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시인이 새로운 시집 '카이로스의 종소리'를 발간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출판사 서평
김덕남 시인이 시집 『카이로스의 종소리』(작가마을)를 펴냈다. 40여 년의 교직 생활 후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해온 저자의 또 하나 역작이다. 김덕남 시인은 2005년 《에세이문학》에 수필가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1년 《서정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시 창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시집 『카이로스의 종소리』는 팔순을 넘긴 저자가 더 이상의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지금 한순간 한순간이 기회의 시간이기에 창작에 보다 더 열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종소리가 크고 깊게 울릴수록 시인의 사유도 깊고 웅장하다. 그러하기에 시편마다 촘촘한 시어들이 연륜의 상처를 보듬고 앉아있다. 편편마다 우러나는 철학적 사유가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나무의 나이테가 그저 생기지 않듯 『카이로스의 종소리』의 시편들은 김덕남 시인의 생애이자 또 다른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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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김덕남 시인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매사에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과묵하고 감정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진실성을 엿볼 수 있는 인격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이러한 점을 반영하듯이 시를 창작하는 태도와 시 속의 사물에 대하여 여류시인 특유의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표현보다 다소 철학적이고 진지한 표현의 작품들이 많다. 특히 김덕남 시인의 시에서는 시간을 등장시켜 깊은 사유를 하는 시편들이 많다. 시간에 대하여 철학자의 말을 빌리면 ‘시간은 인간의 마음이 터전이며 마음의 순수지속을 근거로 하지 않고는 시간은 없다’고 한다. 말하자면 시간이 오고 간다는 시간 의식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김덕남 시인의 시에는 ‘시간’이 직접 등장하면서 그 속에 존재하는 시적 화자 ‘나’의 존재 의미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의 시에는 시간의 큰 질서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즉 사계가 제목 속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김 시인의 사계절에 대한 인식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양왕용(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부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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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으로
사이
너와 나 사이 까맣게 아득한 사이
어디서 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꽃은 피고 지고 새들은 높이 나르고
바람 불어 상쾌한 날
같은 대지 위에 있음이 축복이다
너로 하여 내가 있고
하얀 밤 지새우는 밤 네가 있어 행복하다
그것이 믿음이란 것을,
장막을 치고 홀로라는 사이
외로운 항로에 침묵은 쌓이고
공존하는 사이 무르춤해지는
우리 사이에 달이 뜬다
너와 나 사이 홀로라는 사이
그것은 외로운 항로다
그래도
너와 나 사이 그리움만 사이에 있다
달도 언젠가는 지구를 떠난다?
오늘 밤에도 나는 밖에 나가 달님을 바라본다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한 어느 날도 웃어주던,
지구와 형제처럼 같이 놀고 밝혀주던 달님!
언젠가는 이별이라고....
15억 년쯤엔 달과 지구가 이별한다고,
묵묵히 돌고 있는 지구라는 형과 밤마다
웃음 주는 아름답고 탐스런 아우의 이별이라니
밝은 달님을 보며 슬픔을 고독을 환희를
절망을 녹여주던 포근하고 애잔한 아우를 잃다니,
삭막한 세상에서 온기와 사랑과 미소를 만났는데
밤마다 떠오르는 네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달도 차면 기우나니 또 살아나는 순리를 배웠는데
차오르는 기쁨을, 내려가는 겸손을 배우며 바라보았던
달콤하고 포근한 탐스런 네가 없어진다면....
삭막하고 쓸쓸하고 험난하고 캄캄한 암흑이어라
15억 년이 오기 전에 우주의 기적이 오지 않을까
78억 인구가 소망하고 그리는 월광을,
언제까지 환히 웃는 달님 아우와 같이 살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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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김덕남 시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사범학교(현, 진주교육대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동아대학 법정대학(2년)을 수료하였다. 40여년 교단생활을 하면서 모범공무원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2005년 《에세이문학》에 수필, 2011년 《서정문학》에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한 김덕남 시인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부산공모전’에 문인화 초대작가로도 활동하였다. 한국수필문학진흥회 부회장, 에세이문학회 부산회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수필문학상 본상, 국제문화예술상 수필부문 본상, 문학도시 수필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 부산문인협회, 부산수필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에세이문학회, 서정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달빛 그림자』, 『그리움의 깊이』가 있으며 수필집은 『강물처럼 흐르고 싶다』, 『틈이 말한다』, 『일흔에 다녀온 65일간의 배낭여행』, 『꿈꾸는 의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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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목차
김덕남 시집
자서
목차
제1부
비 내리는 호수에서
봄을 데리고 오다
신호등 2
무심함
파도 소리
사이
달도 언젠가는 지구를 떠난다?
만추
칠레-모아이 석상을 만나다
무無의 세계
석양의 풍경
풍경이 된 나목
칼랑코아 활짝 웃다
아침 해
나를 위해 존재한다
도서관을 찾아서
옛날 옛적에
제2부
내 그림자
기다림
낙엽을 줍다
블랙홀 (Black Hole)
뿌리 걸상
심란함
무궁화 나무 아래서
산을 오르다
낙엽 길 따라
고독
별나라에는 누가 살까?
귀향
빈손
날마다 새롭게
겨울이 오는 소리
고도를 기다리며
저녁 기도
제3부
유리 천정
11월의 마지막 밤
무표정의 계절
산수유
눈부심
잠자는 모란
거미줄에 옥구슬
둑길
자작나무
고요한 밤
천문학자 리비트
미로 프로레스 해변에서
부성父性
새벽기도
고요히 비는 내리고
길
제4부
속삭임
소금 사막
카이로스의 종소리
금계국 필 때
여시如是 라는 세상
촛불
열엿새 날에는
햇살에게
허허벌판
그리운 소나무
대피소 2
우주 속에서 속삭이다
“푸라비다”
먼 길
그리운 세월
그리움이 쌓이는 계절
제5부
별꽃 사랑
사노라면
크로노스의 시간
벚꽃 길 2022
희망봉을 데리고 오다
모란은 가고 없다
서생포 왜성
그냥
봄비는 소리없이
가을 소리
비 오는 어느 여름날
문학은 나에게
바다에게
풍경소리
햇살
추억
▪해설: 양왕용(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부산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