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장과 함께 울주 서부권의 대표적인 5일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울주군 두동면 봉계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설현대화 사업이후 오히려 시장의 상권이 침체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21일 울주군과 봉계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전통재래시장 현대화사업 계획에 따라 총 1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기존 장거리를 철거한 봉계장터 2,941㎡의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1,545㎡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지어 2006년 9월 준공과 함께 개장했었다.
그러나 현대식 건물로 새 단장해 개장한지 2년이 지났지만 봉계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상인들과 주민들은 시장 경기가 현대화이후 더 나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시설현대화 이후 시장이 상설화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온 4일, 9일장인 봉계장날의 규모도 절반가까이 줄어 상인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특히 언양과 함께 한우불고기특구로 지정된 봉계지역 불고기식당 주인들은 "예전(현대화 이전)의 경우 장날에 맞춰 몰려든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적이면서 장사도 잘됐는데, 지금은 그나마 있던 장날특수도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게다가 개장 2년이 넘도록 시장 2층의 다목적실(356㎡)은 뚜렷한 활용방안 조차도 찾지 못해 현재까지 빈공간으로 놀리고 있으며, 시장 1, 2층에 입주한 16개 점포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평일엔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화이후 봉계장의 상권이 이처럼 침체된 것은 최근의 불황과 이 지역 거주민와 유동인구가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시설현대화도 무관하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2000년 이후까지 울주군 지역에 남아 있던 몇 안되는 전통재래시장 중 시골 5일장의 향수와 정취를 간직해온 장거리를 허물고 그 자리에 현대식 상설시장을 건립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였다는 게 현지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봉계시장 현대화 사업이 오히려 지역상권을 쇠퇴시키는 부작용과 함께 19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만 낭비한 꼴로 귀결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전통재래시장 매니아'로 알려진 김모(56·남구 삼호동)씨는 "언양이나 남창장날이면 꼭 살게 없어도 시골장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장거리를 찾는다"면서 "봉계장 현대화사업은 시골장이 그 존재 자체로써 하나의 상품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행정하는 사람들이 간과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현재 지역에서 유일하게 시골장의 면모를 간직한 언양·남창장까지도 시설 현대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래시장 현대화는 경제적 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최성환기자 c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