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가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그냥 재미 삼아 제 탁구 히스토리를 잠깐 소개를 해보자면요.(오늘은 이야기가 좀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가 지겨우신 분은 그냥 저 아래쪽으로 가셔서 최근 이야기만 보세요.^^)
원래 저는 20대 초반 아주 젊었던 시절에 형이 탁구장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거기가 놀기가 좋다보니 맨날 거기가서 놀았는데 그 당시에는 레슨이라든지 동네 탁구장에 선수출신이 출몰한다든지 하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서 펜홀더 동네탁구를 치고 노는 수준으로 즐기다가 그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탁구장이란게 아직도 있나 할 정도로 탁구를 잊어버리고 살았었지요.
그러다가 탁구장이 아직도 있고 옛날보다 더 체계적으로 사람들이 즐긴다는 걸 알고 40대 중반이 넘어서야 다시 탁구를 시작하면서 바로 셰이크로 전향해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1년 정도 지났을 즈음 옛날 동네탁구를 즐길 당시에도 숏핌플을 주로 썼던 기억이 나서(당시는 숏핌플이 더 많았습니다.) 익스프레스를 달고 해보다가 뭔가 제 생각대로 탁구가 잘 안 되서(뭐 당연하잖아요. 1년 정도밖에 레슨을 안 받았는데요.^^) 그때부터 러버 방황이 시작됐지요.
근데 저는 생각보다 포핸드의 평면러버는 거의 방황이 없었습니다. 그냥 뭐든 생기는대로 또는 그냥 적당한 가격의 것으로 대부분 적응을 했었지요.
반면에 백핸드는 엄청난 방황을 했습니다. 그게 자산이 되어서 지금은 사실 모르는 핌플이 없고 안 써본 핌플이 거의 없는 별로 쓸데도 없는 핌플 이론박사가 되었지만요.^^
익스프레스로 시작해서 점점 변화가 강한 것을 찾아서 스페셜리스트, 어택8, 등을 거쳐 결국은 롱핌플까지 가게 되었지요. 제가 롱핌플을 막 달기 시작할 무렵이 공교롭게도 당시 맹위를 떨치고 시합장에서 뽕만 만나면 그냥 깨질 수 밖에 없다고 하는 최악의 끔찍한 기억을 동호인들에게 준 코팅롱핌플이 마악 금지되고 더 이상 코팅 롱핌플을 못 쓰게 되어 코팅롱핌플의 환상적 변화에 익숙했던 롱핌플 유저로 하여금 끝없은 방황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바로 그 시점이었지요.
저 역시 초보 시절 롱에 대해 매우 안 좋은 시각도 가지고 있었고 롱핌플 사용자들과 설전도 많이 했었으면서 저 스스로 생각이 바뀌고 스스로 롱까지 찾아가게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지요.
코팅롱핌플이 금지되고 나니까 사실 롱이 그렇게 무서운 것도 아니고 당시 코팅롱핌플처럼 가만히 대주기만 하면 막 변화를 일으키면서 넘어가는 시점도 아니라서 사실 우리 동호인들의 롱핌플 기술은 오히려 그때부터 좋아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그 시점에 롱핌플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구요.
그 이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비코팅 롱핌플들 플러터 셀렉션 등등으로 시작해서 수많은 롱핌플을 방황한 끝에 결국 비코팅롱핌플 중에서는 그나마 변화도 가장 좋으면서 여러가지 균형이 잡혀 있는 그래스디텍스로 정착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정착하고 꾸준히 기술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성적도 나오기 시작했었지요.
그렇게 6부로 시작해서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입상하여 5부가 되고 또 얼마 지나서 입상해서 4부가 되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가 또 입상이 있고 3부가 되고, 그렇게 3부까지 갔는데 사실 굉장히 빠른 성장이었습니다.
거기에는 그동안 꾸준히 핌플에 대해 연구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탁구장에 가며 레슨을 빼먹지 않고 열심히 배운 노력이 배신을 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는 동안 처음 제가 핌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0년히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핌플 관련 러버를 접하게 해주고 여러 가지 테스트도 시켜주시기도 하시던 리베로 대표님과 리베로의 기여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7,8년 만에 3부가 되고 보니 이제 나이가 만만치 않은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버리더라구요.
