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응?”
“헤어지자고.”
“으,응?”
오랜만의 전화였다. 간만에 일이 조금 한가했는지 내게 전화를 걸어서 만나자고 하길래 들뜬 기분으로 그 사람의 집으로 향했다. 내가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람의 집에서 자주 만남을 가졌었다. 그런데 이 사람 날 보고 대뜸 이상한 말을 한다.
“하, 알꺼 알만한 사람끼리 왜이래.”
“.........”
“어차피 너나 나나 엔조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
“엔조이? 넌 나랑 엔조이였니? 지금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
“엔조이가 아니면? 그냥 연예인 한번 만나보고 싶…….”
끝내려는 이유가 엔조이 였단다. 그리고 연예인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 말의 끝을 듣기도 전에 내 손이 먼저 움직였다. 언제나 연기속에서나 해왔던 일을 지금 하고 있다. 엔조이라며 끝내자는 애인의 뺨을 때리는 일. 그래, 언제나 TV속 민선예가 하던 일. 그러나 그 일을 지금 실제에서 하고 있다. 차라리, 박예은도 배우라면 그래서 이 상황이 드라마의 상황이라면 좋겠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피식 웃더니 내 앞을 지나 현관을 벗어났다.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알 수 없었다. 왜 내게 그런 말을 남겼는지.
“좋은 배우되라.”
왜 목소리가 살짝 젖어버린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듯, 그러나
Love is over 번외
그게 마지막 모습은 아니였다. 박예은, 그 사람은 드라마국 PD고, 난 드라마를 찍어야하는 연기자다. 그래, 어떡하든 만나야하는 사이다. 그런데 가끔 마주칠때면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박예은이 웃겼다.
“어이! 잘지냈어?”
“............”
“에이, 뭐야. 말이 없냐~. 뭐,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어이가 없다. 정말 엔조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을까? 난 아직도 이렇게 볼 때마다 가슴이 쿵쿵쿵, 크게 쿵쿵쿵 뛰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아직도 우리가 헤어졌다는게 믿기지가 않아서 이렇게 눈가부터 젖어오는데……. 정말 박예은에게 난 엔조이였던 걸까?
“선예씨. 선예씨!!!”
“예?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사를 쳤어야했는데 멍하니 멍만 때리다가 날 부르는 감독님덕에 정신이 돌아 올 수 있었다. 나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아, 이것도 누가 알려준건데…….
“NG내면 무조건 허리 숙여서 죄송하다고 해야 돼.”
“왜? 그냥 한번만 다시가요~ 이러면 안되?”
“연기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스텝들은 더 힘들어. 알간?”
알간? 이라며 한쪽 눈썹을 꿈틀 거리며 나랑 눈을 맞추는 박감독님. 헤헤, 귀엽다. 그런 박감독을 괜히 힘껏 째려봐 주었다. 새침한 표정으로 말이다.
“치, 그니까 애교도 살살 보여주면서 해야지.”
“야 아서라, 아서. 또 그 웃음으로 누구 꼬시려고?”
“있어, 되게 멍청한 감독.”
뭐? 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고, 나는 베시시 웃어버렸다. 그렇게 서로 바라보고 웃던 행복했던 때의 일이 또 생각나버려서 멍하게 있었다. 혹시, 이렇게 내가 아직도 이 모습 그대로라면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까?
“잠시 쉬었다 갈게요-!!!!”
쉬었다 간다는 감독님의 말에 스텝들이 뿔뿔히 흩어진다. 그리고 내 매니저이인 유빈언니가 내게와서 물을 건낸다.
“선예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언니 나 물 말고, 콜라 줘. 답답해.”
“안돼. 몸에 안 좋아. 그냥 물 마셔.”
그 순간에 그 사람과의 추억이 눈 앞을 뿌옇게 흐리게 만들어버렸다. 항상 가슴이 답답할 때, 연기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콜라를 마시려하면 내 손등을 아프지않게 치고 물을 건내던 그 사람이 생각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감독님이 평소 이러지 않던 내가 이러니 걱정이 되셨는지 내게 오셔서 내 걱정을 하시는 바람에 나는 내 눈을 흐리게 만들 던 것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하고 베실베실 웃었다. 웃음이 나오긴 하냐? 민선예? 너도 참 대단하다.
“선예씨 무슨 일 있어요?”
“예? 아니요. 헤헤-.”
“아니, 평소 안 그러던 사람이 그러니까…….”
“아, 조금 피곤해서요! 헤헤-.”
그리고 감독님이 돌아가시고 나는 또 다시 이상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들을 대하듯이, 분명 죽을 것 같은데 이렇게 버티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하듯이 혹시 박예은도 연기하는 건 아닐까. 혹시 그러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이번에도 NG내면 니가 저녁사는거다?”
“어? 어…….”
“자, 콜라.”
