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미래' 심겠다던 개발, 남은 건 '한숨뿐인 현실' |
[신빈민촌 희망찾기] ② 재개발 재건축의 그늘 |
재개발 재건축 정책은 서민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왔다.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되면 집 한 채씩은 생긴다고 주민들은 생각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재개발 재건축지역으로 지정되길 바랐고, 행정당국은 광범위한 지역을 재개발 재건축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현재 재개발 재건축은 주민들에게 절망으로 인식되고 있다. 집이 생기기는커녕 주민들은 수십 년을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있다. 쫓겨난 사람은 빈민으로 전락했다.
남은 사람들 또한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마을 공동화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사업 추진으로 생긴 갈등으로 이웃사촌이 원수지간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재개발 재건축은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들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05년 부산시 도시 정비 계획 발표
대상지역 대폭 확대로 시민들 큰 기대
낮은 토지감정가, 무분별 계획에 좌절
건설경기 침체 탓 사업은 대부분 정지
#재개발 재건축 배경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부산을 포함한 전국은 1970년대 이후 산업·도시화 과정에서 대량 공급된 주택이 노후화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율적 관리와 정비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3년 7월 개별 법으로 운영되던 주택재정비사업의 통합 및 종합관리를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마련, 시행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2005년 9월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시정비예정구역인 재개발 재건축 지역이 지난 2001년 340곳에 비해 무려 138곳이 늘어난 478개소로 대폭 증가한 것.
이는 부산 주거지역 총 면적 110㎢의 23%인 2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한마디로 부산의 도시지형을 바꾸는 획기적인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재개발이 80곳에서 182곳으로 무려 102곳이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재개발 재건축 정책의 그늘
재개발 재건축의 장밋빛 청사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부산 전역에 걸쳐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재개발 재건축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구역의 감정가가 현실적이지 않는데 있다. 통상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토지감정가는 공시지가의 1.3배로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부산에서 주민들이 사업시행에 따른 시세차익을 보려면 최소한의 감정가가 공시지가의 2.5배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부산지역에서는 해운대구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감정가가 공시지가의 2.5배가 넘는 곳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상당수 주민들은 개발에 따른 시세차익보다는 오히려 개인부담금을 더 내고 입주하거나 아예 쫓겨나야 하는 것이다.
보상금을 받고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은 절망적이었다. 공시지가에 따라 보상금을 받다 보니 그 돈으로 변변한 집 한 채 구하지 못하고 빈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재개발 재건축의 대상 주택은 주로 33~66㎡ 규모가 많아 이주비 등을 합쳐도 2천만~3천만 원이 고작이다. 기존에 살던 집값 보상비로는 전세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행정기관의 무분별한 개발정책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시는 부산에 478곳을 재개발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부산지역 법정동수 223곳인 점을 감안하면 1개동에 2곳 이상이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해야 하는 셈이다. 부산에서만 7월 말 현재 7천여 가구의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체의 사업지연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간의 갈등도 심각한 문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특별·광역시장 또는 시장 등이 재개발 재건축 관련 도시기본계획을 세우면 주민들로 구성된 재개발재건축조합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정비구역 지정과 함께 조합이 정식 설립된 이후 주민 75%의 동의를 얻으면 사업이 본격 시작된다.
일부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은 시행업체를 선정할 수 있고, 감정가 고시 등 사업 전반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사업시행 인가를 받으면 구역 내 토지와 건물에 대해 강제수용권을 가질 수 있는 등 행정기관과 다름없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조합은 운영비를 시행업체로부터 지원받아 사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수 조합들이 시공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의혹과 함께 불투명한 운영비 집행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의 미래
부산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수년째 계속되는 건설경기 침체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시공업체가 별로 없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 남은 주민들이나 떠나간 주민들은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의 재개발 사업은 주민들의 과중한 부담 강요와 사업과정에서의 각종 비리 등으로 개발지역에 사는 빈민들의 빈곤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재개발 재건축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지역공동체 해체 등에 따른 심리적,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신빈민으로 전락시키는 현재의 재개발 정책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