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새 차를 구매하면 한번쯤은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시승기를 쓰는 40대 평범 직딩입니다. 이번에 구매한 새 차는 벤츠에서 새로 발표한 W212 E300 엘레강스 모델(차량가 6910만원)입니다.
사실 차를 세상에서 마누라 다음으로 좋아하는 터라, 뭐 알만한 차는 얼추 다 몰아보긴 했으나, 모델별 개발 스토리나 상세한 제원까지 줄줄 꿰고 다니는 특출난 전문가는 아니기에 일부 틀리거나 잘못된 표현이 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히고 시작하겠습니다.
And, 이왕이면 도움되는 시승기를 위해 직전 차량이었던 E60 2006년식 523i(차량가 6700만원)와 현재 회사에서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중인 제네시스 BH330 모델(기본형 제일 싼 거에 두 단계 위의 옵션만 더한 엔트리급 모델/차량가 4400만원)과의 상대적인 비교를 중심으로 기술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2006년식 523i는 그야말로 흠잡을데가 거의 없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는 훌륭한 차였고 지난 3년 동안 한번도 사소한 트러블없이 잘 굴러가준 진짜 제 생애 몰아본 가장 완벽했던 차였으나, 3년이 되면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던터, 지인의 꼬득임에 넘어가서 드뎌 벤츠를 만 50세 이전에 소유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뭐 리스 이용하는 것이라 빚이야 또다시 엄청 지는 거지만…)
이미 BMW를 소유했던 터라 뭐 인도하면서 남들 가지고 싶어하는 외제차라는 사실에 대한 벅찬 감흥은 없었고(뭐 간땡이가 점점 부어간다는 소리겠죠..ㅋ), 거의 사전 정보없이 그래도 벤츠가 만든 중형차이니 잘 만들었거니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덜컥 예약해놓고는 신차 발표되자마자 바로 인도하였습니다. 덕분에 아직도 많이 보기 힘든 차를 먼저 끌고다니는 기쁨은 좀 있네요(^_^)
출고하면서 영업사원에게 속칭 유리막 코팅을 부탁했는데, 유리막 코팅을 특별히 잘하는 업체인지는 몰라도 여튼 기똥차게 광택이 잘나는 바, 벤츠는 뭔가 페인트 칠이 다른 듯 하다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참고로 말하면 제 차는 흰색입니다. 아마 나노페인트니 뭐니 해서 벤츠의 칠은 다른 메이커의 칠과는 다르다더니 그 탓인가?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한번 해봅니다. 여튼 페인트 도장 느낌이 분명히 다른 차와는 달라요. BMW와 비교해서도 좀 나은 듯 하다는 느낌이고.. 당근 제네시스보다도 낫고요. 제네시스도 분명 다른 보통 국산차에 비하면 훨씬 페인트칠 질감이 좋은 차인데… 여튼 페인트 질감이 다른 메이커들하곤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냥 벤츠라는 브랜드 파워에서 기인되는 막연한 느낌일수도 있지만…
그러나, 인도 후 첫 대면의 느낌은… 의외로 무지 실망하였습니다.
일단 인테리어 전반의 느낌이 별로였다는거. 충분히 고급스러운 디자인이긴 하지만, 일부 싸구려 소재가 사용되었는지 솔직히 제네시스의 인테리어 질감보다도 못한 부분들이 있더군요. 도어락 플라스틱 소재, 뒷자석 암레스트 구조나 마무리 소재 질감, 트렁크 내부의 내장(?) 다보이는 형편없는 트렁크 마감. (뒷선반 아래 부분에 마감재 없어서.. 너무 없어보입니다. ㅠㅠ) 그 외에도 좌석 메모리 버튼부분의 플라스틱 소재 등등. 하지만 이 부분은 정확하게 벤츠가 실력없는게 아니라 우리네 현대의 실력이 올라간 탓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차에 욕하고 싶은 부분 많지만 그래도 인정할건 해줘야 하겠기에… 제네시스를 통해 보여준 인테리어 마감 실력은 독일차에 비해 절대 안 뒤집니다. 다만 감성 품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서 그거이가 현대에 아쉽지요.
