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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제작주문합니다. 수량-33개 액자-djs-2236 (노브 체리) 4절(545x394mm) 전시액자 A4규격입니다.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A6-1912)
이 건 청
한때, 나는 소금창고에 쌓인 흰 소금 속에 푹 묻히고 싶은 때가 있었다. 소금 속에 묻혀 피도 살도 다 내어주고 몇 마디 가벼운 말로 떠오르고 싶은 때가 있었다. 마지막엔 ‘또르르 또르르’ 목을 울리는, 한 마리 노고지리 되어 푸른 보리밭 쪽으로 날아가고 싶은 때가 있었다. ----------------------------------------------------------------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B1-231069)
임 인 숙
내 가지에서 뻗어난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콕콕 쑤시는 바늘이 되어 숨겨야 살 수 있다네 비로소 숨겨야 되는 것들의 고독한 의미가 황무지의 가슴에서 활짝 꽃피네 자연으로 돌아가라네 내 안의 것들로부터 사슬을 풀라 하네 조금씩 조금씩 자유의 연습 절벽 아래 숨겨진 위험을 스스로 읽어 내려야 한다네 그게 운명이라네 순응이 쉬운 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라네 자연으로 돌아가라네 휘휘 바람 소리나 되라 하네 이미 갖은 것 같고 이미 얻은 것 버리고. -------------------------------------------------
북한강을 지나며(A6-1908)
장 금 녀
나무하러 가신 아버지 마중 가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나루터 열한 살 계집애 암소가 끄는 손수레 나뭇짐에 올라앉아 끄덕끄덕 집으로 돌아가던 길 징검다리 내 젊은 아버지 쩡쩡, 겨울밤 적막을 흔들던 강 다 어디 가고 몇 길이나 깊어진 물속 상처처럼 품은 달 끝내 따라와 내 잠을 흔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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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보살千手菩薩 (A2622474)
김 종 길
죽사리바퀴돌림生死輪廻 속에 숙명적 애타주의를 강요하는 가르침이 될지라도 천 개의 손도 모자랄 일이며 그 덕분에 세상은 한번 살아볼 만한 따사로움이 생길 일이다. 좋은 종교는 자기의 헌신과 봉사를 골자로 하고 있음이 자명하고 남을 돕는 것이 자기를 구제하는 일이니 마음의 손은 천 수 만 수 다다익선 많이 갖고자 소원함이 좋을 일이다. ---------------------------------------------------------------------------------
기게스와 칸다울레스(02A11PC7)
김 중 위 (金重緯)
오늘의 우리 현실을 헤로도토스와 플라톤에 비추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자신의 침실에 기게스를 불러들이는 칸다울레스의 어리석음을 지닌 세력들과 자신이 마치 <기게스의 반지>라도 끼고 있는 듯이 익명의 너울을 쓰고 가장 정의로운 척하면서 가진 불의를 다 저지르고 있는 무리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 아닌가 싶어서다.
------------------------------------------------------------------------------ 야스나야 폴랴나(A4-244910)
문 혜 영
‘인류가 어디로 가는가를 인간들은 알 수 없다. 가장 고귀한 지혜란 그대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아는 것에서 얻어진다’고 말한 톨스토이. 어떠한 삶이 참으로 가치 있는 삶인지 온 생애를 다하여 삶과 작품으로 일깨워 주고 보여주었던 톨스토이. 역사의 수레바퀴는 분명 톨스토이와 같은 구도자들이 있어 잘못된 궤도를 수정하며 굴러 왔을 것이다. -------------------------------------------------------------------------------------
손 잡고(02A11FYJ)
이 혜 연
문상을 다녀오는 길, 운전을 하던 아들아이가 신호대기로 잠시 정차한 사이에 며늘아기의 손을 찾아 잡는다. 신호가 바뀌어 차가 움직이는데도 놓을 줄을 모른다. ‘그래, 부디 그 손 놓지 말거라.’ 아이들이 태어나면 한동안 손을 놓아야 하리. 허공 한 줌, 두 줌, 놓아 주고 나면 다시 서로의 손 꼭 붙잡거라. 서로가 서로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때 손은 잡을 수 있는 것이려니. 가만히 손을 들어본다. 허공도 놓아주고 어머니의 무게도 놓아버린 손이, 천근만근이다.
------------------------------------------------------------------------------- 무심의 의자(02A123P6)
최 민 자
의자에 앉으면 손수건만 한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솔가지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과 해끗한 풀꽃들의 고갯짓도 돋보인다. 소나무 한 그루만 빼고는 내 앉은키보다 한참 낮은 백성들인지라 한 뼘 높이의 나무의자를 자주 옥좌로 착각하곤 한다. 높은 자리에 앉으면 심판의 권위가 절로 생겨나는가. 눈높이가 같을 때 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위에서 굽어보면 불필요한 것까지도 세세하게 드러나 보인다.
