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강남 수입차 어떻게 사고 팔리나! 외제차를 보면 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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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그들의 튀는 선택…영업사원들 ‘꿈의 무대’ 점령전 치열”
권주리애_르포라이터도서출판 이브 대표

2005년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만2,9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했다.

너를 만난 날은/날개 달린 날이다.
현실이 사라지고/다른 현실이/태어난 날
(중략)
지루하고 맥없던 날들이/모조리 일어나 빛이 되던
아아 내 어깻죽지에/문득 날개가 돋던 날
너를 만난 날
-시인 이승훈의 <너를 만난 날> 중에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매일 오전 7시 강승철(42·경력 13년) 코오롱모터스 강남지점장은 강남 도산대로 수입 자동차 거리에 있는 강남전시장으로 출근한다. 그는 우리나라 수입차 중 시장점유율 최고를 자랑하는 BMW를 수입해 한 달에 100여 대를 파는 베스트셀러 지점장이다.

최고 중의 최고인 전시장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강 지점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어디 그뿐인가? 24명의 영업사원 역시 전국의 BMW 지점이나 다른 경쟁사에서 최고만 엄선해 뽑은 사원들이다. 이들이 수입차 판매망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능력 있는 영업사원을 많이 보유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

그러고도 처음의 능력만 신봉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강 지점장이 부임 이후 직원 교육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 교육은 조회 후 1시간이다. 자동차 관련 연구뿐만 아니라 세무·법률 등 관련 전문지식, 심지어 독서·영화평까지…. 전문성과 인격을 고루 갖춰야 탁월한 셀러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전시장의 위치도 한몫 단단히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소비지출력을 자랑하는 서울 강남권이 승부처다. 강남을 평정하지 못하면 수입 자동차 셀러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모두 강남에 ‘올인’한다.

길을 가다 보면 부쩍 외제차가 자주 눈에 띈다. 1990년 전후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로비에 간이 수입차 전시회를 열어 부자들이 미국 자동차를 사도록 독려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당시 미국은 ‘슈퍼 301조’라는 통상법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의 미국 제품 수입 규제책에 강력 대응했다. 따라서 우리 공산품의 대미 수출을 위해 미제 자동차를 사주는 제스처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 그런데 조금 지나 음성 소득자의 사치 등이 문제되면서 국세청은 으레 면밀하게 탈세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대상은 예외없이 외제차 소유자!

서민들에게 외제차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가장 저렴한 포드 ‘몬데오’가 3,160만 원, 최고가 스포츠카의 대명사 ‘엔초 페라리’의 경우 15억 원에 달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외제차 보유자들이 수입차를 사는 방식이다.

대우자동차판매가 최근 수입 자동차 소유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매자의 63%가 가족·친지·동료 등 주변 사람의 소개로 차를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유교권인 우리나라는 자신의 견해보다 집단의 견해와 판단을 중시하는 ‘밴드 왜건(Band Wagon)’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밴드 왜건 효과란 서커스 행렬의 맨 앞에 있는 악단 차량을 사람들이 떼를 지어 따라다니는 현상을 말한다. 소란스러운 악대 소리를 듣고 뭔가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뒤따라 간다는 경제용어다.

3,000만 원대의 수입차 공세 심화

2004년 수입차 등록대수는 2만3,345대로, 4년 전인 2000년 4,414대의 5배 수준에 이르렀다. 연간 2만대 이상 팔린 것은 1987년 수입차 개방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서는 그 열기가 더하다. 2005년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만2,930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1만2,685보다 2% 가량 늘어난 것이어서 최근의 불황 조짐을 무색하게 한다.

지난 6월 말 현재 브랜드별 신규 등록대수는 BMW가 588대로 1위를 차지했다. 렉서스 515대, 메르세데스-벤츠 326대, 아우디가 254대로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등록한 단일 차종은 렉서스 ES 330이 233대로 1위를 차지했고, BMW 520 134대, BMW 320이 125대로 2~3위에 랭크됐다. 올 상반기 새로 선보인 수입차 모델만 20여 개. 하반기에는 이보다 많은 30여 개의 새 모델이 국내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시장 선점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 최상위 1%를 잡으려는 싸움이라 차별화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BMW코리아는 지난 6월 특급 S호텔 영빈관에서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위한 신차 발표회를 하기 전, 부산에서 VIP고객을 위한 프리런칭 행사를 가졌다. 요트 크루즈, 오페라 하이라이트 공연, 골프행사, 시승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벌이고, 고객의 絹?편의를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전세기까지 마련하기도 했다.

