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화접] 제8장 -5 ★ 내 평생 이런 계집은 처음 보는구먼!
■ 철화접 1권 제8장 추악한 암습(暗襲) -5 ━━━━━━━━━━━━━━━━━━━━━━━━━━━━━━━━━━━
⑤
철화접은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도 격동하지 않으려 애썼다. 상대방이 노리는 것은 자신이 평 정심을 잃고 흥분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휙휙휙!
위잉!
죽음과도 같은 침묵.
다만 주먹과 발길질 소리가 허망하게 공기를 가를 뿐, 한참이나 격투를 벌였지만 양상은 변함이 없었다. 한 번도 상대와 충돌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철화접의 전신에는 땀이 배었다. 갑자기 그녀는 가슴 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아뿔사! 이 육실할 놈들이 내가 지치기를 기다리는구나!'
아닌게 아니라 그녀는 호흡이 턱에 차고 있었다. 전신이 무거워지 며 피로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상대방은 숫적인 우위를 십분 활용하여 이쪽저쪽에서 개구리 뛰어 오르듯 몸을 날려왔단 사라져 가며 그녀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 었다. 또한 이놈 저놈 번갈아 가며 공격해 오니 놈들은 적은 힘으 로 몰려왔다 충분히 힘을 비축하고는 재차 달려오곤 했다.
반면 매번 철화접은 전력을 다해야 하니 피로감이 들기는 이쪽이 열 배나 더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차륜전(車輪戰)이었어! 그렇다면 치고 나갈 도리 밖엔 없잖아!'
적들의 의도를 알아챈 이상 일각도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스스스―!
잠영보로 순식간에 어둠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철화접은 좌측의 인 물에게 미끄러져 갔다.
뻑!
"컥!"
철화접의 정권이 그자의 안면에 작렬했다.
"계집이 움직인다! 동표(童杓)가 당했다! 퇴로를 차단해라!"
휙, 휘리릭!
몇 줄기의 인영이 빛살처럼 날아가 정확히 철화접의 전면을 봉쇄 했다.
'이것 봐라... 역시 상당한 수준에 있는 놈들인데... 전력을 기울 이지 않으면 오늘밤 더러운 꼴을 당하겠는걸.'
찰나의 순간에 퇴로를 막아선 검은 인영들의 날렵한 몸놀림에 철 화접은 내공을 한층 더 북돋워 잠영보를 팔성까지 펼쳐냈다.
형체도 소리도 없이 철화접은 우측으로 선회했다. 마침 그곳에 서 있던 한 인영의 복부에 좌측 발을 쑤셔 박았다.
펑!
그 순간 뜻밖의 사태가 발생했다.
철화접은 발목이 부러져나가는 듯한 극렬한 통증을 느낀 것이다. 동시에 그 인영의 양손이 자신의 어깨를 왈칵 거머쥐는 것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하필이면 본좌를 찾아와 수작을 부리다니, 이걸로 너의 귀여운 재롱도 끝이로구나. 크크크!"
그자는 무리들의 우두머리였다. 또한 전신에 호신강기를 운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력의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과 오성만의 내공으로 걷어찼던 철화접은 그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으......."
어깨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철화접은 신음을 흘렸 다.
동시에 그녀의 체내에 고여있는 진기가 바람에 흩어져나가듯 일시 에 소멸되어 버렸다.
우두머리는 단순히 어깨만 거머쥔 것이 아니라 그 부위의 운문혈 까지 제압해 버린 것이다.
"흐흐! 어디 천상의 미녀 얼굴이 어떤지 감상해 볼까."
철화접의 얼굴에 닿을 만큼 복면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철화접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사내의 역겨운 체취와 욕정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이 코앞까지 들이닥치자 와락 구토라도 하고 싶었 으나 마음뿐이었지 육신은 이미 통제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
"과연 명불허전이로이군! 관 속에 누워있던 송장도 벌떡 일어나겠 어."
"흐흐! 넘기기 전에 소인들에게도 구경이나 한번 시켜 주십시오."
철화접의 주위로 다가온 검은 인영들은 목을 길게 뽑으며 한 마디 씩 지껄였다.
"구경하는 거야 문제될 게 없겠지. 자, 눈 똑바로 뜨고 실컷들 보 아라."
와락!
철화접의 몸이 우두머리의 거친 손길에 의해 검은 인영들 쪽으로 돌려 세워졌다.
야수들의 눈길이 일제히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낀 순간 철화접 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아깝다, 아까워. 이런 절세의 미녀를 손끝 하나 못 대고 고스란 히 갖다바쳐야 되다니."
"히히히! 내 평생 이런 계집은 처음 보는구만. 이게 사람인가 요 물인가."
"제기랄, 그림 속의 떡인 줄도 모르고 아랫도리는 왜 주책없이 껄 떡대는 거야?"
"으핫핫핫핫!"
검은 인영들은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며 음악한 광소를 터뜨렸다. 그러는 사이 철화접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철화접, 눈을 뜨거라! 자고로 미인인지 아닌지는 눈에서 결정되 는 것, 이렇게 눈을 감고 있어서야 어디 제대로 감상이나 하겠느 냐? 어서 눈을 떠봐라!"
우두머리가 철화접을 흔들어대며 윽박질렀다. 그러나 철화접은 무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우두머리란 자는 결코 포기하려 들지 않았 다.
"오냐, 네가 어떤 처지인 줄도 모르고 수모를 자초하는구나. 그렇 다면 내 손으로 눈을 뜨게 해주마. 얼마나 버틸지 두고 보자."
우두머리는 어깨를 움켜쥐고 있던 손 하나를 풀어 철화접의 얼굴 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철화접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녀는 목상처럼 딱딱하게 굳 어있을 뿐이었다.
"그래, 잘 하는 짓이다. 조금만 더 버텨보아라. 내 비록 널 극락 으로 보내주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즐거움을 선사할 수는 있 지. 그러니 아쉬운 대로 한번 즐겨보자꾸나."
"크흐흐흐......."
무리들의 음소가 어둠을 흐트러뜨렸다. 철화접의 입술을 더듬던 우두머리의 손이 철화접의 뽀얀 목덜미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
첫댓글 ㅎ늘 감사 히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