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불어서 공중으로 띄우는 것은 꿈을 날려 보내는 것이다. 어릴 적에 문방구에는 늘 풍선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동그란 풍선과 길쭉한 풍선을 고르고 색깔도 골라서 풍선을 샀다. 풍선을 부는 것은 폐활량이 좋아야 잘 불 수 있다. 너무 힘을 줘서 불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하고 너무 세게 불면 풍선에 공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풍선이 터지기도 한다. 풍선을 부는 묘미는 터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애써 분 풍선이 터지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기에 깔깔 웃기도 한다.
우리는 운동회나 큰 행사가 있는 곳에 풍선을 불어서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일에 유용하게 쓰이는 풍선인데 최근에는 오물 풍선이 되어 공중을 날아다닌다. 과거에도 북한에서 풍선에 사상 선전용 전단을 넣어서 보낸 적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삐라”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 우린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 삐라를 주워서 학교나 경찰서 갖다주면 연필이나 공책 등 학용품을 선물로 받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삐라를 주우러 들로 산으로 찾아 나서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분단국가이다. 누구나 평화통일이 되기를 바라지만 지금의 현실로는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잊을 만하면 시비를 걸고 이상한 도발을 하는 북한의 행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인내하며 지켜봐야 하는 남한의 입장은 난감하기만 하다. 수시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군사력을 과시하기도 하는가 하면 형편없는 기술력을 보여주는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각종 오물을 넣어서 풍선을 띄워 보내는 참으로 어린아이 장난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최근에 북한에서 보내온 오물 풍선 수가 1천6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거기에는 각종 쓰레기와 인분까지 담겨있다고 한다. 이것은 북한도 세계보건기구 회원국으로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비단 남한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에서도 오물로 인한 공중보건에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풍선에 꿈을 실어 띄우는데 그들은 왜 그 꿈을 송두리째 깨 버리는지 알 수가 없다. 그에 대한 반격으로 대남 방송을 시도하긴 했지만 단 한 번의 시도로 우린 대남 방송을 접기로 했다. 맞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오물 풍선 때문에 재난 문자가 수시로 들어오기도 했다. 나는 그 문자를 대충 읽어 넘겼다. 내게 닥칠 일은 아닐 것만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각종 뉴스로 들려오는 소식은 만만치가 않았다. 서울과 경기권에서도 수천만 원의 피해가 났고 지붕에 떨어지면 지붕이 파손되고 차량에 떨어지면 차 유리가 부서지는 등 다양한 피해를 주고 그들이 저지른 장난질에 우린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오물 풍선으로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을 해 주겠는가? 아직 법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예비비를 풀어서라도 보상을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에겐 피 같은 세금이다. 그들은 남한의 돈을 종이 쪼가리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소중한 돈이다. 우리는 그들의 얄팍한 수단에 넘어가서도 안 되고 그들에게 끌려다녀서도 안 될 것이다. 사소한 사건 하나에도 엄정 대응해서 국민의 안전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남한도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다. 탈북 단체에서 북으로 보내는 대북 전단을 자제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미를 가지고 행하는 일일지라도 북한의 체제는 그런 방식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괜스레 그들에게 책잡히고 빌미를 주어서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치를 해줬으면 한다.
온갖 잡동사니를 싣고 괴물처럼 날아오는 거대한 풍선은 우리에게는 불청객이다. 북한은 우리를 동족이라는 것도 부정하고 거리두기를 하는 시점에서 미래를 위해서라도 단절된 대북정책들을 다시 손질해서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힘을 써서 북한의 인권을 회복하는데 노력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냥 그들이 하는 대로 둔다는 것은 민주국가로서의 도리도 아닌 것 같고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춰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풍선은 좋은 일에만 쓰였으면 좋겠다. 꿈을 가득 싣고 하늘을 둥둥 날아오른 풍선을 보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겠는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날을 그리면서 우리는 그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데 힘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