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10월호] 코로나 19 이후의 길을 모색해 본다 (1) / 김형근

[파란연꽃]

< 권두언 >


코로나 19 이후의 길을 모색해 본다 (1)




글 | 김형근 (본지 발행인)

‘코로나 19’로 인해 전 지구촌에 많은 변화가 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모든 종교계도 현재 이 문제로 씨름중이며, 미주한국불교계도 대부분 이 상황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뉴욕한마음선원에서는 온라인 법회를 시작하였고, 여러 사찰들에서는 페이스 북, 구글의 meet를 통한 온라인 법회를 하고 있다. 또 어떤 사찰은 사찰 경내에서 야외법회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들도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미주한국불교계는 어떻게 이것을 돌파할지 큰 고민을 안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른 대응은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고, 젊은 층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필수적이다. 신자들이 사찰에 출석하던 시기와 출석을 하지 못하는 시기의 신앙이 어떻게 변했는가에 관한 분석은 시간이 좀 더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참고 사례로 필자는 미국불교사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활동을 한 스즈키 순류, 쵸감 트릉파 린포체, 프랑스 프럼 빌리지에서 활동했지만 미국에 3개의 사찰을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틱냑한 스님 등 몇 분의 스님을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사례를 들려는 스님들의 활동 시기는 지금의 시기와는 시대상황이 매우 달랐다. 1893년 시카고 종교회의를 미국불교의 시작이라는 보는 견해가 많지만 필자는 미국불교사의 시작을 1840년대로 본다. 이런 시기를 지나서 1950년대 비트세대로부터 불교가 큰 관심을 가지다가 이후 1960년대 반전세대, 히피세대 등으로부터 매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시기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미국불교는 이후 1970년대, 1980년대를 거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백인 주류사회의 큰 호응을 받았다. 동양에서 온 인물 중 필자의 판단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은 스즈키 순류 스님,  북가주에 만불사를 건립한 중국인 선화선사, 티베트 쵸감 트룽파 린포체, 그리고 베트남 틱냑한 스님이다. 이외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대만 출신 비구니 이파스님의 포교방법도 매우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포교를 하는 단체는 일본 불교계의 ‘창가학회’이다. 그러나 창가학회는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 제외한다.

스즈끼 순류스님의 사례
미국불교사에는 두 사람의  스즈끼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다이세쯔 스즈키로 1897년이 미국에 입국한 사람이고, 선을 영어로 <젠(Zen)>으로 번역한 사람이다. 많은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였다. 한국 불교계에도 널리 알려진 다이세쯔 스즈끼는 일본 제국주의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다는 것이 최근에 알려졌다. 또 한 사람은 일본 조동종 스님인 스즈끼 순류다. 1959년 5월에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왔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선원에서 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선종의 스님이었으므로 좌선坐禪은 순류 스즈키 가르침의 핵심이었다. 가부좌를 하고 등은 곧게 편 채, 턱은 당기고 눈은 반쯤 떠서 아래로 보고, 손은 포갠 자세로 몸을 곧추 세우면서도 동시에 이완된 자세를 취한다. 호흡에 집중하여 1에서 10까지 세고 다시 반복한다.  순류 스즈키는 조동종의 교부인 도겐 젠지의 말을 인용했다. “불법에 따르면 몸과 마음은 본래 하나다. 실체와 형체는 둘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좌선의 자세 그 자체는 그 좌선을 통해 분명히 드러나는 마음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순류 스즈키는 이른 아침에 자신과 함께 한 제자들에게 “이 자세는 옳은 마음 상태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 자세를 취하는 자체가 올바른 마음 상태를 갖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그저 앉아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웅대한 청사진도, 지적되거나 추구되어야 할 어떤 놀라운 발전 따위도 없었다.
그러나 묵조선 가르침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은 아주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숨을 세면서 긴장이 풀어지는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지루함, 신경질, 고통, 불안함 등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대부분의 가치 있는 일이 그렇듯이, 좌선도 시작하기는 쉬워도 계속하기는 힘든 법이다. 좌선은 오락으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핵심이었다.“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칠 때 끝이란 없습니다” 하고 순류 스즈키는 도겐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했다. 묵조선이건, 간화선이건 수행을 지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임에 오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스즈끼는 재미 일본인보다는 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는데 그것은 당시에 미국사회에 불었던 불교열풍에 힘입었다. 그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선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큰 호응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 스즈끼는 대체로 수행과 좌선, 교외에 살면서도 계속 수행하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스즈끼는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쳤다. 그가 가장 즐겨 사용한 은유는 잡초를 환영하며 활용하는 유능한 정원사였다. 어느 날 아침 그가 말했다. “우리는 잡초를 뽑아서 키우는 식물에다 거름이 되도록 묻어줍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이 수행 중에 어려움을 겪거나 앉아 있는 데 동요가 생기더라도, 이런 잡초 자체가 여러분을 도울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잡초가 있다 해서 성가셔하지 마세요. 결국 그 잡초가 여러분의 수행을 살찌울 테니까요.”  스즈끼 이전까지 서양에서는 아무도 좌선에 대해 이렇게 직접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해 준 이가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즈키 순류                  