여튼 마감재가 왜 이리 값싸보여? 하는 느낌으로 요목조목 살펴보면, 이젠 거꾸로 감탄을 하게 되는 부분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앰비언트 라이트 패키지라고 이름 붙여진 실내 조명 패키지, 각 도어와 대쉬보드 라인을 따라 매립된 암바색 LED 라이트와 바닥을 밝게 비추는 조명등이 같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실내 분위기는 무척 고급스럽다는 느낌인데.. 비유를 한다면 분위기 죽이는 재즈바에 앉아있는 그런 느낌을 연출하기에 너무나 좋습니다. 게다가 적절히 배치되고 기능적으로 조화를 이룬 조명 스위치와 조명 위치를 보면 역쒸 벤츠의 짠밥은 무시못하겠군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일례를 들어 실내조명 팩키지는 단순히 분위기만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꼭 필요한요소(라이트 스위치, 윈도우 스위치, 커맨드 다이얼 등)를 적절하게 비춰줘서 야간에 버튼 찾기가 매우 수월합니다.(개인적으로는 스위치 자체에 불이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조명이 직접 스위치를 비추고 있는 벤츠 나름의 방식에 무척 호감이 갑니다.) 나아가 앞좌석 독서등의 경우도 보통차들처럼 천장에 달린게 아니라, 룸미러 아래쪽에 달려있어 눈에 직접조명이 되지 않으면서 아래쪽을 밝게 비추니 무지 편안함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 느낌은 사용해봐야 압니다.ㅋㅋ. 아마도 오래된 장맛같은 거겠지요.
또한 선바이저의 조명도 나름 신경 쓴 티가 나더군요. 보통 선바이저 조명은 선바이저의 거울 뚜껑을 열게 되면 들어옵니다. 그런데 다른 차와는 달리 선바이저 조명이 들어온 상태에서 앞창문쪽으로 선바이저를 더 밀게 되면 조명이 자동으로 꺼집니다. (선바이저 거울을 볼 수 있는 적정 각도에서만 조명이 들어온다는 야그) 이런거 사소한거 같아도 참으로 감탄하게 되는데, BMW에선 볼 수 없었던 기능인 바 한번 기술해봤습니다. 근데 이런 거가 제네시스에서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이거 보면 제네시스는 벤치마킹을 BMW보다는 벤츠쪽으로 무게를 둔거 같다는 느낌입니다.
한편 제 눈에는 조금 엉뚱하지만 도어실링 고무의 소재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산차와 가장 큰 짠밥 차이가 나는 부분이기도 한데, 여튼 제네시스나 BMW에서는 융(제가 기억하는 일본식 표현으로는 비로도)소재가 접합되어 단순 고무보다 향상된 질감이었는데, 벤츠는 보푸라기가 좀 생기는 융소재 접합 대신 일반 고무가 아닌 신소재인듯한 소재에 표면주름을 잡아 처리했더군요. 전 소재 공학엔 젬병이나 촉감상 뭔가 기능성과 내구성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첨에 싸보인다고 실망했던 내장재 플라스틱 질감도 시간이 지나 눈에 익으니 절대 부족한건 아니더군요. 원체 현대 제네시스 같은 차들이 내장 마감을 잘해서 나온차라, 그거에 비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지 충분히 고급스러움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결론 내리게 되었습니다.