그러는 와중에 다른 지역도 그렇겠지만 제가 사는 인천은 급격하게 젊은 정도를 넘어 아주 어린 친구들이 탁구에 관심을 가지고 탁구장을 찾는 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굉장히 젊은 친구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 친구들은 정말 느는 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핸디를 4개씩 주고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고 하던 친구들이 1년, 2년만 지나면 맞쳐도 벅차지더란 말입니다. 순식간에 저를 추월해가버리는 친구들도 많구요.
저도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숏으로 돌아가보기도 하고 수많은 러버를 테스트하고 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차에 최종적으로 수비수로의 전향을 결심하게 실행하게 되었지요.
처음 수비수로 전향을 했을 때는 주위의 분들이 여러 가지 우려섞인 의견들을 주셨었지요.
수비수가 공격수보다 체력 부담이 훨씬 큰데 버텨낼 수 있겠는가. 그냥 롱핌플로 전진블록형을 고수하면서 공격 파워가 좋은 장점을 살리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그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는 확신이 섰고 이 나이에 발전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좀더 운동이라도 되고 좀더 즐겁게 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수비수를 선택했으므로 전향에 대한 망설임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수비수가 체력 부담이 더 크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이 수비수를 하거나 나이 들어서 수비수로 전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은 제가 보는 관점에선 맞지 않습니다.
왜냐면 수비수가 체력부담이 공격수보다 훨씬 크다는 건 당연한데요. 사실 체력은 힘이 들지만 그렇다고 탁구 한게임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바닥은 아니거든요.
사실 지금도 해보면 컨디션이 안 좋은날 3:0 게임이 나오지 않고 풀세트까지 가거나 하면 분명 체력적으로 지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근데 그건 대부분 탁구장에서 우리가 게임을 하다보면 잠시도 쉬지 않고 게임을 급박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구요. 어떨 때는 연달아 두게임 세게임을 계속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하다보니 그럴 때는 분명 지치고 숨차죠.^^
근데 우리가 실제 시합장에 나가면 그렇지 않습니다. 중간 중간 땀도 닦으며 잠시 숨을 돌리기도 하고 또 한 세트가 끝나면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숨을 고르고 난 다음 다음 세트에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나이가 들어도 그 정도의 체력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어려워지는 것은 체력 부담보다는 순발력 쪽입니다.
50대 중반이 넘어가면 순발력이 급속히 떨어집니다. 상대가 공을 치면 그 공이 날아와서 내 테이블에 맞고 튀면서 그걸 보고 머리로 뭔가 판단이 서야 손이 나가게 되죠.
근데 20대 초반 젊은 친구들이랑 경기를 해보면 이 친구들은 그런 과정이 없이 공이 날아오는 순간 발과 몸이 반응을 하고 바로 손이 나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젊은 친구들이랑 경기를 하다보면 내가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공이 지나가는 걸 느끼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체력보다 순발력이 더 문제라는 거지요. 게다가 노안까지 오게 되니까 공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보였다 안보였다 하게 됩니다. 더욱 판단을 늦추게 만드는 요인이지요.
사실 그래서 수비로 전향한 겁니다. 좀더 공을 판단하고 칠 수 있는 공격수처럼 따닥따닥 치는게 아니라 좀더 여유있게 공을 보고 멀리 뒤에서 천천히 공을 판단해서 치는 수비수가 더 낫다는 판단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비수로의 전향에 나이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전향을 하고 한동안은 당연히 고생을 했지요. 부수는 높아서 대부분 핸디를 주고 치거나 저랑 비슷한 레벨은 이미 충분히 고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니까요. 전향을 하고 어버버하는 동안 승률이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꾹 참고 계속 하면서 또 러버 방황이 시작되었지요. 그래스디텍스, p1 등등 러버도 바꾸어보고 두께도 바꾸어보고 수많은 경험을 했지요. 그러다가 숏핌플로 전향을 해서 다시 숏핌플 수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정착이 되면서 다시 승률이 안정을 찾아서 인천 3부로서 적당한 승률을 유지할 수가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러다가 제 신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팔꿈치 엘보가 심해지고 허리 통증도 많이 생기는 등 신체적인 문제도 생기고, 또 제가 그동안 직업 이외에 준비했던 글쓰는 일에 집중해야할 상황이 생겨서 결국 일시적으로 탁구를 쉬게 되었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글쓰는 것으로 인정받고 등단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꽤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2년이 넘게 탁구를 쉬게 되었었어요.