실패와 새로운 시도
새로운 환경에서 포교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실패도 많이 경험한 것 같다. “스즈키는 처음에는 수행을 사람들의 평범한 삶 속에서 접근될 수 있고 가능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자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죠. 그래서 그는 산이나 시골의 외딴 곳에 전통적인 수도원을 세우고자 희망했어요.” 1966년, 타사하라Tassajara 온천이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이 온천은 타사하라 계곡의 32킬로미터나 되는 비포장도로를 가파르게 지그재그로 휘감으며 1,500미터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 막다른 깊은 협곡에 들어앉아 있었다.
1,000명 이상의 사람들로부터 기부금이 들어왔고, 많은 화가들과 연주자들이 기금마련 전시회나 공연을 했다. 당시 교토에서 돌아온 게리 스나이더는 필모어에서 마할리아 만다라 그래퍼스들이 제작한 조명을 받으며 반가부좌를 하고서 마이크를 앞에 놓고 그 무렵에 계속 쓰고 있던 장편 서사시 󰡔끝없는 산과 강(Mountains and Rivers, Without End)󰡕을 낭송했다. 스즈끼 순륜 스님은 미국에 도착하여 비교적 순항하였지만 어려움에 처하자 새로운 시도를 하여 미국 최초의 산중선원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불교사에는 이렇게 서술되어 있지만 이 서술에 표현되지 않은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스즈끼 스님이 미국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고, 이런 시도를 할 때는 꼭 생각대로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시도를 할 때는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서 결정을 하고, 추진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점이 지금 미주한국불교계에서 한번 진진하게 되새겨 보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적 파괴
스즈키는 이미 여섯 사람에게 제1승려의 계를 주었다. 이제 그는 평신도에게 계를 주기로 하였다. 의식 중에 스즈끼는 “이 의식은 불자佛子라 해서 우리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고, 사실은 우리 모두가 남을 좀더 진지하게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입니다”라고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면서, 자신도 평신도에게 승려계를 주는 의의(그 정의 자체가 다소 모순적인 까닭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노라고 시인했다. 이는 마치 그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알맞은 형식의 미국 불교는 “정확히 승려식 수행도 아니고 평신도식 수행도 아니”라고 의아스럽게 여겼던 일과 꼭 마찬가지였다.
평신도에게 스님 계를 준 이런 새로운 시도는 그가 결혼 한 대처승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처승도 삭발을 하고, 절에서 생활을 하는데 이 미국 평신도들은 삭발도 하지 않았고, 집에서 생활을 하였다는 점에서 구별이 된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불교를 환경이 다른 미국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는 동양 전통과 사고를 미국 방식에 맞게 적응시키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것이다.
“동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쏟는 주된 노력은 우리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 서양에서는 활동을 통해, 즉 우리 자신을 벗어나서 행동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려 합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진짜 방법은 소위 이 동양과 서양의 방식을 조합하는 것입니다.”



지역생활에 맞는 새로운 시도와 참여불교
그린 걸치(Green Gulch: 마린 카운티에 있는 골든게이트 브리지 바로 너머의 선원 농업공동체와 수도원)에서 재배된,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야채는 이웃 사람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에 선 센터 길 건너편에 있는 그린 걸치 야채상회에서 판매되곤 하였다. 이곳에서는 또 선원에서 운영하는 제빵소에서 만든 빵도 판매했다.  선 센터는 또한 지역의 기관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마침내 독립적으로 ‘이웃재단(Neighborhood Foundation)’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회원들은 조직력을 다지는 세련된 경험을 통해 이웃들이 지역 내 공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의 주거 임대료가 오르지 않도록 유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참여불교를 한 것이다. 선을 주 수행법으로 하면서, 지역생활에 맞게 농장을 운영하고, 빵을 만들었으며, 지역사회의 주거문제에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해결을 시도한 것이다.
1971년 12월 4일 미국에 온지 12년 만에 그는 입적을 했다. 그 짧은 기간에 그는 미국 불교의 진정한 색채를 발견했으며, 미국 최초의 불교공동체의 기초를 닦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가 활동했던 1960년대는 미국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은 시기였다. 지금은 그 시대에 비해 종교, 불교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은 시기이다. 시대 배경과 조건이 다른 시기이지만, 그는 진지하고 성실하게 신자들을 지도하였으며 어려움에 직면하면 새로운 시도를 하였으며 성공을 거두었다. 샌프란시스코 선원 성공은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시도한 ‘그린 걸치’와 ‘이웃재단’은 일본 불교계에서도 없던 새로운 시도였다. 이 점이 전환점에 선 미주한국불교계가 스즈키 순류스님의 행적에서 우리가 의미 있게 살펴볼 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