다만, 실내에서 이거 저것 만져보면서 가장 안습인 것은 내비게이션, 구형 W211에서도 흐리멍텅하고 동작도 거지같은 현대오토넷 내비게이션이 달려서 절대 비추였는데, 비록 신형에서 지도를 만도 ‘지니 3D’로 (솔직히 아이나비 보담 못해도..) 그럭저럭 쓸만한 맵으로 바꾼건 칭찬할 만 하나, 여전히 흐리멍텅한 내비 화면(그나마 화질이 구형보다 눈꼽만큼 좋아지긴 했어요)은 참 사람 당황스럽게합니다. 한마디로 뜯어다 발로 짓밟고 싶을 만큼 개탄스럽다는 말로 정리하겠습니다. 이건 BMW의 순정 내비가 훨씬 나은 듯 합니다. BMW 내비게이션 역시 아이나비에는 못 미치는 성능이지만, 지도나 경로안내의 퀄리티를 논하기 앞서 풀 로컬라이제이션이 되서 한글표시는 물론 HUD 등과 연동되는 등 기본 기능엔 무척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S클래스에 2008년도인가부터 설치되는 순정 내비는 그래도 기본 기능에 무척 충실하고 커맨드와도 조화를 완벽하게 이루는 제품인데.. 그것 좀 달아주면 안되는 건지.. 나참…하여간 거지같다 못해 쓰레기 수준인 E클래스 내비게이션은 계기판의 내비 모드와도 연동안되고, 화질도 형편없고, 별도 리모콘으로만 조잡하게 조작되는 바, 좋은 차 분위기 망치는 거 확실합니다.(제발 이 부분은 벤츠 코리아 및 본사 관계자 분이라면 신경쓰시기 바랍니다. 소니TV꼴 나기 싫다면 말입니다. 한국 고객들 무척 까칠하고 눈높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이번 모델에 후방카메라가 달린 건 좋은데. 이것도 내비와 연동하여 애프터마켓용으로 달리는 것이라. 오디오 화면에서는 후진 기어를 넣어도 모니터에 영상이 안나옵니다. 무조건 내비 모드에서 후진 기어 넣어야 영상 나오는데… 좀 많이 거시기하죠. 물론 없는거 보담 백배 낫긴합니다만… 화질 역시 썩 좋진 않고, 주차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후진할때마다 내비 스위치 한번씩 눌려줘야 하고…나참..
한편 실내의 다른 장치들은 벤츠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아 좀 생소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엔 뭐 소형차에도 달리는 와이퍼 자동 모드가 벤츠엔 없습니다. 이거이 생소하지요? 오토 모드가 없어 무척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레인센서는 달려있고, 오토모드로 했을 때 시동켜면 자동으로 한번 움직이는 동작들로 인해 와이퍼랑 유리가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해 오토모드 자체를 없애버린 거더군요. 사실 겨울철 와이퍼 얼어있을 때나 모래구덩이 달리고 왔을 때 오토모드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데 와이퍼 한번씩 움직여 당황했던 기억을 생각해보면 벤츠의 철학이랄까 뭐 그런걸 느끼게 됩니다. 동작시에 레인센서로 인해 와이퍼 속도는 자동 조정됩니다.ㅋㅋ
그리고, 깜빡이도 마찬가지. 의외로 BMW에 달려서 편하게 사용하던 소프트터치 방식(살짝만 터치해주면 깜빡이가 2~3초간 동작됨)과 동작이 약간 다릅니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소프트터치 방식으로 깜빡이 사용할 때 한번 더 터치하면 취소되는 BMW와는 달리 취소모드가 없는게 다릅니다. 그냥 기계방식에 가까워 약간 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기도…하지만 BMW에 비해 그렇다는 거지, 조작감이나 이런 건 더 좋은 듯… 절도있게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위치가 보통차에 비해 약간 아래쪽인지라 익숙하지 않으면 자꾸 엉뚱하게 크루즈콘트롤을 조작하게 되서 헷갈리지만.. 뭐 반나절이면 익숙해지는 부분이니 Pass!!…
혹시나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서 비상등 작동시의 깜빡이 조작이 이번 W212모델에서는 BMW처럼 잘 됩니다. 이거이 국산차에서 제일 아쉬워요. 간단한데.. 좀 도입해주지.. 특허문제인가? 여튼 비상등 켜놓은 상태에서 깜빡이가 우선하여 동작합니다. 운전 오래하신 분들은 제가 말하는 아쉬움을 이해하실듯.
또한 사이드미러는 열선 스위치가 없음에 조금 당황하게 되지만, 벤츠쪽 테크니션에게 확인해보니 외부온도에 따라 자동 on/off 된다고 합니다.
