은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매입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산본신도시도 단지별로 소폭의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오금동 소월마을 단지내 상가에서 중개업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올 초까지는 보유세와 대출 압박 탓에 나온 급매물 위주로 가끔 거래가 이뤄졌다”며 “급매물이 거의 소진되면서 가격도 상승 추세”라고 전했다.
분당ㆍ평촌 등은 가격 약세 지속
버블세븐 지역인 분당ㆍ평촌신도시는 아직까지 가격 약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버블세븐 지역은 노무현 정부가 2006년 5월 ‘청와대 브리핑’에서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양천구 목동, 경기 분당ㆍ평촌신도시, 용인 등 7개 지역을 지목해 “집값에 거품이 과도하게 끼었다”며 이름 붙인 곳 들이다.
분당신도시는 올 들어 아파트값이 0.15% 내렸다. 이달 들어서도 가격 하락세는 이어져 지난 일주일 새 0.10% 빠졌다. 야탑동 탑쌍용 158㎡는 8억3000만~10억5000만원 선으로 이달 들어 1000만원 가량 호가가 빠졌다.
집값 약세의 주된 이유는 매수세 실종에서 찾을 수 있다. 봄 이사철이 되면서 학군수요가 몰리는 듯 했으나 자금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신도시 대신 인근 성남 구시가지나 용인 수지구 쪽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수요가 없다 보니 거래도 뜸하다. 매수ㆍ매도 호가 차이가 너무 큰 것도 거래가 주춤한 이유 중 하나다. 정자동 상록공인(031-713-7474) 장정숙 사장은 “대부분의 매도자들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팔려 하고 매수자들은 좀 더 싼 가격에 사려고 해 호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재건축 개발 재료를 안고 있는 서울 강남권과 달리 하락세를 반전시킬 마땅한 호재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분당 서현동 늘푸른공인(031-704-1144) 노성훈 사장은 “분당의 경우 리모델링 추진 움직임이 있지만 재건축보다 선호도가 높지 않아 가격 약세를 반전시킬 만한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내신 강화와 광역학군제 실시로 학군 메리트가 상당 부분 사라진 것도 가격 약세의 원인이다. 또 2006년 하반기 집값 불안과 전세대란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매입을 서두르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도 매수세 약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평촌 집값 ‘반짝 상승’…이내 보합세로 돌아서
평촌신도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1월 말과 2월 중순 반짝 오름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뒷심’ 부족으로 분위기 반전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평촌 집값이 최근 소폭의 오름세를 보였지만 완연히 상승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장담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평촌신도시내 아파트값은 중소형과 중대형을 막론하고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거래도 뜸하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꿈우성공인(031-421-2020) 백용호 사장은 “제값 받고 팔려는 집주인과 여전히 거품 인식이 강한 매수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만이 흐르고 있을 뿐 실제 거래량은 매우 저조하다”며 “대출 제한 완화 등 매수세를 끌어들일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약세 장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