追憶 2015. 4. 18 <솔바람> 자축행사 다시보기
追憶 2015. 4. 18 <솔바람> 자축행사 다시보기 -추억을 반추하며- 흘러간 노래 <전세준 제6회 아름다운 글 문학상 자축회> -이 글은 김종영 <솔바람> 前 회장님이 작성해 주셨다-. 전세준 제6회 아름다운 글 문학상 솔바람 자축회 순서 1. 회장 인사 2. 상패 전달 3. 꽃다발 증정 4. 다함께 사진 촬영 5. 축하 노래 부르기 6. 수상자 약력 소개 7. 수상 소감 듣기 8. 수상작 발표 : 동화 발표 9. 수상자 작품 감상 : 동화 2편, 동요 3편, 동요곡 3편 등 ☪ 전세준 <제6회 아름다운 글 문학상 수상 소감> -예쁨 보다 아름다움을- 그간 나는 글을 쓰면서 두 번을 어리둥절했다. 두 번 모두 나의 꿈과 거리가 먼 곳에서 온 전화를 받고,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그리 맑게 흐르지도 못하는 남대천 고수부지를 걸으며 하늘을 쳐다보며 무심코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고 아무 생각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었었다. 신춘문예와 신인상은 어리둥절한 기대감이 아니었다. 정화수 떠 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당선통지를 기다리는 그 애 뜻 하고 조마조마한 기다림이었다. 그리고 반가움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 마디로 자랑 할 만 한 것은 아니었다. 뭔가 다시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야하곤 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어리둥절 두 번의 소식. 그 소식들은 왠 일인지 내 마음을 텅 빈 드럼통으로 변하게 했고, 그 텅 빈 드럼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구름을 타고 바람에 밀려가기만 했다. 텅 빈 드럼통은 소리만 요란한 내 자신을 부끄럽게 했다. -강릉문학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어느 날 갑자기 우주에서 지구 한쪽 땅에 운석으로 떨어져, 얼마 전 나에게 다가 온 <강릉문학상>도 그렇고 이번에도 어리둥절 하게한 <아름다운 글 문학상>도 그렇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찾아 헤매는 운석이 내 앞에 떨어진 것일까. 너무 신기해서 멍하니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며 남대천 고수부지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무엇을 쓸까’ 생각에 잠긴다. 남대천 고수부지 산책은 내 글의 보금자리다. 아마 앞으로 <아름다운 글>을 더 잘 쓰고 많이 쓰라는 하늘의 채찍이 아닐는지.. 난, <예쁜 글>은 잘 쓰지 못 한다. <예쁜 글>은 얼굴은 예쁘나 아름다운 마음이 없다. 우주만물의 아름다움이 가득 넘쳐나고 정이 소복한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 더욱 아름다운 글을 쓰라고 소중한 우주속의 그 운석을 나에게 보낸 것이 아닐까. <한국아동문학연구회> 엄기원님과 <솔바람> 김종영님과 회원님들께 감사드리며, 두 곳은 내 마음속에 가득 넘치는 <아름다운 글>의 샘의 근원이다. 반겨 주는 우리 회원님 얼굴들이 새털구름 속에 모두모두 환히 웃어줘 너무 고맙다. 정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노래, 우리 <솔바람>회원님들이 더욱 아름다운 글 많이 만들어 온 세상에 노래가 퍼져 아름다운 동심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세준 약력 •강원일보 신춘문예소설 입선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동화 신인상 •강릉문학상 수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수상 *관동문학상.*14회 한.중 <옹달샘>아동문학상. •지은 책 : 동화집 5 권. 동요 가사 집 2권. 꽁트 집. 회고록.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학연구회, 강원문학회, 강릉문학회, 솔바람 동요문학회, 관동문학회 회원. 강원아동문학회 외 •(우) 2788 강릉시 율곡로 2733 노암, 현대@ 102동 608호 •집 (033) 646-1371, H·P 010-6371-1371 •이메일 : jsj1371@naver.com *2015년 4월 18일 강릉 별미해물찜에서 솔바람 식구들 끼리 작은 잔치를 열었어요 회원님들께서 축하 목걸이를 걸어 주었어요 조그마한 꽃다발이지만 솔바람 식구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담뿍 담겼답니다. <수상작 동화 1편> 고향을 잃어버린 소나무 전 세 준 늙은 소나무는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하늘은 온통 별들로 가득 차 있고 저만치 떨어져 있는 멋진 집에서는 바이올린 소리가 오늘도 밝은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늙은 소나무가 이곳으로 이사 온 것이 한 달 전쯤 되었습니다. 