브레이크는 뭐 언덕길에서 몇 초간 안 밀리게 하는 기능(힐 스타트 어시스트라고 합니다.)은 고급차니까 당근 있는거고, 특이한 거는 이번 W212모델에서 새로운 조작 개념이 도입되었다는 거, D모드에서 운전하면서 잠시 신호대기 할 때 브레이크 페달을 더블 클릭하면 브레이크가 잡힌 상태가 되서 액셀 다시 밟기전에는 풀리지 않습니다. 무척 편하지요. (조작이 좀 어렵긴 하더라만..) 아마 잘하면 몇 년 뒤엔 이런 식의 더블클릭 개념이 보편화 될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근데 한가지 헤프닝은 브레이크 홀드 기능은 몇 가지 조건이 만족되는 환경에서만 동작하는데, 그 조건 중 하나가 안전벨트 착용인지라, 안전벨트 안 매고 운전할 땐 죽으라 더블클릭해도 동작 안한다는거..ㅋㅋ 나중에 알고선 허탈해했다는거..
브레이크에 새로 적용된 아답티브 브레이크는 급제동시 브레이크를 연속으로 깜빡(저속 급제동시)이거나 비상등을 켜(고속 급제동시)주어서 뒷차와의 안전을 확보하더군요. 이런 건 참 좋아요.
진짜로 침튀어가며 칭찬해주고 싶은건 액티브 헤드라이트, 뭐 제네시스에도 최고급 모델에 한해 달리긴 합니다만, 제네시스의 그것과는 비교안되게 진짜 좋습니다. 일단 탁월한 가시거리를 보여주고, 핸들각도와 속도에 따라 좌우로, 위아래로 방향 바뀌면서 시야를 확보해주는데 참 좋다라는 느낌 무지 강합니다. 요건 진짜 진짜 칭찬하고 싶은 부분…
대충 이 정도가 기본장비에 대한 느낌이고…실제 주행을 한번 해보지요.
먼저 결론부터 정리하면 BMW의 키워드는 fun이고, 벤츠는 easy & safe 입니다.
또 다른 표현을 해본다면 BMW는 F4에 나오는 알마니 정장에 잘생기고 개성 강한 미남 분위기인데 반해, 벤츠는 뿔테 안경에 수수한 남방을 걸친 그야말로 공부만하는 범생이 같은 그런 느낌이네요. 그러다 보니 첫 눈에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그런 맛은 아무래도 BMW에 비해 부족합니다.
시동을 걸기 위해 키를 살펴보면 스마트 키가 아닌 것부터가 좀 거시기 합니다. 물론 상위 모델의 아방가르드 모델은 스마트 키이긴 해도 이미 제네시스의 스마트 키에 익숙한 터라 E300 엘레강스에서 그냥 노멀한 보통 키(적외선 방식이라 시동키에 금속 부분이 없긴 하지만…)는 새삼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또, BMW는 스마트키가 아니긴 해도 버튼 시동이 되고, 시동키 내부에 메모리를 가지고 있어서 운전석 위치 뿐만 아니라 운전자가 맞춰둔 라디오 주파수 정보도 기억하고, 나아가 마지막 운행 일자, 트러블 발생 정보, 심지어 마지막 운행한 시기의 시동시간, 운행시간, 외부온도까지 기록되는 유별난 키인데 반해 벤츠는 고작 운전석 위치 정보만 가지는 단순함에 살짝 실망도 된다는… BMW처럼 자기유도(무선) 방식으로 운행중 충전되서 배터리 교환이 필요없는 그런 것도 아니고. 2년에 한번쯤은 배터리 교환이 필요한 방식도 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고, 키의 Lock이나 Unlock 버튼을 2초 이상 길게 누르고 있음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거나 닫거나 할 수 있는 기능도 있기는 한데, BMW와는 달리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키를 운전석쪽 도어손잡이를 향해 조준하고 버튼을 눌러야 되는 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나름 이유가 있어 보여 이해는 됩니다.
일단 시동을 걸면 엔진음이나 아이들링은 BMW와 마찬가지로 좀 소리가 납니다. 시동이 걸렸는지 안걸렸는지 잘 모르게하는 제네시스의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네요. 그렇지만, 시끄럽거나 경박한 소음은 절대 아니고 듣기 좋은 엔진음이 들립니다. (물론 제네시스가 워낙 조용한 차라 그것보다 약간 시끄럽게 느끼는 것이지 실제로는 상당히 정숙합니다. 정확히는 밟아달라고 연신 꼬득이는 엔진 소리나 느낌을 보여주는 BMW보다는 조금 차분한 느낌이구.)
