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문학기행 6월, 안동 이육사 문학관,
도산서원, 민속박물관
2019년 6월 기말시험을 치른 오후 학우들과 포항으로 1박2일로 여행을 떠났다.
포항의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 학우의 주선으로 성사된 여행이었다. 비 오는 오후 근대골목의 언덕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우리는 계획했다. 문학의 향기를 따라 전국으로 문학기행을 다니는 모임을 만들자고.
그 후 까마득히 잊고 지내다가 올 3월 한 해의 일정을 짜면서 학우들에게 공표하였다. 코로나 시국이라 계속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단 한 명이어도 한 달에 한 번 문학기행을 꼭 떠나자 하였다. 처음에 4명으로 시작된 여행이 점점 인원이 늘다가 정신문화의 고장 안동으로 떠나는 6월 기행에는 11명이나 참석을 하였다. 이대로 학생회의 행사로 정착이 되기를 기대한다.
첫 장소는 도산면에 있는 이육사 문학관이었다. 안동의 해숙 학우님의 배려로 미리 문학관 쪽에 예약을 하여 이육사 관련 영상 <광야에서 부르리라> 를 관람하고 이육사 시인의 유일한 혈육인 이옥비 여사의 <나의 아버지 육사>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옥비 여사님은 멤버들 하나하나 친절하게 함께 사진을 찍도록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셨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일도 뜻깊은 일이었지만 영상과 옥비 여사님의 강의로 만난 인간 이육사가 우리에게는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11명의 커피도 한 잔씩 대접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과 문학관 방문 기념으로 학우들에게 이육사 시집 「청포도」를 선물했다.
다음 장소는 문학관과 지근거리에 있는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이었다. 서원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퇴계 생가와 종택 등 볼거리가 많았으나 일정에 쫓겨 모두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에 다녀간 서원이 이렇게 풍광이 좋았던가 싶을 정도로 고목과 짙은 청록의 숲이 시원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서원 앞의 언덕 아래로 흐르는 안동호와 넓은 들판에 시선을 뺏겨 한없이 바라보았다. 스승과 제자가 모여 학문을 하던 전교당에 올라 우리도 한마디씩 자기소개와 문학 기행에 나선 각오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산서원의 유생들이 거처하면서 공부하던 건물 동재와 서재, 박약재와 홍의재 현판을 부족한 한자 실력으로 겨우 판독했다.
안동하면 찜닭과 안동소주다. 구 시장에 있는 구구찜닭에서 안동소주를 곁들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해숙 학우님이 통 크게 점심을 쏘는데 거절을 모르는 나는 고맙다고 덥석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해숙 님 고마워요~~
다음은 월영교, 월영교로 출발하려할 때, 해숙 학우님이 월영교 건너편 쪽으로 가면 민속박물관과 월영교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아직 시간이 넉넉하기에 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안동의 민속문화를 전시한 박물관이었다. 안동 문화의 특징인 민속문화, 불교문화, 유교문화가 공존하는 민속박물관에서 그 전통을 맛볼 수 있었다. 계단을 오르다가 만난 현 박물관에서 전통문화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시는 권영한 시인을 만나서 멤버들 모두 글을 하나씩 받았다. 언제 사람을 살펴보았는지 각각 인상에 맞는 글을 써 주신다고 학우들이 말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냥 좋은 글귀를 무작위로 적어주시는 것 같은데 다들 한목소리로 말하는 통에 그냥 수긍하고 말았다. 내가 받은 글은 '늘 푸른 마음'이었다. 학우들이 나의 이미지에 맞는 글이라니 기분은 좋았다. 우리도 그 화답으로 노 시인의 시집을 사서 나누었다.
강행군으로 지친 학우들, 월영교까지 걷기를 거부했다. 청춘을 자처하는 문학도들이 땀 좀 흘리는 게 대수냐고 고집을 부려보았지만 많이 지친 표정에 포기하고 멀리 보이는 월영교를 강바람 맞으며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친 학우들을 위해 해숙 학우님이 안내하는 구름에 리조트 카페로 갔다. 마침 국악 공연을 하고 있었다. 카페로 들어서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미숙 사무국장, 그 춤 사위가 아름다웠다. 작고 선이 고운 몸매에 또 얼마나 유연한지, 나도 덩달아 얼~쑤 춤을 춰 보았지만 쑥스러워 이내 멈추었다.
시원한 커피와 음료를 마시면서 이육사 문학관과 안동 일원의 문학기행의 소감을 각자 한마디씩 발표했다. 이번에는 안동 해숙 학우님의 도움으로 동선의 지체 없이 경비도 절약한 여행이 되었다. 아쉬운 점은 시간에 쫓겨 이육사 문학관, 생가 등 구석구석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더 머물고 싶었던 도산서원을 수박 겉핥기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다음에는 하루 동안 너무 많은 곳을 보기 위해 주마간산 격으로 일정을 짜지 않고 한 장소를 깊이 파고드는 문학기행으로 정해야 되겠다. 꼭 실천해야 할 과제이다.
아직 문학기행에 참석하지 못했던 학우님들,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꼭 함께 가요. 다음 장소 추천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