아우디코리아도 지난 5월 최고급 모델 구매고객 초청 행사를 가졌다. 세종문화회관 로열박스에 마련된 전용좌석에서 오페라 <투란도트>를 감상했던 것.

메르세데스 벤츠의 한성자동차는 지난 6월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창립 기념행사에 자사의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고객을 초청해 명품 패션쇼, 레이저쇼,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였다.

한국닛산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7월 ‘인피니티’의 공식 런칭에 앞서 인피니티 갤러리를 마련했고, 미술품 경매에 대한 강의와 와인 강좌를 열기도 했다.

이렇듯 최고 상류층 문화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수입차 판매사의 스폰서 아래 그들만의 모임으로 연결시켜 가면서 미래 가망고객이 된다. 특히 스포츠카의 경우 해외 본사에서 국내 동호회를 지원, 아마추어 레이스에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등 특별한 만남을 만들어간다.

최근 수입차 시장의 특징은 국산 대형 자동차(에쿠스·오피러스·체어맨 등)와 가격차가 별반 나지 않고,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차의 아성으로 여겼던 3,000만 원대 수입차들의 공세가 강하다. 혼다코리아는 중형 세단 어코드 2개 모델(3,000cc, 2,400cc)과 4륜구동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인 CR-V를 모두 3,000만 원대에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고, 포드코리아는 지난 6월 3,000cc급 대형 세단 ‘파이브 헌드레드’를 3,880만 원에 내놓았다. 또한 BMW의 미니와 크라이슬러의 ‘PT 크루저 카브리오’도 3,000만 원대다. 이들은 모두 고급차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마지노선에서 고객을 유혹하는 셈이다.

수입차 유통 경로도 많이 달라졌다. 신차인 경우 국내의 공식 수입업체(Official Importer)가 직수입해 전국 직영점이나 대리점(Dealer) 등을 통해 판매한다. 자동차 메이커와 계약하지 않고 해외 딜러들로부터 수입하는 ‘그레이 임포터(Gray Importer:병행수입업자)’들도 외제차 판매 경쟁에 합류해 있다.

최근 들어 외국 자동차 제작사들이 한국에 직접 자회사(현지법인)를 설립하는 추세다. 그러자 과거 공식 임포터(수입업자)였던 대기업들이 딜러(대리점)로 전환하면서 여러 메이커의 차종을 동시에 취급하는 판매 방식으로 돌아섰다. 예컨대 SK네트윅스 같은 경우 볼보·재규어·랜드로버·크라이슬러·푸조 등의 딜러를 맡고 있다.

해외에서 자동차를 수입해 등록하는 절차는 조금 복잡하다. 공식 임포터나 현지법인 회사들은 1년이나 반년을 기준으로 일시에 주문(temporary order)한 다음 실제 수요에 따라 실질적 주문(actual order)을 한다. 주문한 차량은 해상으로 운반되는데, 이때 해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수 코팅을 한다. 미국은 2주, 유럽은 한 달 정도가 소요되며 통관 과정을 밟는다(1일). 그런 후 VPC(Vehicle Preparation Center)로 이동해 성능 조절 등의 ‘출고 전 검사(PDI: 스팀 와셔, 내외부 인테리어 완성, 문·트렁크·보닛·펜더 등의 교정)’를 거친다.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출고합니다.”

그 다음 딜러에게 인도돼 구매자가 차를 사면 자동차 등록사업소에 세금을 납부한 후 번호판을 받는다. 외제차의 경우 2003년부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전산 시스템에 의해 신차 등록이 이루어진다. 공식 수입업체로부터 차량을 구매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에서 규정하는 사후관리와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에서 규정하는 배출가스 보증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요 차 메이커들은 한국에서 어떤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할까? 또 누가 어떤 차를 좋아할까? 또 수입차 영업사원들은 어떤 삶을 사는 것일까? 다음은 현장에서 읽는 그 실체다.