기본으로 달린 커멘드 APS가 PCMCIA 방식 슬롯의 메모리 카드를 지원하므로, PCMCIA 어댑터에 집안에 굴러다니던 CF카드를 꼽아 MP3 파일 잔뜩 복사해 넣으니 무척 좋네요. 일단 오디오를 켜고서 볼륨을 올려보면 커맨드APS는 BMW 523i 또는 최근 나오는 528i의 사운드보담 많이 나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게다가 요즘 트랜드이긴 해도 4기가바이트 정도 사용 가능한 하드디스크가 내장되어 있는 것도 맘에 드나 부족한 하드 용량에는 좀 미련이 남습니다. 커맨드 APS의 조그 다이얼은 써보니 i-drive 보다 더 쉬워 익숙해지는데 오래걸리는 않습니다. 사실 i-drive는 완전히 숙달되는데 족히 한 달은 걸립니다.ㅋㅋ
한글화가 안되어 혀꼬부라진 발음을 좀 하면 링구트로닉(음성인식장치)를 통해 on/off 와 volume up/down을 제외한 대부분의 오디오&블루투스 휴대폰 조작은 음성으로 가능합니다.(중3짜리 딸라미한테 자랑하다 후진 영어발음이라 인식안되 한두번 쪽팔림을 당하긴 했어도…).
운행 중 듣게 되는 각종 경보음은 BMW는 화끈하고 확실하고 좀 오버하는 느낌의 경보음을 들려주는데 반해 벤츠는 고분고분 알려줄 것만 차분한 목소리로 알려주는 그런 느낌이네요. 개인적으로 계기판의 색상은 화이트색상 기반의 벤츠 계기판보다는 붉은색의 BMW 계기판이 더 맘에 들긴 합니다. 벤츠도 주요한 경보일 경우는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경보를 냅니다. 어쩌면 이 방식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네요.
파킹어시스트던가? 일렬주차시 빈 공간을 찾아 핸들돌리는 방법을 안내해주는 기능은 한두번 해봤지만. 86년 면허로 운전 짠밥이 20년 넘으니 제 눈으로 판단하는게 더 편합니다. 그렇지만 초보 아줌마들한텐 도움이 조금 될 듯…
다이렉트 스티어인가 하는 기능은 뭐 있다고 들었으니 그런가 보다 하는거지.. 모르고 운전해도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는 건 없는 듯. 설명서로는 BMW의 액티브 스티어링과 비슷한 개념인 거 같았는데, 액티브 스티어링은 550i에 모델에서 해보니 느낌이 확실한데 반해 다이렉트 스티어는 그냥 고만고만.. 있는둥 없는둥 그렇습니다.
주의 어시스트라고 어텐션 어시스트를 번역하다만 듯한 이름의 졸음 인식 기능은 아직 장거리 운전하며 졸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일반적 시내 주행과 고속주행을 해보면, 쇼크업쇼버나 엔진의 느낌은 참 좋습니다. 피팅이 잘된 양복을 입은 듯, 적절한 충격흡수와 적절한 출력으로 매우 안락하고 편하고 그렇습니다. 엔진 출력은 BMW 523i의 2500cc 엔진보다 500cc 큰 3000cc 배기량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기에 좋지만, BMW처럼 달려보라고 꼬득이는 느낌은 아니라 조금 아쉽네요. 뭐라할까, 대부분 벤츠 시승한 기자들이 하는 말처럼 걍 묵직하게 나가는 맛이 일품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듯 합니다. 주행느낌을 아주 정확하게 묘사할 순 없지만, 제네시스는 벤츠의 7~80% 수준 같은 그런 느낌이고, BMW와는 성격이 좀 다른 느낌이고요. BMW는 적절히 들리는 엔진음, 잘 차단된 바닥소음, 예리한 핸들링, 확실하게 작동하는 브레이크, 강성 좋은 차체, 하드하면서도 노면을 잘 걸러내는 쇼크업쇼버(이하 그냥 쇼바로 표현합니다.) 등으로 인해 진짜 fun 합니다만, 반면 벤츠는 소리 소문 없이 확실한 브레이크와 충분한 엔진출력, 안정감 있는 차체로 수준급 조화를 이루기에 특별히 재미나진 않지만 쉽고 편안한 운전이 가능합니다.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른거지요. 그래도 과거 몰아본 벤츠들에 비하면 약간의 스포츠성도 가미된 느낌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시장에서 BMW와의 경쟁을 무시할 순 없었겠지요. 그리고 제네시스는 벤츠쪽 성향이 더 강하면서 소음 처리는 좀 더 나은 듯 하나, 상대적으로 약한 브레이크 성능, 좀더 안정감이 요구되는 차체, 뭔가 만들다 만듯한 쇼바의 부조화로 아직은 좀더 노력해야할 듯 합니다. 아마 10년쯤 뒤에 서스펜션과 브레이크에 대한 노하우도 현대가 좀더 쌓는다면 굳이 외제차 좋다고 외칠 필요없는 날이 오겠지요.