그러는 동안 등단을 하고 글쟁이로 자리를 잡은 뒤 직장도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고 다시 시간도 나고 신체적인 문제들도 거의 회복이 되어서 탁구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새로 복귀해보니 젊은 나이도 아니고 50대가 넘은 사람이 탁구를 2년 이상을 쉬었다는 것 매우 치명적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또 2년만큼 더 늙었지 않습니까. 그러는 동안 운동을 안 하다보니 살도 5킬로 이상 쪄버렸지요. 다시 탁구를 해보니 한게임을 제대로 해내기 힘들 정도로 숨이차고 체력이 바닥이었습니다. 체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데만 해도 시간이 꽤 필요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게임은 하는 족족 지지요. 또 이제는 탁구장을 정해놓고 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인근 구장 리그 등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만족 하다보니 실력 회복이 꽤 시간이 걸리고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 동안 여기에 올린 글들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역시 러버 방황이 다시 시작되어서 고생을 좀 했지요. 지속적으로 칠 때 좋았던 숏핌플이 다시 하다보니 여러 가지 여건상 저한테 어려움이 있어서 다시 롱으로 오게 되었구요. 물론 이건 또 체력이 완전히 돌아오고 실력도 완전하게 회복이 되고 나면 다시 갈지도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
롱으로 다시 하니까 컨트롤은 더 편해 졌지만(롱이 원래 컨트롤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제가 롱을 더 오래써서 숏보다는 상대적으로 롱이 더 익숙해서 이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열심히 상대를 향해 공격하려고 애쓰던 사람들이 수비수만 만나면 공격을 하지 않고 주로 보스커트 위주로 깔짝거리는 사람도 많지요. 그러다보니 떨어진 체력에 그게 힘들어서 OX로 가보기도 했고, 거기서 꽤 그 방법도 괜찮다는 결론을 낸 상태에서 최근 페인트소프트 열풍(?)을 타고 페인트소프트로 왔지 않습니까.
그냥 테스트만 해보자하고 달아본 것이 의외로 탁월한 컨트롤에 숏핌플 못지않는 공격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저를 만족시켜줬고 지금까지 전혀 불만 없이 쓰고 있습니다.
쓸데 없는 저의 히스토리를 꽤 길게 썼는데요.
남의 히스토리 따위 관심 없으신 분은 여기서 부터 보시면 됩니다.^^
제가 그 동안 수비로 쉬었던 기간을 빼고 몇년을 지나오면서 가장 문제점이 있었어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경우였는데요. 제가 공격수로 3부까지 올라와서 수비로 바꾼 사람이다보니 상대가 조금만 깔짝거리면 정체성을 잃고 마치 공격수처럼 날뛰다가 제풀에 무너지는 일이 허다했는데요.
정말 수비수는 수행자의 정신을 가져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우리가 동호인들도 수비를 하는 사람들 보면 대체로 성격이 좀 느긋하고 세상 급할 게 없어보이는 그런 여유로운 성격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요. 그동안 만나본 엘리트 선수들도 사실 대부분 그랬어요.
공격수에 비해 대부분 성격이 좀 느긋한 편이었지요. 그건 그 선수들한테 직접 들어보기도 했고 또 일선에서 선수 코치를 하는 학교 탁구부 코치들을 통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은바 있어요.
보통 학교에 탁구부가 있으면 단체전 등에서의 다양성과 또 여러 가지 전형에 익숙하게 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위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코치가 선수들은 다양한 전형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중에 선수로 입문하면 초기에 코치가 성향을 유심히 살피다가 조금 성격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을 가진 선수가 있으면 수비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했지요. 덤비지 않는 성격이 필요하고 끈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지요.