그동안 소나무는 마음 편하게 하루라도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늙은 소나무의 고향은 산골 마을에서 한참 들어간 아담한 산 속 골짜기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개울가 옆이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산새들이 조잘조잘 노래하고 겨울이면 거울같이 맑게 얼음이 얼고 그 밑으로 졸졸졸 노래 부르며 흐르는 시냇가 옆에 자기보다 훨씬 키가 큰 아기 소나무들이 쏴아 쏴아 노래 부르는 예쁘고 다정한 마을이었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그곳에서 수 십 년을 살아오면서 자기 보다 더 큰 아기 소나무들과 행복하게 살아 왔습니다. 눈비를 맞으며 수 십 년을 살아오는 동안 소나무는 나이를 먹으며, 더 키는 자라지 않았고 몸둥아리는 점점 거무스름하고 두껍게 변해 갔습니다. 그 뿐 아니었습니다. 온 사방으로 뻗은 다리들은 점점 힘이 없어졌고, 하늘 향해 옆으로 뻗은 팔들이 위로 크지 못하고 옆으로 옆으로 비틀어져 바람에 흐는적 거렸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이제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간 어느 날 한 나절이었습니다. 늙은 소나무가 늦잠을 자고 긴 하품을 하면서 눈을 떴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야! 여기야, 여기 그렇게 하면 않되지......그래 .그래 더 올려!” 그 순간 늙은 소나무는 땅속으로 뻗은 다리가 조여 오고 온 몸이 칼로 몸을 베어오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아야!..... 왜 이러냐?” 늙은 소나무는 비명을 지르며 골짜기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부르릉! 덜컹!” 지금 까지 듣지 못했던 소리가 골짜기를 울렸고 바위 구르는 소리와 함께 온 몸이 흔들렸습니다. ‘무슨 일이람?’ 너무나 놀란 늙은 소나무는 골짜기 아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온 몸이 핑그르 돌면서 늙은 소나무는 쾅 소리를 내면서 졸졸졸 흐르는 골짜기 아래로 우지직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습니다. “엄마야!” 늙은 소나무 보다 더 큰 아기 소나무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야! 그래 되었어! 이 정도 소나무는 정말 찾기 힘 든 것인데....” “응, 정말 잘 생겼네! 아주 정원에 심기에는 멋진 소나무야! 어서 계속 작업을 하세!” 잠시 기계소리가 멈 춘 골짜기에 사람들이 웅성이고 있었습니다. 엄마 둘레에 있던 아기 소나무들의 외침이 점점 아득하게 들려오면서 늙은 소나무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늙은 소나무가 다시 정신이 든 것은 한나절이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야! 정말 멋진데.... 아주 우리 정원에 잘 어울려! 모두 수고 했어요!”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너무나 놀랬습니다. 쓰러져 있던 자신이 우뚝 서 있고, 꽁꽁 묶였던 두 다리는 땅속 깊숙이 묻혀 있었습니다. ‘아! 내가 살아있구나!’ 소나무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뜰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산골짜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 지은 이층집이 보였고, 고향 산골짜기에서만 볼 수 있었던 큰 바위들이 동그란 연못 둘레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아기 소나무들과 같이 소나무들의 고향 여기저기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옹기종기 이층 양옥집과 새로 만든 연못 주위로 가득 심어져 있었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그때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양지바른 이곳에 새로 이층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 집 둘레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느덧 정원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언덕 아래로 내려갔고 이층집에는 환하게 불이 들어 왔습니다. 주인인듯한 사람들이 집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였고 산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피아노 소리도 흘려 나왔습니다. 