어디갔나 했더니, 어디선가 콜라를 구해왔다. 아, 유빈언니의 웃음 위로 장난기 어린 박예은의 웃음이 보여버렸다. 그래, 박예은이 너무 보고싶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더 이상의 NG없이 촬영이 모두 끝났고 집에 가려고 벤에 올랐다. 그리고 핸드폰 슬라이들을 올렸다, 내렸다를 몇 번 하다가 문자를 쓰기 시작하고 문자를 보냈다.
[나는 적어도 진심이였어. 나쁜새끼야.]
전송완료가 됐다는 화면이 뜨고 핸드폰 액정을 엄지손가락으로 쓸다가 슬라이드를 내렸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다. 아직 못 본 건가? 그렇게 집으로 가자마자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기 물을 틀었다. 후두두두 떨어지는 미지근한 몸이 노곤한 피곤을 녹여준다. 그러나 가슴속의 답답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 지금 자도 몇시간 못 잘텐데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핸드폰이 울려주기만 하면 잠이 들 것도 같은데…….
[헤어질때 헤어지더라도 이유나 좀 알자. ]
결국 울리지 않는 핸드폰의 슬라이드를 쓱 밀어올려 문자를 쳐서 보냈다. 내가 가장 답답한건 왜 헤어져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박예은은 그냥 그렇게 엔조이였다며 자기 마음대로, 자기 멋대로 이별을 통보하고 갔지만 내가 아는 박예은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나를 대하는 박예은은의 행독 속에서도, 나에게 말해주는 박예은의 목소리에서도, 날 바라보던 박예은의 눈빛에서도 진심이 묻어나 있었다. 그 깊은 사랑이 날 항상 설레게 했었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미련이든, 집착이든 이렇게 문자를 보낸거다.
“선예야, 일어나. 민선예!!!”
“으음-.”
“늦었어. 정신차려-!!”
유빈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어제 쇼파에서 핸드폰 쥐고 있다가 그대로 잠든 모양이다.아직도 잠에 취해 잘 떠지지않는 눈을 힘겹게 떠서는 핸드폰 슬라이드를 밀어올려봤다. 그러나 새로운 문자메세지가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박예은에게 속은 걸까? 그 행동, 눈빛 그 모든게 다 거짓이였던걸까? 그렇다면 박예은은 연출을 할게 아니라 연기를 해야한다. 그럼 대상은 시간문제일것이다.
“언니.”
“응?”
“만약에 언니.”
“응.”
“아니다.”
“뭐야 말을 하다 말어.”
나는 아니야라며 고개를 젓고 욕실로 들어갔다. 하, 정말 박예은은 괜찮은 걸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벤 안에서도, 분장실에서도 박예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큐!!”
촬영장에서도 말이다. 감독의 큐 싸인에 내 상대 배우가 나에게 화를 내며 나를 다그치기 시작한다.
“장난해? 지금?”
“.........”
“고작 그런 이유로 헤어지자고?? 어???”
“됐어, 끝난거야 우린. 그만해.”
“뭐? 뭐가 되? 혼자 끝내면 다야? 난? 이제 난!!!!!”
그래, 난……? 박예은, 난? 난 생각도 안해? 어? 정말 난 지금도 미치겠는데 넌? 넌 아무렇지도 않아? 어? 그래? 그럴꺼면 왜 그랬어? 왜 나한테 웃어준거고, 왜 사랑한다고 말한거였고!!! 왜!!!! 처음부터 날 흔들어 놓냐고!!!!! 왜!!!!!! 나도 너 싫다 진짜…….
“.........”
“컷!!! NG!!!!”
“아, 죄송합…….”
한 순간 몸이 휘청거리더니, 눈이 감기고 눈이 떠지질 않는다. 선예야, 선예야 날 불러주는 유빈언니의 목소리는 들려서 대답해주고 싶은데 말이 안나온다.
“선예야!!!!!!!”
“선예씨!!!!!!!”
낯익은, 익숙한, 그리웠던 그러나 이제는 두 번 다시 맡고 싶지 않은 그러나 너무나 맡고 싶던 향이 내 코에 스몄다. 살며시 눈을 떠 봤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긴했는데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여긴 어딜까? 내 팔에 꽂아져 있건…, 바늘? 나 병원인건가?
“어, 깻네? 일어나지 말고 누워있어.”
“나 왜 여깄어?”
“쓰러졌잖아 바보야.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이 멍충아.”
“헤헤-.”
“아무 생각 말고 며칠 푹 쉬어.”
“응.”
정말 아무 생각 안하고 싶다. 아니, 정확하게 박예은 이 사람에 대해 생각 하고 싶지 않다. 며칠 동안이나 기다렸다, 박예은의 연락을. 혹시나 잠이 들어 못 받을까 항상 쇼파에 앉아서 손에 쥐고 기다리고 그러다 잠이 들어 다음날이 오고, 핸드폰을 확인하고 실망하고. 연기에도 도통 집중이 안되서 NG를 몇 번이나 내고……, 내 생활은 이렇게나 엉망인데 박예은 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건지…….