메르세데스 벤츠(한성자동차주식회사) 강남대치점 영업사원인 조호균(33·경력 8년) 대리가 차를 고객에게 출고할 때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정성스레 닦고 번쩍번쩍 광을 낸 다음 고객에게 인도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 ‘행사’를 걸렀을 경우 꼭 차에 이상이 생겨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온다는 이상한 징크스까지 있다고 할 정도로 철저하다. 조 대리는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The best or nothing at all )’는 벤츠의 창업정신을 한국 판매 무대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외제차 수입 첫해 최초로 10대가 팔린 벤츠, 최상위 1%가 타고, 운전기사를 두는 사람이 사는 명품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가장 럭셔리하고 안전한 최고급차의 대명사에 걸맞게 벤츠의 고객은 권위적이고 명문가인 대기업 총수와 그의 일가(2세 포함), 회사 CEO, 최고인 자신을 최고로 돋보일 수 있어 선호하는 인기 유명 ‘여성’ 연예인, 안전을 중요시하는 전문직 중 의사들이 주고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수입차 셀러들이 그렇듯 그는 오늘도 ‘가망(잠재)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DM(Direct Mail)을 발송하는 것은 물론 골프 연습장, 기사 대기실 등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아이파크와 타워팰리스 앞에서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조 대리 특유의 노하우.

BMW(코오롱모터스) 강남지점 구승회(36·경력 10년) 주임. 그는 멋진 은색 슈퍼카를 단골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매번 BMW가 ‘성공한 사람들의 즐거운 액세서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한다. BMW 645를 보자마자 마치 어린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선물을 보았을 때처럼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기뻐하는 고객의 모습은 그 한 예다.

성실성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그는 매달평균 6대를 팔아 월 1,000여 만 원의 수입을 올린다. 처음 영업을 시작할 때가 겨울이어서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가방 2개에 가득 홍보물을 넣고 거리로 나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단다. 지금은 400여 명의 고객을 정기 모임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수입차 셀러들의 프로 마케팅 정신

다이내믹한 오너 드라이브의 맛과 멋을 아는 최상의 1%가 구 주임의 주고객이다. 서로 차를 살 사람을 소개해 준 결과는 그대로 판매 실적에 반영됐다. 강남지점으로 스카우트된 것은 바로 이 때문. 전시장에 스스로 찾아오는 고객 또한 놓칠 수 없다. 한 달 6대 판매 중 소개받는 손님과 전시장을 찾는 손님의 비율이 반반 정도란다. 전시장의 위치가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동차 대량 생산의 시초인 포드(선인자동차)의 양낙현(38·경력 10년) 신사지점장은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에 걸쳐 타는 튼튼한 자동차”로 포드를 정의한다. 국산차 외에 가장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차, 다시 말해 싸고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부품 가격까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2003년 우리 정부가 고속도로 순찰차 100대를 공개입찰로 사들인 것만으로도 위력을 알 수 있다는 것.

지난 7월 문을 연 강남전시장에 주중에는 10팀, 주말에는 20여 팀이 찾는다고 한다. 여기서 영업직으로 국산차·수입차 시장을 두루 경험한 양 지점장의 기량이 빛난다. 자신있게 권하는 포드차! 주고객층은 대기업 간부들과 활동량이 많은 자영업자, 거리를 많이 돌아다니는 세일즈맨, 외국계 회사원,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나 미국 유학파 기업가, 교수 등이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깜찍한 디자인으로 젊은이들의 시선을 묶어 놓는 미니(도이치모터스) 강남전시장 권영태(33세·경력 3년) 마케팅과장은 온 종일 방문객을 맞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주말이면 40여 팀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미니 전시장이 전국에서 이곳 한 곳뿐이기도 하지만, 유럽 거리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 같은 12가지 컬러의 차가 정말 예쁘기 때문이다. 홍대앞이나 신촌으로 홍보를 나가면 많은 젊은이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쫓아오기도 한단다. 주로 예술계에 종사하면서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자유로이 사는 전문직 프리랜서에게 인기가 높다.