아마 이곳으로 이사 온지가 얼마돼지 않은 듯 싶었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슬펐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웃에서 같이 살아 온 아기 소나무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산 새 들의 노래 소리도 없었고, 골짜기 시냇물 소리도 없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가끔 집 주인인듯한 아저씨가 넓은 정원을 삥 둘러보면서 늙은 소나무 아래까지 왔고 고개를 들어 소나무를 쳐다 보곤 했습니다. “음. 정말 잘생긴 소나무야! 죽지말고 잘 커야할텐데.....” 이렇게 한마디 하면서 소나무를 어루만지곤 했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온 종일 심심했습니다. 언제나 내려다보이는 연못 속 비단잉어들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밤이면 꼬마 아가씨가 치는 피아노 소리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가끔 여러 사람들이 정원에 모여 술잔을 나누며 높다란 불판 위에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들과 아주머니들이 연기를 피우며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곤 했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뜨거운 불판에서 솟아오르는 연기가 싫었습니다. 그리고 이상야릇한 고기 냄새도 싫었습니다. 산골짜기에서 숨 쉬던 그 맑은 공기가 그리워졌습니다. 그 때마다 늙은 소나무는 울퉁불퉁 생긴 자기의 모습을 원망하였습니다. 아기 소나무들처럼 하늘로 쭉쭉 뻗어 날씬하게 자랐으면 이곳까지 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못 생긴 것도 억울한데 이곳까지 와서 고통을 받는 것이 싫었습니다. “애들아! 너희들도 답답하지?” 하루 종일 좁다란 연못 속에서 빙빙 도는 비단 잉어들도 불쌍했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정원에는 밝은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고기 굽는 연기는 정원 하늘을 타고 하늘로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애그그.... 저 밤하늘에 반짝이고 있는 별들도 이 냄새 때문에......” 유난히 반짝이 별들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연기 때문에 하나 둘 그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늙은 소나무에게는 아름다운 밤이 아니었습니다. 골짜기에서 보던 그 아름다운 밤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차라리 눈을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연못 속 비단 잉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원에서 떠들썩하던 등산객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게 들려오면서 늙은 소나무는 아이들이 자고 있을 골짜기를 생각하며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솔바람이 살랑살랑 늙은 소나무를 잠재웠습니다. ...................... “어머나! 어쩜 그렇게 잠을 잘 자요? 무척 부럽군요!” 어디서 들려오는 속삭임에 늙은 소나무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피아노 소리도, 등산객들의 떠드는 소리도, 솔바람의 자장가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이 었습니다. 정원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도 사라졌고, 하늘에 다시 별들이 소곤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구세요?” 늙은 소나무는 소리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오늘 처음 만났구만요! 저는 달님이에요....” “네? 달님이!” 늙은 소나무는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둥근 달님을 보았습니다. “아니, 어떻게 여길?” “아! 놀랬어요? 미안해요...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둥근 예쁜 얼굴로 별들의 나라로 여행을 다니지요.... 어두운 길도 밝혀 주고.... 어디서 오셨어요? 지금까지 못 보던 얼굴이기에 지나다가 잠깐 쉬어가려고....” 달님은 늙은 소나무에게 소곤소곤 정답게 말 해 주었습니다. “아! 그러세요? 저는 이곳에 처음 왔어요. 깊은 산골짜기에서 살다가 갑자기 이곳으로... 억지로 끌려 왔답니다. 내가 뭐 아름다운 정원수라나.......” 늙은 소나무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 무척 반가왔습니다. “그렇군요! 여기 새로 지은 별장 같은 집 뜰 앞이군요. 아. 