[넌 아무렇지도 않아? ]
답장이 오지 않을 껄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보내본다. 사랑을 시작할때도 지 멋대로고, 끝낼때도 지 멋대로고. 그래, 니 멋에 살다가 죽어라. 박예은 그렇게 죽어버려라!! 그래도 최소한 상대방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줘야하는거 아니냐? 니가 이렇게 만들어 놨는데!!! 최소한의 책임은 있는 거잖아!!!!!
“나는 너 좋다.”
내가 처음 TV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드라마가 끝나고 쫑파티때 술이 약했던 나는 스텝들이 주는 술을 마시다 보니 어지러웠고, 그런 날 알고서 밖으로 끌고 나간 박예은이 뜬금없이 나에게 툭 던진 말이다. 나는 너 좋다…….
“너는 나 싫냐?”
“아니, 나도. 나도 감독님 좋아요.”
“사내연애 안 해볼래?”
어이없었다. 너무나 당당하게 연애하자는 박예은이…, 난 감독으로써 박예은이 좋다고 한건데 말이다.
“나 여자한테 관심 없거든?”
이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왔다. 이상하게도 미칠듯이 뛰던 가슴께를 부여잡고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박예은은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전화를 해왔다. 별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하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날에서부터 연락이 뚝 끊긴거다. 매일 하던 사람이 안하니까 이상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오늘은 왜 전화 안해?”
“큭, 뭐야. 기다린거야?”
“그, 그건 아니지만……”
“감독한테 자꾸 말 놓는다?”
“……너 때문에 생겼어. 관심.”
결국은 이렇게 내 진심을 털어놨다. 결국은 박예은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거다. 자신에게 빠지도록 그리고 헤어나올수없도록 그런데 지금 박예은은 도망친다. 나쁜놈. 자신에게 빠져들게 해 놓고서.
“언니.”
“응?”
“혹시 누구 왔다 간 사람 없었어?”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건, 정말 확실히 맡았다. 진짜 그 향이였다. 박예은의 향. 그런데 눈을 떳을 땐 아무도 없었고 유빈언니가 병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분명했는데…. 희미하지만 목소리도 들렸던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어? 없, 없었어.”
“아, 그래? 알겠어….”
없었다는 말에 기운이 쭉 빠진다. 그냥 와서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거 아닌가? 그래도 같이 일도 해본 사인데…….
“왜?”
“아니야.”
언니에게도 비밀로 한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비밀로 해야했다. 언니라면 날 이해해주겠지만 그래도 말 할 수 없었다. 원래 이 바닥은 비밀이란게 없으니까. 그래, 비밀이란……, 혹시. 회사에서 박예은을……, 설마…, 설마…….
“민선예. 이게 뭐야?”
“네?”
“봉투 열어봐.”
사장님이 책상위에 올려놓은 황색봉투를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몇장의 사진이들이 있었고, 그 사진들에는 나와 박예은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물론, 배우와 감독사이를 넘어선 찐한 사진들이 였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사진을 보고 있었다.
“미쳤지? 어?”
미쳤냐는 사장님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잘못한거 없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던 입술을 풀고 고개를 들어 사장님을 보았다.
“일단, 누구 짓인지 알아보고 입 막음 시킬꺼니까 헤어져.”
“사장님!”
“알잖아. 이곳이 어떤곳인지. 남녀간의 스캔들만으로도 골 아픈 곳이야. 근데 동성애가 허용될 것 같아?”
“사장님......”
사장님만 부르며 차오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어 흘려버렸다. 의자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두어번 토닥여주시는 사장님. 우는 날 달래시려나 보다.
“선예야, 한달줄게. 그 안에 헤어져.”
“사장님, 못 헤어져요.”
“알아, 너 진심인거.”
“흡-,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헤어져요!!!!”
악에 바쳐 소리쳤다. 그러나 사장님은 처음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안아주셨다. 그리고 등허리를 토닥여주셨다.
“시간이 해결해줄꺼야. 선예야…”
***
“야, 야 그만봐. 뚫려.”
“치, 좋으면서.”
“하나도 안 좋거든?”
“있잖아요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응.”
만약에 우리 헤어지면 어떨 것 같아요? 나는, 나는 있죠. 헤어지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헤어져야한대요. 그래야 감독님도 나도 편하게 살 수 있대요. 웃기죠? 헤어지면 아무 것도 못할텐데 그래야 편해진다니……. 힘든건 잠시라고, 시간이 모두 해결해줄꺼래요. 웃기죠?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하기도 전에 목이 메여버려서 그냥 그대로 박예은의 허리를 안으며 박예은의 품에 안겨버렸다.
“예은아, 사랑해.”
