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아저씨에게는 동갑내기인 고종사촌이 있습니다. 고모님의 딸이죠.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면 시골 할머니 댁에 함께 놀러가곤했던 사촌입니다.
그 사촌은 96년에 결혼을 해서 아들 하나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외아들로 곱게 키웠습니다. 그 아이는 안산 단원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2학년이 되던 2014년 4월에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배안에서 놀기도 하고, 엄마한테 '선물사갈께'라고 하던 착한 그 아이는 끝내 친구들과 함께 배에 갇혀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그 배의 이름은 '세월호' 였습니다.
바다에 수장된 외아들의 소식을 듣고 부부는 넋이 나간 채 세월호가 빠진 바다 근처인 목포에 가서 하염없이 아들의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침몰한 지 열흘째 되는 날 아이는 처참하게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이 되어 발견됐습니다. DNA 검사로 겨우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발견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방학 때 마다 함께 할머니 댁을 놀러다니던 친한 친구 같은 사촌이었지만 그 비극에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겨우 오빠인 사촌 형에게만 안부를 물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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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외아들이 죽은 그 부부에게는 이혼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부부 사이에 아무런 말도 없이 살던 몇 년이 지나가고 부부는 강원도 양구 외딴 산골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렇게 또 몇 년이 흘렀습니다.
사촌은 아들의 흔적이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안산 단원고와 가까운 곳에 음식점을 차렸습니다. 이제는 이 길을 가끔은 지나다닐 아들의 10년 후배뻘인 학생들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그 사촌은 제게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무려 10년 만의 연락이었습니다. 안산에 음식점을 차렸는데 먹으러 오라는 얘기였습니다.
"응.. 시간내서 한 번 갈께. 그 때 봐"
그리고 지난 주에 웰시코기 봄이가 훈련할 안산 단원구의 '오서독스 애견훈련학교'에 다녀오면서 그 식당을 들렀습니다. 세월호 이후 10년 만에 사촌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나는 마치 그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배고픈데 뭐가 맛있니?'라고 물으며 차려주는 부대찌개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촌은 집에 가서 끓여먹으라며 한 가득 포장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10년 만에 만난 사촌과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겨우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제자리를 찾은 사촌에게 혹시라도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흠집이 나는 말을 하지 않을까 조심했던 탓이었습니다.
비극의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을 겪었던 나의 사촌은 그렇게 다시 하루하루 살아가게 됐습니다.
첫댓글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네요 ㅠㅠ. 자식먼저 떠난 분의 심정을 경험하지 않고서야 누가 알까요ㅠㅠ 모두 하루하루 열심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외면하고 있는 기득권.. 지우라고 하는 사람들.. 하지만 역사가 기억하고 반드시 정의롭게 나아가길 기도합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다는 건 감히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을것 같습니다. 그 맘을 헤아릴 수 조차 없으니까요...
세월이 흐른다고 상처가 아무는 건 아닌것 같습니다 ..
그래도 두분 맘 잘 다잡으시고 건강하시길..하늘에서 아드님이 지켜보실거에요.
에구...
위로한답시고 말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지요.
그래도 식당도 열고, 또래 애들 보는 낙이라도 느끼신다니 차츰 상처가 아물어 가는 중 이신듯...
세월호 라는 이름이라도 맘 편히 말 할 수 있어야 더 쉽게 회복될텐데
자기 상처 꺼내기도 힘든 요즘의 분위기가 원망스럽네요 ㅠㅠ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10년간 잘 버텨내오신 거 감사드리고, 감히 위로를 보냅니다~
새롭게 시작하신 일에서 조금이라도 더 즐거움 찾으시길 응원합니다!!
소중한 아드님이 부모님 지켜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에휴 ㅠ 얼마전에 진도 다녀왔어요. 그 먼 곳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ㅠ
식당 이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냥 들러보고 싶네요 ㅠ
먹먹합니다...
자식을 먼저보낸 부모의 심정..감히 어찌헤아릴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귀한아드니이 부모님을 지켜보고 계실테니
힘내시길 바랍니다..
에구...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리기도 죄송하네요..ㅠㅠ
이혼의 위기까지 갔었지만 이겨내시고 두분이서 함께 계신 모습 보면
하늘나라에서 아드님도 좋아하실것 같아요.
부디 힘내시기 바랍니다. ㅠㅠ
글 처음 쓰셨을때 읽었는데 차마 뭐라 댓글을 달 수가 없었습니다..따뜻한 위로의 댓글들을 보니 제가 위로받는것같네요..아물지 않는 상처겠지만 부디 조금씩 아물어가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