저 역시 사실 성격적으로 느긋하지 않고 제 옛날 동영상들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꽤 성격이 급한 편이라서 폭팔적인 공격은 잘 하는데 수비로 전향하고는 그 성격 때문에 상당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상대가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오지 않으면 금방 흥분해서 제가 날뛰다가 무너지는 케이스가 많았지요.
얼마전에 제가 지는 습관이 들어버렸고 그걸 고치는게 급선무다라고 고민을 여기서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게 결국 성격 탓이 큽니다. 쉬었던 기간으로 인한 체력 저하나 기술의 회복도 그랬지만요. 사실 체력은 완벽하게 회복은 불가능한 거고(그만큼 늙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술적인 감각은 사실 거의 회복이 되었거든요. 그런데도 잘 이겨지지 않은 것은 끈기가 부족이었어요.
그게 복귀하고 한동안은 거의 전패는 물론이고 3:0을 벗어나는 것도 힘들었는데요.
기술적인 감각이 회복이 되면서 꽤 잘 버티면서 3:0 게임은 거의 없어졌는데요. 문제는 2:2까지 가서 이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2세트를 따게 되면 그만 마음이 급해지는 거예요. 그러다가 세트를 자꾸만 헌납하고 결국 2:2가 되면 막 불안해지고 그래서 결국 자꾸 공격적 플레이를 하려고 하고 서브를 넣고는 깎는게 아니라 3구를 공격하려고 시도하다가 미스를 하게되고 빡빡한 점수로 흘러가고 있으면 그 상황을 탈피하고 싶어서 공격적 플레이를 하다가 자멸하곤 했지요.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제가 그랬어요. 명색이 수비수인데 랠리가 서너번 이상 왔다갔다 하면 참지 못하고 공격에 나서버리는 거예요. 그러다가 미스를 하게 되지요.
수비수가 공격수보다 더 날뛰니 어찌 게임을 이기겠습니까.
최근에 그게 많이 좋아졌어요. 꽤 잘 참습니다. 인인인 마음 속으로 계속 외치며 공격하고싶은 본능을 누르고 억제하지요.^^
그러면서 진짜로 거짓말같이 성적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2:2까지 가면 지는 경우보다 이기는 경우가 더 많아졌구요.
요즘은 리그를 가면 중간 정도 성적은 내고 있습니다. 보통 6명이 리그를 하는데 평균적으로 3승 2패 정도를 하고 있습니다. 본선에서야 금방 떨어질 때도 있고 좀 올라가다 떨어질 때도 있는데 최소한 예선에서 반타작 이상은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어저께도 예전에 같이 운동하던 친구가 운영하는 탁구장의 리그에 갔습니다. 한달에 한번 하는 리그인데 지난주에 갔던 리그보단 평균적으로 참가자들 실력이 조금 더 빡빡한 편이죠.
6명이 예선을 해서 4명이 상위리그 2명이 하위리그로 가는데 제가 예선 3등으로 상위리그로 올라갔는데요. 그 예선에서 우리 조에서 가장 빡센 사람이 있었어요. 처음 인천으로 와서 부수를 낮춰서 나온다 어쩐다 하는 논란이 좀 있었을 정도로 꽤 실력이 빵빵하고 지금도 이런 저런 리그에서 꽤많은 입상 소식을 들려주는 사람이지요.
이 사람이 펜홀더에 미디움핌플을 쓰는데요. 굉장히 까다로운 스타일 입니다. 미디움 핌플 답게 강한 공격 위주가 아니라 공을 다루어서 상대를 자멸시키는 스타일이지요.
공교롭게도 지난 달에는 이 사람을 본선에서 만나서 2:2까지 따라 붙었다가 제가 졌는데요.
어저께는 예선에서 만나서 반대로 2:2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제가 이겼어요.
경기가 끝나고 이 사람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지난달보다 훨씬 잘 참으시는데요? 지난 달에는 워낙 제가 공을 다루는 스타일 인지라 계속 먼저 공격을 하시면서 무너지시더니, 오늘은 끝까지 참으며 깎으시니까 제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더군요." 이렇게 말합디다. 사실 마음속으로 참을인자를 계속 중얼거리며 참고 또 참았거든요. 참지 못하고 공격에 나섰다가 미스를 해버리면 얼마나 허망한지요.