저기 비단 잉어들이 사는 연못도 있지요”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둥근 달님은 이곳 사정을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소리로 무척 시끄러웠는데..... 옛날 살던 곳이 그립지요?” 달님은 늙은 소나무가 가여워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달님은 참 좋겠어요. 별나라 여행도 하고 온 동네 구경도 다 할 수 있어서.......” “그래요. 저는 한 달에 한번 씩 얼굴을 크게 가다듬고 세상 구경을 다니지요. 산속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온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즐겁게 산답니다..” “어머나!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나는.....” 늙은 소나무는 두고 온 아이들 생각에 목이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것이 더욱 슬펐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이 이젠 이곳에 정붙이고 살아야지요. 그런데 언제나 이곳에만 있어야하니......” 달님은 늙은 소나무가 불쌍했습니다. “..................” 소나무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대로 밤마다 여행을 떠나 다니는 달님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 이제 꽃피는 봄이나 매미들이 노래하는 여름과, 빨간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 가을, 그리고 하얀 겨울을 지내다 보면 이곳도 정이 들거에요.” “그래도 내가 살던 고향이 좋은데..... 그곳엔 내 아이들도 있고.... 사람들은 왜 좋은 집을 새로 지으면 우리들을 괴롭히는지....... 우리가 아름다우면 찾아와서 보면 될 것을......” 늙은 소나무는 긴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그래도 이곳에 와서 굿굿하게 잘 살아야 해요. 이곳으로 이사 온 예쁜 나무들이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서 버려지는 것을 몇 번 보았어요. 산골짜기에다 버리고 다시 또 옮겨 심고.....” 달님은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본 듯 싶었습니다. “..............” 늙은 소나무는 꼭 살아야 했습니다. “옛날부터 산이나 들, 바위 하나라도 모든 자연과 사람들은 친한 친구였지요. 해님도, 시냇물도, 바다 그리고 산과들, 산토끼와 노루.... 모두가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같이 뛰놀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우리들을 헤치기 시작 했어요. 자기들 욕심을 채우고 자기들 편하고 아름다움을 혼자 갖고 싶은 그 욕심 때문에....... 우리들을 괘롭히기 시작한 것이지요....”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나무가 파헤쳐지고 산이 무너지고.... 강물이 넘쳐흘러 마을이 물에 잠기고....” 늙은 소나무도 산골짜기에 있을 때 너무나 많은 일들을 보았던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아이쿠! 내가 너무 오래 있었네! 내일 또 놀러 올게요! 우리 자주 만나요!” 달님은 나뭇가지에서 일어나며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가시게요? 자주 놀러 오세요. 기다릴게요...” 늙은 소나무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합니다. 달님은 차츰차츰 별들의 마을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나무는 너무나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그러나 새 친구 달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것이라는 큰 꿈을 가슴에 가득가득 채웠습니다. 달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엄마! 어디있어요? 보고 싶어요.... 저도요...저도요....___ 산골짜기에서 같이 살던 아기 소나무들이 엄마를 찾는 소리가 늙은 소나무의 귓속을 파고 들었습니다. “아기들아! ....얘들아!...” 늙은 소나무는 ‘쏴아-- 쏴아---’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 쪽으로 두리번거리며 살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늙은 소나무는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멀리 여행하고 있는 하늘 높이 뜬 달님이 따뜻한 손으로 소나무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내려다보이는 방 안에는 전기가 모두 꺼지고, 정원을 지키는 둥근 외등이 늙은 소나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끝) -2015. 