“어쭈, 나이도 어린게 감독한테 자꾸 말을 깐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난을 쳐 온다. 내가 언제는 반말 안 썼냐? 지금부터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해줘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하는건데 박예은은 이런 내 마음을 정말 모르는지 이런 우리 상황을 정말 모르는지 사랑한단말은 안해주고 장난끼가득한 웃음만 짓는다. 그래도 그 품에 안겨서 그 웃음을 보니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다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웃는 모습을 보니 나는 정말 절대 헤어지자는 말 못할 것 같다. 이렇게 웃는 모습이 예쁜사람에게 어떻게 헤어지자고 할까? 이렇게 내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데 어떻게 헤어질 수 있을까?
지잉-, 지이잉-.
병원에 더 있어야 했지만 답답해서 내가 조르고 졸라 집으로 왔다. 유빈언니는 한숨을 포옥 쉬고 그럼 집에서 며칠 푹 쉬라며 현관을 벗어났다. 그뒤로 쇼파에 앉아 옛날 생각에 잠겨있던 날 옛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건 내 손에 쥐어져있던 핸드폰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핸드폰 액정을 보았다. 그러나, 그 사람의 번호가 아니였다.
“여보세요?”
“아, 저에요. 선미에요.”
“아-, 안녕하세요.”
“아, 이번에 미니 끝나면 차기작 들어온거있어요?”
“없어요.”
“저랑 일 안해볼래요?”
뜻 밖의 제안에 놀랬다. 선미라는 사람은 박예은의 친한 선배다. 박예은이 참 좋아하고 믿고 따르는 사람인 만큼 박예은과 나 사이를 다 알텐데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해오다니……. 나는 회사에 말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하고 전화를 끊고 유빈언니에게 걸었다.
“유빈언니 어디야?”
“어? 나 회사. 왜? 오늘 스케쥴 없잖아? 심심해?”
“응? 아니아니, 내가 회사로 갈게. 할 얘기 있어.”
“응, 그래.”
회사에서 꾀나 높은 직급인 유빈언니는 내 신인시절부터 같이 해 온 매니저이다. 할 일도 없고, 그냥 회사에 가서 유빈언니랑 이런저런 얘기나 해야겠다. 집에 이렇게 혼자 있으니까 계속 그 사람만 더 생각나니까.
유빈언니의 방문을 살짝 열고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언니를 불렀더니 뭘 검토하고 있었는지 그걸 후다닥 책상에 넣고 나에게 온다.
“와서 앉어.”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어? 잠깐만. 여보세요? 예예.”
입모양으로 5분만 있어. 라며 밖으로 나간다. 누굴 그렇게 사랑하는지 벨소리가 지겹지도 않은지 매일 저 노래다. 입으로도 매일 흥얼거린다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걸까? 사랑은 남자와 여자만 가능하다고…….
통화가 길어지는지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유빈언니는 들어 올 생각을 안하길래 유빈언니가 앉아있던 책상의자에 떡 앉았다. 이야~ 푹신푹신한게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위에서 혼자 노는데 책상 서랍 밖으로 살짝 삐져나와있는 황색봉투가 보인다. 풋,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이렇게 해두고 나가냐? 이 착한 동생이 또 정리해줘야지 뭐. 라는 생각으로 황색봉투를 집었다. 그리고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그 황색봉투를 열어보았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봉투안에 있던 사진들은 전에 사장님 방에서 봤던 것이 아니였다. 사장님께서는 그 사진은 자신 밖에 못 봤다고 하셨다. 자신의 앞으로 온 걸 함부로 열어보는 직원은 없으니까. 아, 그럼 언니도 알고 있던 걸까? 언니에게도 이 사진이 왔던 걸까? 그렇겠지?
“선예야, 오래 기다렸…, 그거 이리 줘.”
순간 표정이 굳어서 내가 들고 있던 사진들을 다 뺏어 봉투에 넣고 다시 책상서랍에 넣는다. 그리고 어찌 할 줄을 모르는 언니다.
“언니…….”
“선예야.”
“……언니 알고 있었어?”
“어? 어….”
“그럼 왜 말 안해줬어?”
“어? 어…, 그게, 그게 있지 선예야…….”
“아니야, 됐어.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야. 헤어졌어. 한달 전쯤에…….”
“아…….”
“나 차기작 선감독이랑 할꺼야. 그렇게 할게. 응?”
“응…. 그래…….”
그냥 알 수 없는 배신감이 들었던 나는 그대로 유빈언니의 방에서 나와서 선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으니까. 박예은과 나의 관계를 제일 잘 알고 있는 것도 이 사람밖에 없으니까.
“늦은시간에 실례되는건 아니죠?”
“헤-, 괜찮아요.”
괜찮다며 사람좋게 웃어주는 이 사람 고마웠다. 내 말을 모두 듣고 끄덕거려주며 날 달래 줄 이 사람이 고마웠다.
