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서울대’로 구축된 윤석열의 ‘전방위 인맥’ 대해부
윤석열 전 검찰총장/김지호기자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이하 직함 생략)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윤석열 인맥’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간조선》은 정국의 핵(核)으로 부상한 윤석열의 인맥을 파헤쳐봤다. 미리 밝혀두는 바이지만, 이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윤석열과 ‘두터운 친분’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윤석열이 쌓아온 이력과 취재를 기반으로 파악한 광의(廣義)로서의 인맥이지, 그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간주하는 게 아님을 밝힌다.
핵심은 ‘충암고·서울대’ 인맥
윤석열 인맥의 핵심은 크게 충암고, 서울대 인맥으로 나뉜다. 윤석열은 충암고(8회)와 서울대 법대(37회)를 졸업했다. 이중 충암고는 그간 ‘바둑·야구·연예인’ 학교로 잘 알려져 있었다. 충암고 동문들을 잘 살펴보면 법조계는 물론 경제계, 학계, 언론계, 군(軍)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있다. 이들이 윤석열 대선 가도(街道)에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순 없지만, 그가 사실상의 정치 선언을 한 이상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윤석열이 대권에 도전할 경우,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경제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대선에 출마했을 시 경제 참모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취재를 통해 향후 윤석열에게 경제 관련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물, 두 명을 꼽을 수 있었다. 이들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 이 기사에선 부득이 익명 처리했음을 일러둔다.
윤석열과 친분이 있는 한 재계 인사는 기자와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윤석열의 경제 인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나.
“굳이 따진다면 전직 교수 A씨를 들 수 있다.”
- 생소한 이름이다. 윤석열과는 어떻게 연결돼 있나.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 A씨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국제 금융계에서는 이름이 알려져 있다.”
-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모 투자회사 대표인데 미주(美洲)와 중동 등지에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A씨가 굴리는 돈의 액수가 엄청나다. 학자 출신이라 거시경제는 물론, 미시경제에 대한 이해도 또한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 A씨가 국내에서도 활동하나.
“당연하다. 국내 모 대기업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그 대기업 회장이 한때 구속됐다가 풀려난 적이 있는데, 회장이 A씨에게 향후 그룹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자문한 적이 있다. 그만큼 국내외 경제계·재계 인사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인물이다.”
전직 경제 부처 국장 출신의 한 인사는 A씨와 함께 국제 금융계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인 B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B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고위 경제 관료를 지낸 인사의 친척이다. 그는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현재 미국과 홍콩의 투자 자문회사 대표로 있다. B씨 역시 윤석열과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 전직 경제 부처 국장의 말이다.
“B씨는 해외에서 투자 자문회사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재력을 갖췄다. 몇 년 전 국내 모 금융회사가 베트남 증권사를 인수할 때, 중간에서 역할을 했던 인물이 B씨다. 대기업 M&A에도 많이 참여했었다. B씨의 장점은 발이 넓다는 건데, 국내 코스닥 상장사 대표들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다.”
이들은 경제뿐 아니라 외교 부문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두 사람을 잘 아는 이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A씨와 B씨 모두 해외에서 오랫동안 일했기 때문에 ‘순수 국내파’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의 깊이와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와 금융계 인맥
옥경석 대표이사,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서명석 유안타증권 경영고문
이름이 잘 알려진 대기업의 임원급 중에서 윤석열 인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은 누굴까. 우선 옥경석(63)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와 이기흥(58) 신한생명 DB마케팅그룹 부사장을 들 수 있다.
옥경석 대표이사는 충암고(6회)와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옥경석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6년 한화그룹에 전격 영입된 케이스다. 옥경석 대표는 김승연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2018년 한화 화약·방산 통합 부문 대표이사에 발탁됐고, 2020년 9월부터 한화정밀기계를 이끌고 있다. 이기흥 부사장은 충암고(11회)를 나와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헐트국제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2020년 7월 신한생명 DB마케팅그룹 부사장에 선임됐다.
금융권에서는 조재민(59) 전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있다. 충암고(10회)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주요 자산 운용사 CEO로는 최연소(47세)로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조 전 사장은 2013년 KTB자산운용 대표로 갔다가 2017년 다시 KB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컴백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00년 마이다스에셋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래 20년간 자산 운용사 사장을 지내 ‘업계 최장수 CEO’란 별명도 얻었다.
서명석(60) 유안타증권 경영고문도 금융권 인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명석 고문은 충암고(9회)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2014년 동양증권 대표이사 사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4년 10월 동양증권 사명(社名)이 유안타증권으로 바뀌면서 공동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김군호(55) 에프앤가이드(fnguide) 대표도 충암고(9회)와 홍익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경영학 석사)을 졸업했다. 에프앤가이드는 현재 주식과 채권, 펀드에 대한 성과평과와 분석, 기업의 재무, 가치평가 등 수천만 건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금융정보업체로 성장해 코스닥에 상장(上場)됐다.
