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이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갔다.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날들이었다.
화가는 월요일 아침에 일찍부터 서둘렀다. 목욕을 마치고 얼음골 사과 한 상자를 사서 싣고 가려고 마트에 들렀는데 사과가 다 팔리고 없단다. 사과 대신 빵을 잔뜩 샀다. 이쁜 아이가 좋아하는 상투 과자도 사고 알콩이 달콩이랑 같이 축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케이크도 샀다. 어린이집 졸업 축하와 유치원 입학 축하를 해 주었다.
이쁜 아이는 우리가 먼저 경주에 도착하면 기다릴 수 있도록 EGO 카페를 만남 장소로 정해주었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카페에 들어가 보니 1층은 주문하는 곳인데 창가에 잠깐 앉을 수 있도록 긴 테이블에 1인 전용 의자를 여러 개 놓아두고 2층은 평소에 보던 카페 풍경이지만 3층은 중앙에는 카페 테이블을 두고 창가 쪽으로는 특별히 비스듬히 누워서 쉴 수 있도록 넓고 푹신한 의자를 여러 개 놓았다. 이 카페 정말 멋지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은 쌍쌍의 젊은이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반대편에 남아 있는 푹신한 의자를 차지하고 가져간 책을 펼쳤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아서 알콩이달콩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책을 덮고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서 함께 차를 마셨다.
숙소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오후 4시여서 먼저 봉길 대왕암으로 가 보기로 했다. 바닷가에 괭이갈매기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와 머리 위를 날아다니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새우깡을 먹기 위해서이다. 똘똘이가 새우깡 두 봉지를 사 와서 알콩이 달콩이랑 갈매기들에게 뿌려주며 신나게 놀았다.
일본에 가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온천여행지가 경주 덴바스타 료칸이다. 건물 전체를 마치 일본 여행을 하고 있는 듯 착각하도록 꾸며놓았다. 저녁과 아침식사를 도시락으로 제공하는데 제대로 된 요리사가 근무하는 모양이다. 알맞은 양에 품격 있는 차림으로 끼니마다 색다른 음식으로 내어주어 맛나게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 백미는 거실에서 즐기는 온천욕이다. 커다란 목욕탕에 다이빙 금지 안내판이 붙어있다. 알콩이 달콩이와 물놀이를 즐기고 수영시합까지 벌였다. 꾀가 많은 달콩이는 한 번의 경기를 마치더니 힘이 들었는지 심판을 보겠단다. 알콩이가 작가를 제치고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화요일은 하루 동안 온전히 여행을 즐기는 날이다. 전복죽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숙소 앞의 바닷가로 나갔더니 괭이갈매기 몇 마리가 앉아 있다. 새우깡 두 봉지를 사 갔지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바닷가에 앉을 수 있는 곳을 기다랗게 만들어 놓았지만 여름철이 되어야 제 몫을 할 듯하다.
차를 타고 경주박물관 견학을 갔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한곳에 모은 곳이다. 돌도끼 선사시대부터 금과 옥으로 만든 신라의 장신구와 금관이 눈부시다. 한참 둘러보고 있으니 달콩이가 배가 고프단다. 조금만 더 보고 가자고 했더니 '우리 집으로 가서 뭐라도 좀 먹자~'라고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박물관 건물 바깥의 마당에 세워진 다보탑과 석가탑 모형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에밀레종을 보았다. 경주 박물관은 두 번 갔었더랬다. 잔디 정원의 곳곳에 뱀과 벌을 주의하라는 표시판이 붙어 있는데 예전에는 보지 못한 것이다. 뱀이 자주 출몰하는 모양이다.
대릉원 옆의 맛집에서 갈비찜과 여러 가지 요리를 먹었다. 파전이 나왔는데 이제까지 먹어본 파전 중에 최고이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도 않은 데 자그마한 식당의 연 매출이 30억이란다.
대릉원 옆은 차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평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다니~ 경주는 대단한 관광지임에 틀림이 없다. 똘똘이가 10원짜리 빵 두 개 사 왔는데 한 개에 3,500원이란다. 10원짜리라서 10원에 파는 줄로만 알았는데~~
숙소로 돌아와서 일찍 온천욕을 즐기기로 했다. 저녁식사로 장어덮밥과 떡갈비 밥 두 가지가 나왔다. 닭튀김까지 곁들여서 실컷 먹고도 남는다. 알콩이 달콩이가 방에서 사이좋게 놀고 있어서 거실의 의자에 앉아 이쁜 아이와 똘똘이와 화가와 함께 넷이서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밤 12시를 넘겨서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 아침에는 커다란 창으로 햇살이 가득 쏟아질 때 일어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해변가로 밀려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없다면 영락 없이 호수의 모습이다. 아침식사는 쇠고기 볶음밥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가락국수와 함께 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운 식단이다.