4. 제6회 아름다운 글 문학상 수상 작품- <솔바람 식구들입니다. 조촐한 식구들이지만 마음은 바다 같답니다> *<솔바람> 회원 -옛날 옛날 옛적사진- 지금 <,솔바람>회원은 전국에서 모여 30 명이 노랫말을 쓴답니다. <축하의 꽃다발도 아름다운 여인이 주시면 더 향기롭겠지요> <수상자 대표 동요 감상하기> 창문을 열면 외 2편 전세준 창문을 열면 바람은 창틀을 넘어 방안으로 들어와 긴 의자에 몸을 누인다. 꽃들이 꽃병에서 활짝 웃으면바람은 열린 피아노 위에 살포시 앉아 라솔파미파미레도 춤을 추면은 벽시계 째깍째깍 노래 부른다. 창문을 열면 바람은 너무 좋다. 따사로운 방안이 -전세준 「창문을 열면」전문, <<솔바람>> ‘솔바람동요문학회’ 31주년 기념 문집 수록 작품 중에서- 아동문예 2015년 11․12월호 이 달의 동시․동시인 한국 최초의 동요 작사회보지 <<솔바람>> 작품 들여다보기 평자 김진광 평론가 전세준은 1940년 강릉에서 태어나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소설과 <<아동문학 세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소설과 동화를 오랫동안 써온 작가이다. 동화집 『잘 키워드릴게요』외 여러 권이 있고, 동요집 『기다림』, 『시골 장터』등이 있다. 위의 『창문을 열면』은 바람과 사물인 꽃과 벽시계를 의인화하여 쓴 노랫말이다. 바람이 사람처럼 의자에도 눕고, 꽃병의 꽃이 활짝 웃어주면, 피아노도 치고 춤을 추며, 벽시계가 째깍째깍 노래를 부른다. 동요에는 시적자아가 생략되었지만, 시적자아가 창문을 열 때면 바람이 잽싸게 들어온다. ‘창문을 열면 바람은 너무 좋다. 따사로운 방안이’ 창문을 열었을 때 바람이 들어와 펄럭펄럭 사물들과 어울리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쓴 좋은 동요이다. 전 작가는 소설을 쓰고 있기에 누구보다도 리얼한 묘사를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동화를 쓰기에 상상과 환상을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 앞으로 동요를 쓸 때에 이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후세에도 길이 남을 작품을 남길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아동문예 2015년 413권 11․12월호 사단법인 한국아동문예작가회(2015.11.1발행) 바람이 속삭이며 전 세 준 뜨거운 여름 햇살 넓은 벌판 이글이글 그늘 속에 숨어도 부채를 흔들어도 땀방울 송이송이 내 얼굴에 주룩주룩 씻어내도 주룩주룩 또 다시 주룩주룩 어찌할까 어찌할까 숨이 콱콱 막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가닥 속삭임 시원하죠 시원하죠 우리가 왔잖아요 바람이 속삭이며 얼굴스쳐 갑니다. 우리 모두 같이 가요(3) 우리 모두 같이 웃고 하하 호호 하늘 향해 소리를 질러요 하늘이 열려요 세상이 열려요 우리 우리 같이 가요 웃음이 넘쳐나는 동화의 나라로 우리 모두 같이 커요 파릇파릇 새싹처럼 울창한 숲처럼 온 세상이 푸른 벌판 우리 앞에 열려요 우리 우리 같이 가요 푸른 꿈이 넘쳐나는 희망의 나라로 우리 모두 쉬어요 같이 쉬어요 뛰어 가다 숨이 차면 꽃동산에 쉬어요 꽃나비 춤을 추고 산새들이 노래해요 우리 우리 같이 가요 새 나라 노래 동산 꽃동산으로. <수상자 동화 감상하기 : 솔바람 특집 아동문예 동화 발표작> 딱새와 할아버지 전 세 준 “아니, 저것은 딱새가 아니야?” 아침잠에서 깨어난 할아버지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침대에 누워서도 싱싱한 채소가 자라는 앞마당 텃밭과, 소나무들이 우거진 앞산을 볼 수 있는 큰 유리 창 밖으로 딱새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딱새는 처마 밑 빨래 줄에 올라 앉아 사방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으음, 그래 올 해도 우리 집을 찾아왔구나.” 매년 찾아오는 딱새가 금년에도 어김없이 찾아 온 것입니다. 주황색 가슴과 하얀 머리로 단장하고 검은 색 날개 중앙에 흰색 얼룩무늬를 한 딱새는 매년 보아도 티 나지 않게 겸손했습니다. 앞마당 감나무에 앉아 ‘딱, 딱’소리 내 울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하듯 작업복을 입고 아침 일을 하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딱새는 깜짝 놀라 후드득 날아 감나무에 앉아 할아버지를 유심히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하듯 툇마루에 있는 라디오를 켜놓고 밭에서 일을 시작하자 딱새는 후드득 앞산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잠시 후 앞산을 향했던 딱새가 다시 날아와 처마 밑 빨래 줄에 할아버지를 내려다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으응?” 할아버지는 입에 길다란 벌레를 물고 있는 딱새가 사방을 바라보며 어쩐지 불안해 보였습니다. “새끼를 낳았나?” 