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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대한민국 국민은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순교자 124위 시복식과 아시아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교황은 우리사회에
평화와 화해, 치유와 성찰의 사회적 담론을 확장시켰다. 또 특유의 겸손함과 소탈함으로 낮은 자를 몸소 챙기는 행보로 가톨릭 신자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감동과 치유의 시간을 선물해줬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교황 방한 이후 한국사회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가톨릭 교회도 변화의 노력을
성찰하고 쇄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황 방한 1주년을 맞아 천주교 대전교구의 수장인 유흥식(라자로)주교를 만나 통해 방한의 감동을 되새기고
한국사회와 교회의 달라진 양상과 교회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교황이 우리 사회에 남긴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교황님의 평범하고 단순하며 모든 이와 함께하시는 삶이 우리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봅니다. 교황님을 이틀 동안 옆에서 모시는 기쁨과 영광을 누렸는데, 제가 설명을 드리거나 질문하고 대답을 드리는 등 대화를 나눌 때에 늘 저와 눈을 맞추셨습니다. 기쁜 이야기에는 웃음을 띠시고, 슬픈 이야기에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고, 당신의 생각과 맞을 때에는 즉시 몸짓으로 동의를 표하시는 등 만나는 바로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셨습니다. 함께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랑과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표현하신 예수님을 닮은 삶의 모습이 우리에게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교황 방한 후 한국 사회와 교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교황님의 섬기는 리더십, 봉사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물질적인 것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교황님께서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심어주신 것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자신의 드러내고 과시하는 '갑질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 모습이 아쉽기도 합니다. "
-교황 방문 이후 전국에서 교황의 메시지를 실천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신자들이 마련한 실천운동 '답게 살겠습니다'가 시작됐습니다. 이것은 이웃 종교인 7대 종단 대표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윤리의식 결여, 물질만능 주의, 부정부패 등 심각성을 인식하며 신앙인들이 앞장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성찰과 변화를 하겠다는 실천운동입니다.
또 대전교구에서 운영하는 사회 복지 시설들에서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직접적인 봉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각 성당마다 '사회복지분과'를 중심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고, 교구 차원에서는 '한 끼 100원 나눔 운동',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직접 찾아가 돕는 '푸드 뱅크', 배고픈 이들을 위한 '밥차' 운영 등을 계속할 것입니다. 더불어 청소년들도 동남아의 어려운 여러 지역으로 찾아가 봉사활동을 펴면서 이웃 나라의 젊은이들과도 더 많은 친교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황이 직접 방문한 대전과 충남은 지역 주민들 및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방한 기념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사업이 진행중인가.
"대전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입구에 청년의 발을 씻어주시는 교황님 조형물을 설치했습니다. 성과와 효율을 먼저 계산하는 보통의 현대도시가 아닌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풍요로운 도시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형물을 만들었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잠시 일상을 멈추고 교황님 조형물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충청남도와는 도보성지순례길 조성을 위해 '내포순례길 조성 위원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솔뫼성지와 해미성지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교황님의 삶을 본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적인 변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순교자들의 영성과 교황님의 정신을 함께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교황 방문 후 충청권에서는 '한국판 산티아고'를 조성하자며 후속계획들이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 지역에는 순교자들이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사시거나, 잡혀가시거나 순교하신 곳 등 많은 장소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내포 지방 전역이 순교자들과 깊은 인연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순교자들과 연관된 성지들을 도보로 순례하는 일은 교황님께서 오시기 전부터 이미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천주교회가 지방 자치단체와 협력해 도보성지 순례길을 조성하고 있었는데, 교황님의 방한을 계기로 언론에서 조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희는 '한국판 산티아고'라고 부른 적이 없는데, 요즘의 유행과 맞물려 지자체에서 그렇게 부르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국민들이 도보순례를 하면서 땀 흘리며 쉬고, 종교를 초월해 자기 정체성과 본래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성스런 곳으로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취지라면 저희도 기꺼이 협력해 갈 것입니다. 쉽고 편하고 이기적으로 살려는 세속적인 흐름에 맞서, 인간답게 사는 삶을 선택한 순교자들을 본받으려는 마음으로 도보 순례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국적으로 교황 방한 1주년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데,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하나.
"가톨릭교회는 늘 변화하고 쇄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성경과 함께 그 시대의 징표를 읽고, 그 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전교구는 교황님께서 방한 중에 하신 말씀과 보여주신 삶의 모습을 구체적인 실현에 옮기기 위한 작업으로 '교구 시노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구 시노드란 교구 하느님 백성, 즉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모여 교회가 나아갈 주제들을 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 회의입니다. 2018년에 맞게 될 '교구설정 70주년'에 교구 시노드 최종 문서가 나올 예정인데, 이를 위해 모두가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것입니다. "
-교황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2019년 가톨릭 세계 축제인 '세계 청년대회'를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가요?
"가톨릭교회의 '세계 청년대회'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이는 행사입니다. 내년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고향인 폴란드의 크라코우에서 개최됩니다. 크라코우 대회 마지막 날에 교황님께서 2019년에 개최될 세계 청년대회 도시를 발표합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 누구도 모릅니다. 서울 교구에서 '유치 준비 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상생하며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실천 지침이 있다면?
"많은 이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매우 각박하고 메마른 사회입니다. 자기만 잘 살겠다는 우리 자신의 욕망이 이처럼 어려운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공멸의 위기에서 교황님은 아주 평범한 기본을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알면서도 잘 실천하지 않기에 새롭게 보입니다. 교황님이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소중함, 이웃에 대한 관심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 특별히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은 우리가 새로운 마음을 가질 때 가능합니다. 새로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씀처럼 힘들어도 먼저 나누는 행복을 체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이웃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이도 없고, 이웃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부자도 없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든 우리가 모자란 것만 채우려 하기보다, 비록 부족해도 이웃과 나누고 소통하면서, 어려운 현실을 함께 극복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원세연 기자(대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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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5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가톨릭대학교-아시아쳥년 대표들과 만나는
모습(위쪽)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솔뫼성지(김대건 신부 생가) 를
방문하는 모습.
사진=천주교 대전교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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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5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가톨릭대학교-아시아쳥년 대표들과 만나는
모습(왼쪽)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솔뫼성지(김대건 신부 생가) 를
방문하는 모습.
사진=천주교 대전교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