그렇게 본선에 올라가서 첫 경기를 완전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하고 붙게 되었는데요. 키도 크고 드라이브가 상당히 강한 친구였어요.
이 친구와의 경기는 정말 늘 이런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즐거웠어요.
그친구 공격력이 좋으니까 끈질기게 강공으로 걸어오는 거예요. 깎고 또 깎고 마치 제가 주세혁이라도 된 거 마냥 깎은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흐뭇하게 즐기면서 정말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있었어요.
물론 이 경기도 얼마전 까지 같으면 절대 좋은 경기를 보일 수 없었을 거예요. 상대가 계속 걸어오면 두렵기도 하고 강한 스매싱성 공을 몇번 맞으면 그거 맞는게 두려워서 조금만 어정쩡한 공이 보이면 역습을 시도하다가 제가 먼저 무너지곤 했죠.
근데 어제는 끝까지 참았어요. 그래 너의 공격이 강한지 내 깎는게 더 잘하는지 한번 끝까지 해보자 하고 끝끝내 버텼고 결국 접전 끝에 그 경기도 이길 수 있었죠.
물론 다음 경기에서 상당히 빡센 역시나 젊은 왼손잡이 5부 치는 친구를 만나서 못 버티고 지고 왔습니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국 참은게 그만큼의 승률이라도 낼 수 있었던 원인이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어요. 사실 어제도 중간 중간 멘탈이 깨지며서 공격 빈도를 높였던 경기는 여지 없이 졌었거든요.^^
이 쓸데없이 긴 주절거림의 결론은 제목과 같습니다. '수비수는 수행의 길이다.'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수비수의 경기를 실제 보거나 동영상으로 보거나 하면서 꽤 높이 떠 오는 공을 수비수가 때려버리지 않고 다시 깎아서 보낼 때 '아이고 저걸 확 쌔려버리지'라고 했던 제가 더 문제가 크다라는 결론이죠.
물론 현대적인 수비수는 수비만 하면 안 됩니다. 적절하게 공격이 섞여야지요. 하지만 수비수는 기본이 참는게 먼저라는 거지요. 확실한 찬스에만 공격을 하는거지 수비수가 억지로 찬스를 만들어서 공격을 하려고 하거나 또는 완전한 찬스가 아닌데도 무리한 공격을 하면 자멸하는 길이란거죠.
이렇게 깨달아 놓고도 내일 다시 경기를 하면 자꾸만 공격하고 싶은 공이 보이겠지만요. 정말로 수비수는 참아야 한다는 것을 요즘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전국의 수비하시는 수행자님들 몸에 사리가 생길 때까지 참고 또 참읍시다.^^
영양가 없는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한 자도 빠짐없이 관심을 가지고
잘 읽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도 잘 이해했습니다.
인인인!
참고 참고 또 참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수행자의 길~
늘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빕니다.
펜홀드에 미디엄 핌플 쓰시는 분의
핌플 러버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스폰지 두께도요ㅡ^^
제 기억으로는 어택8으로 기억합니다. 두께는 중간 정도의 두께였던 것 같아요. 필요하다면 다음에 만나서 자세히 물어볼께요.^^
정독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에 시작하셨는데 빨리 3부에 오르셨네요.
어쨌든 개인 차라는것이 있고 운동 환경이 다름도 있고 해서 성장 속도가 많이 달리져요. 저는 거북이지만 탁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도 펄펄 이랍니다. 인생의 스포츠다 생각하고 있어요. 그냥 최대 목표가 4부네요. 그 과정을 즐기는 중이고요 저도 부족힌 순발력을 운영 능력으로 커버하려 합니다. ㅎㅎ 오래 하다보면 뭐라도 늘겠지요.