“말해요. 할 말 있어서 온거 아니에요?”
“있잖아요, 우리 사이 아는 사람 감독님 뿐이라서요…….”
“말해봐요. 괜찮으니까.”
“왜, 왜 나만 이러는 지 모르겠어요.”
왜 나만 이렇게 계속 아파는지 모르겠요. 왜 나 싫다는 박예은을 미워할수없는지도 모르겠구, 왜 잊어야만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왜 박예은은 돌아 올 수도 없는 건지. 웃으면 나한테 웃는 모습이 개죽이같다며 어디서 나타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고, 아닌거 알지만 왜 가끔은 나 처럼 힘들것 같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의문 가득인데 어디에도 답이 없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감독님?
“저…, 예은이요. 예은이 잡아요.”
정말 눈물나게 고마웠다. 잡으라는 그 한마디가 내가 찾지 못했던 정답 같았다.
“그거 진심아닌거 알잖아요. 그러니까 봐줘요. 박예은 그 멍청한 새끼 선예씨 아니면 잡아 줄 사람 없는거 알잖아요.”
그리고 내 옆으로 와 앉더니 날 자신의 품으로 끌어 날 토닥여 주기 시작한다.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란 놈을 마음껏 흘려냈다.
“에휴-, 박예은 나쁜새끼.”
“흡-, 흐윽-, 흑-.”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그럴때마다 선감독님은 그 사람을 욕했다. 나쁜새끼, 미친놈, 지가 잘라면 얼마나 잘났다고, 멋도 모르는 새끼… 등등. 내가 소리내어 울때마다 한번씩 감독님은 그렇게 박예은을 욕했다. 박예은을 욕하는 소리에 괜히 더 서러워서 더 울어버렸다. 모든 눈물을 쏟아 내 버렸다. 그리고 조금 진정이 됐을 때 감독님의 품에서 나왔다. 감독님은 여전히 내게 남아 있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셨다.
“울지마요. 그런 나쁜 새끼 때문에. 그리고 그 새끼가 안 미워지냐고 했죠? 왜, 그러냐고 했죠? 그건 선예씨도 박예은 그 새끼도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런거에요.”
“네?”
“박예은 그 새끼가 정말 선예씨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그런거라구요.”
“아…….”
“예은이 아직 선예씨 많이 사랑해요.”
선감독님의 집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계속해서 그 말이 맴돈다. ‘예은이 아직 선예씨 많이 사랑해요.’ 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차를 세우고 집으로 돌아서는데 낯익은 뒷모습이 보인다. 내 심장을 떨리게 하는 뒷 모습이다. 우리집 대문을 뚫어져라 보더니 고개를 젓더니 대문을 떠난다. 왜, 여깄던 걸까?
‘예은이 아직 선예씨 많이 사랑해요.’
또 다시 선감독님의 말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
“컷-!!, 오케이-!!!!”
“다음은 공항씬입니다-!!!! 빨리 이동해주세요-!!!!!!”
다음씬이 공항씬이라며 빨리 이동해달라고 소리치는 조감독덕에 나는 유빈언니를 찾기 바빴다. 그러나 촬영장 어디에도 유빈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혼자 먼저 벤으로 돌아가는데 주차장 저쪽에서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선감독님과 유빈언니.
“김유빈. 너 진짜 어떻게 사람이 그러냐?”
“뭐가.”
두 사람 편하게 말을 하는 걸 보니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였던 건가?
“예은이 찾아간거 너라며?”
“누가 그래? 박감독이 그래?”
“아니. 본 사람이 있어.”
응? 박예은? 유빈언니가 박예은을 찾아가? 설마…, 회사에서 그렇게 조치를 취한건가? 분명 사장님이 나에게 한달의 시간을 준다고 하셨는데? 박예은 얘기에 유빈언니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사진.”
사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내 심장이 덜컥 주저 앉았다. 제발 아니길…. 지금 내가 생각하는게 아니길……. 민선예, 멍청아 지금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그럴 일 없잖아. 그러나 선 감독님은 그런 나의 생각을 깼버렸다.
“네가 보낸거라며.”
“............”
“나한테까지도 속일꺼니?”
“…그래, 맞아. 내가 보낸거야. 선예, 이제 막 뜨기 위한 배운데 동성애 스캔들로 막 내리고 싶지 않았어.”
“아니잖아. 그거 핑계잖…… 서, 선예씨?”
마찰음이 들렸고, 유빈언니의 고개는 돌아갔다. 그리고 내 손바닥이 얼얼하다.
“왜 그랬어?”
“..........”
“선예씨, 여기서 이러지 말고 진정하고 얘기해요. 응?”
“왜? 왜!!!! 왜 그랬냐구우!!!!! 내가 그 사람 얼마나 좋아하는데!!!!!!”
