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결한 존재
혈기랄까, 식욕이랄까
나는 날마다 밑거름이 필요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내 이름은 풀씨고요
땅심도 못 말리는 악바리가 아무데나 불쑥불쑥 고개 쳐들어도
밑동에 영양 끼가 없으면 빨리 죽습니다
천덕꾸러기는 수시로 꿈틀거려야 빌어먹지 않으니까요
애물잔지 개똥쑥을 맏이로
숨쉬기도 버거운 땅속은 많은 경쟁자들이 볕 바라기를 합니다,
생산의 진화를 후벼 파는 호미가
탄생의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도
일찍 몸뚱이로 숲을 키우지 않으면 관심 안에는 얼씬도 못하므로
꾀부리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하면 큰일입니다
끽해야 사람 무릎도 통과하지 못하는 집착은
동행하고픈 설움일 것이고
수직을 건드린다는 것은 악착으로 보일 뿐이기에
늘어진 허리로 들숨 날숨 하는 허파의 노래에 목이 멥니다
핍진한 언어를 찾아
풍경에 굴절되어 세계를 누비는 종족으로 신분이 잡초이다 보니
땅의 틈새로 뿌리와 어깨의 시너지를 키우는
푸른 시그널로도 살아날 재간이 없어서
대놓고 식물지에 기어오릅니다, 버릇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