---------------------------------------------------------------------------- 방황(A11720442)
강 경 자
방황의 시발점엔 항상 이렇게 된 건 내 탓이 아니야! 하며 늘 현실을 원망 하는 내가 있었다. 이리저리 깨지고 난 후에야 그건 방황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와의 처절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느새 사십을 훌쩍 넘긴 지금에 또다시 방황이 찾아든다면 그건 아마도 방황이 고질이 된 탓일 것이다. ----------------------------------------------------------------------------------
나를 찾아 떠나는 길.(GCOM9222)
김 대 원
산의 정상에 오르든, 7부 능선에 멈춰 서든 잠시 산바람에 땀을 식히며 너럭바위에 앉아 사방을 바라보면, 끝없이 이어진 산맥과 그 아래 펼쳐지 는 들과 강줄기의 장관에 넋을 잃게 된다. 우주 안에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고 미미한 존재인 나를 실감하게 된다. 그런 내가 살아오면서 쓸데없는 만용은 부리지 않았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 어머니와 종이 바구니(B1-249160)
김 범 송
어머니는 아버지가 출장 가실 때 가져갈 종이 바구니를 어떤 것보다 더 예쁘게 만드셨다. 그 여자에게 가져 갈 종이 바구니는 어머니 당신을 보여주는 자존심인 것이다. 다른 바구니에는 바르지도 않았던 니스까지 번들번들하게 칠하셨다. 완성된 종이 바구니를 아버지 책장 위에 올려 놓으시고는 “이 종이 바구니가 만든 것 중에 제일 예쁘지?” 하시며 나에게 물었다.
------------------------------------------------------------------------- 여름 한 낮(B1-238238)
김 형 주
하늘에 구름은 그 모양 그대로 멈추었다. 개울 건너 뾰족 지붕의 교회 십자가는 앞산 능선을 지나 하늘에 닿아있다. 옥이네 담장을 딛고 올라선 능소화가 수북하다. 앞 밭에 키다리 옥수수도 너풀너풀 춤추더니 얌전히 서있다. 마당 한쪽에 있는 우리 집 강아지 까미도 제집 지붕의 그림자를 쫓아 길게 누웠다. 어디서 왔는지 마당 여기저기에 서너 마리의 고양이가 배를 깔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전혀 경계의 눈치가 없다. ‘나를 봐 주세요.’라고 하며 방긋 웃던 갖가지 꽃들도 뾰로통하다. 물동이 안에 부레옥잠만이 수줍게 웃는다.
-------------------------------------------------------------------------------------- 만년필 예찬(A12-312928)
신 서 진
새벽에 일어나 일종의 의식을 치르듯 만년필에 잉크를 채운다. 종이에 번지는 부드러운 느낌처럼 생각을 정리해 적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만년필 한 번 열어 보지 않으면 어느새 새어나온 잉크로 손가락은 온통 검게 물들고 만다. 게으름에 대한 벌이다.잉크를 넣어둔 지 오래된 만년필은 가끔 잉크가 말라버리 거나 혹간은 잉크가 새 나와 온통 범벅이 되기도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만년필 문제가 아니라 나의 게으름 때문에 일어나는 만년필의 반란이다. 그래도 만년필이 좋다. 비싼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억할 수 없는 일들’과 ‘추억 찾기’사이에서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 아버지의 보험(GCOM336)
전 진 옥
지난 6월 아버님의 생신날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걱정 끼치지 않고 건강 하게 살겠다, 며 수줍은 듯 말씀하셨다. 팔십을 바라보는 아버님은 당신이 자식의 든든한 울타리이길 자처하신다. 아버님께서 베푸신 사랑은 차곡차 곡 나의 통장에 쌓여 있다. 아버님께서는 내게 큰 연금보험을 드신 것이다. 나는 아버님께 연금 지급을 하는 중이다.
-------------------------------------------------------------------------------- 낯선 남자에 대하여(A4-244910)
정 승 미
내가 살면서 만드는 인연의 끈을 엮고 싶어 줄을 대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진짜 나의 속마음은 운명을 가장한 ‘로마의 휴일’같은 멋진 로맨스를 꿈꾸었던 건 아니었을까? 또, 아니면 지금의 나 정도면 매력 있지 않나? 하는 공주병이 었을지도 모르겠다. 거울을 보진 않았지만 내 얼굴이 불그레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번쯤은 그런 날 있다. 낯선 호기심을 발전시켜 보고 싶은, 그런 날 있다. 그 오후는 단편 영화의 시나리오 같은 시간이었다.
