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 읽은 책 『화학의 발자취』 일부 정리하면서
고대의 화학이 어떻게 생겨나서 어떤 과정을 거쳐
그리스 자연철학으로 이어졌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아침산책 다녀온 다음,
아침나절엔 내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는 사람이 있어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하는 말이 하소연인지
아니면 자신의 어떤 의도를 드러낸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거의 모든 시간을 쓰면서
내 나름대로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자라나
나보다 훨씬 더 커버려 나를 버겁게 하는
또 다른 나, 즉 바보인 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그와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이 엮어온 삶,
그중 아주 일부만 추려서 말하고 있는 동안
거듭해서 그 이야기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췄고
누구도 보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음에도
거듭 들고 일어나는 부끄러움,
사람의 삶, 그가 누구든 절반은 어리석음이고
결국은 바보짓이라는 것,
나쁜 짓이나 악도 결국은 바보 짓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도 보게 되었다.
상담 마친 다음 나와
차 수리점에 들러 자동차 점검하고
돌아와 점심 먹은 다음
다시 밖에 나가 돌아다니다가
늦은 시간에 돌아와
저녁산책 마치면서 마감된 하루,
내 안의 바보를 보았다는 통쾌함과
까닭 분명하지 않은 설렘,
어쩌면 내 안의 바보가
조금씩 키가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기대 때문일 터인데
아직 작아진 것은 확인하지 못했음.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