탁구가 느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겠지요. 일단 운동신경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고 그 운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할 것이고 또 레슨 등 경제적인 투자 역시 하나의 요인이겠지요. 거기에 가장 중요한 열정이랄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욕에 의한 노력 등 여러 가지가 충족되어야 잘 는다는 결과가 나오겠지요.^^
생체 수비수들은 수비만 계속 하면 유리하게 게임을 이끌수 있을것 같고 프로 수비수는 공격도 같이 되어야 한다고생각합니다^^
생체도 역시 공격도 섞어주는 게 좋은 것은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생체의 경우 상대의 능력을 고려했을때 수비만 가지고도 경기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구요. 또 공격을 섞는다 해도 사실 공격을 염두에 두고 경기를 하다보면 공격하기에 무리가 있는 공인데도 무리하게 공격으로 이끌고 가다가 미스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 말씀은 공격을 하지말자라는 게 아니라 생체 수준의 수비수 입장에서는 억지로 공격 찬스를 만들어가면서까지 공격을 하기 보다는 일단 수비에 최대한 치중하면서 확실한 찬스가 났을 때만 공격에 나서는 안전한 플레이가 나을 때가 많다는 것이구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지치지 않고 깎으며 버티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인 거지요.^^
글을 수려하게 잘 쓰셔서 정독하게 되네요^^
코팅러버가 금지되기 몇개월전에 코팅러버를 탁구장에서 연습게임으로 접했는데요 그땐 정말 몽해님 글처럼 공의 변화가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졌던 기억이 있네요^^;
꽤 구력이 있는 분들이면서 하수 레벨이 아닌 분들까지도 롱핌플에 대한 적대감(?) 비슷한 게 있는 것은 그때 코팅롱핌플에 대한 악몽(?)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을 해요. 반대로 롱을 쓰는 사람(오래 되어서 코팅롱핌플로 시작해본 사람)의 경우는 어떤 걸 써도 그 때 만큼의 성능이 안 나오기 때문에 용품 방황을 심하게 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구요.^^
경기하다보면 공격을 많이 섞을때는 지고 수비에 집중하면 이길 때가 많은데요. 복기해보면 공격 찬스 아닌데도 급하게 덤벼서 실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차분하고 여유있게 상황파악하면서 필요한 경우나 확실한 찬스 때만 공격하는 버릇을 들이려고 합니다.
제 말이 그말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수비수도 공격빈도가 많은게 유리한데, 이게 수비가 우선인 수비수가 공격에 신경을 쓰다보면 수비도 잘 안 되고, 또 확실한 공격 찬스가 아닌데도 덤비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스스로 자멸하게 되는 경우가 참 허다하지요.^^
이전에 만나뵈었을때보다 많이 안정이 되셨네요~~~^^
나중에 만나시게 되면 저와도 한게임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둘이 치면 무지하게 재미가 없을걸? 보는 사람들이~^^
@칼잡이 夢海 저는 공격수예요~~~ㅋㅋㅋ
@마야 그건 스스로의 주장일 뿐~ ㅋㅋ
뭔 글이 이리 길어요.
이사하느라 바쁜 사람은 틈틈이 읽기도 힘드네 ~ ㅋㅋㅋ
내 뒤를 열심히 따라 오는듯 하네요.
나도 전진닥공이었는데 그 잘난 주세혁이 멋져 보여서 여기까지 왔구만 ...
지금도 가끔씩 열 받을때면 전진닥공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닥공으로 얻은 점수 보다는 수비로 얻는 점수에서 더 큰 희열을 느끼다 보니 수비를 못 끝네요.
맞습니다. 깎아주면 공격을 하지 못하고 계속 보스커트로만 응수하는 상대를 열빋아서 확 공격에 나서서 이겨 버려도 기분이 영 찜찜해요.^^
멋지게 칼질을 해서 상대가 쓰러졌을 때 그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동안 많은 방황을 하셨는데요. 고생하셨습니다. 전 롱핌-미듐인데요....예전의 코팅러버가 한없이 그리울때도 있습니다. 이제 하나하나씩 적응해가면서 자길껄 만들어야 하는데 연습이 쉽지 않네요. 같이 부지런히 연습하시죠. 춘천함 오세요~!!
전에 김은균씨가 같이 가자고 하는데 갈려고 하다 보니까 우리 집에서 춘천이 대중교통으로는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리더구만요.^^ 그래서 시간이 안맞아서 못 갔어요. 차로 가면 2시간 정도면 가겠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