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우연히 만났던, 인터넷 최초의 포털 사이트 네티앙(www.netian.com)의 첫 여행동호회를 함께 이끌었던 시삽(sysop)친구...잘 나가던 한*관광의 부장님 직책을 정리하고 고향 가까운 안동에 게스트하우스를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원래 함께 여행자 마인드를 만들어가던 믿음직한 친구라 언젠가는 이런 일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진짜 그날이 왔군요...
마침내 안동시내에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그리고 이를 핑계삼아 여행동호회 사람들 오랫만에 정여(정기여행) 형식으로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이리저리 연락을 하니 연초에 바쁜 일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 아쉬운 경우도 있었지만 가족을 동반하여 근 20여명의 회원들이 오랫만에 모이기로 하였습니다...나 역시 옛 기억을 되살려 차를 가져가지 않고 배낭지고 뚜벅이로...
토욜 오후 조금 일찍 업무를 마감하고 부산역에서 3시 20분 동대구행 KTX를 탄 다음, 동대구에서 4시 20분에 출발하는 강릉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옛 비둘기호의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옛맛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무궁화호...차창 밖으로 16:20분발 강릉행이란 전광판 글씨가 보입니다. 중간에 자판기가 있는 카페칸을 달고 딸랑 객차 4량...그래도 타는 사람들이 학생, 촌로, 아이 업은 아주머니같이 인간미 물씬 풍기는 서민들인지라 더 정겹습니다...
이미 부산의 금정터널을 빠져나오면서부터 지난 연말과 연초에 내린 눈들이 녹지않고 있드마는, 대구를 지나 내륙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니 엄청 쌓여있습니다...철커덕 철커덕 천천히 달려가는 열차의 진동음...완전히 설국을 연상케하는 정경...그리고 하얀 눈과 대비를 이루며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기차여행의 묘미는 이런 것 아닐런지요...?
동대구역을 출발한지 1시간 50분여 - 우리의 목적지 안동역에 도착합니다...나를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내렸지만, 또다른 많은 이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여 자리를 바꾸어 타고 있습니다...그러구보니 지난해와 그지난해 강원도의 산들을 오르기위해 이 열차를 제법 탔었군요...
후배가 낸 게스트하우스 '고타야(古陀耶)'는 안동의 오래전 지명입니다...역에서 불과 10분거리에 있고, 연립형주택의 4층과 2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정식인가가 나기 전이라 간판은 자그마하게 입구에 붙어있더군요...
들어서니 어우~~~!!!오랫만에 만나는 전국 각지의 여행동 사람들이 정말정말 반갑네요...깔끔하게 꾸며진 게스트하우스 거실에 상을 펴고 앉아 안동의 골드미스 S가 만들어주는 찜닭에 머릿고기 눌러 찐거, 계속 들어오는 안주들을 놓고 10여년 가까이 네티앙이 없어져 못했던 정기여행을 통하여 오랫만에 서로 안부도 묻고 밀린 이야기보따리들을 풀며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겁고 알흠다운 시간을 지내다보니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어가고...
맥주와 당귀막걸리, 그리고 내가 가져갔던 일명 '사이공 보드카', 옥수수술인 넵모이와 터키의 사이프러스 수액이 든 술인 라크(raki)까지...비록 뚜벅이라 와인은 못가져갔지만 여행자들의 술로서 멋진 자리를 만들어갔습니다...
그날 먹었던 찜닭...정말 맛있었습니다...ㅎㅎㅎ
'청자다방 김마담' 김여사가 오랫만에 차판을 벌이며 늦은시간 속닥거리며 몇몇이 남아 수다를 떠는 소릴 들으면서 나도 잠을 청하였드랬습니다.
아참...! 게스트하우스는 여기입니다...한 번 구경해보세요...
http://cafe.naver.com/travelhub // 예약은 010 - 4367 - 0226 이희오(게.하 쥔장)
담날아침, 김칫국물어묵라면을 한그릇 뚝딱!하고 가족들끼리 온 팀들은 하회로 바로가서 한지박물관 등을 구경하기로하고 나와 몇몇 사람들은 병산서원으로 향하였습니다...오늘의 목표는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유교문화의 길 걸어보기...