한편, E300 엘레강스에 기본 장착된 245/45 17인치 타이어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좋게 얘기하면 45시리즈 타이어로 이정도 승차감이 나오는게 신기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승차감과 이지 드라이빙을 고려했다면 50이나 55시리즈로 승차감을 더 확보하는 것이 좋았을 거 같습니다. 사계절용이 아닌 여름용 타이어인 점도 약간은 걸립니다. 안그래도 후륜이라 겨울철 눈오면 젬병인데 고속 주행용에 가까운 트레드를 가진 썸머 타이어는 다가오는 겨울이 조금 무섭게 느껴집니다.
전 시트의 느낌도 무척 중요시하는데.. BMW 523i보담 벤츠 E300쪽이 훨씬 편한 것 같습니다. 충분히 푹신하면서도 몸을 잘 받쳐주는 느낌이고, 장시간의 운전에도 피로도가 적고 편안함을 주는 그런 시트입니다. BMW는 벤츠 시트를 100점으로 봤을 때 85점 정도 가능할 듯 하고, 제네시스의 시트는 냉정히 얘기하면 30점 이하입니다. 제네시스 시트는 메모리 전동식에~ 3단 열선에~ 요추 에어쿠션에~ 흉내는 열심히 냈는데 앉으면 젬병입니다. 아무리 이리저리 조정해봐도 허리아프고 불편하고 운전 자세 못잡아주고… 제네시스 최악의 결점이 바로 시트입니다. 이게 벤츠와의 짠밥 차이겠죠. 혹 현대차 관계자분들은 아니라고 우기겠지만… 시트는 벤츠의 압승입니다. 제 개인적 기준으로는…(물론 BMW의 상급모델에 장착되는 컴포트 시트는 S클래스 시트만큼 좋습니다..ㅋㅋ)
벤츠가 자랑하는 7단 변속기는 변속레버가 핸들에 달려 익숙해지면 편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첨엔 약간 어색합니다. 자꾸 손이 센터 콘솔 쪽으로 가더군요. 특이한 것은 독일차들이 대부분 엔진브레이크를 잘 쓸 수 있도록 내리막길에서는 감속을 해주는 변속 패턴을 가지는데 반해, 벤츠의 7단 변속기는 일제 아이신 같이 그냥 연비 위주의 변속 패턴 같다는 느낌입니다. 좀 두리 뭉실… ZF제 변속기의 타이트한 느낌이 더 좋게 느껴지네요. 그렇지만 편한 운전에는 그냥 한없이 좋은 정도의 변속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7단 변속기 탓인지… 연비도 매우 좋습니다. 3,000cc 임에도 최소 8-9킬로 이상의 연비는 보이고, 살살 정속 주행하면 만땅에 800킬로 이상 주행 가능한 예상치를 계기판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마 기름 꽉 채우고 살살 몰면 1000킬로대 주행가능 거리도 볼수 있을 듯..) BMW는 최대 700킬로까지는 뽑아봤는데, 그래도 시내주행의 평균연비가 형편없는 BMW였던지라… 연비는 벤츠가 좋습니다. 아참 제네시스는 연비는 그럭저럭 좋은 편인데, 트립에서 계산되는 주행가능 거리는 BMW나 벤츠처럼 순간연비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수시로 변하는 거리를 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약 600킬로 전후의 주행가능거리를 일단 표시한 뒤 연비에 따라 주행가능거리를 줄여가는 시간 인터벌을 길게 처리하는 방식이라 개인적으로 불만이네요. 제네시스의 트립 내부 연비 계산 방식을 좀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LED타입 안개등은 현재 자동차 법규상 문제로 무용지물이긴 합니다만, 얼른 법개정으로 데이라이트를 켜고 다닐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데이라이트 자체가 불법은 아닌데, 반드시 헤드라이트여야 한다는 법조항때문이라는 설....