‘한번 볼보맨이면 영원한 볼보맨.’ 수입차 중 자기만족도가 가장 높은 차가 볼보다. 영원한 볼보맨인 성남시 분당전시장(SK네트윅스) 박재필(33·경력 8년) 대리는 특히 안전에 가장 예민한 의사가 고객의 70%를 차지한다며 볼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박 대리는 오산에 사는 고객에게 차량 판매 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오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그 고객은 한겨울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가 났다. 차는 크게 망가졌지만 고객은 무사했단다. 이에 그 고객은 미끄럼 방지장치 덕을 톡톡히 보았다며 감사의 말을 전한 것.

주고객층은 전문직 의사가 가장 많으며, 현찰이 많은 임대업자, 세무사·회계사·땅부자 등이다. 차를 산 후 다시 차를 바꿀 때 다른 차종은 서로 바꿔 선택하기도 하지만, 볼보는 재구입률이 거의 100%라고 자랑한다. 고객관리를 위해 홍보물을 들고 자주 현장을 찾는다.

세련된 화술과 친화력이 무기인 아우디(에이엠모터스) 서초전시장 정성욱(40·경력 13년) 영업팀장.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유학했는데, 유학 시절 우연히 카 세일즈맨을 만난 후 인생의 진로를 결정했다. 외국에서는 카딜러가 고수입, 고학력의 인기 직종이라고.

인상이 좋은 정 차장은 지금까지 자신을 불편해 하거나 싫다는 고객을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친근감 있고 유능하다는 말이다. 영업 비결은 특별관리하는 고객 250여 명의 어려운 상황, 예를 들면 차가 갑자기 고장났다든가 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고객을 자주 찾는 것이란다.

그런데 그에게도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은 전시장에 와서 값을 깎는 습관을 가진 고객을 맞닥뜨리는 경우다. 정 팀장은 이렇게 솔직하게 대응한다.

“그만큼이 내 수당에서 날아간다. 그러면 워런티(보증) 기간 동안 AS를 잘 해줄 자신이 없다.”

치과의사들이 ‘렉서스’를 좋아하는 이유

유일한 4륜구동(콰토르)이어서 빗길이나 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것이 아우디 장점의 기본 축인데, 여기에 아우디의 제품철학인 ‘끊임없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창조하는 명차’ 개념이 보태져 인기란다.

렉서스 하면 ‘달리는 것조차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정숙함’이라는 표현을 떠올린다. 렉서스(프라임모터) 서초전시장 전희주(42·경력 16년) 영업부장은 100여 명의 관리고객에게 요즘 볼 수 없는 친필 편지를 가끔 띄우는 무드파다. 전 부장은 고객 한 명에게 3~4년을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

국산차에서 바로 렉서스를 만나는 고객이 85%를 차지하는데, 그 중 치과의사가 가장 많다. 그 이유는 하루 종일 드릴 등의 소음에 시달리는 치과의사들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조용하게 보내려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라고 한다. 렉서스의 조용함은 엔진 자체가 조용한데다 소음이 들어오는 세 곳, 즉 앞 프런트와 양 옆의 창문, 그리고 트렁크 뒤에 강판을 깐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전 부장의 자랑. 렉서스는 1989년 도요타자동차가 대중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세계 최고와 어깨를 겨루는 품격 있는 차를 창조한다’는 이념으로 출발한 럭셔리 브랜드로, 먼저 미국에 시판했다. 미국 내 한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 상륙한 렉서스는 데뷔 이래 줄곧 급상승세다.

도요타의 공식 임포터인 프라임모터스 서초전시장은 “차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파는 곳”이라는 한영철 사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만들어졌다. 한 사장은 대우자동차에 근무했는데, 1999년 대우차 매각 당시 실무를 맡았다. 임무를 무사히 마친 후 본인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 한 사장은 “차가 좋아 한평생 차와 함께한” 삶을 이어 볼보트럭(사장)으로 옮겼다. 한 사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1999년 평소 눈여겨보던 일본차를 주시했다. 그리고 딱 감이 왔다. 그것이 바로 렉서스였다고 한다.