윤석열의 학계 인맥에는 정재호(61)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박종구(63) 초당대 총장, 그리고 유지상(59) 광운대 총장 등이 있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종구 초당대 총장,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조선DB
‘중국통’으로 알려진 정재호 교수는 윤석열의 충암고 동기로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정재호 교수와 윤석열은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친한 고교 동기 예닐곱 명이 만든 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맞대던 사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에 부임한 뒤엔 이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못했지만, 정재호 교수 등 나머지 멤버들은 이따금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정 교수는 미국 브라운대 역사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 조교를 시작으로,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홍콩 성시대(城市大) 연구위원을 역임한 뒤, 1996년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은 충암고(4회)를 나와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종구 총장은 학계뿐 아니라 관계(官界), 재계(財界)와도 연결돼 있다.
박종구 총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단장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지냈다. 박 총장의 선친은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1901~1984) 회장이다. 박종구 총장은 박인천 회장의 막내아들(5남)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그의 형이다.
2018년 취임한 유지상 총장은 충암고(10회)를 졸업하고 서울대 전기공학과에서 학·석사, 미국 퍼듀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관계 및 외교ㆍ안보 인맥
관계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경욱(55)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다. 김경욱 사장은 충암고(13회)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에 발탁됐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새만금개발청 차장, 국토교통부 기조실장, 제2차관에까지 올랐다.
2020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고향인 충북 충주에서 출마했으나, 고배(苦杯)를 마셨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공무원 중 한명이다. 두 사람은 국토교통부에서 2년가량 호흡을 맞췄다.
종편 채널 등에 자주 출연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논평하는 홍현익(62)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도 충암고(7회)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이원석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군(軍) 인맥으로는 김영식(63) 전 제1야전군사령관(육사37기)과 김용현(62) 전 합참 작전본부장(육사38기)을 들 수 있다.
김영식 전 사령관은 ‘작전통’으로 1군사령부 작전처장, 육군 15사단장, 5군단장, 항공작전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사령관은 충암고 6회 졸업생이다.
충암고 7회인 김용현 전 본부장 역시 ‘작전통’으로 분류되는 장성이다. 현역 시절 육군본부 비서실장, 1군사령부 작전처장, 육군 17사단장, 수도방위사령관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광범위한 법조 인맥 중 잘 알려지지 않은 핵심은?
법조계 인맥의 핵심은 단연 한동훈(48)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윤대진(57)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다.
윤석열이 이 두 사람만큼 신임하는 검사는 이원석(52) 수원고검 차장검사라고 한다. 이원석 검사는 윤석열 총장이 평소 조언을 구하는 후배로 알려져 있다. 이원석 검사는 중동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7기로 수료했다.
이원석 검사는 2019년 7월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됐을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임명됐다. 기획조정부장은 대검 핵심 보직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 기조부가 검찰 전체의 두뇌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이 이원석 검사를 얼마나 신임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원석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여주지청장 등을 지냈는데, 공교롭게도 윤석열이 거친 보직이기도 하다.
법원 쪽에서는 이종석(61)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눈에 띈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종석 재판관은 윤석열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법대 재학 시절 같은 반으로 서로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두 사람의 법대 동기인 한 법조인은 “이종석 재판관이 조용한 성격에 모범생이었던 데 반해, 윤석열은 활달한 성격에 술도 잘 마시고 친화력이 뛰어났다”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성격인데도 죽마고우처럼 친하게 지내왔다”고 전했다.
2006년 4월,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는 현대차 부채 탕감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산은 캐피탈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종석 재판관이 당시 이 사건 영장전담 판사였는데 이 재판관은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종석 검사는 윤석열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며 “윤 검사도 업무에 관한 부분이니 잘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해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을 드러내 보였다.
충암고(7회)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석웅(62) 변호사는 ‘추미애-윤석열’이 격돌했을 때 윤석열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이석웅 변호사는 윤석열의 고교와 대학 선배다.
정치평론가 C씨는 나름대로 충암고-서울대 인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봤다고 한다. C씨는 “비(非)명문고 졸업생들의 특징은 어떤 목적의식이 생기면 단번에 뭉치는 경향이 있다”며 “충암고-서울대 인맥도 본격적인 대선전에 접어들면 다탄두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탄두 조직이 어떤 의미냐’고 묻자 D씨는 “말 그대로 요소요소에서 ‘윤석열 붐’을 일으키는 작지만 강한 점조직 형태를 뜻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