(그래서 헤드라이트 내에 내장된 LED방식인 아우디는 오케이고, 벤츠는 안되고....그런거 같던데.. 참 한심하지요. ) 차의 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그저 현대/기아의 하수인 역할 밖엔 못하는 국내 자동차 법규는 언제나 정신차릴지 궁금합니다. 만약 현대가 LED 주간전조등을 안개등 형태로 개발하면 1개월이내에 법개정 될겁니다. 액티브헤드라이트도 그랬고, 액티브크루즈콘트롤도 그랬으니...한심한 얘긴 여기까지.....
쓰다보니 너무 긴 글이 되는 것 같아 정리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엔트리급 C부터 최신형 S까지 다양한 벤츠를 몰아봤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해본신형 E클래스는 나름 벤츠가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차라는 결론을 낼 수 있을 듯 합니다. 운전석 뿐만 아니라 뒷좌석도 경쟁차종에 비하면 충분히 여유가 느껴지고, 골프백 3개와 보스턴백 3개쯤 넣는데 아무런 불편없는 큰 트렁크도 강점이고요. 여하간 모든 점에서 패밀리 세단의 교과서다운 면면을 느낄 수 있는 E클래스입니다. 특히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가 덜하고, 편안한 운전이 가능한 컨셉으로 설계된 E클래스는 5시리즈가 절대로 가지지 못한 훌륭한 매력이 있는 차라는 말로 끝내겠습니다.
뽀너스~~ 개인적 주관이 가미된 E300 과 528i와의 비교
E300 :
Pros) 엣지있는 디자인 / 완성도 높은 엔진 / 세꼭지별의 프라이드 / 쉽고 편안한 운전 /
넓은 뒷좌석 / 피로도가 적은 시트
밝고 깨끗한 헤드라이트 / 부드러운 변속 / 괜찮은 오디오(상대적으로..) /
조작쉬운 코맨드APS / 편안한 승차감 / 고속 주행시의 안정성
con) 갖다 버리고 싶은 내비게이션 / 불편한 후방카메라(없는거보다 낫지만) /
내장(?) 다보이는 트렁크 내부 / 스키스루도 없고 폴딩도 안 되는 시트(엘레강스)
528is :
Pros) 날카로운 핸들링 / 아주 훌륭한 서스펜션, 변속기 & 브레이크 /
운전자를 꼬득이는 듯한 드라이빙 느낌 /
재미있는 i-drive / 크리스뱅글의 멋진 디자인 / 저렴한 가격(상대적으로)
con) 상대적으로 좁은 뒷좌석과 트렁크 / 조만간 바뀌는 얼굴(모델체인지) /
지나치게 많은 브레이크 슬러지
첫댓글 글 잘 쓰셨네요...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특히 제 눈에 띈 부분은 "엔진브레이크를 잘 쓸 수 있도록 내리막길에서는 감속을 해주는 변속 패턴"을 가졌는데 벤츠는 그렇지 않다는 것... 저도 BMW 타다가 SLK로 넘어왔는데... 그 부분이 아쉽더라구요....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아 주면 BMW의 경우 금방 기어가 내려가면서 엔진브레이크가 걸리거든요... 벤츠는 계속 브레이크로만 속도를 줄이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만 그렇게 느끼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동지를 만난 느낌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신형 E클을구입할려고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