날이 밝아 보는 안동시내는 그야말로 눈천지입니다...눈이 여기는 엄청나게 많이온데다 날씨가 게속 추워서 녹질 않았으니 진짜 겨울의 설국(雪國)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조심조심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눈덮인 비포장로를 들어서니 늘상 단풍때, 늦여름, 상춘의 계절에 왔던 그 느낌과는 너무너무 달라 마음이 두근두근...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밟지않아서 그런지 눈과 눈꽃을 피운 나무들이 소담진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아줍니다...
저멀리 병산서원의 입구인 복례문이 눈을 이고서 여느때처럼 단정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네요...
복례문 앞에서 문득 강변을 바라봅니다...하얗게 눈을 이고 선 병산(屛山) - 강가에 저렇게 병풍을 쳐놓은 듯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멋지고 이 병산서원을 병산서원답게 해주는 기품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복례문을 들어서면 병산서원 최고의 건축물이면서 자랑거리인 길고 큰 누각 만대루가 나타납니다...두보의 유명한 싯구에서 따온 이름인 '만대(晩對)'처럼 오후 햇살이 슬슬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 푸르른 병산의 그림자와 도도히 흐르는 낙동강물의 어울림을 그대로 여기서 느끼고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그러한 곳입니다...만, 오늘은 아침이고 당분간 누각엘 올라가지 말라는 금표 때문에 아쉬움만 더합니다.
만대루 누각의 누하주(樓下柱) 사이로 병산서원(屛山書院)이란 현액이 보입니다...
병산서원은 원래 인근 풍산 길가에 있던 하회류씨의 교육장 '풍악서당'을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으로 옮겨온 것으로서, 퇴계 이황에게 배우고 도체찰사를 거쳐 임진왜란의 어려운 시기에 영의정으로 선조대왕을 모시고 충직을 다했던 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서애 유성룡(西涯 柳成龍)을 배향하면서 광해군때 서원으로 발전하였으며, 구한말 전국의 서원철폐령이 대원군때 내려젔지만 살아남았던, 그만큼 유서깊고 권위가 있는 서원입니다.
류성룡은 하회출신이고 퇴계의 가르침을 받고서 조정에 진출, 요직을 거치면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또한 명나라와의 우호관계를 돈독하게 한 분이기도 합니다...이후 임진왜란이 터지자 도체찰사, 즉 전 군의 지휘관이 되어 권 율, 이순신같은 이들을 천거하여 전쟁상황을 뒤집었고 늦게나마 훈련도감을 설치, 제대로 된 군사훈련과 함께 화기제조와 성곽설치 등에 힘썼으며, 명의 구원군과 그 대장이었던 이여송을 잘 활용하여 7년간에 걸친 기나긴 전쟁을 잘 마무리한 공이 큰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형이었던 류운룡은 유림에서는 학자로 더 유명한 사람입니다...이렇듯 하회의 류씨는 큰 인물을 내었고 하회마을과 더불어 병산서원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으니 그 의미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이제 병산서원의 중심인 강학(講學)의 공간이자 교수님들이 있었던 입교당(立敎堂) 앞에 섰습니다...
서원으로 승격되자 이곳은 전국의 유학생들이 배움을 위해 몰려들었을 터...저 앞에 서있는 봉발대가 밤을 밝히며 글을 읽었을 그 당시를 회상하게끔 해줍니다.
입교당앞 양쪽에는 이렇게 학생들을 위한 동.서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입교당의 뒤편으로는 사당영역이 있습니다...여기에는 바로 서애 류성룡의 위패가 봉안되어있으며, 이 병산서원은 결국 류성룡의 뜻을 기리며 열심히 공부를 하는, '류성룡 메모리얼 칼리지' 인 셈입니다...