------------------------------------------------------------------------- 고향(A6-224898)
하 병 주
지금 그곳에는 일가친척 한 사람도 살지 않는다. 원래 30여 호나 되는, 제법 훈김이 돌던 동네가 텅 비다시피 했다. 아이들 와글거리던 골목길과 당산거리는 한적하고 허리 굽은 노인이 어쩌다가 보일 뿐이다. 그들은 내가 누구임을 크게 소리 질러야 겨우 알아본다. 장으로 가는 시멘트 포장길 은 장날임에도 한산하다. 나의 손을 반갑게 잡아줄 사람이라고는 우복이 한 사람이 있어 그나마 정겨운 고향을 느끼게 한다. 며칠 전에도 그가 전화 를 했다. “한 번 내려오소, 토종닭 잘 키워놨네.”
------------------------------------------------------ 한계사지(A1693531)
김 남 용
장수대의 늠름한 기상속에 부끄러운 듯 살포시 숨어 있는 고요한 절터 대승폭포의 물줄기와 설악산의 산줄기 사이에 오붓한 절터 자리 돋보이네 땅에 파묻힌 석재들과 두 기의 석탑들은 말없이 역사를 보여주는데 산속에 우렁차게 퍼졌을 목탁소리와 불경 읽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유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 주인 잃은 불대좌의 사자상이 오늘도 말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네
-------------------------------------------------- 수련꽃(IMG6865)
이 월 례
오늘도 기다리십니까 긴 꽃 대 물속에 넣고서 잔뜩 치장 안 해도 수련. 참 아름답습니다 마냥 그렇게 기다릴 겁니까? 파란 수련잎 청개구리 불러올려 놓고 햇빛 따가워 물속 들락거리며 수련 외로울까 봐 기다림에 동무하는데 안 오시는군요 지쳐 힘없어지는 수련꽃 가여워요 아! 깨끗함 청순함 바람과 함께 꽂술에 모으네요 물 위에 눕는군요 하늘에 흰 구름도 수련꽃 곁에 눕네요 물이 참 따스합니다.
------------------------------------------ 이슬(GCOM-93)
정 병 연
얼마나 서러웠을까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까 사랑에 걷어채인 별 하나 이른 아침부터 소리 없이 울고 있다.
------------------------------------------------------- 당신이 정말 하늘이 주신 내 것이었다면(GCOM6996)
정 지 만
당신이 정말 하늘이 주신 내 것이었다면 내 삶은 정말 풍요로운 우아함이었다. 원래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천박함이다. 더욱이 내 것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연연해 하는 것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상스러움이다. 원래부터 내 것을 내 맘대로 하는 것은 삶의 풍부함이다. 당신은 내 것이었나 아니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나
-------------------------------------------- 그리움을 그리는 나이(02A10Y1K)
조 미 숙
풋 삶을 씹으면 그리움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이 나간 젓갈 독만큼 허름한 고향 저편에 비릿한 황석어 젓갈만큼 구수한 사투리가 그리워 서걱서걱 갉아대는 눈물 파편처럼 독을 채운 소금 두께에 시간이 눌러준 추억을 묻고 앙앙대며 나이보다 앞질러 간 학교 운동장에 땟국 묻은 계집아이 고무줄 놀면 해거름 굴뚝연기 꺼뭇꺼뭇 먹물 앉듯 메아리 없는 산을 탄다 아~ 풋 살았구나 쓴웃음이 절로 난다.
------------------------------------------------------- 아버지를 부르고 싶다(GCOM7323)
김덕기
아버지와 나를 연결시켜 주는 끈은 양복 차림으로 어머니와 나란히 병풍 앞에 서 있는 흑백 결혼식 사진이 유일하다. 나는 사진 속에서나마 아버지 모습을 뵈었지만, 아버지는 강보에 싸인 내 모습을 본 것이 전부여서 저승에서 만난다면 아마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 아버지와의 산책(GCOM276)
김 삼 진
이른 아침이면 창 밖에서 소생蘇生한 봄이 자꾸 나를 불러낸다. 개나리며 산수유, 목련 등 봄의 전령들이 올 때에는 반갑게 맞이해 줘야 마땅하다. 봄의 약진에 놀라 녹아 버린 겨울이 물러나고 있다. 본격적으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은 벚꽃이나 진달래의 몫이다.