그의 성공 예감은 적중해 한국에 상륙한 렉서스는 유럽 자동차인 BMW·메르세데스 벤츠 등을 바짝 추격하는 선전을 벌인다. 프라임모터스 정재훈 전무는 일본 도요타에서 인증받은 렉서스 전문 판금·도장 공장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정 전무는 개장 1주년 된 서초전시장 사옥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구성해 도요타 본사에서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고 자랑했다.

신차 따라 중고 수입차 시장도 활기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수입차 중 대당 가격이 평균 1억5,000만~2억 원 정도의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차 자체를 좋아하거나 신분이나 체면 유지를 위해 수입차가 불가피한 경우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눈을 돌릴 수 있는 곳이 수입차 중고 시장이다.

수입차 중고 시장 가운데 일반에 잘 알려진 곳이 서울 양재동에 있는 서울오토갤러리. 서울오토갤러리는 지상 6층, 지하 6층의 건물에 50여 업체가 모여 1,500여 대의 차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1997년산 벤츠 S320은 2,000만 원에, 2005년산 BMW 745 LI는 1억4,0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이밖에도 실로 다양한 가격대와 많은 차종이 대기하고 있다.

“한번 앉았다 일어나도 중고차”라고 중고 수입차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 김상도(37·경력 10년) 사장은 서울오토갤러리 내에서 형과 남동생 등 셋이 함께 한덕오토갤러리를 운영한다. 김 사장은 마침 필자가 영업장을 찾았을 때 형이 채무가 걸려 있는 차량을 모르고 판매해 채권자에게 고소당해 민사재판의 답변서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듯 수입차 중고시장은 많은 애환이 녹아 있다고 한다.

“자동차 딜러도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김 사장은 “손님이 수입차 중고전시장에 들르면 5분 정도의 대화를 통해 빨리 성향을 파악하고 손님이 가치관과 성격에 눈높이를 맞추다 어느 순간 강하게 다가가는 것이 유능한 딜러라고 소문난 비결”이라고 자랑한다. 10여 년의 경력에서 자연스레 오는 섬세하고도 고도의 기술이라는 것. 그 기술이 그날의 매출을 좌우한다.

코리아모터스를 운영하는 김철봉(51) 사장은 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그는 요즈음 수입차 중고시장은 옛날의 주먹구구식 거래와 달리 보상법이 잘되어 있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법을 잘 아는 변호사들은 중고차 시장을 신뢰하지 않고 거래도 안 한다고.

김 사장의 오랜 경험에 따르면 중고 수입차는 계절에 따라 시집(판매)가는 차종이 다르다고 한다. 추운 겨울인 1~2월에는 아우디·볼보가 잘 팔리고, 4월에는 BMW, 5월에는 벤츠, 6~8월에는 스포츠카가 잘 나간다고 한다. 김 사장은 일본에서 한류 스타인 유명 여자 연예인과 2명의 중견 남자배우에게 벤츠를 팔았다고 한다. 이렇듯 수입차 중고 시장은 강남의 땅부자나 현찰이 많은 임대업자, 체면 유지를 위해 수입차가 필요한 인기 연예인, 유명 운동선수 등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들이 선호하는 차량은 평균 1억 원 정도에 거래되는 벤츠·BMW 등이다.

수입차를 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병행수입업자(그레이)에게 사는 방법이다. 병행수입업자는 외국 자동차업체와 공식적인 계약을 맺지 않고 외국의 딜러(판매상)에게 직접 차를 사오는 사람을 말한다. 신차, 중고차 모두 수입하거나 이삿짐과 함께 들여오기도 한다. 장점은 신차보다 10~20% 싼 가격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모델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10만대 수준에서 정체될 것

라인무역 정진영(31·경력 5년) 부장은 병행수입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외국 물정을 잘 알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병행수입업자를 선호한다는 것. 정 부장은 독일에 유학한 경력을 바탕으로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이렇듯 병행수입으로 차를 사는 사람들은 외국유학생이나, 자주 외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병행수입업자를 통해 차를 구입할 경우 아직도 여러 가지 법적인 일에 연루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차의 역사를 잘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일이다.

