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은폐와 책임 회피로는 미래 안전도 없다

[Succegator]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오송 참사가 있던 날로부터 꼭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라는 점에서, 그리고 참사 이후에도 국가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는 꼭 닮아있다.

참사 이후 여당은 국회 현안질의를 한 달 넘게 연기시킨 것도 모자라, 가짜뉴스까지 동원해가며 결국 현안 질의를 파행시켰다. 오송 참사의 진상을 은폐하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 그 어떤 정치적·법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자 했던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바로 소방 당국의 중대한 재난안전법 위반사항과, 소방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자 국회에 허위 보고를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재난안전법 위반 사실 은폐한 소방

오송 참사 이후 소방 당국은 국회 요구에도 설명자료를 줄곧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조사가 끝난 직후 소방청은 충북소방본부 명의로 국회에 ‘오송읍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고 시간대별 조치사항’이라는 설명자료를 제출해왔다. 그러나 이 자료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소방의 재난안전법을 명백히 위반한 사안이 발견되었다.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의 가동 시점을 속이고 은폐하려 한 것이다.

소방이 국회에 제출한 ‘시간대별 조치사항’에는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 줄여서 서 통제단이 10시4분에 가동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참사 현장 인근 주민이 당시 119에 임시제방 붕괴위험을 가장 먼저 신고했던 07시51분부터 결국 지하차도가 완전히 잠겨버린 08시40분까지 서 통제단은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현장 지휘 상황’과 ‘구조·구급상황보고서’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청주서부소방서가 현장 지휘에 사용한 상황판에는 명백하게 ‘06시25분 서부소방서 비상소집’, ‘06시30분 통제단 가동/소방서장 현장지휘’라고 표시되어 있다. 심지어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충북도 긴급구조통제단 지휘부 카톡방에도 ‘06시30분 서 통제단 가동’ 사실은 명백하게 나와 있다.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이 소방청 상황실에 보고한 ‘구조·구급상황 보고서’ 문서에도 ‘06시25분 서부소방서 비상소집/대응 1단계’ ‘06시30분 통제단 가동/소방서장 현장지휘’가 확실하게 기재되어 있다. 상황보고서 ‘18보’에는 더 명확하게 ‘06시30분 서부소방서 통제단 가동’이라고까지 적혀있었다.

즉, 최초 119신고 이전인 06시30분에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차대한 문제인 이유는, 참사 이전에 서 통제단이 가동되어 있었다면 어떠한 초기 대응도 하지 않은 소방 당국에게 재난안전법상의 구체적인 법적 책임이 명백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긴급구조통제단장은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현저할 때’에도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통제단장은 직접 재난 예방을 위해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도록 요청할 권한 역시 가지고 있었다.

엉터리 감찰조사.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참사 당시 소방 당국은 재난안전법상 재난 현장의 긴급구조, 응급조치에 관한 모든 지휘와 통제 권한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고,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분명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서 통제단은 7시51분 재난신고를 받아 현장 상황을 눈으로 확인까지 하고서도, 어떠한 응급조치도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그 후 8시37분 차량 침수 신고를 재차 받고서야 다시 출동지령을 내렸지만, 도착하기도 전인 8시40분경 이미 궁평2지하차도는 완전 침수된 상태였다. 만약 통제단이 지하차도 침수 전에 재난안전법대로의 법적 조치, 특히 ‘차량 통행 제한’만 시행했더라면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긴급구조기관의 부작위와 재난안전법상 구체적 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해 소방 당국은 ‘오송 참사’가 발생하는데 직접적이고도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모순된 증거에 대해 소방당국은 ‘착각’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현장 상황판과 본청에 보고한 상황보고서는 당시 통제단장이었던 소방서장의 지휘 없이는 결코 임의대로 작성할 수 없는 사안이다. 즉 허위 자료에 이은, 허위 해명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은 재난안전법 개정으로 24시간 재난 현장에 대응할 수 있는 소방에게 육상 재난 대응의 모든 권한을 주었고, 소방의 재난 대응 역량을 깊이 신뢰하고 의존해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방 당국이 스스로 책임이 두려워 국회와 국민 앞에 잘못을 숨기려 한다면, 어떤 국민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소방 당국은 지금이라도 면피를 위한 허위자료 제출을 멈추고 ‘오송 참사’의 진상규명에 진실되게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오송 참사’의 진상에는 답해야 할 질문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참사 조사 결과부터 엉망이다. 국무조정실의 감찰 결과와 검찰 수사는 이러한 재난안전법 위반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지, 그저 무능인지 또한 진상규명의 대상일 것이다.

그렇기에 재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과 유가족이 바라는 '오송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송 참사’ 은폐와 책임 회피로는 미래 안전도 없다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