처마 밑을 살펴보았지만, 새집도 새끼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처마 밑 스피카 통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푸드득…….” 아침식사를 준비하려고 툇마루에 올라서던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보이지 않던 딱새가 푸드득 거리며 라디오 스피카 통에서 빠져나와 앞산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어어?”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뉴스가 나오고 있는 처마 밑에 걸린 스피카 통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스피카 통속에는 갓 태어난 듯한 딱새 새끼 다섯 마리가 입을 벌리고 짹짹이고 있었습니다. 짹짹이는 새끼 딱새들의 울음소리는 라디오 소리에 묻혀 작게 아주 작게 들려왔습니다. “어허, 이럴 수가……. 여기에 집을 짓고 새끼를 놓다니!” 딱새가 처마 밑 빨래 줄에 앉아 사방을 불안하게 살피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 시끄러운 스피카 통에서 새끼를 낳았다니. 그렇게 집 질 곳이 없어? 쯧쯧쯧... 그래서 엄마 딱새가 불안해 했구나…….” 매년 딱새들이 찾아와 감나무나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살았지만 처마 밑 스피카 통속에 집을 지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매일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일을 하면서도, 스피카 통에 새끼 딱새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곧 라디오를 껐습니다. 방안으로 들어와 큰 창문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얼마 후 어미 딱새는 또 먹이를 물고 빨래 줄에 앉아 몇 번 두리번거리다가 좁은 스피카 통속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허허허……. 내 혼자 살고 있는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구나!” 할아버지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아기 딱새들이 시끄러울까 매일 듣던 라디오도 켜지 않았고, 엄마 딱새가 먹이를 물고 감나무에 앉아 사방을 살펴 볼 때는 슬그머니 몸을 숨겼습니다. 엄마 딱새는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스피카 통속으로 날아들었습니다. 혼자 어디 가서 먹이를 구해 오는 엄마 딱새가 너무 힘들어 보여 할아버지는 다음 날 부터 밭에서 일 할 때 지렁이를 잡아 스피카 통에 넣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짹 짹 짹…….” 아기 딱새들은 엄마가 가져온 먹이인줄 알고 짹짹 거리며 맛있게 주워 먹었습니다. 며칠이 지났을 때 엄마 딱새는 할아버지가 아기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처마 밑 빨래 줄에 앉아 꼬리를 흔들며 ‘딱, 딱’ 인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와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래……. 부지런히 먹여야지 빨리 크지.”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딱! 딱!” 엄마 딱새는 할아버지와 만날 때 마다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했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스피카 통 안을 들여다보아도 엄마 딱새는 도망가지 않고 아기 딱새들과 ‘딱. 딱’ 인사를 하며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할아버지 텃밭에 채소들도 봄볕을 받아 무럭무럭 크면서 아기 딱새들도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낮에는 라디오를 끄고 재미있는 동요를 틀어 주었습니다. 텃밭에도, 앞산에도, 아기 딱새들이 자라는 스피카 통 안에서도 아이들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지는 한 낮에 잠시 시장에 다녀 온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집 앞 텃밭 여기저기에서 딱새들이 할아버지가 잡던 벌레를 잡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셋 넷 다섯 여섯!’ 할아버지는 급히 스피카 통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동그란 빈 집만 있었습니다. “너희들이구나. 이젠 다 컸구나!” 할아버지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할아버지가 할 일을 딱새 가족들이 해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먹어야 할 양식이어요!” “할아버지 우리가 잡아드릴게요!” 