이쁜 아이가 가까운 곳에 있는 송대말 등대가 볼만하단다. 차를 타고 구경을 갔더니 등대 옆에 빛 전시관이 있다. 버튼을 누르면 가자미, 청어, 오징어, 멸치, 삼치 등의 고기가 나와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알콩이 달콩이가 무척 재미있단다.
전시관 벽면에는 다보탑과 여러 가지 그림이 있어서 텃치를 하면 빛이 들어오며 영상이 펼쳐진다. 설치된 암실의 벽면에 거울을 비치하고 미로를 만들었다. 파도 영상을 바닥에 쏟아내어 물속을 걷는 기분이다. 작지만 아담하게 꾸며진 체험관이다.
점심은 가자미 찌개를 잘하는 집으로 간단다. 갈치구이까지 주문했더니 주인장이 모둠 회도 권해서 한 접시 추가했다. 가자미 찌개는 얼큰하고 갈치구이가 일품이다. 2019년에 변진섭이 다녀가며 벽면에 맛난 집이라는 글을 쓰고 서명을 남겼다. 주인장 부부는 80세를 넘긴 듯하고 주방은 중년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안주인이 자신이 권한 모둠 회는 숙성을 시켜 내어서 다른 횟집과는 맛이 확연히 달랐을 것이란다.
헤어질 때는 언제나 아쉽다. 달콩이는 시무룩하고 알콩이는 (차를 따로 타고 가더라도) 집에서 다시 만나잔다. 화가가 이쁜 아이에게 정말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며 수고 많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가자미 찌개 식대 정도는 화가가 내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안된다며 이쁜 아이와 똘똘이가 손사래를 쳤다.
집으로 돌아와서 닭장에서 알을 꺼내고 모이를 보충해 주었다. 닭장 문을 열기도 전에 작가를 환영하는 닭들의 몸짓에 빙그레 웃는다. 알이 많아서 통 두 개에 나누어 담았다. 토끼풀을 뜯을 동안에 알통을 별관 입구에 가져다 두었더니 화가가 깨끗이 씻어 준다.
생식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똘똘이가 영상통화를 청해왔다. 알콩이 달콩이가 나란히 얼굴을 보인다.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데 이제 두 장만 남았단다. 달콩이가 새로 생긴 장난감 두 개를 보여주며 이름을 알려주지만 너무 어렵다. 일상으로 돌아왔다.
< 사람은 만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뻐하기 위해 태어났다. - 폴 클로델 >
첫댓글 경주 좋은 여행지입니다.
네~
경주는 참 오래된 좋은 여행지 입니다. ^^
경주는 여러번 가 보아도 살아있는 문화 도시 입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보지 못한 문화제가 많이 있는데 시간되면
탐방 여행 하고 싶어요 잘 다녀 오셨습니다.
네~
가까우면 더 가기 어렵더군요.
반시사랑님
시간내어
경주 잘 다녀오셔요. ^^
다녀갑니다
네~
황제님
다녀가시어 감사합니다. ^^
3일간의 즐거운 경주여행기록
곁에서 보는 듯 행복 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네~
울산댁님
행복해지는 글이라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
할배 할매가 더좋은지 손자 손녀가 더좋은지 누가 더 설레는 여행일까요
네~ 대광님
시소타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수평이 되겠지요.^^
모두들 설레는 여행이었답니다.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경주는 오래전 초딩 수학여행과 신혼여행 두번 다녀왔는데...작가님 여행기보니 함 다녀오고 싶네요..특히 "덴바스타 료칸" 퐁퐁 즐기고 싶습다~^^^
네~
늘봄님
지금 경주가시면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덴바스타 료칸 ~
최근에 지은 것 같았습니다.
한번 다녀오셔요.^^
글을 읽다보니 제가 행복해지는군요
하얀수선화님
행복해지시니 참 감사합니다. ^^
멋진 여행기입니다
알콩달콩이랑 함께모여 온천도 하고
너무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산내음님
멋지다고 하시니 기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
ㅎ 파도가 울던가요
슬퍼 말아라고 달래시네요
알콩이 달콩이는 손자 손녀 닉 인가요
여행 후기 잘 봤습니다
네~
파도가 눈물을 하얗게 하얗게 흘리던데요. ㅎㅎㅎ
하모나님
잘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
@풍접초(의령) 작가님이라
성난 파도가 눈물 이라니
보는 눈이 작가는 다르군요
굿 밤 되세요
여행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