수입차를 쉽게 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리스회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렌터카와 차별돼 사용료가 저렴하고 ‘허’ 번호판이 붙지 않는다. 개인보다 법인이 이 방식을 유용하게 활용한다.

리스 방식을 통한 외제차 이용에 대해 스타리스 이공범 팀장은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개인사업자는 차량 구입 비용을 세금처리할 수 있고, 차량 소유시 발생하는 제약과 불편을 피할 수 있으며, 리스 기간 종료시 사용하던 차량을 구입하거나 재리스할 수 있다”며 적극 추천했다.

18년의 수입차 역사 속에서 올해처럼 수입차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입업체와 딜러들의 적극적인 홍보도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수입차는 상위 1%의 최상류 재벌가 사람들이나 조폭 두목 혹은 사기꾼이 체면을 세우기 위해 타는 것이라는 반사회적 정서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수입차의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2.7%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만큼 전망이 밝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수입차의 잠재적 시장점유율을 전체 승용차 시장의 10%로 본다면, 수입차 시장은 아직 성장 단계에 있다”며 “올해는 내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모델이 출시될 전망이어서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2만6,500대가 팔릴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무는 나아가 “2010년 10만대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공한 사람의 신분과 부의 상징인 수입차! 과연 아무나 탈 수 있는 꿈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인가, 아니면 상위 10%의 선택된 그들만의 잔치인가!

누가 어떤 수입차를 사나
한 달 885만 원 버는 42세 자영업자 주축 이성 유혹할 때는 ‘페라리’ 으뜸

수입차 고객은 월평균소득 885만 원인 42세의 자영업자가 가장 많았다. 판매가격 1억2,000만 원 이상 특대형 차량 소유자의 평균 나이는 45.7세. 직업별로는 자영업자가 27%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는 대우자동차판매가 최근 수입자동차 소유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외제차 구매자의 직업을 세부적으로 보면 식당 운영자 13%, 유흥업 종사자 8%, 건축업자 8% 등이었다. 이외에 회사 임원급이 19%, 의사·한의사가 8%를 차지했다.

구매 형태도 본인의 선호 차량을 구입(66%)할 뿐 타제품과 비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SUV 소유자는 90%가 이 같은 성향을 보였다. 특대형차 소유자는 광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선택의 가장 큰 고려 요인은 엔진성능 - 안전성 - 승차감 순이었다.

수입차는 다양한 모델에 비해 색상은 참으로 단조로운 것이 재미있다. 외국 거리의 자동차 행렬은 파스텔톤·빨강·파랑 등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채롭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입차 색상은 단연 은색이 1위다. 밝으면서 고급스럽고 품위가 있는데다 사고율이 제일 낮은 색상이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자동차의 색상이 다르다고 한다. 열정적이고 다혈질인 이탈리아 국민은 붉은색을, 실리적이고 보수적인 독일인들은 은색을 선호한다. 미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은 흰색 차량을 좋아하고, 프랑스인한테는 파란색이 인기를 끈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선호하는 색깔이 있다. 이탈리아 페라리는 ‘이탈리안 레드’라고 불리는 빨간색, BMW는 푸른빛이 도는 은색, 재규어는 고전적인 녹색이 대표 색상이다.

지난 8월 <모터 트렌드>가 한국판 창간 기념으로 실시한 수입차에 대한 가치관과 인식 변화 조사 결과 역시 주목된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 설문조사 결과 20~30대 트렌드 리더들이 이성을 유혹할 때는 ‘페라리’를, 여자친구에게는 폴크스바겐 ‘뉴비틀’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검은색을 가장 선호했으며(33%), 자동차를 선택할 때 디자인을 제일 우선시하는 것(54%)으로 나타났다. 로또에 당첨되면 사고 싶은 차는 BMW 7시리즈, 아버지에게 선물하고 싶은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였다.