딱새 가족들은 부지런히 텃밭에서 벌레를 잡아 스피카 통 속으로 옮겼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살고 있지만 즐거웠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오늘 아침도 할아버지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봄이 지나며 초여름 아침 햇살이 텃밭에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딱 딱 딱!” “할아버지, 딱 딱 딱!” 웬일인지 아기 딱새들은 엄마 딱새와 나란히 처마 밑 빨래 줄에 앉아 할아버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웬일로 모두 나와 앉았니?”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엄마 딱새도 아기 딱새들도 모두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이제 떠나요. 할아버지, 고마워요! 안녕히 계셔요!” 순간 엄마 딱새가 후드득 날개를 펴고 푸른 하늘로 날아올라 앞 산 솔밭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아기 딱새들도 한 마리 두 마리……. 차례로 날개를 펴고 엄마 뒤를 따랐습니다. 모두 모두 앞 산 솔밭 속으로 날아갔습니다. “허허허……. 그 녀석들.” 사라져 가는 딱새들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마음이 갑자기 텅 빈 듯 허전해 왔습니다. “그래, 그래……. 좋은 곳에 가서 튼튼하게 모두 잘 살아라!” 고개를 돌려 딱새들이 먹이를 잡던 텃밭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허허……. 이제 다시 혼자가 되었군…….” -끝- -전세준 아동문예 2015년 9․10월호 솔바람동요문학회 특집에 발표된 동화- *아동문예 2015년 11․12월호 이 달의 동화․동화작가 동화라는 굴레가 -역사는 앞서간 조상들의 얼굴이며 숨소리라면 동화는 삶의 미학이다- 「박새와 할아버지」, 「왕흥사 수수께끼」, 「양파 두 개」, 「검은 숲속의 괴물」 평자 임신행 동화는 우주 만물이 살아 있는 탄생의 기록이요, 생각의 미학이다. 아동문예 2015년 9․10월호에는 전세준 씨의 동화 「딱새와 할아버지」, 이종욱 씨의 동화 「왕흥사 수수께끼」, 강선애 씨의 동화「양파 두 개」, 허순봉 씨의 중편 동화 「검은 숲속의 괴물」등 네 편의 작품을 읽었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한가위 명절에 보름달만큼이나 둥근 마음으로 흐뭇함에 젖어 있을 때 필자는 네 분의 작품 읽는 일에 열중했다. 독거노인의 삶을 촘촘하게 다룬 전세준 씨의 동화 「딱새와 할아버지」는 외로움의 진국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외로움이 깊으면 서로의 손잡기를 너머, 법보응을 갈구하게 된다. 딱새와 친화해 가는 할아버지의 몸짓은 판소리 「심청전」의 한 대목을 유추하게 하여 울컥해져 잠시 책갈피를 덮었다. 창밖을 보면서 도둑처럼 다가선 한가위 풍경과 가을을 보며 세월의 덧없음에 묘한 감회에 젖었었다. 딱새가 해마다 집을 찾아와 처마 아니면 감나무에 둥지를 마련해 알을 까고 식구를 불리는 윤회성과 친화의 과정을 조용히 관조하는 할아버지! 딱새는 할아버지도 모르게 라디오 스피커 통에 알을 낳고, 그 알을 까는 여정을 안타까워하는 할아버지의 심사가 애틋하게 나타나 있다. 그것은 낮이면 할아버지가 즐겨 듣는 라디오! 할아버지 쪽에서 보면 필요한 위로의 음악이요, 딱새쪽에서 보면 시끄러운 소음의 하나다. 할아버지는 딱새가 지닌 모성의 본능에 동감하고 딱새의 시끄러움을 덜어 주기 위하여 라디오 볼륨을 낮게, 낮게 하여 듣는다. 딱새를 배려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순연 그 자체다. 홍자성의 채근담에 나오는 ‘마음이 풍족하면 비록, 누더기를 걸치더라도 따뜻하게 여기고 나물 반찬으로 밥을 먹더라도 맛있다고 하는 법이다. ‘인생을 즐기고, 풍족하게 산다는 점에서 이런 사람은 왕후장상보다 풍족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아동문예 2015년 413권 11․12월호 사단법인 한국아동문예작가회(2015.11.1발행) <수상자 동화 감상하기 : 솔바람 특집 아시아서석문학 동화 발표작> 모난 돌 둥근 돌 전 세 준 둥근 돌 모난 돌 예쁜 돌 미운 돌 여기저기 돌 돌 돌 물속에서 잠이 들고 낮에는 해님이 어루만져 다독이고 밤이면 달님이 포근히 안아주던 정든 고향 버리고 손 흔들며 떠난다 졸졸졸 시냇물은 모난 돌들과 둥근 돌들을 시원스럽게 목욕을 시키며 바다로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맑은 시냇물 속에는 많은 돌들이 시원스럽게 목욕을 하면서 맑은 물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지만 시냇물은 미처 하던 말도 못다 하고 손을 흔들며 바다로 바다로 내려갑니다. “천천히 가려므나!” “나도 너희들과 오랫동안 이야기 하고 싶은데……. 어어어, 잘 있어……. 난 내려 간다!” 