--------------------------------------------------------------------------------------- 칠봉산을 오르며(GCOM9222)
김 석 리
나도 하늘과 땅의 이치를 조금은 아는 것일까? 내 마음의 병을 낳게 해준 칠봉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른 모습으로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반긴다. 예쁜 단풍도, 기암절벽의 위용도 없지만 내 마음속의 명산이다. 이번 주말산행에는 막걸리나 한 통 가지고 가야 되겠다. 산을 힘들게 오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막걸리 한잔으로 자축하고 싶다. 갈참나무가 산길을 따라 어우러진 칠봉산, 작년 여름 아침에 만났던 고라니는 모진 겨울 눈 속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 가출(A4-245211)
오 병 미
문득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언제나 말없이 담배를 피우시던 엄마는 그렇게 모진 세월을 견뎠다. 누구에게 말하지도 않고 의지하지도 않았다. 행복하지도 않았고, 행복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당신에게 주어진 몫의 삶에 충실할 뿐이었다. 엄마의 모습에 내 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내 모습에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가족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단순한 진리를 이제야 깨달았다.
------------------------------------------------------------------------------------ 아카시아꽃 필 무렵(A4245054)
이 병 연
들녘이 황금빛으로 변할 때 나는 서울로 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된 나에게 그 애의 편지는 솔 고개 바람만큼이나 상큼했다. “너의 편지 속에는 아카시아향기가 배어 있었다.” 이십 년이 지난 후에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그 애가 말했다.
------------------------------------------------------------------------------ 통화 전쟁(IMG7683)
이 인 한
18년 전 경험했던 일 년은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 회상해보 니 남들은 누릴 수 없는 색다른 추억이었다. 선생님은 제자들과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났음에도 전화기를 통해 사랑을 나누셨다. 아직도 잊혀 지지 않 는 그분의 전화번호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던 선 생님의 두 마디는 오늘 내게 따뜻한 기억이다
------------------------------------------------------------------------ 개나리꽃이 필 때면(IMG7759)
이 현 재
뒷산 오르는 길목, 언덕 위에 있는 학교 담장에 봄 햇살을 받으며 개나리 꽃이 가득 피어 있다. 개나리꽃을 보면 중년 나이가 된 지금도 힘들게 신문 을 돌리던 마지막 중학교 생활만큼이나 풋풋했던 여학생 모습이 생각나곤 한다. 그녀를 위해 담장 밑에 심어 놓은 개나리도 이맘때면 화사하게 꽃을 피웠을 것이다.
---------------------------------------------------------------------------------- 팔 기둥(GCOM261)
정 기 한
아내는 나에게 친구요, 동반자요, 보호자요, 감독이었다. 아내가 내게 큰 기둥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아내에게 기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흐뭇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나이 든 부모를 돌보는 자식처럼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나를 자신의 든든한 기둥으로 생각하며 힘을 얻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 도랑물에 손을 씻으며(IMG1324)
최 호 택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해 나는 이 논바닥에서는 이방인이 된 지 오래다. 혹시 내가 알았던 것들이 있을까 하고 물꼬를 훑어보지만 그곳에는 물방개도, 소금쟁이도, 미꾸라지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하나씩, 하나씩 모두 떠나고 고향에는 대체 무엇이 변하지 않은 채로 내 곁에 남아 있는가!
-----------------------------------------------------------------------------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02A11TKP)
한 복 용
창문을 열면 바닷바람이 코끝을 상쾌하게 할 텐데, 초가을인데도 엄마는 자꾸만 춥다고 하시니 문을 열어둘 수가 없었다.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는 똑같은 표정으로 엄마는 매사가 귀찮다는 듯 창밖의 바다만 말없이 바라보았다. 너무 늦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가슴에 불이 일었다. 엄마의 시선이 머문 수평선에는 지는 해가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 매듭을 이은 자리(A2622619)
이 순 원
빈 사당을 열 때마다 불태워버린 화상을 생각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선생님의 글을 대하게 되었고, 혹시 그때 그 사진을 선생님이 보관하고 계시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그 줄을 이을 것입니다.그러나 이제 사진이 있어도 그 줄은 할아버님과 같이 신과 연결된 영적인 줄이 아니라 한 가문을 빛내고 세운 훌륭한 조상과 우리가 연결된 피의 줄이 될 것입니다. 신을 죽여 인간으로 돌이킴이 결코 강등의 의미는 아닐테지요. ------------------------------------------------------------- 당신이란 이름으로(A4245083)
月影 정 병 연
당신이란 이름으로 짝 지워져
내게 있어 당신이란 존재는
어느 겨울날 흩날리는
밤늦은 시간 당신의 모습이 그리워
당신이란 이름을 가슴 가득 채운 채
사랑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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