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 김소현
—못생긴 너에게
오늘은 티브이에 나오는 범죄자의 마음을 이해하였다
나는 잠깐 무표정하다가
웃는 얼굴을 연습해보았다
그럴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건전하게 너를 사랑할게.
오늘의 운세에선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천천히
목표한 곳만큼 전진하라 한다
우리에게 그런 게 있다면 말이지
한 쪽 눈을 감고 보는 풍경과
두 눈으로 보는 풍경은 조금 다르고
왼쪽 눈의 풍경과 오른쪽 눈의 풍경은 아주
많이 다르지 그래서 나는
깜빡이면서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아름다웠어 혹은 슬프지 않았어
조건 따지지 않고 무담보 대출 삼백.
오래도록 울리지 않았던 휴대폰에 문자가 온다
내 몸은 자꾸만 헐렁해졌다
옆집에서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신문 배달원이 툭, 하고 던져 놓고 가는 신문 소리에
덜컹거리는 몸의 내장들
당신은 나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이해한다 말한다
그럴 수도 있다
손을 잡고 외출을 하자.
어쩌면 새로운 세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체위를 바꾸는 구름만큼 무방비한 우리의 주소록
아무렇게나 번호를 눌러 불쑥
나야, 하고 말을 한다면.
나는 나를 더 미워하고 싶어진다
나는 지구의 회전을 지나치게 의식하였다
그리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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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김소현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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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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