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가을 오후 한강변 산책길에서 여러 꽃들 위로 배회하는 흰나비를 보았다. 코스모스, 벌개미취, 산국화 등 여러 꽃들 위로 한참 날아다니다, 구절초 꽃 위에 앉아서는 떠날 줄 모르고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었다. 그래서 저 둘은 전생의 한때 함께 흰나비였던가? 아니면 함께 구절초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환생하여 생의 한순간 다시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다른 모습의 물상으로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덧없는 무상의 상념에 잠시 젖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