우리나라 수입차의 역사
수입개방에도 외제차 소유주 세무조사로 시장 위축

국내에 수입 자동차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03년 고종 황제의 어차인 캐딜락의 도입이었다. 그 후 외제차가 정식으로 수입된 것은 1987년으로 2.0ℓ 이상 대형차와 1.0ℓ 이하 소형차 시장을 우선 개방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전 차종에 대한 배기량 규제를 풀어 완전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고종황제의 어차였던 캐딜락. 1903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된 수입차다.

그러나 당시는 외화 낭비, 과소비와 사치 풍조로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부정적 시각과 국내 자동차산업 보호정책으로 인해 수입차 판매는 미미했다. 개방 첫해인 1987년 판매를 시작한 한성자동차(메르세데스 벤츠)·효성물산(아우디·폴크스바겐)·한진(볼보)·코오롱상사(BMW)였는데, 판매실적은 메르세데스 벤츠 10대가 전부였다.

1988년 동부(푸조)·두산(사브)·기아(포드)·금호(피아트)·쌍용(르노) 등이 수입차 판매에 가세하면서 판매량이 263대로 늘어났다. 수입차가 절대적으로 고가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려 50%에 달하는 관세 부담 때문. 1990년에는 20%까지 내려갔다.

이렇듯 수입차 시장규모가 조금씩 확대되자 사치풍조라는 비난이 점차 거세어져 갔다. 하지만 정작 수입차 시장 내부는 기아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입한 ‘세이블(Sable)의 판매대수가 1990년 1,579대로 다른 수입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후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세계에서 유례 없는 수입차 소유주의 세무조사가 실시돼 수입차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과정에서 쌍용이 르노 판매계약을 중단하고 두산이 사브의 판매권을 신한자동차에 넘겨주는 등 일부 수입사들은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1994년 국내 자동차 판매가 100만대를 넘어서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한 통상압력이 거세어져 갔다. 결국 1995년 1월 관세를 8%로 인하하고 7,000만 원 초과 승용차의 취득세를 15%에서 2%로 대폭 낮추었다. 그해 9월 한·미 자동차협상 타결로 특소세와 자동차세까지 인하되고, 판매 대리점과 광고시간 규제도 폐지되었다.

수입차 판매 기록들

5,000만~1억 원짜리 전체 56.1%…올 상반기 렉서스·혼다 선두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는 5,000만~1억 원짜리가 56.1%로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이며, 이 중 특히 5,000만~7,000만 원대의 판매가 36.7%를 기록했다. 배기량은 2,000~3,000cc가 40.8%로 가장 많고 3,000~4,000cc가 28.6%를 차지했다.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중고 수입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구매 유형은 법인 및 리스가 61.7%를 차지해 개인 구매를 앞서고 있다. 개인구매는 41~50세가 11.5%이고, 31~40세가 9.7%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이 77.1%로 가장 많았고, 그 중 서울은 47.9%를 차지했다. 세분하면 서울에서는 강남구 - 서초구 - 종로구, 경기도에서는 성남시 - 수원시 - 고양시 순으로 외제차를 많이 구입했다.

브랜드는 개방 초기에는 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산 차가 주종을 이루다1997년 IMF를 전후해 BMW가 1위로 올라서며 벤츠·아우디 등과 함께 독일산 차가 강세를 보였다. 2003년부터는 렉서스가 선전하는 가운데 도요타·혼다 등 일본차가 많이 판매되고 있다.

2005년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BMW 2,617대(20.24%), 렉서스 2,431대(18.80%), 메르세데스 벤츠 1,811대(14.01%), 아우디 1,351대(10.45%), 볼보 670대(5.18%) 순이다. 단일 브랜드로는 렉서스 ES 330이 1위를 기록했고 2위 혼다 CR-V, 3위 BMW X5이다.

가격은 3,000만 원대의 포드에서부터 15억 원짜리 페라리까지 다양하다. 국내에서 시판된 수입차 중에서 최고가 모델은 벤츠 ‘마이바흐 62’로 7억2,00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 판매된 15억 원짜리 엔초 페라리가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660마력의 엔초 페라리는 배기량 5,998cc의 2인승 스포츠카로, 399대만 만든 모델이다. 시속 100km 도달시간이 3.65초에 불과하다. 수입차 관계자에 의하면 재계에서 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