시냇물은 모난 돌들과 둥근 돌들을 어루만지면서 멀리멀리 멀어져 갔지만, 다시 맑은 시냇물이 돌들을 어루만지며 스쳐가고, 또 스쳐가곤 했습니다. “우리도 따라 가면 넓은 바다를 구경 할 수 있을 텐데…….” 모난 돌이 시무룩했습니다. “우리들은 어디 마음대로 갈 수 있니? 장마가 와서 시냇물이 콸콸 넘쳐흘러야지 우리가 따라 갈 수 있을 텐데…….” “그래도 낮에는 해님이 따사로운 햇살을 보내주고, 밤에는 달님이 우리를 지켜주 니 얼마나 좋니?” “너는 그래도 좋겠다. 가끔 사람들이 와서 너 같은 동글동글 예쁜 돌을 집으로 가 져가니…….” 모난 돌은 둥근 돌이 부러웠습니다. 사람들은 예쁜 둥근 돌만 찾았지 모난 돌은 만져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너 보다 더 멋 진 게 틀림없는 거야! 하하하!” 언제나 둥근 돌은 물속에서도 어깨를 으쓱이며 뽐냈습니다. 그때마다 모난 돌은 너무 못 생긴 자기 얼굴을 물속에 비춰보며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높은 가을 하늘과 맑은 시냇물이 손뼉 치며 즐겁게 노래 부르고 있던 어느 날 모난 돌과 둥근 돌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웬 일이에요!” “누구에요?” 모난 돌과 둥근 돌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큰 양동이 속으로 나동그라지며 소리를 질렀지만,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쓴 아저씨는 아무 대답도 없이 물속에서 놀고 있는 돌들을 양동이에 가득 채우고는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갔습니다. 모난 돌과 둥근 돌들이 와르르 쏟아진 곳은 큰 길 옆 외딴 집이었습니다 “네, 이 녀석 이제는 너 꼼작 못하게 만들어주마!” 돌들을 쏟은 아저씨는 쓸어져가는 담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큰 누렁이를 힐끔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모난 돌과 둥근 돌들은 모래를 뒤집어쓰기 시작했고, 또 끈적끈적한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썼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어요?” “어이구 답답해!” 다시 물을 뒤집어 쓴 모난 돌과 둥근 돌은 정신없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정신없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너 이제 콘크리트로 집을 지어 놓으면 물어뜯지도 못한다……. 이 녀석!” 아저씨는 옆에서 졸고 있는 누렁이를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모난 돌과 둥근 돌은 몸을 비틀며 발버둥 쳤지만 점점 몸을 움직일 수 없이 시멘트는 굳어 갔습니다. 답답하고 숨이 꽉 막혔습니다. “너, 너 괜찮니?” “죽겠다! 답답하다……. 움직일 수 없어!” 모난 돌 옆에 바싹 붙은 둥근 돌이 숨을 헐떡이며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나도 그래!” “아! 어떻게…….시냇물 속이 좋았었는데……. 사람들이 날 예뻐하고 좋아했었는 데…….” “…….” “내가……. 내가 미안해……. 너무 네게 우쭐해서……. 사람들이 나만 예쁘다 해서 그만…….” 그동안 못생긴 모난 돌을 놀려 준 것이 미안했습니다. 둥근 돌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옆에 붙어있는 모난 돌에게 겨우 한마디 했습니다. 둥근 돌의 눈물이 새로 쌓아 올린 시멘트벽으로 또르르 굴러 내렸습니다. “아, 아니야! 우린 모두 한 가족인데, 뭘. 이게 누렁이 집인가 봐. 저 큰 누렁이가 자꾸 집을 긁어 아주 튼튼하게 시멘트벽을 만드는 모양이야!” “그럼, 이젠 저 누, 누, 누렁이하고…….?” “으으으……. 우린 이제 저 누렁이하고 같이 살아야……. 응. 맑은 시냇물도, 해님, 달님도…….” 모난 돌과 둥근 돌은 졸졸졸 노래하며 흘러가는 시냇물이 그리웠습니다. 밤을 꼬박 뜬 눈으로 보낸 모난 돌과 둥근 돌은 밝은 햇살이 뜰 앞에 내려앉았지만, 서로 눈만 쳐다보았을 뿐, 아무리 말을 하려고 해도 입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큰 누렁이가 새로 콘크리트 벽으로 지은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괜찮아! 이젠 우리 언제나 같이 있게 되었잖아!’ ‘그래, 헤어질 수도 없어……. 누렁이 새 친구가 생겼어!’ 두 눈을 마주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모난 돌과 둥근 돌은 서로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지만 얼굴은 굳어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새 집에 들어 온 누렁이는 가분이 좋은지 긴 꼬리를 흔들며 모난 돌과 둥근 돌의 굳은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 끝- <전세준 동요곡 악보 : 하나> <악보 둘> *악보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