“선예씨, 일단 진정부터하고, 진정부터하고 얘기해요. 응?”
“왜 그랬어, 왜!!!!! 내가 뜨는게 그렇게 중요해?? 내가 마음 아파하는 것 보다 더???? 나 친동생으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나는 그냥 상품이야? 응? 그래? 말해봐!!!! 그뿐이냐고!!!!!”
유빈언니의 옷을 잡고 흔들어봐도 흔들릴뿐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울며 소리치는 나를 말리는 선감독님의 손길도 뿌리치고 계속해서 유빈언니를 다그치기만 했다.
“나 아파하는거 뻔히 알았으면서!!!! 나 힘든거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언니 얼마나 좋아하고 믿었는지 알면서!!!! 왜 그랬어, 왜!!!! 사장님이 시켰어?? 응??? 그래??? 사장님이 지시한거야???”
마지막 희망이였다. 제발 유빈언니가 혼자 한 일이 아니길 그래서 지금 내가 유빈언니에게 느끼는 이 배신감이 조금은 줄기를…….
“아니야. 나 혼자 한거야.”
“뭐?”
“나 혼자 한거라고.”
뭐가 이리 당당한걸까? 그리고 뭐가 그리도 슬퍼서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걸까? 뭐가 그렇게 아파서 아픈 표정인걸까? 정말 아팠던건 나와 박감독님인데……. 왜 유빈언니도 아픈표정일까?
“감독님, 박감독 어딨어요? 박감독 어딨어요-!!!!”
“일단 촬영가야죠, 선예씨. 그러니까 진정부터해요.”
“그래, 촬영가자. 일단 촬영부터 갔다와서 얘기하자, 선예야. 응?”
“놔-!!! 놓라구!!! 박감독 어딨냐고!!!!!”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촬영? 지금 촬영이 중요해? 지금?? 서둘러 촬영을 가자고 하는 그 둘의 손을 뿌리치고 주차장 출구로 서둘러 가는데 뒤에서 유빈언니의 외침이 날 뒤돌게 만들었다.
“친동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어, 언니…….”
“사랑하니까. 언제부터인가 네 옆에 있는 박예은이 널 사랑하기 전부터 사랑했으니까. 박예은보다 내가 먼저 사랑했고, 내가 더 사랑하면 사랑했지, 덜 사랑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넌 난 언니이상으로 안보더라……, 혹시 여자여서 고백하면 서로 서먹해질까봐 고백도 못했는데 박예은 걘 다 되더라?”
아무말도 못했다. 내안의 가득찼던 배신감이라는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안쓰러움이라는 감정이 대신했다. 그리고 아까 보였던 유빈언니의 슬픈 눈과 아픈표정이 더 확대되어 보였다.
***
주차장사건 이후로 2주가 더 흘렀다. 난 그날 아무말 없이 벤에 올라 촬영장으로 향했고, 무사히 촬영을 끝냈다. 그리고 계속해서 유빈언니는 내 매니저 일을 계속했다. 유빈언니도 박예은처럼 날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그렇게 날 대한다.
“그럼, 내일 아침에 올게. 쉬어.”
“언니…….”
현관을 벗어나려는 유빈언니를 잡았다. 그러자 날 보고 편하게 웃어준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웃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지 않은데 왜 다들 아무렇지 않게 있는 걸까?
“왜, 임마.”
“미안해…….”
“큭, 뭐가?”
“그냥 다, 다 미안해. 그냥 모르겠어. 언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러자 내 머리위에 손을 올려 놓더니 선예야 나 봐봐라며 부드럽게 날 불러온다.
“알아. 네 안에 박감독밖에 없는 거. 그래서 나 들어갈 곳 없는거 알아. 알면서 괜히 심통부린거야. 내가 미안하지……. 미안하다, 선예야.”
“언니……”
“왜? 감동이야? 큭. 나 간다~. 나오지마라~.”
라며 뒤 돌아 나가는 유빈언니. 그 뒷모습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아무렇지 않게 간 유빈언니의 뒷 모습에서 말이다.
그날밤에 답답함에 내 방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어떤 집도 불이 켜져있지 않았다. 뭐, 우리집도 불은 꺼져있다. 내 방 스텐드만 들어 올 뿐이다. 그리고 우리집 대문에 또 낯익은 그림자가 보여 그대로 뛰쳐나가 대문을 열었다. 그러자 놀랐는지 당황하는 박예은의 얼굴이 잠시 보였다. 아주 잠시였다. 곧 아무렇지 않은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왔으니까.
“뭐야, 내가 그렇게 반갑냐? 크큭-. 맨발로 나오게? 그냥 이 근처 지나가다가 와 봤어. 별거아니야. 신경쓰지말고.”
“…….”
“그럼 나 간다~. 자라야, 피곤하겠다.”
“…….”