입구 삼문이 아래에 새겨진 팔괘는 류성룡이 퇴계의 성리학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내를 둘러보고 이제 나가는 길...다시 한 번 강건너 병산의 멋진 모습을 바라보고...
이제 하회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 눈이 덮인 길을 다시 나섭니다...
눈덮인 서원기념관 옆 소나무들이 세월의 무게를 지고서 꿋꿋하게 눈 속에서 푸르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아...선비의 고고한 자태여...
걷다보니 길가에 서있는 푯말 - 여기;서부터 하회까지 이어지는 길 이름이 유학문화의 길이랍니다...표면에 습기가 차서 얼어있네요...그래서 글이 좀 뿌옇습니다.
뻗어있는 길은 4km...한 시간 정도면 가지겠군요...
눈이 덮여 더 예쁘게 보이는 길이 날오라 손짓하는 듯합니다...(옆에 누구 손가락이고...?ㅋㅋㅋ)
평지가 끝나고 좁은 산길로 이어지던 길은 다시 임도길로 바뀌며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이 강물은 바로 하회를 감싸돌며 도도히 흘러가는 낙동강의 본류입니다...일행 한명은 끝내 저 섬이 여의도라면서 우기고...ㅋㅋㅋ
길은 이렇게 완만하고 편안한 산길입니다...
눈때문에 더더욱 깊어진 겨울의 짙은 내음 가득한 산길과 강물이 멋진 한폭의 그림을 그려주는 곳에...
이렇게 안도현 시인의 멋진 시 한 수도 걸려져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가는 길은 아름답게 죽 뻗어 산등성이로 올라서는데...
어느새 화산의 정상부까지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네요...
문득 다시 뒤돌아본 강은 조금은 무겁게 겨울의 차갑고 하얀 공기를 깔고 조용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옛날 선비들도 이렇게 뒤짐을 지고 하회와 병산서원을 거닐었겠지요...ㅎㅎㅎ
이제 가장 높은 지점에 서있는 정자가 보입니다.
유교문화의 길 지도입니다...앞으로 1.5km를 더 가야하네요...
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도 있었지만 멧돼지 출현이 잦아 가지말라는 권고를 들었슴...ㅋㅋㅋ
잠시 주전부리를 입에 물고서 쉬다가 이제 내려갈 길을 봅니다...그냥 완만한 산길입니다...
함께 갔던 일행이 찍어준 인증샷 - 특정생수회사 선전으로 모델료 좀 주시려나...?ㅋㅋㅋ
산에서 내려서니 눈이 가득 덮인 하회마을이 시야에 들어옵니다...이 길은 그냥 편안하게 1시간을 걸어볼 참좋은 길인 것 같습니다.
일행들이 이미 주차장 근처로 가고있단 말에 우리도 서둘러 하회마을을 벗어납니다...
여기가 하회마을 입구죠...
다들 입구부근 식당에서 헛제사밥과 간고등어 정식에 안동소주 한 잔씩을 하고서 하회탈박물관을 본 다음, 대구로 내려가 꽤 괜찮은 막창집에서 막창까지 먹고 헤어졌습니다...
이제 다음에는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과 종택에서 강을 따라 사색을 하며 청량정사가 있던 청량산까지 이어지는 녀던길을 갈 예정입니다...
모처럼의 여행동 사람들과 그 가족들까지 함께했던 즐거운 여행이었네요...
첫댓글 한적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쓸쓸하지 않은 겨울 나그네.... 잘 보았습니다.^^
덕분에 몇해치 눈구경도 했네요...ㅎㅎㅎ
안동의 겨울 풍경 멋지네요. 저도 저 길을 걸으러 함 가봐야겠네요. ㅎㅎ
녀던(예던)길 갈 준비 잘 하십시요...^^
머찜니다...부러울 따름임돠^^
에이...부러워만 마시고 담에 좋은 길 갈때 글올리면 따라오십시요...^^
남저님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좋은 곳 여행할날을 기다려봅니다 *^^*
4월에 저 쫄래쫄래 걸어서 따라오실 코스 하나 만드려고 합니다...그때는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