가지마, 가지마 박예은. 몇 번을 불러봤지만 입 밖으로 도통 나오질 않았다. 왜 왔는지도 물어보고 싶은데 젖어오는 내 눈가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고 가는 박예은을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예은이 아직 선예씨 많이 사랑해요.’
선감독님의 말이 아직도 내게서 떠나지 않는다. 박예은, 너 아직도 나 사랑해? 당장에라도 물어보고 싶다. 그런데 혹시나 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니’라고 대답할까봐. 또 나만 아무렇지 않지 않을까봐…, 물어 볼 수 없었다.
***
방송국 근처 대로변에 드라마촬영을 하는지 사람들이 모여있고, 컷!! 소리가 들린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컷을 외치는 목소리 때문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갈게요-!!”
진지한 모습으로 일하는 그 사람을 계속해서 멍때리며 바라봤다. 유빈언니가 내게 와서 뭐해? 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유빈언니에게는 아니야라며 다시 가던길을 갔다. 역시 박예은은 아무렇지 않구나…, 아무렇지 않게 일도 할 수 있고 좋겠다. 넌.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유빈언니는 내게 먼저 벤으로 가있어 나 물 좀 사가지고 갈게. 라며 왔던길을 되돌아간다.
“언니-!! 벤에 물있…….”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저 멀리 뛰어 간 터라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다. 해봤자 들릴것 같지도 않고……. 벤에 올라타서도 그 모습이 눈에 보였다. 열심히 일에 집중하던 모습…, 그리고 ‘예은이 아직 선예씨 많이 사랑해요.’ 라는 선감독님의 말이 들린다. 그리고 우리집 앞을 서성이던 그 모습이 보인다. 어느게 진짜니? 박예은…….
드르륵 벤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찬바람이 들어와 정신차리고 벤 문이 열리는 쪽을 보니, 덜컥 심장이 주저 앉는다. 박예은. 박예은이 벤으로 올라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앉는다. 그렇게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먼저 침묵을 깬건 아무렇지 않은 박예은이 아니라 나였다.
“야, 박예은.”
“이야~, 너 많이 컸다? 감독 이름 막 부르고. 벤으로 오라…….”
그리고 먼저 입을 맞춘것도 나였다. 그냥 입마춤이였다. 입술과 입술의 부딪힘.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박예은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엄지손가락으로 내 눈가를 쓸어 촉촉한 눈가를 달래주었다.
“왜 그 날 집 앞에 왔었어?”
여전히 웃고만 있는다. 내 물음에 대답은 않하고 그저 웃고만 있는다.
“저번에도 왔었…….”
내 말이 끝나기 전에 겹쳐지는 박예은의 입술과 내 입술 아까 보다는 조금 진한 입마춤. 어깨를 툭툭치니 그 언젠가와 같이 살짝 멀어지며 베이비키스를 남긴다. 정말 전처럼 돌아온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봐도 내 마음은 아무렇지 않지가 않더라…….”
기뻤다. 박예은도 나와 같이 아무렇지 않지가 않아서.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어도 결국은 아무렇지 않지가 않았다고 말해줘서.
“아, 맞다. 나 촬영중이였어. 이따가 연락할게-!!”
서로에게 기대어 아무 말 없이 편하게 있었다. 박예은의 손을 가지고 장난치며 그렇게 정말 오랜만의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버뜩 일어나 하는 말이란게 자신이 촬영중에 잠시 나왔다는 걸 잊었단다. 풉, 변한거 없이 똑같은 박예은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 맞다 나 번호 바껐는데? 벤에서 뛰쳐나가 뛰어가는 박예은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야!!! 멍충아!!!!! 나 번호 바꿨잖아!!!!!!”
“그럼 이따 너가 전화해!!!!!!!”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는 박예은. 풉, 바보같기는.
“다음에 또 멋대로 끝내면 그때는 진짜 끝이야-!!!!”
뛰다 말고 뒤돌아서서는 두 손을 들어 흔들어주는 박감독, 박예은. 그리고 벤 문을 닫는데 운전석에 유빈언니가 어느샌가 올라와 있다. 식겁한 나에게 백미러로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여준다.
그런 유빈언니에게 나도 웃으며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여줬다. 그리고 내 손에 있던 핸드폰이 날 행복하게, 가슴떨리게, 그냥 웃음짓게 만들었다.
[네 번호 아는 것 쯤이야 어렵지않아. 밥탱아, 이따 전화할게. 너의 멍청한 감독. - 멍청이]
멍청아, 니 번호는 평생 저장되 있을꺼야. 니가 그렇게 알려주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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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폭풍설사의 저주만은 피해야겠다 싶어서..이런 개막장 번외..
역시 번외는 제가 먹었어야했나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이렇게 번외를 썼...(댓글의 대부분이 번외를 외쳤죠 ㅋㅋㅋㅋ)
그리고! 절 기억해주신분!! 감사해요 ㅠㅠ 나 듣보잡인데 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야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처음님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손발이 오그라들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가 언제 부터 날 존중해줬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유빈이로 안할라고 했느데 말이야... 그냥 이래저래 초딩, 뉴마ver 있을지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번외가 있었군요!!! 유빈이 멋져부러ㅋㅋ
유빈이 우왕굳이죠?ㅋㅋㅋ 다 알아요 ㅋ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놔 이런 싴한 님의 댓글이 절 웃음짓게 하네요ㅋㅋㅋㅋ << 참 변태같군...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맘에 들어요 15세단편방의 또하나의 걸작이 나왔네요 감사드립니다 굽신굽신 사랑해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걸작이라뇨..그냥 망작입니다...엄허, 전 님의 사랑을 받아줄수 없...ㅋㅋㅋㅋㅋㅋㅋ이러고 ㅋㅋㅋ 넹넹 사탕으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역시 해피가 제맛이라죠?<읭?????ㅋㅋㅋㅋㅋㅋ 전편 쌔드라서 살짝 우울쓰했었는데 급빵끗ㅋㅋㅋㅋㅋㅋㅋ제 감정도 컨트롤해주시는 작가님 대체 정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행복합니다♬<어떤 노래의 한소절이 문득 생각난.......ㅎㅎㅎ
아~ 혹시 그거 이재훈노래아닌가연?ㅋㅋㅋㅋ 쿨의 이재훈의 사랑합니다!!! ㅋㅋㅋ 맞죠?ㅋㅋㅋ 그리고 저의 정체는 뻘글제조기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ㅠㅠㅠㅠㅠ박예은멍청한자식아 다신그러지마렴^^유빈이가선예를많이좋아해서....괜찮아..유빈아..너도 좋은사람을만날수있을꺼야...그리고 우리투예 다시 이어줘서 고마워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요 ㅋㅋㅋ 저는 댓글 달아줘서 고마워요 ㅋㅋㅋ 아, 뭐 그런거죠. 윱뇽옆에 좋은 사람 있겠죠!!! 뭐, 저도 언젠가 있겠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프네연...
해피라 다행이네연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투예는 진리죠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름 해피한가연? ㅋㅋㅋㅋ 그렇죠!!! 투예가 짱이라능~ ㅋㅋㅋㅋㅋㅋㅋㅋ
투예는 진리!!ㅎㅎ '사랑 다..거짓말' 제가 좋아하던 노래!!ㅎㅎ 최신곡!!ㅎㅎ 쨋던..해피~ 캐 달달!!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신곡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 뭔가 퐝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 ㅠㅠㅠ 달달은..하나도 안달달 ㅋㅋㅋㅋㅋㅋㅋㅋ
해피라 마음이놓여요 ㅠㅠ
그런가연? ㅋㅋㅋㅋㅋ 저는 새드로 몰고가고 싶었지만.. 그럼..나....음......그래요..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행이예요. 다행.. 하... 해피쵝오.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피면 뭐하나요? 발글에 막장에 엉망이 되어버린걸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여기서도 비쥐와 글이 딱맞게 끝내주는건 뭐져.....나 좀 짱인득ㅋㅋㅋㅋ그랫군녀,,,,모든건 맏언니가 주범이엇군...그래도 뭐,,우리 윱씨는 쏘쿨하니까 저렇게 멋지게 보내주고 허허허ㅋㅋㅋ다시 선예를 제자리로,옌이 옆으로 돌려보내줘서 고마워요ㅋㅋㅋㅋㅋㅋㅋ요새 린 요 노래 버닝중이엇는데 으히히 암튼 번외까지 연타로 잘보고감미다 ㅋㅋㅋㅋ까먹지 않게 자주자주 모습을 비춰달라구요!!!!ㅋㅋㅋㅋ아 예전에 한참 댓글에서 꼬맹이 하나 냅두고 별짓 다햇던거 생각난다 크크킄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손발이 오그라드는 꼬맹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꼬맹이를 원하시나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잔짜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좋다는건가여?...........ㅋㅋㅋㅋㅋㅋㅋㅈ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랑이 고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도 좋고 다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훗 저의 매력에 빠지신건가연?ㅋㅋㅋㅋㅋㅋ
작가님 볼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나 볼매~
ㅎㅎ너무 재밌어여 ㅎㅎ
엄허 재미는..없다능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재밌게 읽었습니다~ 역시 마음은 속이면 안되요.. 근데.. 이상하게 잘 안되죠.
그렇죠.. 마음 속이면 안되는데... 자꾸 속이게되는거죠, 뭐 다 그렇죠 뭐 ㅠㅠ 뭔가 ㅠㅠㅠ 인생 다 산 사람같... 아아 님 말구요 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ㅠㅠㅠㅠㅠ 하아................진짜...........
ㅜㅜ님 대박이에요ㅜㅜ해피로 마무리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